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8일  (No. 592)
AI는 여러분의 경쟁력이 아닙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에 '어도비 포토샵(Adobe Photoshop)'이 깔려 있고, 그것을 능숙하게 다룰 줄 안다는 건 대단한 무기였습니다. 사진의 잡티를 지우고, 배경을 합성하는 기술은 소수의 디자이너만이 부릴 수 있는 마법과도 같았죠. 그 기술만 있으면 어디서든 환영받았습니다. 연봉도 꽤 짭짤했고요.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스마트폰 무료 앱으로도 전문가 뺨치게 사진을 보정합니다. 최신 포토샵의 '생성형 채우기' 기능은 명령어 한 줄이면 그전에는 없던 배경도 만들어냅니다. 이제 "나 포토샵 할 줄 알아"라는 말은 더 이상 특별한 스펙이 되지 못합니다. 도구의 문턱이 낮아져 누구나 '금손'이 될 수 있는 세상이니까요.

지금 많은 기업들이 사활을 거는 AI 도입 경쟁도 비슷한 양상이 될 겁니다. 그들은 "최신 AI 모델을 도입하면 경쟁사를 앞서갈 수 있다"고 믿는데요, 찬물을 끼얹는 말 같지만 AI는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가 될 수 없습니다.

알다시피 기업이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Sustainable Competitive Advantage)'를 가지려면 3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그 자원이 가치(Valuable) 있어야 하고, 희소(Unique, Rare)해야 하고, 남들이 모방하기 어려워야(Inimitable) 하죠.

AI라는 자원은 어떻습니까? AI는 분명 엄청난 가치가 있습니다. 업무 효율을 엄청나게 높여주고 수많은 데이터에서 의미있는 정보를 뽑아주니까요. 하지만 희소성과 모방 불가능성 측면에서 보면 AI는 경쟁 우위가 되지 못합니다. 오픈AI의 GPT-4나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같은 모델은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하드웨어 값은 낮아지고, 알고리즘은 오픈소스로 풀리고, 인재들은 항상 이 조직 저 조직으로 움직이죠.


결국 AI는 기업을 차별화시키기보다 서로를 비슷하게 만듭니다. 한마디로 '균질화(Homogenization)'시키죠.

"나 챗GPT로 보고서 쓴다"는 것이 올 초만 해도 자랑 혹은 강점이었지만, 신입사원들도 자유롭게 사용하기 때문에 결과물의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었습니다. 필살기가 아니라 기본 소양(table stake)가 되었죠.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디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할까요?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의 최신 기사를 읽어보면 '잔여 이질성(Residual Heterogeneity)'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요, AI가 흉내 낼 수 없는, 남겨진 인간만의 영역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기사는 잔여 이질성을 확보하는 것에서 경쟁력이 생겨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AI는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패턴을 찾는 보간(Interpolation) 능력은 탁월합니다. 하지만 데이터 너머의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고,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것들을 연결해 논리의 비약을 만들어내는 외삽(Extrapolation)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죠. 

AI시대를 잘 헤쳐가려면 여러분은 외삽에 집중해야 합니다. 보고서를 예로 들어볼까요? 데이터를 분석하고 초안을 쓰는 것은 AI가 하도록 하고, 여러분은 그 보고서를 들고 까다로운 상사를 설득하는 화법, 타 부서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정치력,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시장의 미묘한 뉘앙스를 캐치하는 직관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것이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입니다.

기술 자체에 매몰되지 마세요. 첨단 기술은 언젠가 범용화되기 마련이고, AI는 이미 범용화되었습니다. AI로 닿지 않는 영역에 힘을 써야 합니다. 오늘 해야 할 업무 중에서 AI나 다른 동료가 대체할 수 없는, 오직 나만의 통찰이나 인간적 관계가 필요한 일을 딱 하나만 골라 그 일에 에너지의 50%를 쏟아 보기 바랍니다.


*참고기사
Why AI Will Not Provide Sustainable Competitive Advantage. MIT Sloan Management Review. https://sloanreview.mit.edu/article/why-ai-will-not-provide-sustainable-competitive-advan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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