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의 하루는 단순합니다. 예전과 달리 소임을 맡거나 특별히 주도하고 있는 일이 없습니다. 절에서 혼자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살 수 있는 것은 큰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번뇌와 함께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혼자 있을 때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생각의 내용을 전부 믿고 빠져들다 보면 과도한 해석으로 이어져도 눈치 채지 못했어요. 이렇게 반복하면서 무기력해졌습니다. 

생각을 멈추어야하는데 생각은 억누른다고 멈추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생각이 일어나게 하는 동력을 찾아서 버려야한다고 배웠지요. 저의 경우 생각의 동력은 자만이었습니다. 자만은 남과 비교하는 것에 집착하는 정신현상입니다. 불교에서는 우월하다, 열등하다, 동등하다는 세 가지 모두 자만으로 봅니다. 

무기력과 자만

자만으로 인해 표면에 드러난 것은 무기력함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화였습니다. 주로 이런 생각들을 반복해서 일으켰지요. ‘나를 싫어한다.’ 이 생각에 휘둘려서 남 탓을 하면서 자기 마음을 보지 못했어요. 그 생각의 뿌리는 자만과 연결되었습니다. 자존심이 상했던 일들에 집착하며 오히려 남에게 화를 낸 것이지요. 

일상 속에서 자만으로 인한 괴로움에 수없이 내던져지면서 느낀 것은 자신이 열등하다는 것에 대한 집착으로 인한 혐오감입니다. 열등한 건 너무나 초라한 것이다! 무언가 남들보다 못하는 자신을 혐오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괴로움이 일어납니다. 그것을 감추거나 없애고 싶을 뿐 수용하고 인정하지 못합니다. 내가 뒤쳐지는 일에는 아예 흥미가 생기기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보다 앞서가면 흠을 생각하여 깎아내리며 열등감을 해소하려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질투와 자만

반대로 우월하다는 것은 행복과 안정을 영원히 보장해주는 것으로 인식했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열등하고 남이 우월할 때는 한없이 부러워하고 질투하게 되었습니다. 그 반작용으로 지혜로운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 때문에 허세를 부리기도 했습니다. 허세를 부리고 나면 스스로 자책을 하기도 했고요. 누군가 자만에 대해 이야기하면 뭔가를 들킨 것처럼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요, 모두 자만으로 인한 해로움이었습니다. 

자기가 돋보이고 싶은 욕망이 충족되지 않으면서 화가 일어났습니다. 화가 누적되면 행동으로 배어나온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지요. 자기는 화가 난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화가 났는데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술 취한 사람이 술 취하지 않았다고 우기는 것과 비슷합니다. 자만과 화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상황이 점점 꼬여가는 것이었습니다. 

소외감과 자만

이때는 특히 소외감으로 드러나는 화가 많았습니다. 스스로 소외당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자기가 돋보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화로 가득한 마음 때문에 대중들과는 다른 정서를 가진 자기만 동떨어져있다는 인식이 일어나는 것이었습니다. 불길은 어느새 의심으로 번져갑니다. 번뇌를 버리지 않으면서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바랐던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면서, 수행을 하는 게 무슨 소용이냐며 인과에 대한 의심을 일으킵니다. 자신이 무언가를 해 낼 수 있다는 신뢰도 사라져갑니다. 자만과 질투와 소외감과 의심은 이렇게 연결되었습니다. 휴...

자만을 법으로 본다는 것의 의미

자만으로 인한 괴로움을 겪으면서 자만은 해로운 법이고 버려야할 것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괴로움을 겪었기 때문에 버리기 위한 실천을 실제로 행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단 한가지만 확실하게 하려고 다짐했습니다. 그것은 바른견해에 따라 마음을 법으로 보는 것입니다. 단순해보이지만 가장 중요하면서도 쉽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마음을 법으로 보기 위해서는 자신과 동일 시 하지 않으면서도 인정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스스로 자만을 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자만이 다시 일어나서 내동댕이쳐지고 나서야 그게 아니었다는 걸 몇 번이고 반복해야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법으로 보는 것이 위대한 선언과도 같다는 것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어요. 자기 마음을 법으로 본다는 것은 일상에서 진리를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법으로 본 후에야 그것을 버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만하면서도 자만이 없다고 고집하거나 자만을 보아도 ‘내가 자만스럽다.’면서 얽매이게 되었습니다. 

겸손한 마음과 함께 기뻐하는 마음 

자만을 버리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 겸손함을 닦기 위해 남들이 주도하는 일에 따라주는 사람이 되려고 시도해보곤합니다.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습니다. 일을 주도하면 너무나 행복하고 모든 것이 잘 되어 가는 것 같은데 겸손하려면 재미도 없고 시무룩해졌습니다. 

그래서 질투가 일어날 때는 ‘함께 기뻐함’으로 마음을 돌리려고합니다. ‘참 잘하는 구나. 노력하여 지은 공덕과 지혜가 빛을 발하는 구나.’라고 인정하고 함께 기뻐해줍니다. ‘이 사람이 행복하기를.. 오래도록 행복을 누리기를...’ 과거에는 상대가 잘 되고 내가 뒤처지는 것은 불행이다라고 믿었지요. 함께기뻐하는 마음을 연습하다보면 상대방의 훌륭한 점을 실제로 알게 되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