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맨 프럼 어스>의 스포일러는 줄거리를 조금 길게 듣게 된다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범위에 있어요. 다만 저 귤🍊의 경우, 아주 짧은 줄거리만 읽고 영화를 봐서일까요. 영화가 진행될수록 "아니! 이렇게 된다고?! 😮" 하고 조금 놀랐습니다. 디핑러 중에서도 저처럼 최소한의 정보만 알고 영화를 감상하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계실까 싶어, 본편에는 이야기를 싣지 않고 미루게 되었어요.

👍 영화 <맨 프럼 어스>

💬 사실 저는 2를 봤고 1은 후기로만 전해 들었습니다. ., 본 소감은 이 영화(가설) 이 진짜가 아닐까 성경과 각종 신화는 다 어차피 소설에 불과하고 어쩌고.. 였어요. 영화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영화 관련해서 논란들도 많았을 것 같은데 디핑에서 다뤄주면 재밌겠다고 생각해왔읍니다 ◠‿◠

리퀘를 주신 사연자분과는 달리, 디핑🍟에선 1편을 봤는데요. 큰 줄거리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1편의 내용도 결국 종교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관람객이 의심을 가지게 만드는 것이거든요.

<맨 프럼 어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학을 떠나는 한 교수(주인공)와 동료 교수들이 그의 집에서 작은 송별회를 가집니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던 차, 교수는 폭탄선언을 해요. 무려 본인이 14,000년 전 사람이라는 것이죠!😱 이에 동석해 있던 동료 교수들은 이런 저런 생각을 거듭하며, 각자의 전공에 기반한 질문을 던지면서 심도깊은 대화를 이어 나갑니다.

영화 제작 기술은 크게 발전했지만 CG 효과가 멋지다는 것 외에는 크게 볼 것이 없는 영화들이 있어요. 선명한 화질과 멋진 효과로 아쉬운 점들을 모두 가릴 순 없죠. 오히려 모든 것이 아날로그이던 20세기의 영화들, 별다른 장면 전환 없이 대화로만 씬을 이어 나가는 영화들이 훨씬 재밌을 때가 많아요. <맨 프럼 어스>도 그런 류의 영화였습니다. <맨 프럼 어스>의 구성과 전개란... 사실 주인공의 집 거실에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는 것이 끝입니다. 하지만 동료 교수들이 던지는 깊이있는 문제적 질문들에 주인공이 어떤 답을 할지, 관객인 우리는 저절로 그 대화에 몰입하게 된답니다.

<12명의 성난 사람들>은 12명의 배심원이 모여 한 소년의 살인 혐의에 대한 유무죄를 판단해 나가는 영화입니다. 모두가 유죄라고 외칠 때, 단 한 사람만이 소년의 무죄를 주장하며 11명의 사람들을 설득해 나가죠. <맨 프럼 어스>와 같이, '의심'을 기반으로 한 대화가 한 공간에서 다른 장소로의 장면 전환 없이 진행됩니다. 둘 중 한 작품을 재미있게 보신 분들이라면? 다른 한 작품도 도전해 보시기를 권해봅니다. 😉

14,000년을 살았다고 주장하는 주인공에게 동료 교수들이 던지는 질문 중에선, 그가 살아오면서 역사적인 인물들을 만나봤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그에 대해 자신은 부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고, 이후 유럽지역으로 돌아와 부처의 사상을 알리는 역할을 맡았었다고 대답해요. 그런데 분위기가 점점 이상해집니다. 부처를 만난 후 그가 했다는 행동들, 그가 만나 온 사람들이 마치... 예수의 일생 이야기처럼 들리는 거예요.

맞아요. 영화 속에서 그는 예수(였던 사람)입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존이라 소개했지만, 14,000년의 생애를 겪으며 예수가 되었으며, 물 위를 걷거나 죽은 자를 살린 적도 없다고 말합니다. 이전까지의 대담은 주인공의 발언을 반신반의하는 식의 장난스러운 분위기였지만, 예수가 언급되면서부터 영화 전반의 분위기가 점점 진지해져 갑니다. 그 중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동료는 결국 신성모독이라며 분노해 눈물을 보이기까지 하죠. 동료들이 주인공이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냐고 말 할 정도로 상황이 나빠져, 결국 자신이 심한 장난을 쳤다고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지막엔 나름의 반전 스토리가 있는데요. 이건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아요. 😉

처음 영화를 보면서 저는, 실제로 기독교가 부처-즉 불교에서 사상적으로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한 진위가 궁금했습니다. 영화가 성경과 기독교인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색채를 띠고 있기에, 이를 위해 불교 이야기를 픽션으로 가져온 것인지? 혹은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재해석인지? 등등의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이죠. 그 외에도 영화 속에 언급된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이 진짜인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다 끝나고 나니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결국 이거였어요.

서양에선 종교와 성경 없이는 '영웅'적인 이야기를 떠올리지 못하는 걸까요? 🤔... 겉보기엔 성경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영화들도 그 설정을 뜯어보면 성경 속 예수의 일대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경우가 많습니다. <맨 프럼 어스>가 바로 그런 영화죠. 다만, 영화를 비롯한 매체에서 그렇게나 많이 다루어지는 소재(?)임에도 어느정도 한정적인 접근으로 풀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에요. 아무래도 독실한 신자분들에게는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영화 속에도 '자네가 하는 말은 신성모독이야!' 하며 눈물을 터트리는 인물이 나오죠) 대부분의 2차 창작 스토리에서는 역사적 '영웅'으로서의 예수의 모습과 생애를 재해석하며 다시금 신성시하거나, 그 영웅을 21세기에 부활시켜 새로운 고행의 길을 걷게 하거나, 혹은 그를 평범한 '인간'으로 조명해내고 거기에서 무언가 우리가 생각할 점을 던져주는 식의 도식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선 비교적 새롭게 느껴지는 마지막 사례가, 오늘의 영화 <맨 프럼 어스>였고요!

이런 기시감을 느꼈던 영화 시리즈가 있는데요. 바로 <매트릭스>입니다. 워낙 잘 알려진 영화라 오히려 뜬금없다고 느끼실 분도 계실 듯. 사실, <매트릭스>는 영화 속 다양한 공간의 이름들을 성경에서 따온 것으로 유명해요. (자세한 것은 별도의 해석을 찾아보시길!) 거기까진 오케이. 👌 철학적 설정을 종교에서 가져올 수 있죠. 하지만 시리즈의 3편은 너무 대놓고 주인공이 예수의 삶을 따라가고 있어,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할리우드 얘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또 성경 이야기 하네...😷 싶은 반감이 살짝 들기도 했습니다.

인류의 문화는 종교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동양의 영화 중에서도 종교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많죠. 하지만 그 중 <매트릭스> 정도의 성공작이 이처럼 대놓고 종교인의 모습, 종교의 서사를 은유한 적이 있나 싶어요. <맨 프럼 어스>처럼 종교 자체에 대해 논쟁거리를 던지는 문제적인(?) 작품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요. 글을 쓰고 있는 저 귤🍊 또한 종교에 관심이 많아, 영화 속에 종교 철학을 녹인 작품들을 좋아합니다. 다만 저는...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할리우드 이 자식들 예수님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 싶은 거죠.😷 가끔은 영화를 비롯한 서양 대중매체들이 그럴싸한 2차 창작을 위해 성경을 일종의 설정집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어요. 킹리적 갓심이랄까요... 👀...

이런 서양 문화권의 흐름, 저만의 착각인 걸까요? 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최악의 영화를 이야기하는 게 새롭기도 하고, 사연들이 다 주옥 같아서 재밌었어요!!! 종종 해주세요 히히
• 뉴스레터를 보면서 문득 기억 저 편에 묻어뒀던 영화 <역모: 반란의 시대>가 떠올라 늦게나마 사연을 공유해봅니다. 당시 정해인 배우가 뜨기 전이라, 코앞에 정해인 배우를 두고 같이 간 후배한테 '그래서 정해인이 누구야?'라고 귓속말로 물어본 기억이 있네요... (추후에 지면이 허락하면 전문을 소개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