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릴 때는 다정해야 해요.

친절하고, 감정도 자주 물어봐주고, 안아주고, 손도 잡아주고. 그게 사랑이고 안전이니까요.

그런데 아이가 커가면 그 방식이 달라져야 해요.

문제는 아이가 컸는데도 엄마가 어릴 때 하던 방식 그대로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는 거예요.


이번 주말에 조카와 친정에 다녀왔어요.

조카는 7살이고, 혜린이는 13살이에요. 두 아이를 같이 두고 며칠을 지내보니, 양육 방식이 얼마나 달라야 하는지 새삼 보이더라고요. 매일 같이 살 땐 안 보이던 게 떨어져서 보니까 보였어요.

조카에겐 손을 자주 내밀게 돼요.

"이거 어떻게 해?" 하고 물으면 같이 해요.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안아주고 물어봐요. 밥 먹을 때도 옆에서 챙겨주고, 자기 전엔 책도 읽어줘요.
7살은 그런 시기니까요. 그 작은 손을 잡아주는 게 사랑이에요.

혜린이는 다르죠.

혜린이한테 같은 방식으로 다가가면 오히려 답답해해요. "엄마 나 알아서 할게"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와요. 같은 사랑인데, 두 아이한테 줘야 하는 게 완전히 달라요.


어느 순간부터 혜린이가 저에게 모든 걸 말하지 않아요.

일부러 숨기는 게 아니에요. 그게 자연스러운 거예요.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도, 친구랑 뭐가 어긋났어도, 시험을 망쳐도, 저는 먼저 캐묻지 않아요.

혜린이가 혼자 충분히 고민해보는 시간을 줘요.

그러다 말하고 싶을 때 말해요. 그러면 그때 들어요. 답을 주려고 하지도 않아요. 들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할 때가 많거든요.

대신 한 가지는 분명하게 해둬요.

"너 뒤에는 늘 엄마가 든든하게 있어." 그 사실만 알면 돼요.
자세히 묻지 않아도, 매일 들여다보지 않아도, 그 한 가지만 확실하면 아이는 흔들리지 않아요.


최근에 흥미로운 연구를 봤어요.

미국의 한 심리학자가 불안증이 있는 아이들을 치료하는데, 약도 상담도 안 썼대요. 대신 아이한테 혼자 할 일을 잔뜩 시켰어요. 혼자 마트 가기, 혼자 전철 타기, 혼자 빵 굽기. 부모는 한발 물러서고요.

결과가 어땠을 것 같으세요?

기존 치료보다 효과가 더 좋았어요. 아이가 불안할 때 더 챙겨주고 더 다가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떨어뜨려 놓는 게 약이었던 거예요.


혜린이 어릴 땐 저도 헬리콥터 맘이었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챙겼어요. 책 한 권을 골라줄 때도 '이게 좋겠다, 저게 좋겠다' 일일이 정해줬고, 옷도 매일 챙겨놨고, 친구 관계까지 신경 썼어요. 학교에서 돌아오면 "오늘 어땠어, 누구랑 놀았어, 점심은 잘 먹었어" 매일 캐물었어요.

그땐 그게 맞았어요. 어린아이한텐 그게 사랑이고 안전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 혜린이가 컸어요.

키가 자라고, 생각이 자라고, 자기 세계가 생겼어요. 저는 그 변화를 알아채야 했어요. 13살한테 7살 대하듯 하면 안 되니까요. 어렵더라고요. 매일 그 자리에서 그 아이를 보니까 늘 어린 모습으로 기억되거든요. 그래서 의식적으로 손을 거뒀어요. 챙기던 걸 하나씩 놓았어요. 처음엔 마음이 자꾸 갔지만, 익숙해지면서 알게 됐어요. 안 챙겨도 혜린이가 잘하더라고요.


엄마들이 아이한테 자주 묻는 게 있어요.

"오늘 뭐 먹을래?" "이 옷 입을래 저 옷 입을래?" "주말에 뭐 할까?" 이런 거요. 이걸 선택권을 준다고 생각해요.

근데 이건 진짜 선택권이 아니에요.

진짜 선택권은 아이가 자기 인생에서 뭔가를 결정하는 거예요. 학원을 다닐지 말지, 어떤 친구를 만날지, 어떤 공부를 할지, 어떻게 시간을 쓸지. 우리는 작은 선택권은 잔뜩 주면서 진짜 결정권은 안 줘요. 큰 건 다 엄마가 정해놓고요.


혜린이는 자기 시간을 자기가 써요.

오늘 책을 읽을지, 글을 쓸지, 친구를 만날지, 그냥 쉴지. 저는 거기에 끼어들지 않아요. 가끔 결과가 별로일 때도 있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그 시간이 자기 시간이라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자기 인생을 자기 손에 쥐고 있다고 느끼거든요.

13살이면 자기 인생 한 부분은 자기가 정할 수 있어야 해요. 실수해도 괜찮아요. 그 실수가 진짜 자산이 되거든요.


가끔 이런 경우도 봐요.

첫째와 둘째 나이 차가 좀 있는 집이요. 둘째가 어리면 둘째한테는 당연히 다정하게 해야 하니까, 그 결대로 큰애한테도 같은 톤으로 대하게 돼요. 큰애는 이미 컸는데 엄마 눈에는 아직 어린아이로 보이는 거예요.

그러면 큰애가 답답해해요.

자기는 다 컸는데 엄마가 자기를 안 알아봐 주는 거잖아요. "엄마 나 13살이야"라는 말, 큰애는 매일 보내고 있는데 엄마만 못 받고 있는 거예요.

둘째한테 줄 다정함이랑 큰애한테 줄 거리감, 둘 다 사랑이에요. 다른 방식의 사랑일 뿐이에요.


좋은 엄마는 아이가 어릴 때 다정한 엄마예요.
그리고 아이가 크면 거리를 두는 엄마예요. 같은 사랑인데 방식이 달라요.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해요.

엄마가 자꾸 손을 내밀면, 아이는 그 손이 있어야만 걸을 수 있는 사람이 돼요. 손을 거두면, 그제야 자기 두 다리로 걷기 시작해요.

이번 한 주는 한 번만 떨어져서 봐주세요. 우리 아이, 지금 몇 살인가요.

늘 응원하겠습니다. 

쿨한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