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은 매서운 추위를 뚫고 피어납니다. 겨울이라는 고요를 머금은 나무가 이내 피운 꽃을 보고 있으면 가라앉은 마음이 환해집니다. 여러분은 고요함을 좋아하시나요? 혹은 참을 수 없이 지루하다고 느끼시나요. 몸과 마음이 지친 날에는 고요함을 찾아 가만히 눈을 감아봅니다. 명상하는 법을 잘은 모르지만 머릿속에 가득찬 생각을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고 생각이 빠져나간 빈 자리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그곳에는 어느새 차분함, 명확함, 해볼 수 있겠다는 의지, 고마움 같은 것들이 피어납니다. 여러분이 보내는 고요한 시간 뒤에는 어떤 것들이 생성되고 피어오르는지 궁금합니다.

이달의 파아프 발효레터는 발효키워드 '고요 속의 생성'에 맞춰 발효를 문학으로 풀어내는 발효문학 옹기와  귀로 발효를 감각해보는 퍼멘테이션 플레이리스트 E.F.M(Edition of Fermentation Music), 파아프랩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소식을 준비했습니다.  

인간의 말에는 바람이 있다. 이를테면, 이해받고 싶은 바람, 이해받고 싶지 않은 바람, 사랑받지 않아도 좋으니 기억에 남고 싶은 바람, 잊혀도 좋으니 한 번이라도 사랑받고 싶은 바람 등등. 하다못해 공공 기관의 공지문에 적힌 말에도 공지 내용을 명확히 전달하려는 바람이 들어있으니, 타인과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 많은 말에, 그러니까 너무 많은 바람에 노출된 삶을 이어간다는 것과 다름이 없을지도 모른다. 


내 친구의 딸은 이제 겨우 ‘아빠, 엄마, 응애’라는 단어만 발음할 줄 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으니, 대단한 성취라 할 만하다. 그런데 이 아이는 조금만 눈썹이 짙은 성인 남자의 사진만 보면 전부 ‘아빠’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진이 대꾸를 하리라는 기대는 없다. 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아빠아빠 부르지는 않으니까. 아이는 ‘아빠’하고 부른 후, 자신을 바라보는 어른들을 올려다본다. 맞나요? 방금 제 말 들었죠? 하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아이가 아빠가 아닌 이의 사진을 가리키며 아빠라고 말하면 어른들은 웃고, 아이도 덩달아 웃으니 분위기가 실로 좋아진다. ‘나’를 말하지 못해도, 아이는 아빠라는 단어를 통해 자기 자신이 된다. 

발화하는 자가 스스로 하는 말의 의미를 몰라도, 그 말을 둘러싼 많은 이들이 그 말을 알기에, 말은, 발화자와 관계를 맺으며, 말하는 이와 듣는 이를 연결하고, 우리들의 욕망을 연결한다. 나는 친구의 이목구비를 쏙 빼닮은 작은 아이의 부드러운 뒤통수를 쓰다듬어 주면서 연신 아이의 이름을 반복해 불렀다. 아이가 알아 들을 거라는 기대는 없이, 그러나 내가 할 줄 아는 가장 호의적인 말을 통해, 나의 호의가 아이와 아이를 둘러싼 이 모든 공기와 관계를 맺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친구는 내 하는 양을 보고, 아이에게 ‘바이바이’나 ‘토닥토닥’이라는 말을 했다. 뭘 하나 싶었는데, 아이는 바이바이에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토닥토닥에는 내 무릎을 살살 두드려주었다. 자기 스스로는 발음을 하지도 못하는 말인데, 공기를 바꾸는 아이의 조그맣고 말랑말랑한 손은 올해 내가 뜻밖에 받은 선물이다.


술을 빚기 좋은 새벽, 누룩의 조용한 움직임을 생각한다. 발효를 시키며 ‘맛있어졌으면 좋겠다’라든가 ‘잘됐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나지막하게 눌러놓았을 사람도 생각한다. 엄밀히 말해, 말에는 힘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말 속에 기원을 담는 사람의 마음이 그 사람의 행동을 바꾸고, 그 사람과 관계 맺는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바꿀 수 있다. 그렇게 보자면 말에 아주 힘이 없는 것도 아니리라. 내가 대상에게 건네는 많은 말들이 결국, ‘나’의 고요를 알아차리는 바람이듯이. 

4월 발효문학 옹기
파아프 코멘트 📝

파아프랩에서 진행한 발효워크숍 <삼해주三亥酒> 때가 떠오릅니다. 잘 치댄 덧술을 입항한 뒤에 항아리를 쓰다듬고 톡톡 쳐주며 "발효가 잘되어라" 하고 읊조렸지요. 지금 삼해주가 담긴 항아리는 파아프랩 한쪽에서 고요한 밤과 환한 아침을 번갈아 맞으며 발효되는 중입니다. 염원이 담긴 읊조림이 닿은 걸까요? 뽀글뽀글, 쉬익쉬익 살아 숨 쉬듯 기포를 내뿜으며 맛있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말이 가진 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오늘을 시작하는 나의 하루에도, 오늘 마주한 사람에게도 염원을 담은 따뜻한 말을 건네봐야겠습니다. 

발효문학 옹기

글과 이미지를 옹기에 모으고 묵힙니다. 옹기 안에서 서로 뭉치고 섞여 발효되어 누군가의 일상에 퍼지고, 언어를 표현해 새로운 의미를 탄생시키는 문학처럼 새로운 관점으로 발효를 감각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복희 시인 소개 @molamola_me

“보고 들은 모든 것이 시가 될 수 있다고 믿기에

더 잘 보고 잘 들으려 궁리합니다.

그 궁리 중 하나로, 시를 쓰고 싶은 분들께, 

아주 작은,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시를 쓰고 시를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완도에서 태어나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 『희망은 사랑을 한다』 『스미기에 좋지』가 있고 산문집으로 『노래하는 복희』, 『시를 쓰고 싶으시다고요』가 있다.

4월 발효키워드 '고요 속의 생성'에 맞춘 퍼멘테이션 플레이리스트. 유튜브와 애플뮤직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발효문학 옹기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를 읽으며 들어보세요. 
1. 파아프 퍼멘트 타파스 바 현장스케치
팝업으로 두 달 동안 열리는 퍼멘트 타파스 바는 이제 오픈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발효타파스를 즐기는 손님들의 편안한 표정과 "어디서든 먹어볼 수 없는 특별한 맛이었다"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라는 피드백을 들으면 뿌듯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퍼멘트 타파스 바의 요리는 구름 요리사님과 파아프가 시간과 애정을 들여 발효한 누룩, 미소, 아마자케(감주)등의 조미료를 이용해 깊은 맛과 톡톡 튀는 맛을 느낄 수 있는 발효가 가득찬 한 접시를 내어드립니다. 

퍼멘트 타파스 바를 운영하는 하루 동안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은 주먹 반 개 정도 됩니다.
재료 전체를 사용하고, 남은 부분은 다시 발효하여 먹을 수 있는 메뉴와 적절한 양을 고민하며 '버려지는 부분을 최소화하기'를 우선으로 두고 준비했습니다. 주방 안으로 깨끗하게 비워진 접시가 차곡차곡 쌓이는 걸 보며 중요하게 여긴 부분이 실현되는 모습을 통해 맛있는 음식에 우리의 생각과 철학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생각의 출발은 발효로부터 가능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퍼멘트 타파스 바 메뉴 (메뉴는 변경될 수 있습니다)
템페 숯불 구이와 아이올리
참송이 버섯 숯불 구이와 보리샐러드
난과 인도풍 딥
템페 크로켓
템페 짜조
템페&모듬채소 빠삐요뜨
엔다이브, 문어 바이트
레몬버터파스타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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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토 5-10PM
🔘워크인 가능, 예약은 캐치테이블 
📢두 달간 팝업 운영, 4월 28일(금) 종료
📍파아프랩 (아차산로 5길 41)

2. 찾아가는 템페정육점 <불러줘!템페>
작년 봄부터 시작한 파아프 템페정육점은 비닐 사용을 최소화하고 유통하며 생기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여 <템페정육점> 컨셉으로 커다란 덩어리의 생템페를 잘라서 판매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발효를 마친 생템페를 포장재없이 원하는만큼, 원하는 모양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알맹상점 서울역 (중구 한강대로 405 4층)
4월 22일(토) 12:00-소진시까지
템페정육점x카페 플록
동대문구 왕산로9길 24
4월 30일(일) 12:00-소진시까지
3. 마르쉐 농부시장@혜화
템페(냉동), 파아프 콤부차, 삼발소스, 템페 박콰를 가지고 출점합니다.
 
4월 9일(일) 11:00~16:00
종로구 대학로 104, 마로니에 공원
4. 발효워크숍 삼해주 三亥酒
파아프랩 발효워크숍 <삼해주三亥酒>는 지난 1월 시작해 세 번의 해일에 맞춰 덧술을 빚고 다가오는 5월 거르는 날을 앞두고 있습니다. 참여자들이 함께 빚은 술은 파아프랩에서 잘 익어가는 중입니다. 항아리를 열면 발효되고 있는 삼해주의 포근하고 시큼한 향과 마치 살아있는 듯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