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비발디

추운 겨울을 지나 찾아온 봄의 따사로움을 만끽하던 유령이. 갑자기 어디선가 사계절을 표현하는 악기들의 선율이 들려왔다는데?

👻: 오늘은 아름다운 자연을 음악으로 표현해 낸 작곡가, 비발디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령!

▲ <사계> 바이올린 협주, 출처: Orquesta Reino de Aragón

귀로 느끼는 사계절 🌺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플로터라도, 영상 속 음악을 들으면 ‘아!’하고 손뼉을 쳤을 텐데요. 현악기들이 어우러져 내는 선율로 빚어진 이 곡은 바로 비발디의 <사계>예요. 그런데 처음부터 4곡이 합쳐져 <사계>로 발표되지는 않았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사계절의 서사를 담은 각각의 곡들은 비발디의 악곡집 <화성과 창의의 시도>의 일부로 수록되었는데요. 그중에서도 계절의 아름다움을 담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주목받으며 이후 <사계>라는 이름으로 분리되었죠. 각각의 곡들은 갑작스러운 폭풍이나 천둥번개, 극심한 추위 등의 작은 서사가 곁들여져 듣는 사람이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고.


비발디의 <사계>가 발표되던 당시엔 상류층을 중심으로 전원 풍경을 묘사한 작품들이 유행하고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사계절의 특징과 아름다움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사계>는 그 어떤 곡들보다 많은 사랑을 받았죠. 1800년대 파리의 권위 있는 음악 행사였던 콩세르 스피리튀엘에서는 16번의 행사 중 <봄>이 무려 11번이나 연주될 정도로 그 위상이 대단했다고 해요. 게다가 인쇄 기술이 발달한 암스테르담에서 악곡집을 출판한 덕에 비발디의 고향인 남유럽 이탈리아를 넘어 북유럽까지 그의 이름이 알려졌어요.

 

👻: <사계>는 정말 큰 사랑을 받았군령. 비발디는 어떤 사람이기에 그런 곡을 작곡할 수 있었나령?

▲ 안토니오 비발디, 출처: Wikimedia Commons

사제와 음악가 사이 🎼

비발디는 1678년 유럽음악의 중심지였던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태어났어요.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아버지 덕에 그는 어려서부터 바이올린을 배우며 음악과 늘 함께했죠. 하지만 넉넉하지 않은 형편 탓에 비발디는 수도원으로 보내졌어요. 그는 수도원에서도 좋지 않은 건강을 핑계로 사제로서의 활동보다는 음악 활동에 전념했는데요.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은 그 무엇도 막을 수 없었던 거죠.

마침내 비발디는 1703년 보육원의 바이올린 교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음악가의 삶을 살아가요. 비발디는 초창기에 숱한 기악곡을 창작했고, 유럽 각국에서 그의 악곡집이 출판되었죠. 이후 그는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협주곡과 오페라 곡들을 작곡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어요. 그러나 비발디는 나이가 들며 점차 사치스럽다는 비판을 받았는데요.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며 오페라 곡을 비롯한 상업적인 곡의 창작에 매진했던 그는 번 돈을 낭비하며 살다가, 결국 오스트리아 빈에서 자산을 탕진한 채 쓸쓸하게 삶을 마감했죠.

 

👻: 비발디는 어떤 상황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군령. 그렇다면 비발디는 어떤 음악을 하고 싶어 했나령?

▲ 영화 <비발디> 중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비발디,
출처: 네이버 영화

신이 아닌 인간을 표현하다 🤵

비발디는 언제나 연주자와 청중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자 했어요. 그런 그의 음악은 인간적인 음악을 원했던 시대적 흐름과도 잘 맞아떨어졌는데요. 중세 시대에서는 언제나 신의 지배 아래에서 자연을 인식했기 때문에, 자연의 아름다움보다는 신에 대한 찬양이 주를 이루었어요. 하지만 비발디가 활동한 17, 18세기에는 중세와 달리 인간의 눈에서 자연 그 자체를 보게 됐죠. 이에 음악계에서도 자연전원을 주제로 한 음악의 수요가 많아졌고, 비발디의 음악성 역시 인정받게 되었다고.


신이 아닌 인간의 음악을 창작하기 위해 그가 택한 것은 형식주의*였어요. 비발디는 음악을 사람이 자연을 바라보고 표현하는 하나의 언어라고 생각했어요. 일정한 형식에 맞추어 쓰이는 언어처럼, 음악의 형식을 정해두고 그에 맞춘 곡들을 창작했죠. 때문에 그의 정형화된 곡을 두고 자기표절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어디까지나 형식만 통일되었을 뿐 각각의 곡들이 지닌 기법과 내용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요. <사계>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전체적인 구성은 3악장으로 유사하지만, 듣기만 해도 계절감이 느껴질 정도로 곡들의 분위기가 각기 다른 것처럼요.


*형식주의: 내용이 아닌 형식과 구조 등을 중시하는 태도.


👻: 인간을 중심에 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거군령~ 그런 비발디가 남긴 음악적 업적은 어떤 게 있나령?

▲ 바흐가 건반악기용으로 편곡한 비발디의 <콘체르토>,
출처: Netherlands Bach Society

음악사에 남은 비발디의 발자취 👣

비발디가 활동한 17세기 바로크 시대의 음악계에서는 다양한 음악적 형식이 확립되기 시작했는데요. 우리가 흔히 아는 장조와 단조, 음의 조화, 그리고 악장의 구성까지 음악의 기본적인 틀이 바로 이 시기에 정해졌죠. 비발디의 작품들은 그중 협주곡의 형식이 확립되는 데에 큰 역할을 했어요. 예를 들어, 비발디는 하나의 중심 선율을 화성*의 소재로 활용해 더욱더 극적이고 풍부한 음악을 창작했는데요. <사계>를 들어보면 악기들의 협주와 주선율이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며 음악을 이끌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죠.


*화성: 일정한 법칙을 따르는 화음의 연결.


또한 비발디는 기악곡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어요. 곡에 감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리듬이나 조성*, 셈여림, 심지어 악기의 연주 방법까지도 구체적으로 명시했기 때문이죠. 이런 비발디의 시도는 이후 바흐를 비롯한 고전주의* 작곡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는데요. 특히 바흐는 비발디가 남긴 기악곡을 여러 차례 편곡하면서 음악의 형식을 연구했다고 해요. 바흐의 연구는 비발디가 죽은 이후 잊히던 그의 음악적 가치가 다시금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조성: 음계의 첫 소리 및 그 화음과 음정에 따라 결정되는 곡의 성질.


*고전주의: 고대 그리스의 예술양식을 모범으로 하여 조화와 균형, 형식미 등을 중시하던 17~18세기 유럽의 예술사조.


👻: 비발디의 음악이 지닌 매력을 이제 유령이도 확실히 알 것 같아령! 그런데 비발디의 대표작은 <사계> 뿐인가령?

▲ <조화의 영감>, 출처: The Academy of Ancient Music

이번 역은 조화의 영감입니다 🚊

<사계> 외에도 비발디의 곡은 오랜 시간 우리의 곁에서 연주되었는데요. 비발디의 <조화의 영감> 6번 협주곡 1악장은 2012년까지 약 20여 년 동안 서울 도시철도의 환승역 종착 안내 음악으로 쓰였죠. <조화의 영감>은 1711년 비발디가 작곡한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12 협주곡을 엮은 악곡집이에요. 그중 바이올린만을 사용하는 6번 협주곡은 1악장에서는 빠르고 경쾌한 리듬으로, 2악장에서는 느긋한 선율로, 3악장에서는 다시 속도감과 힘이 넘치는 연주로 구성되어 있죠. 특히 1악장은 앞서 말한 지하철에서 쓰였던 부분으로, 깜빡 졸던 사람들이 경쾌한 연주 듣고 황급히 내리기도 했다고.

▲ <La Stravaganza>, 출처: Brilliant Classics

<사계>, <조화의 영감>과 함께 비발디의 훌륭한 작품으로 손꼽히는 음악이 또 있어요. 바로 <La Stravaganza>인데요. 사치, 낭비를 뜻하는 <La Stravaganza>는 현악 협주곡 12곡을 엮어 둔 악곡집이에요. 당시 베네치아의 귀족에게 헌정된 곡인 만큼, 상류층의 호화로운 삶을 떠올릴 수 있는 음악이죠. 이 악곡집은 바이올린을 비롯한 현악기들의 웅장하고 현란한 곡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또, <조화의 영감>처럼 빨랐다가 느려지고, 다시 빨라지는 곡의 속도감이 넘치는 화려함과 긴장감을 선사한다고.


👻: 귀족에게 헌정된 곡부터 대중의 일상과 함께한 곡까지, 비발디의 음악은 시대를 초월해서 정말 다양하게 쓰여왔군령!

플롯 TMI 💎
아이들의 꿈으로 재탄생한 비발디의 음악

한국 작가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 이 작가의 신작 <여름이 온다>가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수지 작가는 그림책의 챕터를 3악장으로 나누어, 각기 다른 기법으로 여름을 묘사했는데요. 책의 표지에는 <여름>을 들으며 그림책을 읽을 수 있도록 QR코드가 첨부되어 있다고 해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아동문학에 지속적으로 기여한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


👻: 자연을 음악으로 묘사한 비발디와 그런 비발디의 음악을 다시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을 온라인 전시 영상으로 즐겨보세령!
▲ <여름이 온다> 온라인 전시 영상, 출처: Albus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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