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까. 태어나면서 내 가족과 환경을 선택할수는 없다. 그저 태어나서 자라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자신만의 판단능력이 생길 때야 비로소 내 주변이 어떤지, 내 부모와 가족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 그런 자의식이 생겼을 때 자신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만들어진다. 

"언제부터 (사람을 먹어야 한다는 걸) 알았어?"

"난 최근부터.. 넌 언제가 처음이야?"

"아기 때 베이비시터부터 시작했어"

"오! 나도야!"

영화 <본스 앤 올>의 남녀 주인공이 서로 마음을 연 후에 나누는 대화다. 두 사람 모두 가족과 불행한 일을 겪었다. 그리고 태어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식인' 이라는 특이한 본능을 가지고 태어났다. 영화는 그들을 '이터(eater)' 라고 부르는데 그걸 '병' 이라는 것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그런 특성을 고민하고 혼란스러워 한다. 특히 매런(테일러 러셀)은 자신의 식인 습성을 뒤늦게 완전히 인지한다. 아빠는 그를 떠나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엄마가 그가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매런의 주변에는 아무도... 아무도 없다. 

그가 엄마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자신과 똑같은 습성을 가진 '이터'를 만난다. 리(티모시 샬라메)는 비슷한 나이 또래의 '이터'로 그렇게 나빠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같이 돌아다니면서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두 사람이 같은 습성을 가졌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점이 서로에게 더 의지하게 만든다. 특히나 서로 처음 식인을 경험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그 두 사람은 왠지 영화에서 가장 편안하게 보였다. 

사실 우리 모두가 그렇듯 가족은 선택할 수 없다. 환경도 선택할 수 없다. 자신의 DNA 가 만들어내는 습성도 선택할 수 없다. 매런은 엄마 라는 희망을 찾아가지만 그것이 허상이라는 걸 깨닫는데는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건 매런이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슷한 경험을 리 도 한 적이 있다. 그것 역시 리 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영화는 언뜻 스토리만 봤을 때 무척 우울할 것만 같다. 하지만 이건 조금 다른 첫사랑의 영화고, 비록 비극으로 끝나긴 하지만 그들이 완전히 슬픔 속에 있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선택을 했고, 자신들이 선택한 삶을 살아봤다. 서로를 희생하고 참아내며 사는 평범한 삶. 

영화를 보고 마지막의 비극이 아니라. 그들이 선택할 수 없었던 것들이아니라. 

그들이 선택할 수 있었던 그 삶이 기억에 남았다. 

강렬한 첫사랑. 따뜻한 첫사랑. 

그게 그들의 사랑이고 마지막 모습이다. 

사람마다 가진 캐릭터는 다르다. 어떤 때는 상대방의 그런 특성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좋게 보일 때도 있다. 지금까지 주변에서 '그 사람 정말 괴짜다' 라고 생각할만한 사람을 만나지는 못했다. 그냥 '조금 특이하다'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런 특이한 특성을 대부분은 조금씩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내가 괴짜였을지도 모른다. 내 마음 속은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어떤 본능이 있다. 평범한 사람이 되어 평범한 삶을 살고, 평범한 사람을 만나 결혼해 죽을때까지 평범함 속에서 죽는다는 본능. 언제 부터인지 모르지만 그 평범함을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생각을 했고 평범함을 추구하는 것이 일종의 목표로 삼아도 될 정도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런 평범함을 추구하면서도 계속 남들 눈에는 튀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돋보이고 싶고 잘하는 것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서 많은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연예인들의 외모를 동경하는 것 같은... 그런 마음도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노래 대회에 나가고, 영화 리뷰를 쓰고, 유튜브를 시도해보고 글을 쓰는 모든 것은 결국 나를 드러내려는 나의 노력이다. 그건 내가 추구했던 평범함을 벗어나려는 노력이다. 나의 평범함 추구와 나를 드러내서 뽐내고 싶은 마음이 충돌해 나 자신을 조금은 괴짜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팀 버튼의 시리즈 [웬즈데이] 속 주인공 웬즈데이는 괴짜다. 괴짜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가장 괴짜다. 그런데 그는 왕따로 보이지 않는다. 자기자신은 다른 사람과 친하지 않은게 편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시선은 신경쓰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을 한껏 드러내면서도 다른 사람의 비판이나 질투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아니 신경쓰지 않는다기 보다는 잠깐 생각하다가 마음에서 털어내버린다. 웬즈데이라는 인물의 특성이겠지만, 그런 점이 이 인물을 더 건강한 인물처럼 보이게 한다.  그냥 우울하거나 절망하기 보다는 자신을 무시하는 인물과 적극적으로 맞서고 이겨내려한다. 

영화 속 상담 장면에서 웬즈데이는 다른 사람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게 주변 인물을 조금 어색하게 만들지는 몰라도 진짜 웬즈데이의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를 괴짜로만 보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웬즈데이 주변에는 그의 편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난다. 

웬즈데이의 마음 속에는 충돌되는 것이 없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행동으로 옮긴다. 비록 겉으로 차가운 괴짜임을 드러내지만 그가 혼란스럽지 않은 조금 특이한 사람이라는 것을, 영화를 보는 우리는 안다. 

결국 내 안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알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반응을 신경쓰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조금 괴짜로 보여도 괜찮다. 괴짜 웬즈데이처럼 쿨한 삶이 필요할 것 같다. 

최근에는 중국영화나 홍콩영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극장 개봉하는 영화들은 없어졌고, 그나마 대만의 로맨스물은 간간히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 외의 영화들은 거의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다. 넷플릭스 같은 OTT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영화들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배우들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과거에 홍콩영화는 그야말로 큰 인기였다. 그게 30년이 가까이 되어가니 정말 오래되었다. 나는 주로 주성치가 나오는 영화들을 많이 좋아했다. <서유기> 시리즈를 가장 좋아했고 꽤 많이 반복해본 기억이 난다. <아비정전> 같은 영화들도 무척 좋아한다. 그 당시 홍콩 도시의 모습이 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런 영화를 보고 한참이 지나서 홍콩을 처음 가게 되었을 때, 과거 영화들에서 보았던 그런 도시의 느낌을 받았다. 시간이 지났지만 홍콩은 특유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작지만 복잡하고 바쁜 도시. 쌉싸름하지만 고소한 밀크티, 다양한 면요리, 딤섬. 그리고 무엇보다 홍콩 지역의 언어인 광동어가 무척 매력적으로 들렸다.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미래전투>라는 홍콩영화를 발견했다. 아마 최근 업데이트 된 것 같고, 중국 본토의 투자를 받아 만들어진 대규모 액션 영화로 보였다. 영화를 틀고 들려오는 홍콩말이 무척 정겹게 느껴졌다.

아내의 모국어는 홍콩말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거의 쓸일이 없지만 중국에 가면 늘 가족들과는 홍콩말로 대화를 나누곤 한다. 물론 내가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그래서 인지 영화에서 홍콩말이 들리면 무척 반갑다. 이게 영화의 평가를 별 반개 정도는 올리는 것 같다. 

<미래전투>라는 영화는 홍콩에서 보기 어려운 SF영화다.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고천락 이라는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내용은 뻔하다 운석이 충돌하며 우연히 지구에 온 외계 식물을 처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비록 완성도 있고 아주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보기 힘든 홍콩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게 좋았다. 홍콩영화의 완성도는 이제 많이 죽었다. 중국 본토에 본격적으로 편입되면서 창작자들이 마음껏 자신의 감성이나 이야기를 드러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씩은 홍콩영화를 보고싶다. 왠지 반갑고 추억할 수 있는 홍콩영화를 많이 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후, 술과 마약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언니 '주'는 자폐 환자 이복동생 '뮤직'과 재회한다. 

매일 달걀 프라이 2개로 아침을 시작하고, 정해진 루트에 따라 준비한 후 산책을 나가는 등 일정한 패턴을 가진 뮤직. 어쩔 수없이 그의 유일한 보호자가 된 주는 뮤직을 돌보기 위해 이웃 '에보'와 '조지'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지만, 아직 까지 배워야 할 것이 많다.

그러던 중 뮤직을 계기로 점점 가까워지는 주와 에보. 하지 만 상처가 많은 두 사람이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주는 돈을 벌기 위해 마약 배달을 다시 시작하고, 끊었던 술 에도 다시 손을 대면서 망가져간다. 주는 뮤직을, 에보와의 관계를 지킬 수 있을까?

님 이번 주는 어떠셨나요?

영화 <본즈 앤 올>은 이상한 습성을 가진 커플의 이야기에요. 

이상한 식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태어나면서 결정된 것처럼 보이는 본능에 가깝죠. 

그들은 그 이상함을 숨기고 자신들만의 사랑을 만들어가려 애써요. 

처음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 그들에게 좋은 순간들을 만들어주죠. 

어쩌면 그들 삶에서 가장 평범하고 행복한 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리즈[웬즈데이]의 주인공 웬즈데이는 완전 괴짜죠. 

하지만 본인은 별로 신경쓰는것처럼 보이지 않아요. 

분노할지언정 자신의 마음이 망가지게 두지는 않죠. 

그래서 무척 매력적인 캐릭터에요. 

영화 <미래전투>는 좋은 영화는 아니에요. 

하지만 홍콩말로 진행되는 홍콩영화라는 점에서 무척 반가운 영화였어요. 

지금은 퇴보되었다고 하는 홍콩영화. 그래도 반갑긴 하더라구요. 

이번 주는 이런 영화와 시리즈들에 대해서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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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에게 추천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그럼 다음 주에 다시 메일 드릴게요.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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