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30일_8번째 다카포 페이퍼

2020년 7월 30일 목요일

글: 유니쓰 / 편집: 유니쓰와 루바토

당신의 감성을 찾아 줄 클래식 음악 페이퍼, 다카포입니다.

피아노 소나타 32번의 1악장(Piano Sonata No.32 in c minor, Op.111 - 1st movement)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지난주 다카포리님의 신청곡 사연 중 ‘스카이캐슬 김주영 선생님st로 야먕을 자극하며 치명적이며 다크한(중요) 클래식 음악’을 추천해달라고 하셨어요. 계절학기로 고통받고 있어 과제를 하면서 듣고 싶다는 사연이었답니다. 그래서 바로 선곡에 들어갔어요. 가장 중요하다고 하신 다크함..에 초점을 맞춰 여러 곡을 들어봤는데 역시 이 곡이 가장 김주영 쓰앵님다운 다크함이 가득한 것 같네요.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의 '피아노 소나타 32번의 1악장(Piano Sonata No.32 in c minor, Op.111 - 1^st movement)'입니다.

베토벤은 총 32개의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했는데, 이 곡이 바로 마지막을 장식한 곡이랍니다. 1819년에 작곡하기 시작해서 1822년에 출판을 했지만 30년이 넘게 제대로 연주되지 못했던 비운의 곡이에요.

왜 오랜 시간 연주되지 못했나요?

보통의 피아노 소나타는 총 3개 또는 4개의 악장을 가지는데, 이 곡은 2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래서 출판사에서 3악장으로 완성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베토벤은 이를 완강히 거부합니다. 아마 그는 이 2개의 악장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결국, 출판사에서는 2악장의 곡을 그대로 출판하지만, 기분이 상했던 걸까요? 초판이 여기저기 표기가 잘못된 오류투성이의 악보로 인쇄가 돼요. 이로 인해 베토벤은 다시 한번 분노합니다.🤬

지금은 창의적이고 기발한 사람들이 더 인정받는 세상이지만 당시엔 기존의 전통을 깨려 하면 일단 선입견부터 품고 봤답니다. 출판업자부터 선입견을 품고 출판을 했으니 다른 사람들은 오죽했을까요. 결국 이 곡은 오랜 시간 잠들어 있다가 선구안을 가진 연주자들로부터 구출됩니다. 19세기 중반이 되어 독일의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한스 폰 뷜로(Hans Guido Freiherr von Bülow, 1830-1894)와 러시아의 대 피아니스트인 안톤 루빈시테인(Anton Grigorievich Rubinshtein, 1829-1894)에 의해 처음으로 청중 앞에서 연주되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이 곡의 진가를 아는 데까지는 결국 10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고 해요. 그리고 200여 년이 흐른 지금은 피아노 소나타가 2개의 악장뿐이라는 것에 의문을 갖는 사람은 없겠지만 만약 아직도 왜? 굳이? 라는 의문이 생긴다면 음악을 들어보세요. 아마 단번에 수긍이 될 겁니다. 대조되는 2개의 악장에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담겨있는 듯 모든 걸 담아내고 있거든요. 그는 이것이 그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가 될 줄은 몰랐을 거라고 하지만 어쩌면 그는 직감적으로는 알았기 때문에 이런 곡을 썼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 곡이 쓰일 때 베토벤은...

조카 문제로 끊임없는 불화를 겪을 때였어요. 아니, 아들도 아닌 조카 때문에 무슨 일로…? 베토벤에게는 조카이자 양아들인 칼이 있었어요. 동생인 카스파르 안톤 칼이 병으로 죽으면서 형인 베토벤에게 양육을 부탁한 거죠. 그런데 동생이 죽기 직전 돌연 아이 엄마인 요한나를 공동 후견인으로 추가합니다. 그러면서 1815년부터 베토벤과 요한나의 긴 양육권 싸움이 시작돼요.

처음에는 법원에서 베토벤의 손을 들어주었고, 그는 칼을 정성을 다해 키우게 됩니다. 그런데 욕심이 과했던 것인지 음악적 재능이 없는 조카에게 과도한 음악 교육을 했어요. 참다못한 칼은 방황하기 시작합니다. 클래식판 스카이캐슬이 시작된 거죠. 이후 칼은 몇 번의 가출과 자살 시도까지 하면서 베토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줍니다.

이런 와중에 양육권이 다시 엄마에게 돌아갔고 베토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며 아이를 찾으려고 해요. 심지어 유괴죄가 될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기도 했다니 조카에 대한 집념이 엄청났던 거 같아요. 이 싸움은 1820년에 결국 다시 베토벤이 양육권을 받으며 종결됩니다. 그러나 긴 법정 싸움으로 인해 재산을 너무 많이 탕진하기도 했고, 그 사이에 귓병을 포함한 건강도 많이 악화하여 심신이 너덜너덜해진 상태였죠.

이 곡은 1819년에 스케치가 시작된 곡인데, 실제 이 해는 베토벤이 이 소송에만 몰두하느라 한 작품도 발표하지 못했던 해예요. 작곡가로서 엄청난 부채의식과 스트레스를 받았을 테고, 바로 그 전 해인 1818년에 이미 청력을 다 잃어서 불안감도 아주 컸던 때였죠. 가족, 건강, 재산 등 어느 하나 온전치 못했던 상황에서 그는 어떤 생각을 하며 이 곡을 썼을까요?😢

모든 것으로부터 불안정한 시기이다 보니 곡의 분위기도 매우 무겁고 어두워요. 그런데 이것을 단순히 비극적으로만 볼 것이냐고 하기엔 너무 많은 서사가 담겨있어요.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리듬과 화성이 때로는 환희 같기도 하고, 때로는 절망 같기도 하거든요. 구성적으로도 예외적인 것들이 많다 보니 이 곡을 포함한 베토벤의 후기 작품은 그의 내면에 너무 많이 침잠되어 있어,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을 하곤 해요. 그러니 혹시 내가 이 곡이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고 해도 걱정하지 마세요!

베토벤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 해볼게요

베토벤은 클래식 음악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도 1번쯤은 아니 10번쯤도 넘게 들어봤을 이름이죠. 실제로 음악사에서 베토벤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요. 고전주의 시대 음악을 완성하고, 낭만주의 시대 음악을 열어줬기 때문이죠. 그래서 음악사 책의 목차에는 베토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빼놓고, 그의 작품을 세 시기로 나누어 설명할 정도랍니다. 특히, 피아노와 작곡을 전공하는 예술학도들에겐 피할 수 없는 관문이기도 하죠.

오늘 설명한 에피소드는 모두 후기(46세부터 죽을 때까지)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고, 앞으로 차차 초기(32세까지)와 중기(33세부터 45세까지)의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네요😀

당신이 조금 더 알고 싶은 TMI는요..

베토벤의 비서인 안톤 쉰들러(Anton Schindler, 1795-1864)가

“왜 이 곡은 2악장밖에 없나요?”라고 질문하자 베토벤은 대답해요.

“3악장을 쓸 시간이 없어서...🤷🏼”

상황을 듣고 보니 시간이 없었다는 그의 말도 일리가 있지만, 작품의 완전함 때문일까요?

우리는 그도 이 작품의 완전함을 알았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라고 칭송합니다.

🎧 감상 포인트 ?

이 곡이 쓰인 배경을 열심히 읽으셨다면, 그때의 베토벤에게 충분한 감정이입을 해보면서 들어보세요. 그리고 그다음에는 좀 더 내밀하게 들어가 곡의 진행에 있어 긴장과 이완에 초점을 맞춰 들어보세요. 여기까지 성공하셨다면 마지막으로 주제 선율이 어떤 것인지를 캐치하고, 그것이 어디로 어떻게 옮겨 다니면서 변형되는지 들어보세요. (참고로 힌트를 드리자면 앞에 비교적 느린 부분은 ‘서주-그러니까 도입부’이고, 주제 선율은 2분 조금 넘어서 등장합니다!!)

다시 감상하기 🎧

🙋 유니쓰의 감상평: 개인적으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는 치열했던 음대 입시 시절을 떠올리게 해서 무얼 듣던 아련하게 되네요. 특히 후기의 작품일수록 작곡가의 삶 이야기가 더해져서 더더욱 그런 것 같아요.

🙋 루바토의 감상평: 제가 베토벤 곡을 들으면 항상 감탄하는 이유가 구조와 논리성 때문이에요. 처음에 시작하는 리듬을 계속 끌고 가면서 전개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 요소들과 섞이면서 음악이 진행되고 있는데 전혀 위화감이 없네요.

🎼 들어볼 곡: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교향곡 9번 2악장(Symphony no.9 'Choral', Op. 125 - 2nd movement)

교향곡 9번 2악장 감상하기🎧

✏️ 오늘의 음악 이론 : 한 곡에 악장이 여러 개인 이유는? (feat. 박수는 언제 쳐야 돼?)

음악회에 가서 처음 듣는 곡을 들었을 때, 박수를 언제 쳐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잖아요. 보통 ‘나 음감 좀 있다’ 하시는 분들은 종지를 귀신같이 알아채고 자신 있게 박수를 치곤 해요. 그런데 음감 믿고 박수쳤다가 혼자만 뻘쭘하게 박수를 치고 있을 때가 있어요. 분명 끝났는데 끝난 게 아니라고? 도대체 왜!! 한 곡에 독립적인 곡들을 여러 개 묶어놔서 헷갈리게 하는지...😓

이거에 대한 답변은 사실 간단하지 않아요. 음악은 무형의 산물이다 보니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하나의 양식이 전통처럼 굳어지고, 다시 깨지고를 반복합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누군가는 전통을 지키고, 누군가는 또다시 그걸 깨려고 하고 있고요.

처음엔 빠르고, 느린 춤곡들이 번갈아 연주되던 이전 양식(바로크 시대)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쓰다 보니 다악장의 곡을 쓰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각 악장의 연관성이 떨어지고 그저 습관적으로 쓴 경우가 생겼고요. 그러나 베토벤이 이걸 좀 더 유기적으로 만들기 시작하면서 점차 악장 간의 연관성도 높아졌어요. 그러면서 필요에 따라 악장을 생략하기도 하고, 늘리기도 했죠.

그러니까 결론은 곡을 쓰는 작곡자의 의도에 달리게 됩니다. 그리고 작곡가의 의도를 존중해 준 덕에 우리는 각각의 독립적인 곡임에도 불구하고 그 흐름을 깨지 않게 박수를 생략하는 매너(?)를 가지게 된 거고요. 그러니 너무 골치 아프게 생각하지 마시고, 맘 편히 음악을 감상하시다가 남들이 박수칠 때 같이 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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