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주차 주간보고 드립니다 (vol. 25)

토요일이 추분이었습니다. 드디어 한낮의 바람에서도 가을이 느껴집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절기라는 추분을 지나 보냈으니, 이제부턴 매일 조금씩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겠군요. 길어지고 깊어진 밤을 보내며, 한 해의 끝자락을 향해 간다는 것을 실감할 것 같습니다.

퇴사원의 명절 계획

주말에는 부모님 댁에 다녀왔습니다. 올해 명절은 수풀집에서 보내야 할 것 같아 한 주 미리 다녀왔어요. 연휴 동안은 수풀집 곳곳을 보수하려 합니다.


수풀집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지도 벌써 4년 차가 되어갑니다. 집 곳곳에 손 봐야 할 곳이 꽤 생겼는데, 주말 이틀로는 늘 시간이 부족했어요. 이번 연휴 동안 저는 수풀집 안팎을 살피고, 보수가 필요한 곳은 직접 보수를 하려고 합니다. (프리랜서로 일한다지만, 클라이언트들이 모두 쉬는 명절 연휴가 아니면 저 또한 쉬기가 쉽지 않거든요) 일단 방부목 펜스에 오일스테인을 새로 칠하고, 대청마루에 니스를 덧바르는 작업부터 해야 할 것 같아요. 가을맞이 잔디 깎기도 해야 하고요.


올 추석은 퇴사원으로 맞는 첫 명절입니다.


작년 이맘때의 저는 회사원 김미리였으니까요. 온라인MD로 일하다 보니, 명절 전에는 배송마감 전후의 매출을 챙기고 연휴기간 업무 공백을 대비하느라 바빴던 기억이 납니다. 작년엔 주말을 포함해 4일뿐인 추석연휴였지만, 미래의 제가 하지 못할 업무를 당겨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연휴가 더 길었다면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연휴가 짧은 것이 못내 아쉬웠던 것도 떠오릅니다.


오랫동안 직장인으로 갖고 있던 명절에 대한 부담과 기대가 동시에 사라진 것을 느낍니다. 북적한 명절인사, 회사에서 보내주던 선물세트, 설레던 명절 상여금도 함께 사라지긴 했지만요. 그렇지만 저는 평소와 다르지 않은 이 조용함과 차분함이 마음에 듭니다.



제 명절 계획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풀집 보수 작업
명절음식 말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 해 먹기
고마운 분들께 고맙다고 인사메시지 보내기
쟁여둔 소설책 읽기 / 무빙 정주행
닌텐도 스위치로 동물의 숲 실컷 하기*
공휴일과 상관없이 마감일 지키기
(다시 꺼냈던) 여름 옷 정리하기
가을산 다녀오기


엄마가 만들어주신 밤송편을 먹으며 주간보고를 쓰고 있으니 슬며시 명절 느낌이 나네요. 정말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올해 명절은 퇴사원으로 보내는 첫 명절인만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구독자님들도 안온하고 안전한 추석연휴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닌텐도 스위치는 명절선물로 제가 저에게 사줬습니다. 스스로를 고용한 사람이니 명절선물도 스스로 줘야한다는 게임광(그것은 저죠...)의 주장에 굴복했습니다.

주간보고 요약
퇴사원이라 회장님도 못말리는, 진짜 tmi 파트
[지난주에 한 일]

✔︎ 식물보호산업기사 필기시험 응시
산업기사 시험을 봤습니다. 종목은 식물보호산업기사입니다. 귀찮 작가님께 수풀집 마당을 점령한 광대나물에 대해 이야기하고나서 (돌연) 시작된 일입니다. 갑작스레 마음먹은 일이고 올해 예정된 시험이 모두 마감된 터라, 빈자리 접수라는 추가접수 제도를 통해서 응시했는데요. 우여곡절이 많았던 자격증 시험의 자세한 이야기는 10월 1일, 계절편지에 담아 보내겠습니다.

✔︎ 도서관 강연 
강남 못골도서관에서 독자님들을 만났습니다. 직장인레벨업 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이라, 저와 비슷한 연령대의 독자님들을 만날거라 예상했어요. 그런데 저보다 삶의 길이가 길고, 깊이도 깊어 보이는 선생님들께서 많이 오셨더라고요.
특히 한 선생님이 기억에 남습니다. 하얀 옷을 입고 가운데 앉아 계셨는데요. 맑은 얼굴로 제 한 마디, 한 마디에 귀 기울이시며 2시간 내내 표정으로 제게 말을 걸고 계셨습니다.
그날 강연자는 저였지만, 오히려 제가 배운 것 같아요. 경청하는 법, 말하지 않으면서 소통하는 방법이요.
[이번주에 할 일]

✔︎ 10월 올레길 걷기 준비
순례길 걷기는 제 오랜 소망 중 하나입니다. 퇴사도 했고, 올해 다녀오면 어떨까 했는데요. 계약된 여러 일이 있어서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내년을 기약하며) 올해는 제주 올레길을 걷기로 대신하려 해요. 이번에 일주일 정도 걷고 오고, 다음번 제주에 가면 또 이어 걷는 식으로 계속해보려고요.
올레길에는 산티아고 순례길과는 또 다른 배움과 아름다움이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10월에는 올레길에서 퇴사원 주간보고를 보내게 될 수도 있겠네요.

✔︎ 9월 및 3분기 회고 + 10월 및 4분기 계획
남은 올해의 계획을 해야 하는 것 말고 하고 싶은 것 중심으로 고쳐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해야 하는 일들은 굳이 계획하지 않아도 어차피 하게 될 테니까요.

✔︎ 수풀집 보수
-  방부목 펜스 오일스테인 작업
-  대청마루 청소 및 니스 칠
-  뒷마당 돌담 정비
-  잔디 깎기
-  잡초... 박멸!
어젯밤에 도로를 달리며 멀리의 달을 바라봤습니다. 반달보다 조금 차오른 상태더라고요. 닷새 만에 통통하게 차 올라, 추석 당일엔 보름달이 될 테지요. 노란빛 보름달 아래서 안온한 추석 명절 보내세요.

2023년 9월
추석선물로 닌텐도 스위치를 받은
퇴사원 김미리 드림
  • 함께 읽고 싶은 사람이 떠오르신다면, 위 구독하기 링크를 공유해주세요.
  • 저작권은 김미리에게 있으며, 출처 표기 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merrymiry)
  • 매주 월요일 발행되며, 매주 화요일 브런치에도 게시됩니다.
  • 읽으신 후 답장을 보내주신다면, 기쁘게 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