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만쥬입니다. 오늘의 오프닝 편지는 흠터레터 크루에게 전하고 싶어요. 아직 다섯 번째 편지이지만 흠터레터 크루들은 벌써 콘텐츠에 대해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이 느껴져요. 흠터레터를 처음 시작할 때는 분명 ‘대충하자!’고 외쳤는데 내용은 회를 거듭할수록 내용이 길어져서 1000자를 채우기도 하고요. 물론 저 역시도 더 재밌고 알찬 내용을 전하고 싶어서 고민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매번 재밌고 흥미롭겠어요? 크루들에게 이렇게 일찍 초심으로 돌아가지는 말을 전하게 될 줄 몰랐네요. 물론 초심으로 돌아가지는 말은 보통은 더 열심히 하자는 말로 쓰이지만요. 저는 뭐든지 설렁설렁해야 오래 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래야 재미도 오래 가지요. 다시 한번 외치겠습니다. 우리 대충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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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흠터레터는?
죠리퐁의 출근송 / 레드벨벳 - Day 1
전사빠의 바다 건너 최애 / Jonas Kaufmann - 어둠 속에 드리우는 목소리
박만쥬의 자랑합니다, 제가 한 건 아니지만. / 일본의 힐링 유튜브 채널
윤만세의 완전진짜너무진심 / 아름다운 것들은 관심을 바라지 않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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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대로라면 이번 출근송은 레드벨벳의 콘서트 후기여야 했습니다. 3월 21일 컴백 전주에 예정되었던 콘서트는 멤버들의 코로나 단체 확진으로 잠정 연기되었습니다. 저 또한 가족이 확진돼 수동감시자가 되었습니다. 재택근무를 더 해 행동반경을 대폭 줄였더니 오늘의 걸음은 1000보 남짓이네요. 일주일간 출근 루틴은 이렇습니다. 아침 8시 50분에 간신히 일어나 59분쯤 아슬아슬하게 원격 PC에 접속합니다. 출근 로그가 찍힌 걸 확인하면 스마트 스피커에 대고 심혈을 기울여 또박또박하게 말합니다. “오케이 구글, 레드벨벳 노래 랜덤으로 틀어줘.”
코로나 3년 차, 슬슬 오프라인 공연들이 재개 중입니다. 거리 두기 좌석, 함성 대신 손뼉 응원, 온라인 생중계 병행은 이제 익숙합니다. 코로나 이후에 데뷔한 아이돌들은 팬들을 실제로 만난 적이 없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코로나 시국에 맞춰 영상통화 팬 사인회, 온라인 콘서트, 다양해진 팬덤 플랫폼 등 여러 대책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오프(오프라인 대면)는 이길 수 없는 것 같아요. 오프 중 최고는 단독 콘서트겠죠? 자신들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커다란 공간을 채우고 천둥 같은 함성이 족족 터지는 데에 감격하던 무대 위 모습들이 기억납니다. 락페스티벌이나 합동 콘서트와는 다른, 단독 콘서트 특유의 고양감과 일체감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그리워요.
콘서트의 묘미는 음원만 있는 수록곡들에 안무와 의상, 무대 연출들이 입혀지는 재미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번 호의 출근송은 레드벨벳의 정규 1집 수록곡인 ‘Day 1’입니다. 제가 레드벨벳 플레이리스트를 짠다면 이 곡의 섬네일은 <카드캡터 체리>의 체리와 샤오랑이 얼굴을 붉히는 장면으로 쓰고 싶어요. 인생을 절반으로 포개도 '맨 처음 교복을 입던 날'의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이 노래가 재생되면 저는 투니버스 애청자 시절로 회귀합니다. 비밀 많은 고등학생 둘의 연애를 그린 <그 남자 그 여자>(KBS 방영명 <비밀일기>) 방영 시간을 6공 다이어리에 메모해두던 날들이었죠. '오늘부터 1일'의 두근거림을 담은 이 노래가 여러분 안의 투니버스 키드를 일깨우길 바랄게요.
마침 ‘Day 1’은 2번째 콘서트의 앵콜곡이었네요. 가까운 시일 안에 꼭 콘서트 후기를 남기고 싶어요. 레드벨벳 멤버들의 빠른 쾌차와 이번 활동도 무사히 끝내길 바라며 출근송 코너를 닫겠습니다. 모두들 무엇보다 건강을 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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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as Kaufmann - 어둠 속에 드리우는 목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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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를 듣는 것에 개인적으로 가장 부담스러웠던 점은 의외로 폭발적 성량. 오페라 가수들의 웅장한 성악이 경이롭긴 하지만 마음 깊숙이까지 닿아오지 않는 경향이 제게 있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파바로티의 노래를 들으면 이건 타고난 어떤 경지, 인간계가 아닌 천상계의 노래처럼 멀게만 느껴졌거든요.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무도 잠들지 말라(Nessun dorma)>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 곡이에요. 신비로운 이야기와 황홀한 선율, 누구나 매혹될만한 이 곡은 칼라프 왕자가 자신의 사랑이 공주의 마음을 녹이고 결국 승리하리라 부르는 노래입니다. 그의 음색을 들으면 사랑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역경을 딛는 그림이 그려져요. 묘하죠? 음색만으로 그런 것을 전달하다니. 그는 거창한 폐와 강철같은 성대를 타고 나진 않았지만, 상응하는 열정으로 지금의 소리를 이뤄냈다고 느껴지기에. ‘파바로티’나 ‘플라시도 도밍고’의 <Nessun dorma>와 비교해도 전 무조건 ‘요나스’의 버전을 고르겠어요.
어딘가 모르게 어둡고, 그 어둠마저 뚫고 나오는 강렬한 열정. ‘요나스 카우프만’의 칼라프 왕자는 백마가 아닌 흑마를 타고 나타날 것만 같은 느낌이에요. 물론 흑발에 검은 눈의 왕자님.
그런 어둠의 왕자님이 결국 나의 사랑을 쟁취하리라 저 너머에서 우렁차게 외치고 있다는 상상을 하며 노래를 듣다 보면, 가슴이 벅차오르고 황홀경에 빠져, 그만 나도 모르게 왕자에게 나의 사랑을 열번이고 백번이고 맹세하고픈 지경이 되죠.
네 맞습니다. 저 이러고 놀아요···. 길티 플레저. 하지만 저뿐 아니라 그의 어둡고 유혹적인 음색에 결국 여러분도 굴복할 거예요. 어느새 투란도트가 되어있는 자신을 보며 놀라지 마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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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일본 힐링 영화를 좋아했습니다. 이제는 많은 사람이 익히 알고 있는 <카모메 식당>을 비롯해 <달팽이 식당>, <해피 해피 브레드> 같은 영화들이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장면이 중요하게 연출됩니다. 그 영화들을 보며 내가 원하는 삶의 지향점도 알 수 있었습니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삶이죠.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조용한 마을의 작은 마당이 있는 집에 살면서 갈등이라고는 삼시 세끼 밥에 대한 고민뿐인 그런 삶이요. 현실은 시간에 쫓기는 빡빡한 삶일지라도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저도 온몸에 힘을 빼고 느긋해질 수 있었죠. 비슷한 종류의 영화를 전부 섭렵하고 나니 이제는 그런 기분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때 만난 것이 일본의 힐링 유튜브 채널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유튜버들의 공통점은 홀로 생활을 꾸려나가며 자신을 위해 맛있는 밥을 지어 먹는다는 것입니다. 매일 잠이 들기 전 양치를 하며 시청하는 저의 최애 유튜브 채널을 여러분에게도 소개하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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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생활을 하며 일하고, 요리하고, 집을 꾸미는 것을 소소하게 공유하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차분하게 요리가 완성되어가는 영상을 보고 있으면 제 마음도 어느새 편안해집니다. 종종 등장하는 고양이 두 마리도 굉장히 귀여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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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民家ひとり暮らし(Kominka solo lif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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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그만두고 바다 근처 이즈 반도의 오래된 집을 구매한 후 혼자 삶을 꾸려가고 있는 유튜버입니다. 주로 밭을 일구고 음식을 만들거나 캠핑을 하러 가는 영상을 찍지만 가끔 오래된 민가를 개조한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하기도 합니다. 링크된 영상에서는 해발 736m에 위치한 오사와 마을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의 하룻밤을 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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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짝만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면 찌질하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그 찌질함을 애써 감추려는 사람보다 그냥 허허 웃는 사람이 저는 더 좋더라고요. 포장이 얇을수록 멋있어요. 포장지가 얇은 사람은 감싸주고 싶어진단 말이에요.
제 생각에는 월터 미티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경험 한정이지만 ‘월터 미티’ 이야기를 꺼냈을 때, “아 월터 미티!” 하고 단번에 알아채는 사람은 대단히 드물어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라는 영화 제목을 말하면 그제야 “아! 월터의 상상··· 그 영화?” 하는 반응이 나오는데. 저는 아무래도 이 한국판 제목은 뭔가 영화를 잘못 짚은 느낌을 떨치기가 어렵더라고요. 원제는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랍니다. 이 영화는 저의 인생 영화라고 할 수 있어요.
영화 속에는 결정적인 두 번의 달리기가 나오는데요. 첫 번째는 월터가 사라진 25번 필름을 찾기 위해 회사 밖으로 뛰쳐나가는 장면이에요.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었겠지만, 제 눈에는 정면승부를 위해 자신의 삶 속으로 뛰어드는 것처럼 보였어요. 뛰쳐나가는 월터의 뒤로 LIFE 지의 표지들이 지나가는데 마지막에 우주비행사 월터 미티의 사진이 걸려있어요. <Space Oddity>의 메이저 톰을 연상시켜서 무릎을 탁 치고 말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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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월터가 만취한 조종사의 헬기에 올라타는 장면이에요. 이 명장면에서 데이비드 보위의 <Space Oddity>가 흐르는데요. 월터는 이 곡에 용기를 내 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륙하는 헬기에 몸을 던져 올라타죠. 이건 뭐 거의 새로운 세상으로의 탑승이나 다름없어요. 그의 상상보다 더 놀라운 현실이 시작되는 시점이죠. 이 두 번의 달리기 장면 때문인지 제 머릿속에서는 항상 월터 미티가 <Space Oddity> 가사에 등장하는 메이저 톰과 연결돼요.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메이저 톰.
저는 늘 꿈꾸는 바보로 살고 싶다고 떠들어 왔어요. 현실이 한없이 절망적일지라도 내가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으면, 희망을 놓지 않으면 현실은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 현실에만 휩쓸려 살아지는 건 내가 생각하는 삶의 목적이 아니라고요. 그건 사실 그런 믿음이 저 자신에게 필요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가고 새로운 경험을 해야만, 멋진 모험을 떠나야만,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해야만 잘 사는 건 줄 알았어요. 현실적인 이유로 하고 싶은 만큼의 경험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런 경험이 있는 줄조차 모른다면 나는 이미 망한 거 아닌가, 뒤처진 것 아닌가, 슬프고 원망스럽고 불안하기도 했죠.
월터도 어릴 땐 모히칸 헤어를 하고 스케이트보드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던 꿈 많은 소년이었어요.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 대신 가족을 돌보기 위해 모히칸 머리를 밀고 어린 나이에 파파존스에서 일하기 시작한 거죠. 월터가 처음부터 소심하고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예요. 특유의 ‘상상 멍때리기’로 왕재수 구조조정 책임자로부터 ‘우주비행사 톰’이라고 놀림당하지만, 월터는 그 왕재수와는 다르게 자기 일을 제대로 하는 한 사람의 직업인이잖아요. 그의 직장인 LIFE 지의 모토와 수많은 표지, 데이비드 보위의 <Space Oddity>와 메이저 톰, 그린란드, 아이슬란드의 풍경과 of monsters and man의 음악, 스케이트 보드. 제가 동경하고 꿈꾸던 온갖 것들이 버무려져 월터의 삶에 녹아 있어요.
The Quintessence of life.
저는 월터의 ‘삶(LIFE)’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늘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삶,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매일같이 할 일을 제대로 해내는 삶, 소중한 사람들이 소중히 하는 것을 지켜주고 싶어 하는 삶. 주목받지 못해도,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사실은 우리 모두의 삶을 지탱해주고 있는 삶. 그런 삶에 대해서요. 평범해 보일지 모르는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대단한지 말하고 싶었어요. 그들이야말로 관심을 바라지 않는 진정 아름다운 사람들 아닐까요. 영화 속의 유령 표범과 월터 미티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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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의 목적이다.'
- LIFE 지 모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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