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2024.8.23 | 784호 | 구독하기 | 지난호
매일 아침, 주요 과학·기술 관련 사이트를 뒤지며 레터 주제를 찾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주제를 결정하면 틈틈이 관련 자료를 찾고 내용을 정리합니다. 이번 레터 주제는 지난주에 찾았어요. 자료를 가득 모아두고 내용을 구상하고 있는데 화요일 아침, ‘네이처’에서 본 기사에 매료돼 모든 것을 내팽개쳤습니다. 

게임, 특히 ‘플레이스테이션(PS)’이 가진 긍정적인 효과에 관한 연구였어요.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많은 사람이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와중에도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스위치와 같은 게임들은 여전히 자신만의 확고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가격이 만만치 않다 보니 구매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나 결혼하고 아이까지 있다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요. 정확히 말하면 ‘허락’을 받기가 어려운 거지만요. 

이번 레터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이 가진 긍정적 효과에 대한 논문을 중심으로 게임이 가진 장단점을 살펴볼게요. 금요일 아침 스피디하게 가보겠습니다😄
  
Today's index
  • PS와 닌텐도, 정신건강에 최고
  • 게임이 가진 부정적 효과
  • 게임이 '뇌'에 미치는 영향
  • 모닝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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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영국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사진=BBC]

PS와 닌텐도
정신건강에 최고

지난주 발표된 따끈따끈한 연구 논문입니다. 일본 니혼대학 연구진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던 2020~2022년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은 게임기 판매량이 급증했었다는 사실, 기억하시나요. 당시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예약제로 판매하거나 ‘추첨’을 통해 구매자를 선정하는 웃지못할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일본 연구진은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고 연구를 기획합니다. 연구는 10~69세의 남녀 9만76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이중 실제 추첨에 당첨이 되어 닌텐도 스위치와 플레이스테이션을 얻은 사람은 8192명이었어요. 이들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고 5차례에 걸친 설문조사를 통해 정신건강을 측정합니다.

닌텐도 스위치와 플레이스테이션을 구매할 기회를 얻은 사람들은 심리적 고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추첨을 통해 게임기를 구매할 기회를 얻은 사람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게 나타났고요. 

알고는 있었지만 연구로 확인된 사실이 있어요. 플레이스테이션을 소유했을 때 정신 건강상 이점은 남성, 하드코어 게이머, 자녀가 없는 가정 순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반면 닌텐도 스위치의 경우 가족이 있는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았어요. 닌텐도 스위치에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이 많기 때문입니다. 

연구진 "과거 한계 극복한 연구"
‘이러한 연구 결과는 많지 않냐’라고 하실 수 있어요. 연구진도 이를 언급합니다. 다만 비디오 게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과거 연구는 불충분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해요. 게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실제 게임을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대규모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과거 연구는 이러한 세팅이 어려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시기, 추첨을 통해 게임기를 제공하는 제한된 상황이 마련되면서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거죠. 그리고 연구 결과는 플레이스테이션과 닌텐도 스위치와 같은 게임을 했을 때 삶의 만족도는 물론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디오게임을 연구하는 호주 퀸즐랜드공대 다니엘 존슨 교수는 네이처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수십 년 동안 비디오 게임을 하는 사람과 대화하면서 알게 된 사실과 일치한다.” 
남자는 단순합니다. 게임 하나면 그의 기분은 좋아질 수 있습니다.

다만 한계도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코로나19’ 기간에 행해졌다는 데 주목하고 있어요. 밖에 나갈 수도 없고, 집에만 있어야 하고, 게임이라도 해야 하는데 게임기 구매는 어렵고. 이러한 상황이었던 만큼 닌텐도 스위치와 플레이스테이션을 구매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은 평소보다 더 ‘큰’ 기쁨을 느꼈을 겁니다. 이것이 정신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해요. 연구진은 현재 '비(非) 코로나 시대'에 플레이스테이션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게임의 폭력성을 알아보기 위해 PC방 전원을 꺼봤습니다... [사진=놀면뭐하니 캡처]

게임이 가진
부정적 효과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국제 질병분류에 올린 상황에서 게임이 좋다니 말이 되느냐! 라고 반문하실 수 있어요. 맞습니다. 게임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관한 연구도 상당히 많습니다. 

게임의 부정적 효과에 관한 연구를 소개하기 전에 최근 게임과 관련된 연구 흐름을 알려드릴게요. 앞서 소개해 드린 논문에 정리되어 있던 내용인데요, 2000년대에는 디지털 게임이 가진 폭력성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주를 이뤘다고 해요. 2000년대 이후 게임이 보편화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게임이 가진 폭력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던 시기였던 만큼 관련 연구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폭력적인 게임을 하는 사람은 공격성이 강해진다’라는 문장을 두고 맞다, 틀리다의 논쟁이 이어지던 시기입니다. 당연히 양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서로 다른 연구 결과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렇다 할 결론이 명확히 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게임과 관련된 연구는 인간의 정신 건강,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으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6월 게임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따끈한 논문을 찾을 수 있었는데요, 국제게임중독프로젝트(IGAP)의 일환으로 호주 퀸즐랜드 공대가 발표한 논문입니다. 

만족도를 높이는 게임 시간은?
연구는 호주와 캐나다, 미국, 영국 등 4개국에서 955명을 대상으로(18~94세) 진행됐어요. 게임을 한 사람의 상당수가 신체적 문제를 보고합니다. 46.1%는 ‘눈의 피로’가 있다고 답했고 45.4%는 손이나 손목 통증, 52.1%는 등과 목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이러한 통증은 특정 나이대나 성별에 있어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요. 

특히 하루에 3시간 이상 게임을 지속할 경우 신체적 고통을 호소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이, 성별 등 구분을 하지 않아도 3시간 이상 게임을 하게 되면 누구나 신체적 고통을 호소했어요. 

저는 이 ‘3시간’이 눈에 띄었습니다. 앞선 일본 연구진의 논문에서(플레이스테이션이 정신 건강을 향상시킨다) 저자가 지적한 것이 하나 있었거든요. 바로 “3시간 이상 게임을 지속할 경우 정신적인 만족도가 현저하게 떨어졌다”라는 부분입니다. 즉 게임을 하는 것은 좋지만, 장시간 할 경우에는 오히려 만족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신체적인 고통까지 덤으로 안게 된다는 거예요. 
요즘은 이런 방식으로 게임을 하면서 MRI 촬영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사진=도요타 타임즈]

게임이 뇌에
미치는 영향

게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험을 어떻게 세팅하느냐에 따라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어요. 정신건강과 같이 개인의 ‘판단’과 ‘생각’을 조사하는 만큼 이를 수치화해서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분야로 보입니다. 

궁금해졌어요. 그렇다면 게임을 하고 난 뒤 ‘뇌’를 들여다본 연구는 보다 명확한 답을 제시해주지 않을까. 그래서 더 뒤져봤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분야 역시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와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라는 결론을 두고 상당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몇 가지 재미난 연구를 소개해 드릴게요. 스타크래프트 게임 아시죠? 저는 이 게임 때문에 못 해도 과학탐구 등급을 한단계 낮게 받았다고 생각하는데요. 62명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은 스타크래프트2와 같은 전략 시뮬레이션을 더 많이 게임을 하도록 했습니다. 게임 전후 MRI를 통해 뇌를 스캔했는데,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한 사람들의 뇌세포 연결성이 보다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요. 연구진은 “향상된 연결성은 게임이 더 나은 인지적 성과를 촉진함을 시사한다”라고 결론 내립니다.

단, 위 연구의 경우 실험 참가자가 게임을 한 시간은 주당 8시간이었습니다. 즉 하루에 한 시간 이상 게임을 하지 않았을 때, 뇌에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어요. 

어떤 연구는 "긍정적" 어떤 연구는 "부정적"
반대 연구도 많습니다. 일주일에 평균 19시간 동안 액션 게임을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가 작았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즉 게임을 오래 하면 뇌 기능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것인데 이 밖에도 전두엽의 활성화가 저하됐다거나 뇌가 수축했다거나 하는 다양한 연구들이 존재합니다.

게임이 뇌에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이유. 이런 설명도 가능하다고 해요. 처음 비디오게임을 하면 새로운 플레이를 하는 만큼 관련된 뇌 영역이 활성화됩니다. 예를 들어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는 상황에서 상대의 플레이를 확인한 뒤 자신의 전략을 수정하고, 타이밍 공격을 하러 가는 판단을 내릴 때 당연히 뇌는 빠르게 회전할 거예요. 이러한 플레이가 익숙해지면 이때부터 뇌에서 나타나는 긍정적 효과는 줄어들게 되고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는 커지게 됩니다. 

단 프로게이머는 차이가 있습니다. 프로게이머는 게임을 ‘잘’ 해야 생계가 유지됩니다. 즉 게임을 반복해도 매 게임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일반인이 게임을 할 때 와는 다른 특성을 보이게 됩니다.
Brief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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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만 있는 게 아닙니다. 네이버가 클로바 공식 사이트의 기술 블로그를 통해 생성형 AI 기반의 음성 합성 기술을 공개했어요. 또 네이버의 대화형 AI 에이전트 클로바X에 시각 정보 처리 능력을 새롭게 추가한다고 합니다. 멀티모달 AI를 업데이트해,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의지에요!

OpenAI가 캘리포니아 법안을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이 규제가 AI 산업의 성장을 막을 것이라는 이유입니다. 제이슨 권 오픈AI CSO는 서한을 통해 "AI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인 캘리포니아의 지위를 위협한다. 혁신의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포드가 3열 EV SUV의 생산을 중단키로 했습니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인데요, 포드는 수익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전기 픽업트럭 출시도 2025년에서 2027년으로 미뤘어요. 다만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은 늘려가기로 했습니다. 
인사말

게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여러 연구 논문을 살펴보면서 든 생각은 명확했습니다.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하셨을 거라 생각해요. ‘적당한 게임’은 우리 몸에 도움이 됩니다. 게임의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준 논문의 상당수는 게임 시간이 하루 1~2시간 정도였어요. 


이는 뇌의 특성과도 연관 지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게임을 하면 우리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며 행복감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도파민이 오래 지속되면 뇌는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이 중단될 경우 오히려 짜증과 불안 등이 나타날 수 있어요. 결론은 명확합니다. 적게 하면, 모두 행복할 수 있어요. 


“내가 플레이스테이션을 살 거야. 게임을 하면 내 뇌에서 행복 호르몬이 분비되겠지. 기뻐질 거야. 하지만 오랜 시간 하지 않아. 하루에 30분~1시간. 게임을 통해 행복해진 내 뇌는 곧바로 당신에게 전달될 거야. 뇌 과학적인거야. 원호섭이가 그랬어.”


‘허락보다 용서가 쉽습니다.’ 하지만 ‘용서’를 받게 되면 ‘눈치’를 보게 됩니다. 이제는 ‘설득’의 시간입니다.


설득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설득당하는 순간, 우리는 한배를 탄 동지가 됩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을 원하는 분들에게 이 레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비록 저는 계속해서 실패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간단히 와인, 맥주 어떠세요. 알코올은 용기를 북돋아 주고, 판단력을 흐리게 합니다. 여러분의 설득을 응원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적어가겠습니다
원호섭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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