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 콘퍼런스를 준비하며
9월의 코트워치
2026. 9. 18.

비영리 미디어 코트워치의 한 달을 보내드립니다.
'보통의 언론사'와는 조금 다른 활동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밤샘의 날과 AI

안녕하세요. 최윤정 기자입니다.

 

이번 주말 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KINN) 구성원들이 모입니다.

 

일 년에 한 번 모여서 취재 경험을 나누는데요. 이번에는 AI와 펀드레이징 등이 주요 주제입니다.

 

코트워치도 사례 공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취재 과정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했고, 무엇을 배웠는지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AI를 잘 쓰는 일이 필수적인 역량이 됐고, 앞서가는 이들을 느릿느릿 후발대처럼 따라가고 있지만, 어떤 방식이 최선인지는 모르는 상태로 그동안 지내온 것 같습니다.

 

김주형 기자는 회의에서 다소 심오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어떤 일에 AI를 쓴다는 건 결국 그 일을 '빠르게 해치워야 하는 것'이나 '시간과 노력을 덜 들일수록 좋은 것'으로 만드는 건 아닐까, 라고요.

 

물론 저희가 하는 일 중에 빨리 해치우면 좋은 일도 있고, AI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 있다는 걸 알지만, 왠지 모르게 저 이야기를 여러 번 곱씹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26 선거범죄 리포트' 취재 과정을 하나씩 써봤습니다. 어떤 업무에 AI를 쓰고 또 쓰지 않았는지, 어떤 업무는 (수작업보다) AI를 쓰는 게 나았을지 돌아봤습니다.



*첫 번째 질문

 

지난해 소송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때, 조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개별 사건을 입력하는 시간을 줄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판결문 내용을 AI로 요약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었습니다.

 

"시민들이 판결문을 더 쉽게 읽으려면 저희가 직접 읽고 (똑같이 법률가가 아닌 시민 입장에서) 요약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되묻자, "그게 AI가 가장 잘하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지금은 이때 생각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법률가가 아니기 때문에 뭐가 어려운지 더 잘 알 수 있겠지만, 결국 내용을 완전히 장악하고 이해해야 쉬운 말로 풀어서 전달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조언을 듣고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여러 시도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저희는 또 저희 고집대로 판결문 86건을 다 읽고 소송의 앞뒤 맥락을 추가해서 직접 글을 썼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데이터베이스 완성이 늦어지면서 피드백 일정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계획대로 하지 못한 이유를 붙들고 둘이 밤을 새우면서 질문이 남았습니다.

 

AI로 판결문을 요약했다면 더 나았을까?

우리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나?



*판결 데이터의 공적 활용

 

올해 '2026 선거범죄 리포트' 취재 과정에서는 AI를 좀 더 써봤습니다.

 

변호인 등 판결문에 들어 있는 정보를 뽑아달라거나, 전체적인 지형을 살펴볼 수 있도록 특정 항목의 통계를 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결과물이 도움이 된 적도 있고, 여러 이유로 믿을 수 없어서 다시 수작업으로 돌아간 적도 있었습니다.

 

아직 미흡한 점이 많지만, 수많은 판결문에서 의미 있는 정보값을 찾아내는 일과 AI의 작동 방식을 더 파고들어 보고 싶은 건 '상업성'에 대한 고민 때문입니다.

 

법률 시장에서는 이미 판결문 데이터를 AI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논의가 활발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도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특정 판사의 판결 패턴이나 성향, 특정 변호사의 승소율 등을 AI로는 더 쉽게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재판부 쇼핑'이나 '특정 변호사 선임'을 유도하는 현상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공적인 영역에서는 어떨까요.

 

소송에서 유리해지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현재의 사법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방대한 판결문을 분석하는 일은 또 다른 전문성이 필요하고,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 *

 

저희는 보도할 판결문 원문을 직접 읽고, 독자분들께 전하는 기사나 뉴스레터를 직접 쓰면서,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명확한 언어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AI를 활용하지 않아야 할 업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만들어온 것 같습니다.

 

내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KINN 콘퍼런스에서는 판결문 데이터 분석 등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 다른 팀들이 AI를 대하는 관점 등을 열심히 배워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 주 추석 연휴에는 코트레터 발행을 한 주 쉬어갑니다. 이제 완연한 가을인데요. 독자 여러분 모두 안전하고 평온한 연휴 보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이 레터는 코트워치 후원회원 워처 89분의 지원을 받아 최윤정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courtwatch@c-watch.org
(코트레터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여기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