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네거티브 #대한항공 #사우디
2022.11.18 (금)

이틀 전(16일) 정부가 ‘금산분리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다시 한번 금융시장이 시끄러워졌어요. 우리나라에 이 제도가 도입된 지는 60년이 넘었는데요. 그동안 제도에 대한 격렬한 찬반 논쟁이 이어져 왔고 법 자체도 여러 차례 수정돼왔죠.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제도를 갈아엎는 방안까지 검토해 보겠다’라고 예고한 거예요. 심지어 정부는 이번 개선을 통해 금융계의 BTS(방탄소년단)를 만들겠다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목표까지 제시했죠. 이 소식을 듣고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려를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아요.


금산분리에서 ‘금’‘산’은 각각 금융산업을 의미해요. 금융은 은행이나 보험사 같은 금융회사들이고, 산업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등 금융 산업을 제외한 모든 산업의 회사들을 뜻하죠. 금산분리는 금융 회사와 그 외 산업군의 회사가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는 걸 금지하는 원칙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만약 대기업이 원한다 해도 삼성은행이나 SK은행, LG은행 등이 만들어질 수 없는 것도 금산분리 규제 때문이죠. 금융 산업의 핵심인 은행에 집중한 ‘은산분리’라는 표현도 있어요.

둘을 떼어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

그렇다면 왜 은행 같은 금융회사와 일반 회사가 서로 소유하거나 지배하면 안 된다는 걸까요? 대표적인 금융회사인 은행을 예로 들어볼게요. 은행은 금융 시장에서 아주 특별하고 중요한 존재예요. 기업이나 개인 등이 맡긴 돈을 보관해 주잖아요. 그리고 이 돈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빌려주고요. 돈이 적재적소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이 과정에서 은행은 예금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자보다 대출자로부터의 이자를 비싸게 받아 돈을 벌고요.

은행은 예금을 받아두기 때문에 많은 돈을 굴려요. 은행 자체의 재산에 비해 훨씬 많은 돈이죠. 그리고 이렇게 많은 돈을 대출해줄지 말지도 결정하고요. 은행은 아무한테나 대출해주지 않아요. 나중에 돈을 갚을만한 능력이 있는 회사, 혹은 개인인지를 꼼꼼하게 따져보죠.


이러니 기업들은 은행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요. 기업을 경영하기 위해선 항상 돈이 필요하니까요. 직원들 월급은 당연히 줘야 하고, 갑자기 회사가 경영난을 겪거나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도 돈이 필수죠. 회사가 벌어들이는 돈으로 이를 충당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부족한 경우도 많고요. 이쯤 되면 큰 기업들 입장에선 ‘수중에 은행 하나를 두면 대출받기가 훨씬 편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죠.

만약 실제로 기업 하나가 은행을 직접 차리거나 인수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면 이 은행이 굴리는 막대한 돈에 눈이 가겠죠. 압력을 행사해 깐깐한 대출 심사 없이 많은 돈을 빌려 쓸 수도 있고, 다른 계열사돈을 빌려주라고 요구할지도 모르는 거예요.


물론 이렇게 빌린 돈으로 여기저기 투자하고 사업을 확대해서 성공하면 모두가 행복하겠지만, 만약 실패하면 문제가 생기겠죠. 이 은행을 믿고 많은 돈을 예금한 다른 기업이나 개인은 맡긴 돈을 대부분 잃을 수도 있는 거고요. 내 돈으로 망하면 나만 손해지만, 남의 돈으로 망하면 그 피해가 어디까지 퍼질지 예측하기 힘들어요. 최악의 경우엔 금융시장 전반에 큰 혼란이 퍼질지도 모르는 거죠.


반대의 경우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은행이 ‘우리도 다른 사업 좀 해보자’라고 하면서 회사를 하나 차리거나 인수하는 경우예요.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은행은 기업에 많은 돈을 빌려주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가 어렵겠죠. 이 회사가 사업에 실패하면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거고요.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게 바로 금산분리 제도예요. 우리나라에선 일반 회사가 은행 지분을 4% 넘게 소유하는 게 법으로 금지돼 있어요(일반 회사가 은행 외의 금융사 지분을 보유하는 건 가능해요). 반대로 은행이나 보험사 같은 금융회사는 일반 회사 지분을 15% 넘게 소유할 수 없죠. 또 금융회사는 금융업과 관계없는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제한돼요.

예외는 없어?

일부 예외도 존재해요. 신한은행은 ‘땡겨요’라는 배달 앱을 운영 중이고, KB국민은행은 알뜰폰 사업을 하죠. 하지만 이런 사업들은 정부의 별도 심사를 통과해야만 시작할 수 있어요. 사업을 시작한 뒤에도 2년마다 다시 심사받아야 하고요.


금융사가 비금융 사업에 진출하는 건 제약이 많지만, 반대로 비금융 기업이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은 최근에 크게 확대됐어요. 특히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연달아 은행 사업을 시작했죠. 카카오뱅크토스뱅크가 대표적인 사례예요. 결정적인 계기는 2019년 ‘인터넷 전문은행 특별법’의 시행인데요. 이 법은 오프라인 점포 없이 온라인으로만 영업하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서는 일반 기업도 최대 34%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죠. 34%면 경영권을 확보하기엔 충분한 수준이에요. 실제 카카오뱅크의 최대 주주는 카카오고, 토스뱅크의 최대 주주는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예요.

이러니 은행들은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는 거예요. 일반 기업들이 인터넷 전문은행을 만드는 건 허용됐는데, 은행이 다른 사업에 진출하는 데엔 제약이 많으니까요. 은행 외의 금융회사들도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고 싶어 하고요. 또 한국의 금산분리 제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규제 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거든요.


창의력 한번 발휘해봐!

결국 정부는 이런 불만을 받아들여 규제를 좀 풀어주겠다고 결심한 거예요. 은행 같은 금융회사가 다른 산업에 진출하도록 허용해 줄 테니, 한번 창의력을 발휘해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아 보라고 기회를 준 거죠. 요즘 전 세계적으로 IT와 금융 서비스를 결합한 회사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주목받고 있기도 하고요.


지난 7월에 취임한 금융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금산분리 규제를 풀겠다는 계획을 밝혔어요. 요즘 높으신 분들의 단골 멘트인 ‘○○계의 BTS를 만들겠다’도 빠지지 않았는데요. 그는 “금융규제 혁신의 목표는 우리 금융산업에서도 BTS와 같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죠.

그럼 이제 ‘삼성은행’ 생길 수도 있는 거야?

그건 아니에요. 이번에 정부가 언급한 제도 개선은 금융회사가 다른 산업으로 진출하는 걸 좀 풀어주겠다는 뜻이거든요. 은행 등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의 주식을 15% 넘게 보유하는 걸 허용하고, 다른 사업에 진출하는 것도 보다 용이해지도록 만든다는 거죠. 일반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이 아닌 일반 은행 지분을 4% 초과해 보유하는 건 앞으로도 계속 금지될 것으로 보여요.

이래도 괜찮은 거야?

정부 발표를 보고 우려를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요. 앞서 말한 문제점들에 더해, 은행의 규모가 커지면서 새로운 위험 요소도 추가됐다는 주장이죠. 은행이 굴리는 돈이 증가하면서 은행이 돈을 빌려준 기업의 숫자도 늘어났거든요. 은행이 대출 심사를 하면서 기업들의 다양한 정보를 취득했을 텐데, 이런 은행이 특정 회사의 소유가 되면 공정한 경쟁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에요. 또 대형 금융회사들이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골목상권을 침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와요. 막대한 돈을 굴리는 은행이 마음먹고 사업을 확장하면 경쟁사들이 견제하기가 쉽지는 않을 테니까요.

다만 정부는 이미 안전장치가 충분히 만들어졌기 때문에 괜찮다는 입장이에요. 은행이나 보험회사가 특정 회사에 과도하게 자금을 지원하는 걸 금지하는 법이 만들어졌거든요. 또 모든 규제를 다 풀어주지 않을 수도 있대요. 정부가 제시한 개선 방안은 세 가지예요.


현행 금산분리 규제는 ‘금융 회사와 비금융 회사가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는 걸 금지한다’는 원칙 아래 일부 사항만 허용하는 *포지티브(Positive) 규제인데요. 첫 번째 방안은 이 원칙을 유지하면서 허용되는 사항만 늘려주는 방법이에요. 다만 원칙적으로 모든 걸 허용하면서 일부 사항만 금지하는 *네거티브(Negative) 규제로 바꾸는 것도 검토 중이래요. 사안별로 이 둘을 적당히 섞는 방법도 있고요.


정부는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들어보고, 여러 부처가 모이는 회의를 거쳐 내년 초에 개선 방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인데요. 과연 60년 된 ‘뜨거운 감자’ 금산분리 제도를 모두가 만족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네요.

★ 3줄 요약 ★
정부가 도입된 지 60년이 넘은 금산분리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힘. 금산분리는 금융 회사와 비금융 회사가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는 걸 금지하는 원칙임. 돈이 적재적소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은행을 일반 회사가 소유하면 부작용이 크기 때문.

만약 일반 회사가 은행을 인수한 뒤 압력을 행사해 과도한 대출을 받은 뒤 사업에 실패하면, 은행을 믿고 돈을 맡긴 기업이나 개인은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음. 반대의 경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음.

하지만 최근에 IT 기업들이 연달아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면서 은행 등 금융회사들의 불만도 커졌고, 결국 정부가 금산분리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음. 다만 은행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거라는 우려도 나옴.

국민 절반 “결혼 꼭 안 해도 돼”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우리 국민은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어요. 통계청이 지난 16일 발표한 2022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중은 50%로 딱 절반 수준이었어요. 이 수치는 2년 전 조사보다 1.2%포인트 감소했어요. ‘결혼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답변은 43.2%, ‘결혼하지 말아야 한다’가 3.6%로 집계됐대요. 국민 절반 가까이는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미혼 답변자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결혼자금이 부족해서(28.7%)’였어요. ‘고용상태가 불안정해서(14.6%)’가 뒤를 이었어요. 결혼 여부에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에요.

 

아파트값 또 역대 최대 폭 하락

전국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이어가며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어요.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46% 하락했어요. 지난주에는 0.38% 하락해서 ‘주 단위 최대폭 하락’을 기록했는데, 일주일 만에 이 기록을 경신한 거예요. 전국 아파트값 역시 역대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어요.

 

최근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우리 국민 10명 중 6명은 내년에도 집값이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R114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17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4%는 내년 상반기에 주택 가격이 더 하락할 거라고 예상했대요.

 

대한항공-아시아나, 한 식구 될 수 있을까요

미국과 영국 정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두고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두 기업의 합병이 성사될 수 있을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앞서 대한항공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한 식구가 되겠다고 발표했고,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하기 위해 다른 주요국 정부의 허락을 받고 있었어요. 두 기업의 인수·합병이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거치는 절차예요. 이런 과정을 기업 결합 심사라고 불러요.

 

그런데 지난 15일 영국 정부가 ‘두 회사를 합치면 항공권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며 승인을 미루겠다고 밝혔고, 미국 정부가 17일에 ‘시간을 두고 추가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어요. 미국은 원래 이날 최종 심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한을 미뤘어요. 이번 결정으로 두 회사의 합병 성사 여부는 예상이 어렵게 됐어요.


한국 기업이 합병하는데 미국 허락을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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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찾아 대통령·기업가들 만난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가 어제(17일)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을 만났어요. 빈살만 왕세자는 재산이 약 2조 달러(약 270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고 부자로 알려져 있는 만큼, 3년 만에 한국을 찾는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렸죠. 그는 먼저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과 만나 점심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눴어요. 에너지·방위산업·건설 등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대요. 양국 정부는 이날 ‘한·사우디 투자포럼’을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양국이 맺은 투자 협약만 총 300억 달러(약 40조원) 규모에 달해요.


빈살만 왕세자는 오후에 자리를 옮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등 국내 대기업 총수 8명과 만났어요. 향후 사우디 경제를 위해 한국 기업과 협력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어요.

*네거티브 규제? 포지티브 규제?

경제 관련 뉴스를 보다 보면 종종 ‘네거티브(Negative) 규제’‘포지티브(Positive) 규제’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요. 단어만 놓고 보면 왠지 포지티브 규제가 네거티브 규제보다 허용하는 게 많을 것 같지만, 사실 의미는 그 반대예요.


포지티브 규제는 한마디로 ‘다 안 되는데 일부만 허용해 줄게’라는 뜻이에요.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규제하거나 금지되지 않는 사항을 나열하는 규제 방식이죠. 그래서 열거주의 방식이라고도 불러요.


네거티브 규제의 의미는 그 반대예요. ‘일부만 안 되고 나머지는 다 허용해 줄게’라는 뜻이죠.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규제하거나 금지되는 사항만 나열하는 규제 방식이에요. 이를 포괄주의 방식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우리나라 법에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이 더 많다고 해요. 교통 법규를 예로 들면 한국에선 유(U)턴을 할 수 있다고 허용된 곳에서만 유턴이 가능하죠. 반면 주로 네거티브 규제 방식의 교통 법규를 사용하는 미국에선 유턴 금지가 명시된 곳을 제외하고는 모든 곳에서 유턴이 가능하대요.


한국에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기업이나 단체는 ‘일부만 허용되는’ 포지티브 규제를 ‘일부만 금지되는’ 네거티브 규제로 바꿀 것을 주장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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