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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공간에 여러 의자가 널브러져 있다. “자신과 키가 비슷한 사람, 이전에 짝이 아니었던 사람과 짝을 이루세요.” 첫날에 처음으로 했던 수행과 같은 수행이다. 앞에 있는 상대의 눈을 응시하기. 상대인 나에게 졸음이 쏟아지는 듯하다. 나가 첫날의 나로, 내가 첫날의 나의 상대 울로 느껴진다. 꽤 견딜 수 있다. 끈기가 조금 늘었거나, 수행 중 언제나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깊숙이 배웠기 때문이다. 호흡. 중간에 약간의 졸음이 들이닥쳤으나, 빠르게 지나간다. 나의 눈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반사되어 보이는 아주 작은 나를 또렷이 보는 것이 집중도를 이전과 크게 달리한다. 생각한 것보다 혹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와의 “이제 그만 멈추셔도 됩니다.”라는 말이 이르게 느껴진다. 그 자리에서 눈을 천천히 감는다. 꼿꼿했던 등허리를 천천히 굽힌다. 두 손으로 무릎을 감싼다. 나의 무릎도 감싼다. 이 단어들이 오늘의 수행에서 끝없이 반복됐다. her eye me inside
나가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포옹을 건넨다. 두른 팔이 등에 닿으면 꼭 안고 서로의 등을 어루만진다. 고생했을 등을 여기저기 꾹꾹 누른다. 다음 수행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졸음이 쏟아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낮잠을 청하려다, 환기가 필요한 것 같아 밖으로 나간다. 수행이 끝나고 있는 휴식시간에 밖에 나간 것은 처음이다. 몸 여기저기를 탁탁탁 두드린다. 찬 바람이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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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의 사람들이 어수선하다. 속삭이기 시작한다. 집중이 놓아지고 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거의 끝났다. “거의 끝나긴 했지만, 아직 끝나지는 않았어요. 퍼포먼스도 그렇습니다. 거의 끝나가도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집중을 놓치면 안 돼요.” 와가 말했다. 조금 뒤 종이 울린다. 안내받은 곳으로 향하면서 배가 말한다. “이제 단식을 깰 겁니다. 의자에 앉아서 안대를 매 주세요.” 안대를 매고 앉아 있으면 앞에 있는 그릇으로 어떤 음식이 놓인다. 희미하게 냄새는 있지만 어떤 향신료도 들어있지 않다. “음식이 놓여있으면 식사를 시작해도 좋아요. 손으로 먹습니다.” 손을 가져다 대면 따듯하게 지어진 곡물이 느껴진다. 먼저 온도를 느끼고 냄새를 맡는다. 쌀밥일 거라 생각하고 주먹 안에 넣어 꼭 쥐어봤지만 뭉쳐지지 않는다. 꼭꼭 모아서 입에 넣는다. 천천히 씹는다. 입안에 단물이 고인다. 꼭 수술 후 먹었던 그 미음 같다. 입안에서 식고 있는. 공복에 먹는. 신기하다. 무엇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 입맛이 돋워지지 않는 것이. 씹는다. 씹히지 않은 쌀알이 없을 때까지. 그리고 삼킨다. 크게 숨이 한번 쉬어진다. 배가 말한다. “더 필요하면 알려주세요.” 이 말이 세 번 반복될 때까지 그릇은 비워지지 않는다.
“여기까지예요. 안대를 풀면 됩니다. 단식은 끝났지만 묵언수행은 끝나지 않았어요. 이따가 함께 저녁식사를 할 예정입니다. 그때까지 자유 시간이에요.”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주어질 수행이 남아있지 않다. 자리에서 쉽사리 일어나지지 않는다. 앞을 보니 릴이 안대를 풀지 않고 여전히 쌀알들을 입에 넣고 있다. 떠나지 않는 결정을 한다. 그릇에 남아있던 쌀알들을 하나씩 입에 넣고 씹는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가더니 창가에 앉아 있던 울이 내 왼쪽에, 데가 릴 왼쪽에 앉는다. 이렇게 우리 넷만 긴 식탁에 남아있다. 운영진들이 하나씩 그릇을 치우기 시작한다. 우리가 앉아 있는 식탁의 그릇만 제외하고. 릴은 쌀을 몇 알씩 입에 넣고 천천히 씹은 다음 삼킨다. 나는 오른손에 묻은, 이미 말라버린 밥풀들을 그릇 위로 떼어내기 시작한다. 릴의 그릇에는 약 1/4 정도의 쌀밥이 남아있다. 마지막 수행이 이렇게 끝나가고 있다. 이후에 우리는 어떻게 각자의 수행을 이어가야 할까. 눈을 감고 릴이 먹는 소리를 듣는다. 우리는 말없이 앉아 있다. 하나는 안대와, 셋은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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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금공, 점심의 쌀밥으로 천천히 공복의 시간을 깨어나가고 있다. 침묵 속에서 사람들이 움직인다. 휴게실에 앉아서 창문 밖 풍경을 바라본다. 차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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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울린다. 마지막 종소리일 수 있다. “지난 5일 동안 모두 고생 많으셨어요. 단식 후 첫 끼니라, 단백질, 섬유소 등이 있는 채식 식단으로 저녁이 준비되어 있어요.” 배가 말한다. “지금부터 약 48시간 동안은 이러한 식단을 유지하는 게 몸에 부담이 가지 않을 거예요.” 와가 덧붙인다. “그리고 이제 침묵의 시간을 깹니다.” 배가 마무리한다. 몇 초간의 정적. 나는 속으로 답한다. 어떻게요? 얼마 지나지 않아 로비와 식사 공간이 사람들의 대화로 가득 찬다. 두부조림, 삶은 당근과 비트, 달걀 그리고 쌀밥과 샐러드가 준비되어 있다. 갑자기 무언가 씹으려니 낯설다. 너무 많은 인상들이 한꺼번에 몰려온 채로 하루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