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대통령의 고소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중앙일보 기자가 대통령 모욕 혐의로 고소당했던 김정식씨를 만나 그동안 겪은 일을 소상히 들었습니다. 
대통령의 고소, 좀스러운 것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 모욕 혐의로 고소당했던 김정식씨. [중앙포토]
  고3 때였습니다. 그날 첫 수업이 국어였는데 선생님의 지각으로 자습을 했습니다. 그 선생님으로부터 얼마 뒤 왜 학교에 늦었는지를 들었습니다. “내가 친구들이랑 술집에 있었는데, 딱 봐도 정보기관원처럼 생긴 사람들이 옆자리에 있는 거야. 일부러 큰 소리로 ‘내가 전두환 벌벌 떨게 할 수 있는 사람이야’라고 말했어. 그들이 신고를 했는지 조금 지나서 경찰이 와서 나를 끌고 갔어.” 시민들이 기관원처럼 보이는(짧은 머리에 검정 양복) 사람들을 경계하면서 속으로는 반감을 갖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선생님은 논술 TV 강의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분이었습니다. 그때가 1985년이었고, 선생님은 수업시간에도 자주 호기롭게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비꼬는 농담을 했습니다. 그때마다 누가 집에 가서 이 얘기를 전해서 문제가 되면 어떻게 하나, 라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게 학생들이 투철하게 ‘의식화’가 돼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선생님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경찰서로 잡혀갔는데 ‘니가 뭔데 대통령을 벌벌 떨게 한다는 거냐’고 계속 묻길래 ‘나, 청와대 보일러실 직원이다. 내가 보일러 확 끄면 다 떨게 된다’고 그랬지. 그랬더니 위에 보고하느라 정신이 없더라구. 청와대에 물어봤는지 조금 있다가 ‘왜 거짓말 하느냐'고 소리를 지르며 때리려고 하더라. 일이 너무 커지는 것 같아 학교 선생님이라고 실토했더니 유치장에 넣고서 아침에야 풀어줬어. 그래서 학교에 늦은 거야. 미안하다. 하하.” 

 선생님이 처벌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국가원수 모독죄, 유언비어 유포죄, 이런 게 있었지만 벌벌 떨게 할 수 있다는 게 모독이라 하기에도, 유언비어 유포라고 하기에도 좀 그럴 것 같습니다. 그냥 거짓말한 죄죠. 술자리에서 친구들에게 거짓말했다고 벌을 줄 수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1990년대 중반에 영국에서 TV 정치 풍자 인형극을 봤습니다. 전직 총리 마거릿 대처 인형은 마귀 할멈 모양이었고, 현직 총리 존 메이저 인형은 그 마녀의 시종 모습이었습니다. 하숙집 주인 부부는 큰소리를 내며 웃는데 저는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에 계속 불편했습니다. ‘불경죄 의식’이 제 마음속에 똬리를 틀고 있었습니다. 독재는 사람을 그렇게 만듭니다. 

 노태우ㆍ김영삼ㆍ김대중ㆍ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국가원수 모독’이라는 개념 자체가 과거 유물이 됐습니다. 대통령을 ‘X박이’ ‘X그네’라고 칭해도 잡혀가지 않는 나라가 됐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비방하는 전단을 뿌린 사람을 모욕죄로 고소해 하마터면 그가 기소될 뻔했습니다.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뒤늦게 고소를 취소했지만 착잡함, 서글픔, 안타까움이 뒤섞인 감정을 안긴 일입니다. 대통령이 ‘좀스럽고 민망한’ 행동을 했다고 언론이 지적하는데요, 저는 단순히 신중하지 못한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 그리고 그것을 지탱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신념과 철학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문 대통령이 고소했던 김정식(34)씨를 중앙일보 기자가 만났습니다. 그는 그동안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하던 사업을 접어야 했고, 스트레스 때문에 원형 탈모 증상까지 겪었다고 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시죠.
더 모닝's Pick
1. 돈으로 청년 유혹하는 정치
 정세균 전 총리는 사회초년생에게 1억원을 주는 정책을 설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낙연 전 총리는 군 복무를 마치고 사회로 복귀할 때 3000만원을 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학에 가지 않은 청년들에게 여행 비용으로 1000만원을 주자고 합니다. 그럴 듯하지만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면 다 문제가 많은 발상입니다. 선거용 사탕발림이라는 생각도 떨칠 수가 없습니다. 😕
2. 변호사 소개 플랫폼 막아야 할까요?
 호사들의 홍보 창구인 온라인 플랫폼이 있습니다. 이용자들이 이를 보고 변호사를 골라 선임합니다. 변호사 단체에서 법으로 금지된 변호사 알선이라며 고발했는데 검찰이 알선이 아니라 홍보 대행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자 대한변협에서 이 플랫폼을 통해 홍보하는 변호사를 징계하려고 합니다. 변호사가 상업 자본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라고 하는데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 
3. “이건희 미술관을 우리 지역에…”
 일전에 이건희 미술관이 도시 하나를 살린다는 글을 이 뉴스레터에 썼는데요, 전국의 지자체들이 유치 경쟁에 나섰다고 합니다. 부산을 시작으로, 대구, 수원, 경남 의령군 등이 손을 들었습니다. 다들 나름의 연고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술계에서는 서울 도심에 국립 근대미술관을 지어 그곳에 전시하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결정 방법부터 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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