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 No.16 2025.4.30.

영화를 보고 싶어서 넷플릭스를 켰는데, 리모콘 버튼만 실컷 누르다 결국 고르지 못한 채 TV를 끈 경험, 구독자님도 있으시죠? “세상은 넓고, 콘텐츠는 많다!” 봐도봐도 끝이 없는 콘텐츠의 바다 속에서 악씨레터만의 시선으로 엄선한 문화콘텐츠를 소개하는 코너, 악씨레터s Pick이 오랜만에 돌아왔습니다.👏 

이번 8기 악씨레터에서 집중적으로 소개해 드릴 예정이니, 재밌게 봐주세요. 

Editor 혜

<귀궁>

📝이지이 악씨레터 3기 필진

한국의 제의문화, 무당이라는 키워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재 4회까지 방영된 드라마 <귀궁>은 용이 되지 못한 악신 이무기 ‘강철’과 그를 하늘로 올려보낼 희망이 되어주는 큰 그릇인 무녀 ‘여리’의 서사가 흥미롭습니다. 배우 육성재(윤갑)의 몸에 용으로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가 빙의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작품은, 한국적 신화와 설화를 새롭게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귀궁>은 한국 전통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제의문화와 신화적 상상력을 결합하기 위해 이무기, 악신, 한, 복수, 팔척귀와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서 한국적 세계관이 살아 있는 서사를 완성해 나가고 있어요. 또한, 정서적 몰입감을 유도한 ‘궁’이라는 공간의 상징성에도 주목해 볼 만합니다.

 

글로벌 좀비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궁’. 영화 <킹덤>이 '궁'이라는 공간의 미장센과 폐쇄적 긴장감을 잘 활용했다면, <귀궁>에서의 ‘궁’은 고요하고 웅장한 동시에 권력, 억압, 죽음, 영혼이 교차하는 열린 장소로 그려집니다. <귀궁>은 이런 공간성을 통해 삶과 죽음, 인간과 신령이 맞닿는 세계를 그려내고 있어요.

 

한국의 무속 문화가 드라마에 적합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의 무속과 무당은 단순한 점술이나 주술을 넘어, 인간의 고통을 대신 풀어주는 존재이자, 사람과 신의 중재자 역할을 해 왔습니다. 무속은 여전히 한국 대중문화에서 강한 흡입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귀궁>이 ‘한’ ‘복수’ ‘구원’ ‘사랑’을 주제로 강력한 글로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한국의 무속과 제의문화를 근간으로 이무기 설화와 신화적 존재를 인간의 구원을 위해 재해석한 작품인 <귀궁>. 이무기, 무당, 인간, 귀신이 얽히는 운명과 선택, 그리고 이무기와 인간 사이의 사랑과 희망을 통해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습니다. 궁이라는 공간을 통해 억압, 복수, 생명, 재앙이라는 테마를 깊이 있게 풀어낸 한국형 신화 판타지가 글로벌 감성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모-던 인물史 미스터.리>

📝박진후 악씨레터 3기 필진

<모-던 인물史 미스터.리>는 엠씨 이경규 씨를 중심으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국 근현대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을 탐구하고 관련 비화를 소개합니다. 주로 다루는 인물은 정계와 재계의 인물들로,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여야의 모든 인물을 아우르고, 그 주변의 인물들까지 탐구합니다. 

인상 깊은 방송은 4월 11일에 방영한 ‘킹메이커’를 주제로 한 7회차 방송입니다. 해당 방송은 김대중 전 대통령 뒤에는 책사 엄창록 씨가 있었고, 박정희 대통령 뒤에는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이 있었다고 전합니다. 여기서 두 사람이 펼친 치열한 선거전략과 마타도어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재계의 인물을 다룬 내용 중에는 삼성의 이병철 전 회장과 현대의 정주영 회장의 비화를 다룬 5회 방송이 인상적입니다. 부유한 집안 출신인 이병철 회장과 가난한 농민의 가정에서 태어난 정주영 회장은 기업을 운영하는 방식이 달랐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1등을 고집하는 이병철 전 회장이 엘리트 경제인이라면,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정주영 전 회장은 도전 정신 강한 경제인입니다. 두 사람은 현재의 한국 경제를 일으킨 두 거목으로 손꼽힙니다. 그 이면의 정경유착 문제를 차치한다면, 이들 특유의 성실과 투지는 오늘 저성장 시대의 경제 리더가 갖추어야 할 자질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합니다. 이 외에 영부인들의 숨겨진 개인사와, IMF 사태로 부도가 난 대우그룹의 전 김우중 회장의 당시 속마음도 엿볼 수 있습니다.

해당 방송은 그동안 우리가 표면적으로 알고 있는 다양한 인물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세상을 입체적으로 보게 해서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관념에 유격을 냅니다. 정보의 균형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성향의 패널을 초대한 것도 이 방송의 특징입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조카까지. 이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전하는 인물들의 비화를 듣는 것이 이 방송의 또 다른 재미입니다.


저는 한국복지방송의 화면해설 작가로 TV조선 프로그램을 주로 담당합니다. TV조선은 방송업계에서 흑자를 내는 몇 안 되는 방송국입니다. 종편방송 중에 비슷한 위치에 있는 JTBC가 적자난에 빠진 것과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프로그램의 성공 이면에는 TV미디어의 특성을 잘 알고 프로그램을 기획한 제작진들의 연출력이 있습니다. 명지대학교 박정호 특임교수는 TV조선이 오늘 TV의 주요 시청자인 중장년의 필요를 파악해서 콘텐츠를 기획한 것이 흑자를 낸 이유라고 설명합니다. <모-던 인물史 미스터.리>도 이러한 기획 전략에 부합하는 콘텐츠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청자들이 살았던 과거를 오늘의 시선에서 들추어내어, 새로운 관점으로 오늘을 보게 했으니까요. 이번 프로그램 기획의 성공은 TV콘텐츠를 기획하고 창작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위아더좀비>

📝김세익 악씨레터 4기 필진

웹툰이자 단행본으로도 출간된 <위아더좀비>는 네이버 웹툰의 2020 지상최대공모전 대상 수상작품입니다. 네이버에 연재되던 시절 첫 화부터 정말 높은 수준의 몰입도를 보여주면서 매 주 신선하고 참신한 에피소드를 진행했던 웹툰이죠.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마어마한 규모를 갖춰 서울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랜드마크인 ‘(가상의)서울타워’라는 마천루가 있습니다. 이곳에는 초거대 쇼핑몰이 있는데요, 바로 이곳에서 어느 날 난데없이 좀비 사태가 발발합니다. 워낙 많은 사람이 몰려있는 상업 공간이었던지라 좀비 발생이 곧장 확산하는 사이에, 신속하고 능력 있는 대한민국 정부가 빠르게 대응전력을 투입하여 타워 내의 긴급한 좀비 상황을 일단락 짓고 타워 밖으로 나가려는 좀비 떼들도 모조리 제압해버립니다. 그러나 타워 내에 아직 수많은 좀비들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경찰과 국가는 무리하게 서울타워 소탕 작전을 벌이는 대신 서울타워를 봉쇄하고 좀비들이 바깥으로 확산하지 못하게끔 방어하는 전략을 택합니다.


그리고 여기 서울타워 안쪽에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생존자인 주인공 김인종이 있습니다. 친구들과 허우적거리며 VR게임을 하다가 좀비 사태 한복판에 현실로 복귀한 주인공은 미처 구조되지 못한 채 좀비들이 우글거리는 타워 안에 남겨져 1년을 살게 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타워 안에는 김인종 뿐만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몰래 숨어 살고 있는 듯합니다. 인간과 좀비가 기묘하게 공존하고 있는 이 미스터리한 타워 안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출처: 알라딘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나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이래로 좀비물은 사회 현상을 은유하는 장르물로 각광 받아 왔습니다. 대규모 재난 사태에서 인간들의 연대를 강조한다든가, 혹은 좀비라는 이물(異物)로 상징되는 타자화 개념에 대한 사유를 제공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이명재 작가의 <위아더좀비>는 한국 사회를 기반으로 매우 치밀하고 세심하게 설계된 훌륭한 좀비 장르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안정적인 작화는 물론 자연스러운 유머 코드의 전개나 유려한 연출, 인간의 삶과 사회에 대한 깊은 고찰이 투영된 드라마의 전개 등 이명재 작가의 스토리텔링 솜씨와 그 만듦새가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신인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작가의 믿을 수 없는 데뷔작이라고나 할까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한국 사회의 여러 가지 모습을 풍자하고 담아내면서 참신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를 때론 시트콤처럼, 때론 드라마처럼 펼쳐냅니다. 한 컷 한 컷, 한 에피 한 에피마다 후루룩 넘기는 것이 아까워서 한동안 머물며 곱씹게 되는 장면들이 많은 고퀄리티의 작품이에요. 매우 한국적이면서도 좀비물의 본질을 관통하고 있는 수작이라고 생각되는, <위아더좀비>는 단행본이나 웹툰 유료결제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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