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이었다. 인스타그램에 #sun0집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게시글을 올렸던 게. 그때의 선영은 역세권 위치의 투룸이라는 조건을 포기할 수 없어 자금에 맞춰 반지하를 얻었다. 반지하가 별 건가. 사람들 다 사는 곳인데. 선영은 그렇게 생각하며 계약했다. 원래 아침에 해 들어오는 거 싫어하잖아 나. 원래 습해도 예민하지도 않으니까 나. 아무래도 그건 합리화였는지도 모른다.
여름 장마와 함께 첫 몇 달을 보냈다. 환장할 습기가 선영을 망가뜨렸다. 쌓여가는 빨래방 쿠폰을 보며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해가 들지 않는 아침, 낮, 저녁 그러니까 매일은 선영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늘 피곤했다. 피곤해서 창문을 열면, 마주하고 싶지 않은 거리의 민낯을 마주해야 했다. 선영은 밖에 있었다. 나가야만 했다. 집이 있는데 나가야 했다. 나가서 밥을 먹고 빨래를 하고 카페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영화를 보고 목욕탕에 갔다. 밖에서 살고 돌아와 습기에 절은 집을 보살폈다.
선영은 이래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 선택에 이렇게 괴로워하는 게 맞을까. 선영은 집을 가꾸기로 결심했다. ‘되는 대로’ 살지 말고 ‘되게’ 살아 보자고 생각했다. 집을 다듬고 고치고 꾸몄다. 매일 청소하고 매일 공기청정기를 돌리고 매일 향을 냈다. 전등을 모았고, 오브제를 수집했다. 전보다 화사해진 집이 꽤 마음에 들었다. 그걸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다. 해가 없어도 괜찮다는 의미를 담아, 자기의 이름을 따서, sun0집.
반지하여도, 습하고 해가 들지 않아도, 예쁘게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 그 마음을 사람들과 공유하며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많은 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없이 좋았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