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데미트 #하프 소나타

<Eye in Eye>, Edvard Munch ©️SFMOMA

어릴 적 처음 접한 현대음악 연주회는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였습니다. 그랜드 피아노를 손가락이 아닌 팔뚝으로 내려친다거나, 악기 없이 끼익 끼익- 소리를 담은 음원을 재생하던 장면은 기존 연주회 모습과 크게 다른, 생경한 모습이었죠😱 그러나 같은 현대음악이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형태의 음악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힌데미트의 "하프 소나타"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인데요. 현대 작곡가가 풀어낸 하프 음악이 궁금하다면 얼른 따라오세요!  

👨🏼 파울 힌데미트 (Paul Hindemith)

오늘날 음악을 전공한다고 하면, 생계를 걱정하는 분이 많아요. 안타깝지만 이는 일부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20세기 초 독일의 상황은 조금 달랐나 봐요. 화가 겸 페인트공이었던 힌데미트의 아버지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식들을 음악가로 키우고자 결심합니다. 이들 중 바이올린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힌데미트는 프랑크푸르트 음악원에 입학하게 되고, 이후 여러 현대음악을 접하며 자신만의 음악관을 만들어나갔어요.

힌데미트는 그 과정에서 여러 음악사조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중에서도 그를 대표하는 음악사조는 "신고전주의"가 아닐까 싶어요🧐 신고전주의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새로운 고전주의'라고 이해하면 쉬울 것 같은데요. 현대음악의 실험적인 성격에 반대하고 낭만, 고전, 바로크 혹은 그 이전의 음악을 지향하죠. 그래서 우리가 가진 현대음악의 이미지와는 달리 조성적이고 익숙하게 들립니다🎵 

이렇게 인기를 더해가던 힌데미트의 음악은 독일에 나치 정권이 들어선 이후 신독일 건설에 방해가 되는 음악이라며 탄압받았고, 결국 그는 터키, 스위스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했어요😢(여기에는 아내가 유대인이라는 점, 그리고 유대계 음악가와 친하게 지낸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힌데미트가 독일로 돌아온 것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라고 합니다. 

쇤베르크가 그린 자화상 ©️객석

힌데미트 VS 쇤베르크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힌데미트는 현대음악의 실험적인 면을 거부하고 실용적인 음악을 추구했습니다. 이런 힌데미트와 반대의 지점에 있었던 작곡가가 바로 아놀드 쇤베르크에요. 쇤베르크는 중세 이후 서양음악을 지배했던 조성 체계를 파괴한 작곡가인데요, 그의 음악은 종종 실험적이고 난해하다는 단어로 설명되죠😬 흥미로운 지점은 신고전주의에 관심을 두기 이전의 힌데미트 역시 쇤베르크와 유사한 성향을 띈 작곡가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1920년대 이후 낭만 이전의 전통적인 음악 양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신고전주의 작곡가로 방향을 잡게 되자 쇤베르크와 대척점에 서게 되었어요. 

👩🏻‍🎨 화가 마티스

<이젠하임 제단화>, 마티스 그뤼네발트©️리디아의 예술이야기

흔히 화가 마티스 하면 많은 분이 '앙리 마티스'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힌데미트가 오페라를 통해 나타내고자 했던 마티스는 앙리 마티스가 아닌 독일 화가 마티스 그뤼네발트였어요😛 르네상스 화풍의 정점을 찍은 마티스는 그가 살던 시대의 부조리에 맞서 가난한 자들의 편에 선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힌데미트는 그러한 마티스의 모습에 크게 감명받아 그의 생을 담은 오페라 <화가 마티스>를 작곡했어요.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힌데미트의 음악은 나치 정권에 의해 탄압받았고, 결국 <화가 마티스> 역시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됩니다💦 당대 최고의 지휘자 푸르트벵글러는 이러한 나치 정권의 주장에 크게 분노하며 자체적으로 <화가 마티스>를 연주하는가 하면 기자회견까지 열었는데요. 기자회견에서 푸르트뱅글러는 힌데미트야말로 신독일을 이끌어갈 작곡가라고 이야기했다고 해요. 푸르트뱅글러가 나치 정권에 우호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그가 얼마나 힌데미트를 높이 평가했는지 알 것 같네요! 

♣︎ 하프 소나타

©️clark art institute

의 곡인 "하프 소나타"는 그의 유일한 하프 곡으로, 힌데미트가 나치의 눈을 피해 스위스에서 머물 당시 작곡되었습니다. 하프는 초기 형태인 “리라”가 고대신화에도 등장할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녀 가장 오래된 악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그 존재와 음색만으로도 과거, 향수와 같은 신비로운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과거의 음악을 지향하는 신고전주의 작곡가 힌데미트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나 더! 이 곡의 3악장에는 "Lied(가곡)"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데요. ‘가곡'이라는 부제처럼 하프 악보임에도 시인 루드비히 크리스토프 하인리히 횔티의 시가 적혀있습니다. 독일 시인인 횔티는 그 저작이 슈베르트의 가곡에도 자주 인용될 정도로 작곡가들에게 사랑받는 시인이었어요😻 힌데미트는 횔티의 시 중 하프에 관한 언급이 등장하는 “Ihr Freunde, hänget”를 선택했습니다. 음악을 뒷받침해주는 텍스트 덕분에 연주자도 음악을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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