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맘이 끌리는 문장엔 이유가 있었지
밑줄일기
-아침 출근길을 앞둔 당신에게 문득 찾아오는 사소한 편지
#082. 그냥 눈에 띈 문장은 없다
 슬프게도 쓰고싶은 글은 마무리가 안 된 채 주말이 지나버려 스스로에게 화가 났습니다.
 그냥 눈에 띈 문장이라도 보내드려야겠다 싶어서 편집하다보니, 짧은 글이라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냥 눈에 띈 문장은 없나봅니다.  보통은 글에서 출발해 문장을 모으는데, 반대로 문장에서 시작한 글을 소개합니다.
 그냥 눈에 띈 문장들이라 생각했는데, 그 문장들을 편집하면서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니, 그러자 내가 쓰고싶은 글이 모습을 드러냈다. 더부룩한 날에는 샐러드가, 추운 날에는 따끈한 쌀국수가 땡기듯 지금 내가 끌리는 문장이 내가 지향하는 문장이었다. 나는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음에도, 그럼에도 오늘 하루를 그럭저럭 좋아하고 싶다고 생각했나보다.

  오늘 산책길을 생각해본다. 물가의 버드나무와 하늘에 걸린 양털 구름이 예뻤고, 저녁에 본 달은 크고 아름다웠다. 잃어버린 걸 그리워하며 오늘 하루는 그래도 참 맑고 아름답구나 생각했었다. 마무리하지 못했던 일들은 아쉽고 안달났으며 집을 잘 보여줘서 안도했었다. 어떤 건 그럭저럭 해냈지만 어떤 건 잼병이었다. 그러니 오늘 좋았던 건 좋았다고 생각해야지.
이번주 밑줄
첫 번째 문장

안고 있는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 이번 일요일은 근사하다.

-출처: 마스다 미리, 이제 아픈 구두는 신지 않는다

*책 독후감의 문장을 보다 끌린 문장입니다. 오늘 하늘에 양털 구름이 참 예뻤습니다. 아마 저는 잃어버린 걸 그리워하면서 내심 오늘 하늘은 그래도 맑구나, 생각하고 있나 봅니다.

두 번째 문장

나는 이것이 회복이라 생각했다. 어떤 영역에서는 앞으로 나아가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뒤로 미끄러지는 것, 이 문제에서는 개선되고 저 문제에서는 제자리걸음인 것.

-출처:  캐롤라인 냅, 명랑한 은둔자

*책을 진득하게 읽지는 못하고, 하루에 5분씩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읽게 만드는 냅의 에세이가 참 좋습니다. 그럼요, 성장도 회복도 뒷걸음질치는 거란 생각이 드네요.
세 번째 문장

이제 인류의 삶은 오늘도 죽지 않았음, 이 아니라 오늘을 어떻게 살았음으로 바뀌었다. 개인의 풍요는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는 그 누구라도 하루치의 낭만과 여유를, 나에 대한 보상과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다.

*보상과 행복이란 단어가 소비랑 결부될 때가 많지만, 지금 보이는 것들에 감탄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 싶어요. 요즘들어 낭만보단 생존이란 단어가 익숙하게 들리지만, 하늘 한 번 보실 수 있는 시간이 있었길 바라요.
네 번째 문장

늘 넘어지는 돌부리가 뭔지 알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돌부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점점 더 촘촘하게 알아가고 있으니까요.

*정말 아름다운 글입니다. 계속 같은 말을 쓰더라도 계속 써야 할까, 고민하던 제가 오늘 편지를 힘내서 마무리할 수 있게 도와준 글입니다. 전문을 꼭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