요즘 걱정이 하나 있습니다.
이상한 건, 정보를 얻을수록 이 걱정이 커진다는 거예요.
전문가를 만나고 옵니다. 자료를 찾아 읽습니다. 강의를 듣습니다. 그런데 노트를 덮으면 늘 같은 자리에 있어요.
지금 우리 아이가 보내는 이 시간이, 정작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으면 어쩌지.
세상이 바뀌는 속도는 이런데 학교도, 제도도, 우리 현실도 저 뒤에 있어요. 저는 그 간격이 계속 마음에 걸립니다.
혜린이와도 이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저 혼자 하는 걱정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아이도 이미 느끼고 있어요.
어제 락페스티벌에 다녀왔습니다.
솔직히 갈까 말까 정말 오래 고민했어요.
낯설었습니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효율적이지 않잖아요. 즐기고 노는 일은 쓸데없는 거라고 배우고 컸습니다. 저한테 락페는 그런 자리였어요.
저녁 다섯 시에 들어갔습니다. 해가 아직 안 넘어가서 공기가 뜨거웠어요.
처음 삼십 분은 아이와 저, 둘이 멀뚱멀뚱 서 있었습니다. 우리 어쩌지.
그러다 돗자리를 폈습니다. 거기 앉아서 밥도 먹었어요. 땀을 그렇게 흘리면서 바닥에 앉아 밥을 먹는 게 평소의 저였으면 못 견뎠을 일인데 그날은 아무렇지 않더라고요.
그러면서 사람들 표정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에너지가 오가는 게 눈에 보였어요. 아이한테 표는 안 냈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와, 이게 찐이구나. 어떻게 다들 저렇게 행복하고 즐거워 보이지.
집에서 자료만 봤으면 절대 몰랐을 겁니다. 모른다는 것조차 몰랐을 거예요.
그때 든 생각이 이거였습니다. 이건 AI가 못 하겠구나.
AI는 답을 줍니다. 정리는 저보다 훨씬 잘해요. 그런데 옆에 있는 사람을 신나게 만들지는 못하잖아요. 같이 있는 사람의 기분을 바꿔놓는 것. 눈빛으로 뭔가를 건네는 것.
지식을 전달해도 소울이 있어야 하는구나. 자기가 진짜 겪은 걸 담아서 전달해야 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저는 84년생입니다. 산업화 시대를 살아낸 부모 밑에서, 그 시대가 만들어놓은 학교를 다녔어요.
그때는 정답이 있었습니다. 하나라도 더 배우면 됐고, 한 가지를 오래 파면 전문가가 됐고, 비교를 견디고 이겨내면 자리가 났어요. 성실하게 오래 하는 사람이 이기는 세상이었습니다.
노는 건 다 하고 나서 하는 거였어요. 지금 즐거운 건 나중을 위해 미뤄두는 게 당연했고요. 지금 참으면 나중에 좋아진다. 그 나중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안 알려줬지만요.
그 시대에는 그게 맞았습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가 실제로 그렇게 사셨고, 우리도 그렇게 배워서 여기까지 왔고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그 방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한 우물을 파면 그 우물이 몇 년 만에 사라지고, 정답은 아무도 모르고, 성실하게 외우고 정리하고 계산하는 일은 이제 AI가 훨씬 잘합니다.
제가 평생 갈고닦은 능력이 바로 그 영역이에요. 정리하는 것, 요약하는 것, 효율 따지는 것.
우리 아이들은 정보가 없어서 못 하는 세대가 아니에요. 정보는 넘치고 공짜입니다. 답은 삼 초면 나와요. 그러면 뭐가 남을까요.
그 답을 가지고 사람을 움직이는 힘. 직접 가본 자리, 직접 겪은 시간, 그래서 자기 안에 남은 것. 남이 대신 해줄 수 없고 기계가 대신 해줄 수 없는 것.
어제 그 자리에서 본 사람들은 지금을 나중을 위해 아끼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을 다 쓰고 있었어요. 제 눈에는 그게 낭비처럼 보였는데, 그 사람들 눈이 제일 살아 있었습니다.
머리로는 압니다. 그런데 혜린이가 뭘 하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계산을 해요. 저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저 시간에 다른 걸 하면 더 낫지 않을까. 그거 해서 뭐 할 건데, 라는 말이 목까지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혜린이는 색연필이 있으면 색깔별로 정리하는 아이입니다. 규칙 잘 지키고, 남한테 피해 주는 걸 제일 싫어하고, 불편한 상황은 피해요. 저는 그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키우기 편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어제, 그 아이가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춤을 췄어요.
제가 설득한 게 아닙니다. 마음을 크게 먹은 것도 아니고요. 주변이 다 그러니까 그냥 하더라고요.
집에서 백 번 말했어도 안 됐을 겁니다. 좀 편하게 살아. 남 눈치 좀 보지 마. 그 말로는 아무것도 안 바뀌었을 거예요.
말이 아니라 그 자리가 아이를 움직였습니다.
여기서 제가 걸린 건 혜린이가 아니라 저였어요.
어제 제가 한 일이라고는 그 자리에 같이 있어준 것뿐이에요. 그런데 그 자리에 데려가려면 제가 먼저 갈 수 있어야 합니다. 락페는 아이가 가자고 해도 엄마가 안 가면 못 가요. 제 세계 밖에 있는 건 아이 선택지에도 없습니다.
제가 정답이 아니라는 것. 시대가 바뀌었으면 제가 먼저 겪어봐야 한다는 것. 제가 안 바뀌면 아이한테 하는 말도 안 바뀐다는 것.
혜린이가 춤추는 데 하루 걸렸습니다. 오래 걸린 건 저였어요.
쓸데없다고 생각해서 아이한테 못 하게 한 것, 혹시 있으신가요?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쿨한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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