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자연재해 #다양한대응 앞선 레터에서 국제적으로 이루어진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나 연대를 살펴보았지만,
솔직히 잘 와닿지 않는 분들 계시죠? 하지만 기후위기는 우리를 턱 끝까지 쫓아왔어요.
세계 곳곳에서 홍수와 가뭄, 산불 등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가 잦아지고 있고,
뮤지엄은 더 빈번하게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어요.
이번 주 먼뮤에서는 뮤지엄이 자연재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알아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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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 위기에 놓인 루브르와 리에벵 루브르 보존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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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에벵에 위치한 루브르 보존센터 ⓒRogers Stirk Harbour + Partn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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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루브르 박물관은 프랑스 파리에서 북쪽으로 약 190km 떨어진 리에벵(Liévin)에 루브르 보존센터(The Louvre Conservation Centre)를 설립했어요. 이 보존센터는 뮤지엄 소장품의 1/3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설립되었는데요, 루브르는 왜 190km나 떨어진 리에벵에 보존센터를 설립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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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2016년 2월로 돌아가 볼게요. 2016년 5월 말부터 6월 초에 걸쳐 유럽 지역에 집중호우가 발생했어요. 독일의 네카어 강(Neckar R.)을 시작으로 다뉴브 강(Danube R.), 라인 강(Rhein R.), 센 강(Seine R.)이 차례로 범람했어요. 2016년 6월 4일 센 강의 수위는 6.1m를 기록했는데, 통상 1~2m를 유지하는 센 강의 수위는 1982년 이후 34년 만에 6m를 넘었다고 해요. 이 홍수로 센 강변에 위치한 루브르는 지하에 보관하고 있던 소장품 3만 5천 점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상층으로 옮기기 위해 나흘간 휴관에 들어갔어요. 루브르가 이런 조치를 한 건 1993년 개보수 이후 처음이라고 해요. 며칠 뒤, 센 강의 수위는 내려가 루브르는 재개관하였지만, 이 사건은 루브르 보존센터를 세우는 계기가 되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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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루브르는 경찰 당국의 조언을 받아 2002년 홍수로부터 소장품을 보호하기 위한 PPCI(Plan de Protection Contre les Inondations, 홍수 보호 계획)을 세웠지만, 실제 홍수가 발생할 경우 10,000㎡에 달하는 지하에 보관하고 있는 소장품을 보호할 시간이 역부족하다는 사실을 실감했어요. 따라서 루브르는 소장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영구적인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고, 루브르궁 내외에 있는 소장품의 1/3을 보관할 루브르 보존센터를 세우기로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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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루브르 근처 센 강의 모습 ⓒEdward Berthelot via Getty Imag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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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루브르는 홍수로부터 안전할까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기후위기로 인해 프랑스 센 강의 범람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2018년에도 파리에 큰 홍수가 일어나 센 강의 수위가 5.8m까지 상승했고, 당시 루브르는 저층부의 이슬람 미술 전시관을 폐쇄했어요. 2020년 3월엔 센 강이 범람해 관람객 수를 제한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바로 작년인 2021년 2월에도 홍수가 일어나 센 강의 수위는 4.33m에 달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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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루브르는 2024년까지 25만 점의 소장품을 루브르 보존센터로 옮길 예정이에요. 루브르 보존센터는 단순히 홍수의 위험으로부터 소장품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뮤지엄 전문가, 학자, 문화재 수리 기술자를 위한 유럽 최대의 예술 연구 센터의 역할을 수행할 거라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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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 위기에 놓인 또 다른 뮤지엄, 스미소니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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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폭우로 물에 잠긴 스미소니언 뮤지엄 및 정부청사 ©National Mall Coali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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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로 인한 침수 위기는 미국의 스미소니언도 겪고 있어요. 2021년 11월 뉴욕타임스는 기후변화로 인해 스미소니언의 일부 건물들이 홍수로 물에 잠길 수도 있으며 이미 미국역사박물관(the American History Museum)은 침수되고 있다고 보도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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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의 링컨 기념관부터 서쪽의 미국 국회의사당까지 이어지는 야외공원인 내셔널 몰(the National Mall) 안에는 11개의 스미소니언 뮤지엄이 있어요. 스미소니언은 약 1억 5,500만 개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데, 이 중 약 2%만을 전시하고 나머지는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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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미소니언이 위치한 이곳은 한때 습지였던 곳으로,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포토맥 강(Potomac R.)의 수위가 높아지면 내셔널 몰의 일부가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해요. 또한 이 지역은 허리케인이나 토네이도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도 해요. 스미소니언의 경우 지하에 많은 유물을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그 피해가 클 것으로 보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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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스미소니언 재단에서 발표한 기후 변화 대응 계획(Climate Change Action Plan)에 따르면, 침수 발생시 소장품은 물론이고 수장고의 전기 및 환기 시스템까지 손상될 수 있어요. 스미소니언 재단의 17개 뮤지엄 중 미국역사박물관과 국립자연사박물관이 기후위기에 가장 크게 노출되어 있다고 해요. 미국 비영리단체인 Climate Central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도 상승할 경우 두 뮤지엄 주변의 일부가 만조 때 물에 잠긴다고 하는데, 지구의 평균 기온은 이미 1.1도 상승한 상태예요. 현재까지 홍수로 인한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은 적은 없지만, 스미소니언은 여러 대응책을 고안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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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축 예정인 Suitland Collections Center의 투시도 ©Smithsonian Founda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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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소니언은 역사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 소장품의 일부를 메릴랜드 교외로 옮기려고 해요. 2015년부터 메릴랜드주 수트랜드(Suitland, Md.)에 1억 6000만 달러 규모의 수장고를 확장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자금을 요청해왔어요. 이 프로젝트는 원래 2020년까지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2022년 3월 현재 아직 시작도 못 한 상태예요.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고 최고의 전문가로 구성된 스미소니언이 국가의 보물을 모래주머니만을 가지고 보호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어요. 다행히 스미소니언은 2022년 회계연도부터 Suitland Collections Center를 확장할 계획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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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대응을 선택한 호주국립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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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두 뮤지엄은 새로운 시설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했다면, 호주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of Australia, NMA)은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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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산불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나라예요. 호주의 산불시즌(bushfire season)은 호주 남부는 12월에서 5월, 북부는 5월에서 10월, 중부는 8월에서 3월까지 이어지는데, 거칠게 말하면 호주는 일 년 내내 산불시즌을 겪고 있어요. 언제 불이 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산불이 내리는 비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진화되었는데, 최근에는 날이 점점 더 건조해지면서 화재 진화가 어려워지고 오히려 산불이 더 커지는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2019년 9월에 일어나 2020년 2월 13일 진화된 2019/2020 산불은 호주와 남부와 동부를 휩쓸었는데, 이는 호주 역사상 가장 길고 파괴적인 산불이었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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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많은 호주의 뮤지엄이 소장품을 보호하기 위해 문을 닫았는데, 일부는 소장품의 훼손을 무릅쓰고 화재로 집과 생계를 잃은 사람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기 위해 문을 열었어요. NMA 또한 기후 피난민을 수용하기 위해 문을 열었어요. 화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NMA는 뮤지엄이 어떻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호주 곳곳을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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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퍼 가족과 번젠도어의 냉장고 ©National Museum of Australi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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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MA는 산불시즌동안 호주 사람들의 감정과 생각, 경험을 한데 모아 기록(documenting)하고자 했어요.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번젠도어의 냉장고인데요, 후퍼(Hooper) 가족이 소방관을 위한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채워 집 앞 도로에 설치한 냉장고예요. SNS를 통해 냉장고가 알려지면서 다음엔 지역주민이, 그다음엔 일부러 찾아온 다른 지역 사람들이 냉장고에 간식과 음료를 채워 넣었어요. 냉장고를 찾은 지역주민과 소방관들은 냉장고의 앞뒷면에 응원과 감사의 메시지를 남겼어요. 심지어 뉴사우스웨일즈주의 소방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퀸즐랜드주, 태즈메이니아주, 뉴질랜드, 캐나다, 미국 소방관의 흔적까지 남아있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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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가 진화된 뒤, 냉장고는 사라졌어요. 그런데 냉장고가 사라지자 냉장고의 행방을 묻는 문의가 빗발쳤다고 해요. 그래서 후퍼 가족은 소방서에 기증했고, 소방서는 NMA에 지역사회의 역사가 담긴 이 냉장고를 기증했어요. 그깟 냉장고 하나가 뭐가 중요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NMA는 번젠도어의 냉장고를 호주사람들의 친절과 공동체 정신의 상징이라고 보았어요. 또, 이 무시무시한 화재에 대한 물질적 기록을 남기는 동시에 호주 국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고, 사람들 사이에 어떤 상호작용이 있었는지를 후대에 전하는 것이 뮤지엄의 의무라고 말했어요. 냉장고가 뮤지엄에 도착한 날, 뮤지엄은 페이스북 그룹 Fridge Door Fire Stories를 만들어 사람들과 산불과 관련된 이야기, 사진, 비디오를 공유했어요. 이후 Fridge Door Fire Stories는 독립 플랫폼 Momentous: Sharing Bushfire and Pandemic Stories로 발전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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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NMA는 새로운 전시관을 열었어요. 바로 환경 역사 갤러리(gallery of environmental history)인데요, 뮤지엄은 호주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화재에 대해 깊게 다루고자 했어요. 사실 NMA는 1980년 개관 이래 지금까지 화재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고 있었는데, 이번 2019/2020 산불이 환경 역사 갤러리 개관에 큰 영향을 주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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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MA는 환경 역사 갤러리를 통해 호주의 산불을 지구온난화와 인류세의 맥락에서 해석하고, 호주사람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산불에 대한 경험을 기록하고자 해요. ‘번젠도어의 냉장고’와 같이 산불과 관련된 이야기가 담긴 물건들을 계속해서 수집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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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내의 많은 공동체와 함께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 순간을 기록, 수집, 공유하여 호주 사람들의 기억 속에 당시의 경험과 감정을 남기는 것, 이것이 바로 NMA가 자연재해에 대응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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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세 뮤지엄이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방법을 살펴보았어요. 루브르와 스미소니언은 새로운 건물을 만들거나, 기존의 건물을 증축하는 하드웨어적인 방법으로, 호주국립박물관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소프트웨어적인 방법으로 자연재해에 대응하고 있어요. 기후위기로부터 소장품과 지역사회를 지키기 위한 뮤지엄의 노력이 인상적이지 않나요? 세 뮤지엄 외에도 전 세계 곳곳의 많은 뮤지엄이 다양한 방법으로 자연재해에 대응하고 있어요. 그러나 단순히 현상에 대한 대응을 넘어 더욱 근본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죠. 다음 레터에서는 조금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뮤지엄의 움직임을 살펴볼게요. 다음 주 레터도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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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서영배(2010.01.19), 미국의 다락방 스미스소니언과 우리의 문화재청, 문화재사랑, 문화재청
・Christopher Flavelle(2021.11.25.), Saving History With Sandbags: Climate Change Threatens the Smithsonian, The New York Times
・George Main, Craig Middleton, Martha Sear, Libby Stewart(2020), Documenting Australia’s 2019/2020 bushfires, Museum Management and Curatorship, 35(6), 697-704
・Justin Worland(2016.06.10.), Climate Change Played a Role in Paris Floods, Report Says, TIME
・Ryan Waddoups(2021.02.10.), The Louvre Just Opened an Enormous Conservation Center, SURFACE
・Smithsonian Institution(2020.05), Suitland Collections Center Master Plan
・Smithsonian Institution(2021.08.13.), Climate Change Action Plan
・https://momentous.nma.gov.au/
・https://www.nationalmallcoalition.org/
・https://www.nma.gov.a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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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의 시작을 먼뮤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다음주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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