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관리와 브랜드 경영


브랜드 팀이 있다고 해서 기업이 브랜드를 중심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로고와 광고는 일관되게 관리하면서도, 상품을 개발하고 가격을 정하고 사람을 채용할 때는 전혀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기업이 많다. 고객을 존중한다고 말하면서 고객의 불편을 처리하는 데에는 인색하고, 품질을 약속하면서 단기 이익을 위해 품질을 낮추기도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브랜드가 하는 말과 기업이 하는 일 사이에 거리가 생긴다.

1840년대 빈 종합병원에는 분만 병동이 두 곳 있었다. 한 곳은 의사와 의대생이, 다른 한 곳은 산파가 아이를 받았다. 그런데 의대생 병동의 산모들이 산욕열로 훨씬 많이 죽었다. 의사 제멜바이스가 찾아낸 원인은 손이었다. 의대생들은 해부실에서 시신을 만진 손을 씻지 않은 채 분만실로 들어갔다. 손을 씻게 하자 사망률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브랜드도 손에 따라 생사가 갈린다. 로고와 광고를 아무리 정성껏 다듬어도, 상품과 가격과 채용을 다른 기준의 손으로 만진다면 브랜드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병을 얻는다. 브랜드에서 손을 씻는다는 말은, 매출을 쥐고 있던 손을 브랜드의 약속으로 씻은 뒤에 결정을 내린다는 뜻이다.

[그림 1] 손을 씻지 않은 의대생이 브랜드를 받는 장면 — 브랜드를 도구로 여기는 경영
[그림 2] 손을 씻은 산파가 브랜드를 받는 장면 — 브랜드가 문화이자 경영의 목적이 되는 경영


여기서 질문이 시작된다.

당신은 브랜드를 관리하고 있는가, 아니면 브랜드로 경영하고 있는가?

이 글에서는 브랜드를 특정 부서의 관리 대상으로 다루는 방식을 '브랜드 관리(Managing Brand)'라고 부르겠다. 브랜드가 고객에게 한 약속을 기업 전체의 의사결정 기준으로 삼는 방식은 '브랜드 경영(Management by Brand)'이라고 부르겠다. 교과서의 정의가 아니라, 기업 안에서 브랜드가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들여다보기 위한 구분이다.


브랜드 관리에는 상표를 보호하고, 디자인과 메시지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고객의 반응과 브랜드 자산을 점검하는 일이 포함된다. 모두 브랜드에 꼭 필요한 일이다. 브랜드 경영은 이 관리를 바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브랜드의 약속을 상품과 서비스뿐 아니라 채용, 조직 운영, 가격, 유통, 투자에까지 적용한다. 둘의 차이는 브랜드를 얼마나 중요하게 말하느냐에 있지 않다. 브랜드가 실제로 어떤 결정을 바꾸느냐에 있다.


브랜드의 약속은 어디까지 작동하는가

광고에만 머무는 약속은 마케팅 문구에 불과하다. 파타고니아는 오래 쓸 수 있는 옷을 약속한다. 그리고 그 약속을 광고 밖으로 끌고 나왔다. 제품의 내구성을 높이고, '원웨어(Worn Wear)' 프로그램으로 판매 이후에도 고객의 옷을 고쳐 준다.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광고까지 냈다. 약속이 문구를 떠나 경영의 기준이 된 경우다.


이런 브랜드가 원가 상승에 부딪힌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재의 품질을 낮출 수도 있고, 가격을 조정하거나 제품 구성을 바꿀 수도 있다. 모든 상황에 들어맞는 정답은 없다. 다만 오래 쓸 수 있다는 약속이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면, 당장의 원가 절감만이 아니라 제품의 수명과 고객의 신뢰에 미칠 영향까지 저울에 올려야 한다.


브랜드로 경영한다는 것은 이런 판단을 반복하는 일이다. 무엇을 만들지뿐 아니라 무엇을 만들지 않을지, 어떤 매출을 얻을지뿐 아니라 그 매출을 위해 무엇까지 허용할지를 정하는 일이다.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는 이러한 선택을 거치면서 비로소 구체적인 의미를 얻는다. 고객이 경험할 수 없는 철학은 선언에 머물고, 직원의 판단에 쓰이지 않는 가치는 조직의 기준이 되지 못한다.


매출을 관리하되, 매출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매출은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관리해야 할 지표다. 수익과 현금흐름이 받쳐 주지 않으면 제품을 개선하는 일도, 직원을 고용하고 고객을 지원하는 일도 이어 갈 수 없다. 철학을 지키겠다는 의지만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는 없다. 문제는 매출이 모든 결정을 정당화하는 유일한 기준이 될 때 생긴다.


매출이 떨어지면 기업은 할인, 상품 확장, 유통망 확대, 광고 투자를 검토한다. 이 방법들 자체가 브랜드를 해치지는 않는다. 물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매출이 떨어진 원인에 맞는 대응인가, 그리고 고객에게 한 약속과 함께 설 수 있는가.


고객이 품질에 실망해 떠나고 있는데 할인 행사만 반복한다면, 구매는 잠시 늘어도 불만의 원인은 그대로 남는다. 반대로 고객이 제품의 가치를 몰라서 사지 않는다면, 전달 방식을 고쳐야 한다. 같은 매출 하락이라도 원인에 따라 처방은 달라야 한다.


그래서 브랜드 경영자는 이번 달의 매출과 함께 그 매출이 만들어진 과정을 들여다본다. 고객이 만족해서 다시 샀는지, 과도한 할인으로 수익이 깎였는지, 판매 현장에서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한다.

"브랜드를 잘 만들면 매출은 따라온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고객이 인정하는 가치를 만들고, 그것을 적절한 가격과 경로로 전달하며, 계속 제공할 수 있는 수익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브랜드 경영은 이 전 과정을 함께 책임지는 일이다.


근시안 다음은 난시다

마케팅과 브랜딩은 서로 맞서는 활동이 아니다. 고객을 이해하고, 가치를 제안하고, 구매와 사용 경험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두 활동은 맞물려 돌아간다. 다만 단기 판매를 끌어올리는 활동이 브랜드가 오래 쌓아 온 약속과 부딪히는 순간이 있다. 실제 성능보다 부풀린 광고로 구매를 유도하거나, 신규 고객을 잡으려고 기존 고객이 납득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거는 경우가 그렇다. 당장의 성과는 생기지만 신뢰는 그만큼 깎인다.


반대의 병도 있다. 브랜드의 철학을 강조하면서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왜 구매를 망설이는지는 살피지 않는 경우다. 기업에게 중요한 가치가 고객에게도 의미 있으리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1960년 테드 레빗은 자신을 운송업이 아닌 철도업으로만 여긴 철도 회사들의 병을 '마케팅 근시안'이라 불렀다. 마케팅의 병이 근시라면, 브랜드의 병은 난시다. 근시가 가까운 것만 보는 병이라면, 난시는 초점이 한 점에 모이지 않고 여러 곳으로 흩어지는 병이다. 광고는 이쪽에, 가격은 저쪽에, 고객 응대는 또 다른 곳에 상을 맺는다. 고객의 눈에는 흐릿한 브랜드만 남는다. 첫 문단에서 말한 말과 일 사이의 거리가 바로 이 난시다.


난시를 고치려면 고객의 필요와 브랜드의 약속을 한 초점 위에 놓아야 한다. 고객의 요구에 응하되 모든 요구를 따르지는 않고, 정체성을 지키되 익숙한 방식을 고집하지 않아야 한다. 그 초점을 맞추는 데 네 가지 질문이 쓸모 있다.


"이번 활동은 어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가?"
"고객이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
"그 경험은 우리가 해 온 약속과 일치하는가?"
"이 방식을 지속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은 마케팅의 성과와 브랜드의 신뢰를 한 렌즈로 보게 해 준다.


브랜드다움은 조직이 공유하는 판단 기준이다

장 노엘 캐퍼러(Jean-Noël Kapferer) 교수는 샤넬에 명시된 브랜드 플랫폼이 없다고 말한다. 샤넬의 직원들은 '샤넬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이미 알고 있고, 끊임없이 '이것이 충분히 샤넬다운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 지식은 종이에 적을 수 없는 암묵적 지식이라고 한다.


샤넬은 적지 않아도 된다. 백 년 넘게 같은 질문을 해 온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막 시작한 브랜드에는 그런 시간이 없다. 브랜드다움의 의미를 창업자나 몇몇 임원만 알고 있으면, 직원들은 경영자의 취향을 짐작하거나 결정할 때마다 승인을 기다린다. 그래서 우리는 적어야 한다.

브랜드다움은 결국 자기다움이다. 남과 무엇이 다른지가 아니라 무엇이 나다운지를 먼저 묻고, 그 답을 직원 누구나 구체적인 상황에서 꺼내 쓸 수 있는 말로 바꿔 두어야 한다.


'고객을 존중한다'는 가치가 있다면, 고객이 불만을 제기했을 때 누구에게 어떤 권한이 있는지 정해야 한다. '품질을 타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출시 일정을 늦추더라도 해결해야 할 문제의 기준을 공유해야 한다. '직원의 성장을 돕는다'면 교육과 평가, 업무 배분에서 그 원칙이 드러나야 한다.


이런 기준은 문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실제 사례를 함께 검토하고, 판단이 달랐던 이유를 토론하고, 결정 이후의 결과를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은 브랜드의 가치를 자기 업무와 잇는다. 적는 일은 시작이고, 그 문장이 몸에 붙을 때까지 묻고 또 묻는 일이 나머지다.


모든 직원이 브랜드에 참여한다는 말은 모든 결정을 함께 내린다는 뜻이 아니다. 샤넬에서도 결정은 대여섯 명이 내린다. 다만 그들이 던지는 질문은 모든 직원이 알고 있다. 각자의 역할과 책임 안에서 브랜드의 약속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판단할 수 있으려면, 공통의 기준과 함께 그에 걸맞은 권한과 책임이 주어져야 한다.


정체성을 지키면서 방법을 바꾼다

이제 막 고객을 만나기 시작한 브랜드와 오랫동안 신뢰를 쌓아 온 브랜드에 필요한 판단은 같지 않다. 같은 브랜드라도 시장과 고객, 경쟁 환경이 바뀌면 이전과 다르게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성공 사례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다른 기업에게서 배울 것은 무엇을 했는가보다 왜 그 결정을 내렸고 어떤 조건에서 효과가 있었는가다.


브랜드가 성장하면 조직의 운영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창업 초기에는 몇 사람이 수시로 대화하며 결정할 수 있지만, 조직이 커지면 경험과 감각을 다른 사람에게 건넬 체계가 필요하다. 상품과 유통 경로가 늘어나면 고객이 접하는 경험의 차이도 관리해야 한다.


이때 원칙과 방법을 구분해야 한다. 고객에게 주려는 핵심 가치는 지키면서, 그것을 구현하는 제품과 서비스, 기술과 업무 방식은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예전 방식을 되풀이한다고 정체성이 지켜지지는 않는다.


하나의 시장 안에도 서로 다른 기대를 가진 고객이 있다. 어떤 고객은 가격과 기능을, 어떤 고객은 사용 경험이나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를 앞에 둔다. 브랜드는 이 차이를 이해하되, 서로 충돌하는 약속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브랜드의 일관성은 모든 고객에게 같은 말을 반복하는 데서 생기지 않는다. 서로 다른 접점에서도 고객이 같은 약속을 확인할 때 생긴다.


브랜드 경영자도 함께 자란다

브랜드 창업자는 처음부터 이 모든 것을 알고 출발하지 않는다. 제품을 만들고 고객을 만나고 조직을 운영하면서 자신에게 부족한 지식과 경험을 발견한다. 위기를 겪고 나서야 당연하게 여겼던 판단을 돌아보기도 한다.


중요한 일은 경영자의 현재 지식이 브랜드 성장의 천장이 되지 않게 하는 데 있다. 모든 문제에 직접 답하려 하기보다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배우고, 필요한 전문성을 조직 안팎에서 구해야 한다. 고객의 경험을 듣고, 현장의 의견을 검토하고,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


경영자가 보여 주는 태도도 기준이 된다. 원칙을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원칙을 지키는 데 비용이 드는 순간에도 같은 태도를 보여야 한다. 직원들은 선언문보다 실제로 어떤 행동이 인정받고 보상받는지를 보며 조직의 기준을 배운다.


브랜드를 키우는 과정은 자녀를 키우며 부모도 함께 자라는 과정과 닮았다. 아이가 자라면서 필요한 돌봄과 관계가 달라지듯, 브랜드가 커질수록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역할도 달라진다. 처음에는 직접 만드는 능력이 중요했다면, 나중에는 다른 사람들이 같은 원칙 아래 판단하고 협력하도록 돕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브랜드는 경영자의 철학에서 출발하지만, 그 철학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직원의 실천과 고객의 경험을 거치면서 의미와 신뢰를 얻는다. 그래서 경영자는 자신이 의도한 브랜드와 고객이 실제로 경험하는 브랜드 사이의 거리를 끝까지 살펴야 한다.


브랜드 경영은 기업이 한 약속을 조직의 판단과 행동으로 옮기고, 그 결과를 고객의 경험과 사업의 성과로 확인하는 일이다. 한 번의 성공적인 출시나 인상적인 광고로 끝나지 않는다.


당신의 브랜드가 고객에게 한 약속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약속 때문에 오늘 기업의 어떤 결정이 달라졌는가?

브랜드로 경영하는 일은 이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는 데서, 다시 말해 결정을 내리기 전에 손을 씻는 데서 시작된다.

브랜드 경영을 위한 브랜드 교육
댄 J. 샌더스(Dan J. Sanders) 인터뷰


《유니타스브랜드》 Vol.14 인터뷰 발췌

댄 J. 샌더스는 미국 유나이티드 슈퍼마켓의 CEO다(인터뷰 당시). 유나이티드 슈퍼마켓에 합류하기 전에는 AdPlex, AdContent 등 광고 프로덕션을 설립했다. 유나이티드 슈퍼마켓의 CMO를 거쳐 2004년 CEO가 되었다. 저서로 『섬기는 기업문화가 경쟁력이다(Built to Serve)』, 『Equipped to Lead』 등이 있다.



우리는 브랜드 교육이 두 가지로 이루어진다고 본다. 조직원들이 브랜드의 관점을 갖게 하는 BrandView 교육, 그리고 자신의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인지 알고 자기다움을 지키며 성장하도록 돕는 BrandNess 교육이다. 물론 브랜드 교육의 최종 목표는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댄 J. 샌더스 먼저 밝혀 두고 싶은 것이 있다. 나는 기업이 처음부터 직원들에게 브랜드를 어떻게 지킬지 묻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그보다 먼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지킬지 묻도록 권한다. 관계는 사람의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는 일이자 브랜딩의 영혼(soul of branding)이다. 브랜딩이란 그런 것이다. 알다시피 최고의 브랜드들은 모두 소비자와의 관계를 '즐긴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안다. 최고의 브랜드와 조직은 그런 사람을 닮았다.



당신이 저서에서 '사람 중심의 조직 문화'를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인가?

댄 J. 샌더스 그렇다. 나는 문화란 인간의 근본에서 자연스럽게 길러진 것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본다. 성공한 조직은 대부분 자기 사명을 인간의 본질(essence)에서부터 새롭게 정의한 사람들이 만들었다. 나는 인간을 믿는다. 인간에게는 다른 사람을 돕고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선한 본성'이 있다고 믿는다. 어떻게 보면 일이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브랜드가 더 높은 목적을 품고 직원과 타인을 돕는 일에 가치를 두면, 어떤 비즈니스에서든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나는 이것이 산업을 가리지 않고 사람의 삶을 풍성하게 하고 조직 문화를 건강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조직 문화도, 기업의 목적도 결국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사람을 위하는 데 있으니, 더 높은 차원의 목적을 가져야 한다는 말인가?

댄 J. 샌더스 안타깝게도 요즘 기업 대부분은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팔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 기업이 너무 많은 숫자로 이루어져 있다. '수치적 성과'에 대한 압박 때문에 리더들은 스프레드시트를 검토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정작 중요한 '사람'을 돌아보는 데는 충분한 시간을 쓰지 못한다. 조직의 진정한 생명선(lifeblood)은 사람인데도 말이다. 기업은 자본과 이윤 이상의 존재여야 하고, 그러려면 반드시 사람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 리더와 조직원이 중심을 자본과 이윤에서 사람 중심의 문화로 옮길 때, 수치적 성공도 최상의 결과를 낸다.



기업이 '숫자' 이상의 목적과 비전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유니타스브랜드의 관점과도 같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댄 J. 샌더스 나도 그 점이 안타깝다. 많은 기업이 산업혁명 시대에 남겨진 사람처럼 여전히 손익계산서만 바라본다. 리더는 하루 종일 표준 회계 절차에 따라 비용을 고민하고, 그의 컴퓨터는 그에 따른 기업 자산만 계산한다. 이런 시스템은 망가진 시스템이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담으려면 바뀌어야 한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란 무엇인가?

댄 J. 샌더스 새로운 비즈니스에서 리더는 사람을 믿고 섬기는 문화를 심는 '투사(warrior)'가 되어야 한다. 기업이 수치와 이윤 위주의 사고에서 사람을 최우선에 두는 사고로 전환하면, 새로운 시대에 지속되어야 할 깊은 가치와 충만함을 찾게 되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세계의 많은 기업이 오랫동안 숫자 위주의 사고로 성공해 왔으니 그 사고가 틀렸을 리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사고가 분명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과거에서 배운 잘못된 벤치마킹을 바로잡아야 한다. 과거의 성공과 실패를 측정하기보다 앞으로 가질 수 있는 잠재력을 측정해야 한다. 그것이 훨씬 의미 있는 노력이고, 분명한 지향점이다.



사고를 전환하려면 기업과 구성원 모두가 같은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는 일이 중요할 것 같다.

댄 J. 샌더스 물론이다. 특히 비전 공유는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비전은 특정한 맥락(context)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직원들이 장기 목표를 이해하도록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아주 작은 의사결정에서도 비전의 맥락에 맞는 선택이 이루어지고, 변화가 생긴다. 장기적인 성공을 원하는 조직이라면 구성원의 단기 목표와 조직의 장기 목표를 조화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이 조화는 모든 구성원이 비전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비전이 공유되면 구성원들은 더 이상 분기 실적만 바라보며 소모적으로 일하지 않고, 장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일하게 된다. 조직이 이런 사고를 품으면 수치적인 성공은 자연히 따라온다.



당신은 유나이티드 슈퍼마켓의 CEO이기도 하다. 직원들에게 사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실제로 어떻게 일깨우는가?

댄 J. 샌더스 예를 들어 베이커리 직원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당신은 팔기 위한 케이크를 장식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 가족의 생일을 축하하고 있다고. 꽃을 파는 직원에게도 마찬가지다. 당신의 아이들에게 해 주듯 준비하라고 말한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우리는 이런 관계에 무엇이 필요한지 본능적으로 안다. 이 맥락을 모든 직원에게 전하면, 직원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그에 맞게 준비한다.



유나이티드 슈퍼마켓이나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같은 브랜드를 보면, 조직원들이 뚜렷한 가치와 비전을 지켜 가려면 리더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댄 J. 샌더스 그렇다. 사람들은 뚜렷한 원칙을 가진(principle-centered) 리더가 이끄는 조직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더 나은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직원들이 어떤 일을 하든 의사결정의 길잡이로 삼을 핵심 '가치'를 리더가 정의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는 우리가 흔히 '공유'라고 말하듯 모든 직급의 직원들과 대화해야 한다. 핵심 가치가 명확하게 정해지고 공유되면, 리더의 행동은 그 가치를 보여 주는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모든 리더의 행동이 과거와 달리 '변화'를 보여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리더가 본보기가 되더라도, 변화가 자리 잡기까지 조직 내부의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조율하는가?

댄 J. 샌더스 조직이 변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면에서 갈등은 기업이 정체되지 않고 건강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어떤 사람은 남기를, 어떤 사람은 떠나기를 선택할 것이다. 이런 변화는 긍정적일 뿐 아니라 꼭 필요하다. 성공적인 변화를 늦추는 이들은 꽤 자주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imposter)'이다. 겉으로는 가치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뒤에서는 그 가치를 허무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대화를 통해 새로운 경영의 고삐를 단단히 쥐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말한 브랜딩의 영혼, 곧 '사람'과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며 조직과 브랜드를 이끌려는 리더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댄 J. 샌더스 조직의 변화를 이끄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브랜드가 가려는 방향이나 조직의 열망은 언제든 '주주'의 그것과 다를 수 있고, 그래서 수없는 마찰을 겪는다. 예를 들어 브랜드를 구축하려면 장기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투자자를 설득하기란 매우 어렵다. 투자자들의 투자 지평(time horizon)이 고작 한 분기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CEO는 매우 설득력 있는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투자자들에게 브랜드의 열정과 긍정의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사람 말이다. 그러나 많은 리더가 여기서 실패한다. 주주의 이해를 만족시키는 경영이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경영보다 쉽기 때문이다. 그래도 브랜드를 위해서라면, 단기적인 주주의 만족이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을 기준으로 결정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바울이 텐트를 만들어 팔던 시절로 돌아가, 그와 함께 브랜드를 창업한다면 나는 무엇부터 물어야 할까. [엔텔러키 브랜드] 볼륨 7 『바울이 브랜드 창업을 한다』는 이 엉뚱한 상상에서 시작했다. 소명을 어떻게 일로 옮길 것인가. 고객을 어떤 이웃으로 만날 것인가. 무엇을 만들고, 누구와 함께하며, 무엇으로 성공을 판단할 것인가. 30년 넘게 브랜드를 만들고 가르치면서 풀지 못한 질문들이었다. 나는 이 원고를 20년 가까이 붙들고 있었고, 이번에야 마침표를 찍었다.


   책은 브랜드가 태어나고(BRAND BEGINNING), 자라고(BRAND BECOMING), 뿌리내리고(BRAND BEING), 마침내 브랜드 너머를 바라보는(BEYOND BRAND) 네 단계를 열 개의 장으로 따라간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부르신 일을 찾다." "고객을 타깃이 아니라 이웃으로 만나다." "차별화는 더하는 것이 아니라 거절하는 것이다." "매출이 아니라 열매로 평가하라."


    이 책은 읽고 덮는 책이 아니다. 장마다 REVIEW와 WORKSHOP, 그리고 PAUL BRAND STARTUP CANVAS를 붙여 두었다. 읽은 내용을 각자의 브랜드에 직접 옮겨 보기를 바라서다. 책에 담은 프레임워크도 모두 열어 두었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는 말씀 앞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 일과 신앙이 따로 노는 것 같아 불편했던 그리스도인 창업자에게, 나는 바울이라는 오래된 동업자를 소개하고 싶다.

바울에게 브랜드를 묻다


《뉴스위크》 2001년 10월 29일자 특집 「미래의 교실(The Classroom of the Future)」에는 스티브 잡스의 이런 말이 실렸다.

"학생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낼 때 배움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교사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좋은 선생님을 만나 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소크라테스와 오후 한때를 함께 보낼 수 있다면, 제가 가진 모든 기술을 기꺼이 내놓겠습니다."


잡스에게 소크라테스가 있었다면, 내게는 바울이 있었다. 이 기사를 읽은 뒤, 나는 바울을 만나고 싶어졌다. 특히 궁금했던 것은 그의 직업관이었다. 그는 텐트를 만들며 복음을 전했다. 그 믿음은 일하는 방식에 어떻게 드러났을까?


텐트를 만들 때 마진은 얼마로 정했을까? 텐트의 고객은 서민일까? 귀족일까? 자기보다 더 잘 만든 텐트를 보면 벤치마킹했을까, 아니면 자기 스타일을 지켰을까? 텐트를 판 뒤 무상 수리는 언제까지 해 주었을까? 더 좋은 원단을 더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곳을 찾았다면, 기존 거래처와의 관계는 어떻게 정리했을까? 신앙은 좋지만 실력이 부족한 일꾼에게는 어떻게 했을까? 고객을 위해 일을 그만두게 했을까, 더 배울 시간을 주었을까? 텐트를 팔아 번 돈은 모두 사역에 썼을까, 노년을 위해 얼마쯤 남겨 두었을까? 디모데에게는 텐트 만드는 법도 가르쳤을까?


성경에 구체적인 답이 기록되어 있지는 않은 질문들이다. 얼핏 지엽적이고 세속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질문 앞에서 믿음이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여러 번 무너졌다.


그 질문들을 품고 나는 바울을 만났다. 얼굴을 마주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편지를 읽으며 대답을 들으려 했다. 바울처럼 일하며 복음을 전하고 싶었고, 모라비안 형제단과 바젤 선교회의 이름을 따서 첫 회사의 이름을 '모라비안바젤'이라고 지었다. 나름대로 바울의 신학을 경영학에 합금해 보려 했다. 그 시도는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돌아보면 실패와 실수, 때로는 포기가 이어졌다.


지금 바울을 만난다면 이렇게 묻고 싶다.

"바울 사도님, 만드신 텐트를 브랜드로 키워 보면 어떨까요?"

바울은 아마 이렇게 되물을 것 같다.

"브랜드가 무엇입니까? 그리고 왜 텐트를 브랜드로 만들어야 합니까?"


이번 책 『바울에게 브랜드를 묻다』는 그 되물음에 대답하려고 쓴 책이다. 바울의 편지에서 시작해 대표라는 자리, 함께 일하는 사람, 그리고 끝내 무엇을 남길 것인가까지, 서른 개의 장에 그 대답을 적었다. 《엔텔러키 브랜드》 볼륨 7 『바울이 브랜드 창업을 한다』에 앞서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바울이 브랜드 창업을 한다』가 '어떻게 창업할 것인가'를 물었다면, 이 책은 그보다 먼저 물어야 했던 질문으로 돌아간다.


나는 왜 브랜드를 만드는가. 브랜드를 키우는 동안,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변해 가는가.

그리고 나는, 누구의 브랜드가 되어 가는가.

타스의 브랜드 편지는 시즌 1 [유니타스브랜드], 시즌 2 [엔텔러키 브랜드], [아내가 창업을 한다], [브랜드의 탄생], [거리에서 브랜드를 배운다]를 비롯해 지금까지 발행한 브랜드 관련 서적과 자료, 그리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작성됩니다.

브랜드를 쉽게 이해하고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구독자님의 브랜드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혹시 궁금한 점이나 더 깊이 알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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