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동안 진행하던 일본 선교와 관련된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즈음, 나는 흐물흐물 많이 지쳐 있었고 정신적으로 꽤 소진돼 있었다. 그때 내게 선물이 하나 도착했다. 표지부터 강력한 첫인상의 책이었다. 책은 보혈을 상징하듯 온통 빨간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책 제목은 ‘전도의 정신’이었다. 지친 내게는 제목만으로도 다소 부담스러운 책이었지만, 그 강력한 빨강은 묘하게 내게 활력을 충전시키려는 듯한 누군가의 의지처럼 보였다. 나는 피식 웃었다. 그 누군가는 분명 그분이심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내게 온 선물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쓴 우치무라 간조는 1861년부터 1930년까지 살다 소천한 기독교 사상가이자 평론가, 작가였다. 많은 이들에게 일본 무교회주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책을 통해 다양한 전도의 정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생계를 위해 전도하는 사람은 자신을 가장 큰 위험에 내던지는 자이며 사회에 크나큰 패악을 끼치는 자라며 결단코 전도를 직업으로 삼지 말라고 말한다. 명예와 공명심을 위해 전도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당장 종교계를 떠나라고 외친다. 교회를 위해 전도하는 사람들에게는, 전도로 경쟁을 하거나 신도 쟁탈전을 벌이기도 한다며 논쟁을 일으키지 말라고 경고한다. 나라를 위해 전도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그 의욕 자체는 틀린 것은 아니지만 방법이 잘못되었다며 종교의 일차적 목적은 국가나 사회개량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외친다. 하나님을 위해 전도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위험성을 경고한다.
이런 얘기를 지금 한국의 교회에서 하다가는 불상사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내 머릿속에서 몰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치무라 간조는 눈치 보지도 않고 피해 가지도 않고, ‘사람을 위한 전도자’가 되라고 강조한다. 자신의 전 존재 안에서 하나님을 만나야 하고,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전도 대상자에게 전하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전도의 정신을 가져야 하며, 어떤 전도자의 자격과 몸가짐, 지적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제시한다. 그런데 책을 덮고 보면 결국 나의 신앙과 전도자로서의 자세, 그리고 오늘의 한국 교회를 떠올릴 수밖에 없어진다.
우치무라 간조가 자신이 살던 시대를 바라보던 시선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과 너무나 닮아 있음에 등골이 서늘해진다. 지치고 희미해진 나의 전도심, 그리고 서로 뭉치기만 할 뿐 퍼져서 전도하지 못하는 공동체, 쇄신이 필요한 한국 교회가 생각난다. 우치무라 간조의 ‘전도의 정신’은 시간을 뛰어넘어 결국 나와 교회, 우리 시대에 던지는 강한 메시지임이 분명하다.
책의 마지막에 우치무라 간조는 오늘의 어려움에 대처하는 법을 적었다. 그 글들을 읽으며 나는 지치고 소진된 나의 어려움에 처한 정신이 다시 충전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곧 일본에 가서 한 일본인 가족을 만나게 될 텐데, 그 가족을 어떻게 전도할까 기도하게 된다. 내가 받아 온 그 선물 같은 놀라운 은혜를 그들에게 전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