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어려움과 희망을 품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쓰이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난임은 기다림과의 싸움이라는 비유를 종종 하곤 한다. 기약 없이 아이를 기다린다는 의미도 있지만, 병원에서의 기다림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담당 선생님과의 진료를 위해, 시술을 받거나 주사를 처방받기 위해, 피검사를 위해서, 심지어 수납을 위해서도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 꽤 길다. 대기 시간이 길다는 건 솔직히 성가시고 피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와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에서 위안을, 많은 사람이 찾는 병원이라는 점에서 안심을 느끼기도 한다.

 

진료실 앞 대기실에는 나 혼자 정한 ‘내 자리’가 있다. 깨끗한 아침 햇볕이 등을 따뜻하게 비추고, 동시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을 수 있으며,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하기 좋게 팔걸이가 있으면서 간호사 선생님의 호명을 놓치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자리. 

이렇게 내 자리에 앉아 나는 종종 내 뒤로 천천히 채워지는 대기실의 풍경을 찬찬히 관찰한다.

 

서로에게 푹 기대어 꾸벅꾸벅 잠이 든 앳된 얼굴의 부부, 이른 아침에도 흐트러짐 없는 완벽한 착장으로 나타난 커리어우먼, 와이프와 같이 기다리다 출근하는 남편, 아침에 다퉜는지 조금은 냉랭한 부부, 그리고 외국인 부부까지.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는 남편은 가끔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저기 저 부부, 지난 회차에도 봤는데. 우리랑 비슷한 주기인가 봐.”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이 대기실에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간호사 선생님은 항상 예진을 위해 환자들에게 “오늘은 어떻게 오셨어요?” 하고 묻는다. 

대기실에 앉아 이 질문에 귀 기울이다 보면, 종종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환자들이 있다. “테스터기에서 두 줄 나왔어요.” 순간, 그 낮고 작은 목소리가 잔잔한 대기실 전체에 퍼지며 파장을 만든다. 모든 사람들의 귀가 쫑긋 서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와, 정말 좋겠다!’ 마음속으로 축하를 보내면서 나 역시 희망을 얻는다. ‘그런데 나는 언제…?’ 하지만 동시에 마음 한편에 씁쓸한 감정이 따라온다. 부러움이다.

 

또 다른 사람은 말한다. “이번에도 한 줄 나왔어요…” 이 말엔 대기실 공기가 바르르 떨리며 작고 조용한 공감과 한숨이 깔린다. ‘아, 당신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안타까워하다가, 솔직히 말하면 한편으론 묘한 안도감을 느끼는 못된 마음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 작은 대기실에는 다양한 감정이 얽혀 있다. 서로의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누구보다 깊게 서로를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 희망과 실망, 연민과 안도라는 복잡한 감정이 ‘내 자리’에 켜켜이 쌓인다. 난임 병원을 졸업하게 되면, 내 전용석에 조그맣게 팻말 하나 남기고 갈까? '명당입니다. 여기 앉으면 두 줄 나와요!' 라고.

난임 치료를 하면서 아쉬움이나 답답함, 서운함을 느꼈던 적이 있나요? 병원 내 의료진은 물론 가까운 지인이나 남편, 엄마, 직장동료, 친구가 내 마음 몰라줘서 감정이 북받쳤던 순간. 그 순간 차마 말하지 못했던 한 마디, 아래 버튼을 눌러 꼬미에게 이야기해 주세요. 꼬미가 잘 듣고 다음 회차 뉴스레터로 답장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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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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