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젠 이자이는 1858년, 벨기에 리에쥬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에게 바이올린을 배우며 음악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다른 음악가들과는 달리 어린 시절부터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고, 평생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의심했다고 해요😦

사실 이자이는 그 의심이 무색할 만큼 만능 엔터테이너였는데요. 브뤼셀 왕립음악학교에서 바이올린 교수를 지내고, 자신의 이름으로 현악사중주단을 만들기도 했을 정도였거든요. 심지어 지휘자로서의 능력도 탁월해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그를 감독으로 초빙하고자 했지만, 바이올린 연주에 열중해야 해서 거절했던 일화도 있습니다. 이렇게 연주자로서 커리어를 쌓아오던 이자이가 작곡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다름 아닌 건강 문제 때문이었어요😿 몇십 년간 지속된 왼손 통증과 당뇨 합병증이 악화되어 몸을 쓰는 연주가 어려워졌거든요.

✍🏻하나 더! 이자이가 죽은 이후, 그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자이 콩쿠르'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오이스트라흐를 첫번째 우승자로 배출하는 등 권위있는 콩쿠르로 우뚝 섰어요. 하지만,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주춤하게 되었고, 전쟁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재정비를 거쳐 재개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것이 바로 오늘날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랍니다.

25세부터 파리에 살면서 연주 활동을 펼친 이자이는 드뷔시, 프랑크, 생상 등 프랑스 음악가들과 자주 어울렸습니다. 그가 이처럼 다른 작곡가들과 교류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당시 기술 발전이 큰 몫을 했는데요. 유럽 전역이 기차로 연결되었고, 새롭게 열린 전신망과 정비된 우편망으로 빠른 원거리 소통이 가능해졌죠👍🏻 이로 인해 작곡가들이 서로 교류하는 일이 많아지자 자연스레 서로에게 음악을 선물하는 현상이 늘어났답니다. 

그중에서도 이자이는 인기 있는 헌정 대상이었어요. 프랑스에서 친하게 지내던 작곡가 드뷔시는 자신의 하나뿐인 현악사중주를, 생상은 그의 첫 번째 현악사중주를 헌정했고, 쇼송은 시곡을 헌정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세자르 프랑크는 이자이의 결혼 선물로 그 유명한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를 헌정하기도 했어요. 

이처럼 이자이는 곡을 많이 선물 받은 작곡가이지만, 동시에 많이 선물한 작곡가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곡 <6개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역시 당대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세기테, 티보, 에네스쿠, 크라이슬러, 크릭붐, 키로가, 이 6명에게 헌정되었는데요! 각각의 스타일에 맞추어 작곡되어서 이자이가 평소 동료 바이올리니스트들에 관해 가졌던 생각을 엿볼 수 있답니다✌🏻

그런데 왜 하필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일까요? 어느 날, 음악회에 간 이자이는 헝가리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시게티가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연주하는 장면을 보게 됩니다. 이 공연에서 큰 감명을 받은 이자이는 당장 <6개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작업에 착수했죠🤓 그래서 이 곡은 바하의 곡과 똑같이, 6개의 곡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당시 전설적인 6명의 바이올리니스트에게 헌정되었기 때문에 기교가 다양하게 드러나있기도 하고, 음악적으로 새로운 시도들이 나타나기도 해요. 

후기 낭만 사조로 분류되는 곡이지만 동시에 현대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곡, <6개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헌정 받은 작곡가에 관해 찾아본 후 음악을 들으면 더욱 와닿지 않을까 싶네요.

이번 뉴스레터의 테마, '헌정'에 걸맞는 공연을 하나 소개하고자 해요. 명실상부 이 시대 최고의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가 한국에 방문합니다. 이번 공연 프로그램에는 브리튼의 <첼로 소나타>와 피아졸라의 <르 그랑 탱고>가 수록되어 있어요. 이 두 곡은 모두 마이스키의 스승이었던 로스트로 포비치에게 헌정된 곡이고요.

스승이 헌정 받은 곡을 연주하다니, 미샤 마이스키 자신에게도 가슴 벅찬 시간이 될 것 같은데요. 심지어 이 공연은 딸 릴리 마이스키(피아니스트)와 함께해서 더욱 뜻깊은 것 같습니다👨‍👧 5월 1일, 이 부녀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감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