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이사가려는 마음 밑줄일기
-아침 출근길을 앞둔 당신에게 문득 찾아오는 사소한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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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년동안 살았던 집을 떠날 결심을 했습니다. 주말 내내 이사갈 동네를 답사다니느라 몸이 피곤해, 지난주 편지는 보내지 못했습니다.
지금 집은 두 번째 신혼집이지만 첫 내집마련을 했었기에 "이곳이야말로 첫 둥지다"라고 생각했던 곳입니다. 오년동안 잘 살았지만 이사하려니 겁이 나네요. 앞으로 수행해야 할 절차를 생각하면 골치가 아프더라고요. 그 절차는 아직 시작도 안했지만, 일단 정든 동네, 가까웠던 사람들과 멀어지려나 싶은 마음부터 띄워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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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지에 이사 올 때 속으로 빌었더랬다. 이 동네에서, 이 둥지에서 무럭무럭 자라서 잘 날아가야지. 이젠 진짜 날아가고싶은 때가 왔다.
평촌에서 살 만큼 살아서인지 다른 건 아쉽지 않으나, 옛 동료들과 거리가 멀어지는 건 좀 아쉽다. 생각해 보니 그들이 내 이웃이었다. 선뜻 집에 초대해 주고, 음식을 내어주고, 함께 출근하는 길에 나를 태워주고, 힘든 순간 맥주 한잔하자며 오고, 접선해서 과일만 나누고 헤어지고. 동네 친구 하나 없던 내가 그들과 뭉쳐서 행복하게 살았던 순간이 좋았다. 만약 떠나게 된다면, 그래도 나를 불러주면 반가운 마음으로 내려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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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문장
어딘가 뿌리를 내린 기분, 다신 허물지 않아도 된 집을 가진 느낌도 있다. 남한테 룸 투어를 시켜주거나 영상에 담아 자랑할 만큼 멋들어지진 않지만, 그래도 하얗고 깨끗한 집이다. 나는 종종 집을 둥지에 비유하곤 하는데, 집이 낮아서 가로수가 막고 있는지라 정말로 숲속에 둥지를 틀고 있는 기분이다. 우리 집은 3층이라 바깥 가로수들이 키가 비슷하게 있다. 오래된 나무 사이에 폭 파묻힌 새가 된 기분. 이 동네에서 무럭무럭 자라서 잘 날아가야지.
-출처: 소얀, 요절복통 내 집 마련 연대기(끝)
*첫 집 마련 후기를 썼던 2022년 당시는 하락장 시작이었는데요, 첫 집 마련 절차 서술 40%와 정신승리가 담긴 에세이 60%가 담긴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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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문장
오랜만에 이사를 준비하면서 나름의 해야 할 일들 목록을 정리했다(...) 동네 구석구석과 이런저런 나름의 작별인사를 나눠야했다. 그러고도 뭐가 그리 어색하고 허했는지, 이사를간 후에도 한동안 퇴근길에 옛 동네를 들러 이전의 퇴근 루트를 따라 들었다.(...) 이사를 간다고 말하는 순간 지금의 일상과 결별하는 마침표를 찍을 것 같았다.
*21년도 이사가는 마음을 다뤘던 편지에서 소개했던 문장입니다. 예전에 제 작별의식은 좋아했던 동네 양조장에서 맥주 한 캔 샀던 것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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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문장
우리는 지금 사는 동네에서 어떤 사람을 알고 있는가. 급할 때 연락할 이웃이 있는가. 자주 가는 가게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는가. 함께 무언가를 해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만약 아직 그런 사람이 없다면 우리는 지금부터 만들 수 있을까.
*사실 이렇게 사랑스러웠던 이웃들을 두고 떠나려니 새 동네에 뿌리내릴 수 있을지 겁도 납니다. 은평구에서는 동네를 기반으로 모인 은평시스터즈가 있는데요, 그들이 발간한 대도시의 동네생활자들 출판사 서평을 가져왔습니다. 이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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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문장
그런데 내게는 매일 마주치는 나무들이 있었다. 말을 나눌 수 없어도 같은 길에서 날마다 서로를 마주했다. ... 그렇지, 너도 나의 이웃이지. 너도 이 동네에서 나와 함께 늙어 가고 있지.
-내 이웃의 사지가 잘려 나갔다(목동퀴즈 @mokdongquiz)계정 중)
*인스타그램에 포토에세이를 올려주시는 목동퀴즈님의 문장입니다. 오랫동안 정들었던 수양버들이 문득 가지가 잘려 마음아픈 심정을 남긴 포토에세이입니다.
첫번째 문장에 말한 저희 집 바깥에 있는 가로수가 5년이 지나니 슬슬 창문을 뚫고 들어오려 하는데, 저는 차마 관리실에 이야기드릴 수 없었어요. 가지가 냉큼 잘릴까봐요. 생각해보면 제가 안녕을 고해야할 대상은 제가 사랑했던 공원 나무들과 집 앞 가로수길일 수도 있겠습니다. 목동퀴즈님이 사랑하셨던 수양버들이 다시 싹을 틔워주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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