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이 끝났습니다. 아니 아직 저는 안 끝난 것 같습니다. 아직도 도서전의 여파가 몸에 남아 있습니다. 몸이 회복이 안 되네요 ㅋㅋ


도서전 준비 기간에는 ‘좀 힘들긴 하겠지만 쉬엄쉬엄하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근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즐거웠습니다.

제가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이제부터 위트보이가 말아주는 도서전 후기 들어갑니다!

함께 가시죠!

1. 왕복 4시간

저희는 경기도 고양시에 삽니다. 코엑스까지는 대략 30km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안 막힌다면 1시간 안에도 갈 수 있는 거리지만 도서전은 수요일 평일부터 시작되기에 출근길 러시아워를 뚫고 가야 합니다.


운전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2시간을 쭉 가는 것보다 가다 서다 하는 게 훨씬 더 피곤하죠. 그렇게 2시간을 운전해 코엑스에 도착합니다. 이때 이미 하루치 체력의 절반이 떨어져 있습니다 ㅋㅋㅋ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폭풍 같은 시간이 끝나면 다시 집까지 2시간을 운전해서 돌아가야 합니다. 첫날은 체력 분배를 잘 하지 못해 둘째 날 아침은 너무 힘들었습니다.


둘째 날부터는 오전에는 앉아서 쉬다가(오전 오픈할 때는 대형부스가 많은 C홀에 관람객이 몰립니다. 이럴 때 한숨 돌려야 해요 ㅋㅋ) 바쁠 때 빠짝하고 중간중간 스트레칭도 하며 체력을 유지했습니다.


업무도 독자 응대는 에디터리님이 하고 저는 운전과 짐 운반 및 정리, 결제를 맡아 업무 분담을 했습니다. 이렇게 체력 안배를 하며 도서전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2. 그런게 아니라요 제 진심은...

유유히 부스에 방문해주셨던 독자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사과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표정도 어둡고 목소리도 다운되어 있었다면, 그건 제 본심이 아니라 정말 혼이 나가 있었습니다. 제마음은 한 분 한분 친절하게 웃으며 응대해드리고 싶었지만, 체력 이슈로 그러지 못한 점 정말 죄송합니다.


진짜 제 마음은 그런게 아니었습니다.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구구절절)

3. 코엑스 근처 종일주차가 14,900원??

차로 오시는 출판사 관계자분들을 위한 주차팁 하나 풉니다. 저희는 마지막 날만 제외하고 4일 동안 카카오T 삼성동 퍼스트 주차타워에 주차했는데요. 여기 종일 주차비가 14,900원입니다. 코엑스 바로 옆인데 카카오T앱에서 주차패스를 등록하면 평일 50%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강남인데 종일권이 15,000원도 안 한다니 엄청 싸죠? 그렇다고 주차 자리가 좁고 주차하기 어렵냐? 그것도 아닙니다. 널찍하고 1층에 편하게 주차할 수 있습니다. 여차하면 차에 책을 넣고 코엑스까지 들고 갈 수 도 있습니다. 4일 동안 아주 만족하며 주차했습니다.


코엑스 종일주차가 6만원인데 여기는 14,900원!

업무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4. 좋아하는 얼굴을 보는 걸 좋아함

1) 도서전에 발견한 한 가지 사실은 '좋아하는 걸 발견한 사람의 표정은 아름답다'라는 겁니다. 우연히 좋아하는 작가를 보거나 혹은 캐릭터 그림을 볼 때 독자님들이 환하게 웃는 표정이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그 아름다운 얼굴들을 5일 동안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도서전 최고의 기쁨이었습니다.


2) 도대체 작가님 사인회때 중학교 때 <연애는 남의 일>을 읽고 팬이 되어 이제는 대학생이 되어 와주신 독자님이 있었어요. <연애는 남의 일>을 읽고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하셨는데 중학생 때 이 책이 어떤 도움이 되었을까 무척 궁금했습니다(흥미진진).


도대체 작가님이 오래전 블로그를 쓰셨을 때의 팬도 만났습니다. 오랜 팬분들은 말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찐팬임이 느껴졌습니다. 누군가의 오랜 팬을 보는 건 어째서인지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3) 도서전 독자분들 중 백팩을 메고 오신 분이 많았는데요. 특이하게 뒤로 매지 않고 앞으로 맨 분들이 많았습니다. 사람들로 붐비는 행사장에서 다른 사람들이 부딪히지 않게 배려하시는 거죠.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렇게 매너도 좋답니다(크~ 멋져요!). 

5. 말보단 말풍선

한 분씩 얼굴을 보며 우리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좋은지 말로 설명하고 싶었지만 많은 인파가 몰리니 일일이 응대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이때 에디터리님의 아이디어로 말풍선을 써서 붙였습니다.


붙여놓고 보니 처음 책을 보는 사람들도 이 책이 어떤 책인지 바로 알 수 있고 주목도도 높아졌습니다. 판매도 그 전보다 잘되었습니다(책 선반 뒤에서 독자분들이 읽고 웃을 때마다 에디터리님이 찐 흐뭇하게 웃고 있었던 건 안 비밀).


예비 부스 참가자 분들 업무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사진은 오케이슬로울리 대표님이 찍어주셨습니다)

6. 위트보이가 뽑은 베스트 포토스팟


우리 초 귀여운 왕그래 등신대도 많은 분들이 찍어주셨지만 제가 생각하는 독립출판 홀 최고의 포토스팟은 봄알람 부스였습니다. 봄알람 부스는 유유히 맞은편에 있어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요. 저 팻말을 보는 사람은 거의 대부분 사진을 찍고 갔습니다.(체감상 95%)


각종 SNS에 올려진 도서전 후기를 보면 봄알람 부스 사진이 많이 보였죠. 간단한 아이디어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알리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 잡은 멋진 마케팅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7. 던전밥 아니 도서전 힐링포션

몇 해 전 망원동에 있는 약국에 들렀다가 매대 앞에 피로회복에 좋은 약들을 모아 파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런 걸 먹을 만큼 빡쎈 일이 뭘까? 이런 건 누가 사먹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그게 저일지는 몰랐습니다 ㅋㅋ


5일 동안 저는 아르기닌과 밀크시슬 파워로 살았습니다. 이 힐링포션이 없었다면 5일간의 도서전을 정상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했을 겁니다.

8. 난 진짜 못하겠다 이제 여기까지다


빡센 금요일 도서전을 마무리하고 드디어 퇴근! 빨리 씻고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 하나로 2시간을 운전해 집에 왔는데.. 이게 무슨 일이죠!? 집 주위에 소방차 한전차 경찰차가 가득 있었습니다. 뭔일이 났나 싶어 물어보니, 지하 펌프가 고장나 물이 역류해 전기와 수도가 끊겼다고 하네요.


네???😅😅😅


서 있을 힘도 없는데 단전 단수라니요 ㅋㅋㅋ 집에 들어와 촛불을 키고 잠시 어떻게 할지 생각하다가 결국 근처 모텔을 예약해 씻고 새벽에 일어나 출근했습니다. 자기 전에 이럴거면 강남에서 자고 오는건데라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억울해졌습니다 ㅋㅋ


단전&단수는 이 집에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데요.

하필 제일 피곤한 날 이런 일이 생겼는지..

타이밍이 아주 ㅋㅋㅋ

9. 도서전의 꽃말은 실수 연발


너무 웃겼던 에디터리님의 실수 하나를 소개합니다. 도서전 첫날 매대를 닦으려고 물티슈를 꺼냈는데 이렇게 뜯겨져 있는겁니다.


어? 뭐지 하며 에디터리님께 물어보니 자기가 아무 생각없이 저렇게 뜯었다고 하더라구요 ㅋㅋㅋ 물티슈를 저 방향으로 뜯는 사람은 처음 보았습니다 ㅋㅋㅋ


이것 말고도 더 있지만 에디터리님의 사회적 지위를 위해 가슴에 묻고 갈게요(힌트는 오쏘뮬 비타민 폭죽 사건)~

      힘든데 재밌고 피곤한데 즐거운..

      이상한(?) 서울국제도서전이었습니다.


      어떤 독자님이 내년에도 나올거냐고 물어보셨을 때 첫날엔 자신있게 네!라고 얘기 했지만 마지막날엔 네..니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도 진짜 제 마음을 모르겠습니다. 내년에 나오면 좋을 것같기도 한데 이 힘든 걸 또 한다고 생각하면 도저히 엄두가 안나거든요. 어떻게 할지 모를땐 대표님이 하자는 대로 따라야겠죠(이미 부스 컨셉 생각하느라 난리난 에디터리님을 모른 척..)!


      유유히 대표님! 그래서 또 도서전 나가실 거예요?


      대답은 다음 주 유유히톡에서 확인하세요.

      덧. 서울국제도서전 개막 뉴스에 유유히가 출연했다는 소식
      (임진아 작가님이 보내주셨어요 ㅎㅎ)
      저희 유유히를 찾으셨나요? 😆

      <타바코북스  포스터>

      카드내역을 정리해보니 도서전에서 둘이 20만원 넘게 썼더라구요.

      그만큼 살 정도로 책을 팔진 못했지만..

      뭐..

      그렇게 됐습니다 ㅋㅋ


      제가 산 것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타바코북스 포스터입니다. 서점과 고양이가 나온 포스터인데 보자마자 이건 내거다! 느낌이 왔죠. 캣타워 옆에 붙여놓고 하루가 앉길 기다렸다가 바로 찍었습니다. 어때요? 예쁘쥬!😎


      이 포스터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사이트에서 다른 포스터도 판매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s://tabacobooks.kr/SHOP


      상암 시대 안녕~ 이제 홍대로 갈게~

      출판산업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출판창업보육센터'에서 딱 1년을 채웠습니다.

      정부에서 갑자기 센터 지원금 예산을 0원으로 만드는 바람에, 작년 10월에 혼란한 상황을 맞닥뜨렸지만, 센터는 위기를 잘 넘기고 7월 중순에 거의 같은 월세로 다시 입주 모집을 시작한다고 합니다(예비 창업자 포함이니 궁금하신 분들은 출판산업진흥원 공지를 기다려보세요!).

      다만 입주 기간이 기존에 3년 보장, 연장심사 후 최대 2년까지 가능했던 조건이 변경되었습니다.
      1년+1년을 더 있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인데요. 그러다 최근 정상 운영이 확정된 플랫폼P 입주 공고가 났습니다(마포구청이 없애려다가 입주사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지켜냈답니다).

      창업을 하기 전부터 희망하고 있던 곳이라 망설임 없이 지원을 넣었고 면접 끝에 입주실을 얻었습니다. 이곳에서는 2년 + 연장 1년으로 총 3년을 지낼 수 있게 되었어요. 새로 입주하면 사무실 사진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후후.

      센터에 입주한 1년간 총 5권의 책을 냈습니다. 플랫폼P에 입주하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유유히가 또 얼마나 멀리 도달할 수 있을지, 새로운 꿈을 꿔봅니다. :)

      그리고 제발.. 정부여... 출판산업을 더 이상 망가뜨리지 말기를...!
      출근길에 종종 들르던 상암 맛집 맥도날드.
      고마웠어!  
      전 직장 다닐 때 종종 가던 정커피가 상암에도 있어서, 눈이 번쩍 플랫화이트를 늘 즐겨마셨습니다. 고마웠어~!
      ✅ 팟캐스트 <두둠칫 스테이션> 🎧 "엄마만의 방" 업로드

      EP101. 엄마가 엄마만의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엄마만의 방'
      (김그래 작가님) [커피타임]

      2024 서울국제도서전 화제의 책💖 (유유히 피셜)
      도서전을 무사히 마치고, 김그래 작가님과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2023년 6월 연재를 시작하고, 2024년 1월에 저에게 프로포즈🌹 해주신 그 작품이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무사히 나왔네요! ☺️ 온라인 서점 즉시 주문 가능하고, 오프라인 서점은 아마도 주말쯤부터 보이지 않을까 싶어요. 💛

      ✈️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베트남으로 일하러 떠났다. 그리고 마침내 난생처음 자기만의 방이 생겼다. 알라딘 북펀드, 그리고 도서전이라는 큰 산 두 개를 넘고 김그래 작가님과 마주 앉았습니다. 유유히와 계약하게 된 속닥속닥 에피소드 포함...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 몰라서 약속을 못 하겠어요...“

      작가님, 그래도 둘이서 해냈어요. 그쵸? ㅎㅎㅎㅎ
      _
      김그래 '엄마만의 방'(유유히)
      페이지를 누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게시판이 열려요. 보다 쉽게, 서로의 피드백을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위트보이와 에디터리의 답장도 그 밑에 답글로 달아둘게요. 이번 주 답장도 잘 부탁드려요! 😉  
      이번 주 유유히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 레터는 에디터리님이 보내드릴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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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유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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