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하반기 별빛 편지 
  몽골 밤하늘 탐사 원정대 특별호
 (사)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한 몽골 탐험대 모집이 홈페이지 공고 43시간 21분 만에 마감된다.  23년 태풍으로 취소된 이후 이혜경 사무처장의 몽골 관측지 사전 답사 결과의 공유로 이번 여행에 대한 절실함이 높아졌고, 몽골에서 제대로 별을 보고 천체사진을 찍으려면 학회의 주요 운영진이 주관하는 “한아천 몽골 밤하늘 탐사 원정대"와 함께해야 한다는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몽골에서 별보기, 관측대상 안내, 은하수 촬영법 등을 소개하는 1차 연수가 5월 24일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몽골 밤하늘에 대한 서로의 간절한 마음을 공유하는 시간이 되었다. 7월 6일에 별새꽃돌과학관에서 진행된 2차 연수에서는 12인 트래블 돕 장비 점검 및 조립법 시연이 있었고, 서로의 부푼 꿈을 확인하며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사무처에서는 이번 몽골 원정대의 모든 정보를 수록한 책자와 단체 티 등 필요한 준비를 너무도 완벽하게 준비했다. 출발 전 우리의 몽고로 먼저 날아간 트래블 돕에 문제가 생겼다는 비고가 전해졌지만, 오준호 회장님이 유튜브로 깜짝 공개한 새로운 스타일의 12인치 트래블 돕과, 이동근님이 쌍둥이 트래블 돕을 빌려서 몽골까지 가져간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원정대의 단톡방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마침대 8월 7일 오전 5시 정각에 35명의 원정대원들은 한 명도 늦지 않게 인천공항에 집결한다. 몽골 밤하늘을 점령하러 출발!     글: 심재철  

 오준호 회장님이 직접 제작한 신개념 트래블 돕
12인치 망원경의 위용! ⓒ이혜경
몽골 관측 여행을 위해 이동근님이 급하게 빌려온
쌍둥이  12인치 트래블 돕! ⓒ이동근
원정대의 설레임을 불러 일으킨가이드북 ⓒ이혜경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지만 마음의 안정을 꾀할 수 있도록 완벽히 제작된 가이드북의 목차 ⓒ이혜경 

 도시의 콘크리트 정글 위에도 별은 변함 없이 떠 있지만 각종 공해와 각박한 생활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여유조차 잊어버리게 했다. 복잡한 세상 일은 한국에 남겨두고,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이 빛나는 모습을 상상하여 오지의 땅 몽골에 도착한다.

 한팔 길이 밖에 도달할 수 없는 우리를 수천 킬로 아니 수십 억 광년까지 안내할 것을 상상하면서!

 일기 예보가 심상찮다. 그러나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울란바트로 공항에 도착하니 그래도 파란 하늘이 보이고 여행은 즐겁다.

 공항 밖을 내딛었을 때 풀내음 가득한 평원이 눈이 부셨다. 그리고 본인을 계속해서 사기꾼이라 이야기하며 며칠 동안 토론 주제에 오른 한국말이 너무너무 능숙한 오치르 가이드님. 

 산적같이 생겼지만 동심이 가득하고 오칠이부터 구칠이가 될 때까지 모든 일정 동안 원정대원 35명 한명 한명을 모두 섬세하게 배려한 가이드님은 우리 원정대의 빠질 수 없는 일원으로 자리 매김하며 몽골 지부장으로 임명 되었다.

 또한 포장, 비포장 도로를 구분할 것 없이 언제나 안전 운전으로 버스 안에서 편한 휴식과 사파리 경험을 하게 해준 쑥쓰럼 많은 도르즈 기사님까지! 이제 모두 한팀이 되어 실제 관측지로 출발!

 우리의 첫 숙소이자 관측지로 가는 길에 펼쳐진 여름에 만난 드넓은 유채꽃밭에서 모두 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물이 나오는 귀한 휴게소에서 몇 차례 휴식하며 긴 버스 속 여정이 시작되었다. 버스 속에서 시작된 자기소개는 정말 개성이 넘쳐 흘렀고, 관측에 대한 기대가 그득그득했고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글: 김진아

2024 KAAS 몽골 밤하늘 탐사 원정대 탐험 경로 - 물 나오는 화장실이 중요함! ⓒ신명근
 이게 뭐하는 짓이야? 그리고 너 재철이라고 반말 하지마! 국장님이라고 불러야 해! 싫어! ⓒ김진아
여보 날씨가 나쁘다는 예보는 생각하지마! 우리가 함께 하는 것만으로 즐겁잖아! ⓒ박혜심
서연아! 별을 못보면 어떠냐! 오늘은 우리가 주인공이야!. 너와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세상을 다 가진 것 처럼 즐겁단다. ⓒ박혜심

 역시나 하늘은 구름 가득이다. 그래도 몽골에서 처음 먹는 저녁 식사가 먹을만하다는 것이 위안이다. 내일을 위해 밥이나 잘 먹자라는 생각으로 식사 시간이 길어졌는데, 밖으로 나오는 베가와 아르크트루스가 보인다. 무대뽀 적으로 호언 장담한 누군가의 기도가 통한 것일까? 몽골 밤하늘을 위한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의 열정에 하늘이 감동한 것일까? 어쨌든 구름이 걷히며 수없이 많은 별들이 우리를 비춘다.

  많은 분들의 수고로 인해 트래블돕과 각자의 카메라들과 눈들이 모두 어두운 하늘을 향했다. 그름 사이로 관측을 시도하면서 그래도 이렇게 볼 수 있는 몽골 하늘이라 다행이었다. 경험상 뭐가 보일 때 봐야 되고 지금이 우리가 일정 중에 날씨가 가장 좋을 때라 생각하고 관측에 임했다. 나 또한 나름 목표가 있었기에! 먼저 스티칭을 목표로 했으므로 하늘을 나눠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 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돕을 이용한 선생님들의 설명이 이어졌고, 몽골 하늘에서는 어떻게 보일까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옆에서 눈동냥하기에 바빴다. 특히 안드로메다은하가 진짜 보름달만한 크기로 보일까? 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역시 몽골 하늘이라 나선팔이 조금 더 보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M13을 보여주실 때는 천정을 지나서 헤라클레스자리가 내려가는 중이었으므로 역시 북반구 최대 구상성단의 진면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직접 호핑해서 다른 천체들도 찾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오준호회장님의 돕으로 시도해보았으나, 다른 장비에 익숙치 못해 아쉽게도 실패했다. ㅎㅎ

 학회 트래블 돕을 책임지고 구름 속에서라도 별을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심재철님이 안보이는 것이 의아했는데, 나중에 보니 어떻게든 몽골 밤하늘 기록 사진을 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글: 장형동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 사이의 북극성:안드로메다은하 아래 미라크가 이렇게 밝다는 것을 처음 느낄 정도로 하늘은 어둡고, 북쪽 하늘은 별로 가득하다. ⓒ심재철 
이것이 몽골하늘의 은하수다. 아래쪽 광해가 있어도 대기가 밝아 하늘로의 빛 번짐이 거의 없다.  사진 보정이 밝기와 노출을 높여도 노이즈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김진아
안드로메다은하와 독수리오형제! 몽골하늘에서 레이저 포인터는 광공해!  ⓒ김진아
견우성을 빠뜨렸네! ⓒ심재철
하늘이 도는가 땅이 도는가? ⓒ이양수

  몽골에서의 첫날 밤 하늘이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었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며 기적처럼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엷은 구름은 남아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은하수가 보인다. 분명 구름이 있는데 은하수도 보인다. 허허하~ 헛웃음이 나온다. 몽골의 높은 고도와 깨끗한 대기의 위력이다.
  몽골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것, 초원에 자리를 펴고 누워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두 눈에 은하수를 담았다. 꽤 시간이 흐른 후 구름이 온 하늘을 덮는 것을 보고 철수했다. 얇은 구름 커튼 뒤의 별을 보여준 몽골 하늘의 신 탱크리에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왠지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어쨋든 이제는 취침 준비를 해야하는 시간이다. 자연스레 관측 동지들이 다시 공동 화장실/세면장 앞에  모였고, 하늘에 살짝 구름의 틈이 보이는 것을 보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하늘이 이렇게 다를 줄 몰랐다. 엷은 구름도 모두 사라진 맑은 하늘이 열린다. ‘와우~~ 생애 최고의 별 하늘이다. 말 그대로 별 빛에 눈이 부시다~! 5분 정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한 별친구들과 평생 잊지 못할 공동화장실의 추억이 생겼다’.   
글: 신명근

누워서 본 몽골의 은하수 ⓒ신명근
여름철 대삼각형과 은하수 ⓒ심재철
은하수를 가로 지르는 화구 ⓒ이양수

  몽골에서의 첫날밤을 지낸 게르(엘센타사르하이 사막 근처)는 인터넷이 안되고, 전기도 자가 발전기로 3시간만 공급된다. 문명과 단절한 채 까만 밤하늘 아래 미약한 나의 존재를 되새겨보고,  친구가 얼마나 소중 한지를 새삼 느끼게 해줬다. 11시가 넘어 모든 불빛이 사라진 후 우주보다 배려심이 깊은 두 분이 거주하던 38게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잠자는 동료에게 방해 될까 봐 핸드폰도 켜지 않고 게르 안으로 들어가던 박재숙님이 문턱에 걸려 넘어지면서 손목이 골절된다.

  사무처장님과 가이드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데 미처 그분들이 머무는 게르를 알지 못한다. 배려심으로 두번째라면 서러워 할 박혜심님은 게르를 일일이 방문하여 관계자를 찾는다. 어느 게르에 누가 있는지 알 수 없고 자는 사람도 깨울 수 없어, 난처함에 까만 밤하늘 아래를 헤메인다.

 이 때 새벽에 한번 쯤 화장실을 가야 하는 한 남자(50대 후반)가 나타나 서성이는 박혜심님을 만나고, 이어 사무처장님과 가이드를 찾아 대책을 논의 한다. 그러나 아침 8시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팔을 움직이지 않으면 아프지 않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내답하는 박재숙님! 그렇다면 골절은 아니라고 말하는 돌팔이 50!   어쨌든 젓가락을 부목삼아 응급 조치를 하고, 다음날 가까운 병원(X-ray 없음)을 찾았으나 젓가락 부목도 교체하지 않고 약도 주지 않은 몽골 돌팔이 의사!

  이후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까지 엄청 아팠을텐데, 동료들의 여행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까봐 아픈 내색을 전혀하지 않았던 박재숙님 덕에 모두가 즐거운 몽골 여행이 되었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아픔과 병은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글: 심재철

몽골의 까만 밤하늘 속 영록히 빛나는 북극성과 카시오페이아! 알드로메다자리 알마크(2.15)가 북극성(1.95)의 밝기에 뒤지지 않는다. 몽골에서는 항상 발 조심, 길조심! ⓒ심재철
돌팔이 50대의 응급처치와 몽골 돌팔이 의사의 방치! ⓒ심재철
우주 보다 배려심 깊은 두 분의 앞날에 서광이!. 자나깨나 발조심!. ⓒ이양수

 원정대 출발 전 몽골에 대한 소문 여러 가지 ‘~카더라’가 현실로 확인되는 순간, 바로 첫날 숙소가 그랬습니다. 가이드에게서 ‘전기가 없어 자가발전을 하기 때문에 밤에 전력공급이 안된다, 전통 게르 내부에는 침상만 있을 것이다, 화장실이나 샤워실은 게르 외부 공용공간을 써야 된다.’ 등등 설명을 들었지만 그래도 설마 했는데 도착해 보니 그 ‘~카더라’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 중에는 ‘인터넷이 터지지 않는다’도 있었습니다.

 입구에서 게르까지 캐리어를 끌고 갈 수 없는 정도의 비포장이 가장 먼저 만난 불편이었습니다. 수십 개 늘어선 게르의 방 번호도 일관성 없이 여기저기 드문드문! 그래도 어찌어찌 짐을 풀고 나니 바로 저녁식사 시간. 시설의 불편함은 잊고 맛있는 식사를 하고 한쪽 게르 앞의 넓고 평평한 곳에 자리를 잡고 카메라와 망원경을 설치하고 밤하늘이 열리기를 기다렸습니다. 원정대원들의 간절함에 하늘이 응답한듯 일기예보와 다르게 은하수가 구름을 뚫고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밤11시 숙소주변에 소등이 되었습니다.

“와~ 어둠이다.”

전통게르의 불편함 덕분에 우리는 깜깜한 마당에서 마음껏 놀았습니다. 커다란 과학 실험실 밤하늘을 만끽하며.

  이튿날 아침을 먹고 나니 시간이 남습니다. 인터넷 검색은 물론 카톡도 잘 안터집니다. 게르뒤쪽의 바위산을 하나 둘 오릅니다. 스마트폰은 카메라 기능외에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멀리 수신호를 주고 받으며 사진찍기 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숙소 마당에서는 방위각 찾기 놀이가 한창입니다. See Star를 펼쳐놓고 망원촬영 놀이를 합니다. 모두 아이가 되어 폴짝폴짝 뛰어놀고 몸을 움직여 놀이를 만듭니다. 오래 잊었던 내몸과 마음을 움직여 노는 시간. 그리고 바위언덕에 누워 먼하늘 바라보다 눈 붙이기. 잊고 살았던 여유로운 시간.

 누워서 별관측을 하려고 가져온 파란 쿠션 의자도 낮에는 놀잇감 입니다. 풀썩, 풍덩, 폴짝 뛰어오르기. 아이처럼 즐거워합니다. 내리뛰는 사람도 튕겨나가는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모두 까르르까르르 넘어갑니다.

 학회 홍보를 위한 쇼츠촬영단이 결성되었습니다. 미니 사막에서 낙타를 배경으로, 모래언덕에서. 이후로 어디를 가던 홍보대사들은 촬영을 합니다. 우리 대원들의 촬영놀이에 지나가는 행인으로 오치르도 합류합니다. 

누가 주인공일까? 모두가 즐거웠던 바위산 오르기 ⓒ김도익

통밥으로 별을 찾지 말고 천체의 방위각과 고도를 활용해 찾을 수 있어야 천문지도사지! ⓒ김도익

한아천 홍보대사들 ⓒ김도익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갑자기 MC  모드의 심재철 국장님! ⓒ이양수

 구름 가득한 밤하늘 아래 별빛은 사라졌지만 모닥불 놀이가 한창입니다. 술한잔에 과자한개 안주삼아 나만의 시간을 함께 나눕니다.

 지나가는 소나기도 오랫만에 만난 재미난 놀이였습니다. 언덕 위 비를 피할 곳이 없어 허둥지둥 내려오다가 손바닥 만한 정자가 보였습니다. 모두 우르르 뛰어들어가서 이순간도 놓칠세라 인증샷을 터뜨립니다. 미리 앉아있던 몽골노부부가 빙긋이 웃으며 시끄러운 우리와 합류했습니다. 얼굴 한쪽만 간신히 걸친 이양수사진가님, 그 많은 얼굴을 한화면에 담으시다니!

 밤하늘은 커다란 과학실험실이라고 이제까지는 깜깜한 밤하늘 아래서만 심심하지 않게 얼마든지 놀 수 있었는데 인터넷이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낮에도 신나게 놀았습니다. 모두 아이가 되어! 보트타고 나가니 해무리가 기다리고 있고, 앞서간 보트를 기다리다 물수제비도 뜨고. 우아한 아줌마 흉내도 내보고 말 잘듣던 사내아이가 되어 커다란 하트에 볼하트까지! 인생샷을 위해 어디서나 폴짝거리는 정열도 몽골 원정대에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글: 이혜경

우아한 여인들! - 가정과 학교의 복잡한고 어려운 일은 잠시 잊고, 광활한 어기호수 앞에서 자유를 만끽하다. ⓒ심재철
말 잘듣는 악동들 - 한팔 길이 밖에 뛸 수 없는 우리를 무한의 시공으로 안내 할 몽골의 밤하늘을 생각하면, 모든것이 즐겁다. 여보 다음에는 같이 와! ㅎㅎㅎ ⓒ이혜경

  아침 일찍 메아리치는 음머~ 소리에 일어난 대원들은 등산 및 트래킹을 마치고 연신 울려대는 배꼽시계를 장착한 채 게르캠프 중앙에 옹기종기 모였다. 점심식사 1시간 연기 소식에 일동, T-Rex와 같이 포효하며 잠시 좌절하였으나 이내 극복!

흥과 놀이의 민족답게 총괄기획책임자 이양수님의 진두지휘 아래, 우리는 공복과 공백을 예술창작활동으로 승화시키며 깔깔깔 웃음소리로 채우기 시작했고 이어 주요 장소에 발자취를 남길 때 마다 연신 힘차게 허리를 꺾으며 작품성에 진심을 켜켜이 더해갔다.

 카메라 건너편에서 활약해주신 EP 이양수님과 촬영현장에서 즐겁게 방청해주신 대원님들, 환상적인 역할 분담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한 팀원들 덕분에 성공적인 릴스가 탄생하였고 ‘몽골 밤하늘 탐사’라는 커다란 경로 안의 자그마하게 자리잡은 ‘몽골 릴스 퀘스트’는 우연히 만나 우연히 모인 한 사람 한 사람이 퍼즐 조각이 되어 합을 맞추고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 속에서 연령과 지역을 초월한 우정을 느낄 수 있었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눈에 담던 몽골의 은하수 별빛이

코 끝에 닿던 드넓은 초원의 들꽃향기가

귓가에 동그랗게 울려퍼지던 우리의 웃음소리가 그리울 때, 우리의 사진과 영상이 심리적 안정제가 되어 이내 잔잔한 미소가 지어진다.   : 김유진

NG!! 우왕좌왕 좌충우돌 고장나버린 출연진들!ⓒ이양수 

비결은 반복학습! 오십대 중반 아줌마(황수경, 김영희)도 된다. 이제 우리는 릴스 우등생! ⓒ이양수

 맑게 갠 하늘에서 몽골 밤하늘의 진면목을 경험했지만, 이내 다시 구름으로 하늘이 뒤덮였다. 하지만 그 덕분에 수면 시간이 길어지며 아침에 여유 시간이 생겼다. 보통은 관측 여행에서 이러한 여유가 생기면 다음 날 관측을 위해 잠을 더 자는 편이지만, 이날은 친구들과 함께 게르 뒤에 있는 멋진 바위산에 올라갔다.
 산 아래 게르와 함께 보이는 광활한 대지의 일부가 되어 사진을 찍어보지만, 강렬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 순간 항상 멋진 여행사진을 찍어 기록하던 간사부부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생각났고, 점프를 함으로써 풍경과 하나 되어 즐기는 모습을 기록하는 여행사진을 배웠다.

여행 계획을 세우고 날씨가 우중충하여 스트레스를 살짝 받고 있던 사무처장님과 모든 것을 잊은 채 몽골의 자연과 함께 한컷! 그러나 뭔가 좀 밋밋한 여행사진! ⓒ임정선

썬그라스를 써봐도 역시 평범한 여행 사진!2 ⓒ임정선

잘 보세요! 추억의 여행 사진은 이렇게! 누가 더 행복해 보이나요?  ⓒ이양수 

아 이렇게 점프 하라고! 혼자 뛰어도 멋있지? 여보! 가족여행 짱이야! ⓒ조미선

와 나도 하늘을 날았어요! ⓒ이혜경

서전트 점프 높이가 짧은 50대는 이렇게 다리를 구부려 뛰어야! ⓒ임정선

 점프만 한 번 했을 뿐인데 갑자기 여행사진이 풍부해진다. 자연스럽게 웃는 것이 쉽지 않던 50대 중년의 사진이 자연과 하나된 개성있는 사진으로 탈바꿈 한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밤새는 줄 모른다'는 말과 평범한 여행사진이 자꾸 보고 싶고 추억이 되는 여행사진으로 재탄생한다.  글: 심재철 

우리도 젊어 보이나요? 이렇게 점프 하니까!ⓒ김도익

점프 사진의 달인들! 몽골의 메리 포핀스 ⓒ김도익

저희가 점프 사진의 진수를 보여드립죠! 카시오페이아자리 짜잔! 영희 누님! 마음은 40대라도 50대 이상은 다리를 살찍 구부리라니까! ㅠㅠ  ⓒ김도익

  가보지 않은 두 갈래 길은 궁금하기에 도전해 보고 싶기도 하지만, 험난한 길 일수도 있어 피하고 싶기도 하다. 

 어기호수에 도착한 우리 원정대는 가는 길 내내 내리는 비와 먹구름에 오늘도 관측을 못할까봐 걱정도 되었지만, 호수에서 사진을 찍고, 물수제비를 하고, 모터보트를 타며 서서히 걷히는 구름을 보여 제법 괜찮은 밤하늘이 기대되기도 하였다. 첫째날 완벽하진 않지만 은하수를 관측하였던 우리 원정대는 둘째날밤 게르를 후둑후둑 두드렸던 빗줄기에 관측을 하나도 하지 못하였기에 아름다운 석양을 보여주는 어기호수의 저녁하늘은 더욱 희망을 갖도록 만들어주었다. 

 오준호 회장님의 윈디 앱을 통한 어기호수의 날씨 변화와 각자의 방식으로 찾아본 날씨를 보니 오늘부터 어기호수의 날씨는 차차 개어 내일은 쨍하게 맑아진다고 한다. 반면, 하룻밤을 지내고 내일 가게 될 울란바타르는 날씨가 흐림이라고 한다. 우리 원정대의 앞날은 어때야 할까?!! 

 여느 여행이라면 애초에 계획된대로 날씨와는 상관없이 오늘밤 되는대로 관측을 하고, 내일 예정대로 아침을 먹고 울란바타르로 향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은하수 관측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온 우리 원정대는 날씨 때문에 내일 일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전체 회의를 하게 되었다. 붉은 빛이 도는 시민박명부터 시작하여 항해박명을 지나 천문박명이 되기 전까지~

이혜경 부회장님께서 두 갈래 길이 있다는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 - 누가 남을지는 각자의 뜻이지만, 가족이 참여한 회원의 의견을 반영하자! ⓒ심재철

오준호 회장님께서 의견 모으는 모습! - 서로의 의견이 맛설 때 최초에 계획된 대로 하는 것이 순리다. ⓒ조미선

[1] 어기호수에 새로운 숙소를 잡고 낮에 잠시 쉬었다가 밤새 관측 후에 다음날 공항으로 바로 이동하기

- 다만 계획된 울란바타르 일정 모두 취소 및 숙소는 100% 지불, 어기호수 새로운 숙소 비용 추가될 수 있음

- 게다가 내일이 어기호수 몽골 낚시대회라서 숙소 구하기 쉽지 않음

- 해뜨는 새벽 4시 반쯤 출발하여 7시간 이동하여 바로 공항으로 가야하는 일정이 기사님이나 원정대원들에게 부담될 수 있음

- 여지껏 초원에서의 게르 생활이 불편함이 있었기에 밤샘 관측보다는 울란바타르의 편한 숙소와 관광을 기대하는 원정대원도 있음

  • 시시각각 변하는 몽골의 날씨인데, 과연 현재의 일기예보대로 어기호수가 맑고, 울란바타르가 흐릴 것인가

 

[2] 어린 아이들 및 일부만 울란바타르로 가고, 대부분은 어기호수에 남아 관측하기

- 장비를 실은 작은 차에 탈 수 있는 정도만 울란바타르로 가서 예정대로 진행하기

- 오치르가 아닌 가이드는 한국말을 잘 못하는데 험한 초원길 및 긴 시간을 가는 내내 괜찮은지

- 울란바타르 일정 진행을 해줄 가이드를 새롭게 구할 수 있는지

 

[3] 정말 남고 싶은 일부만 어기호수에 남고, 대부분은 계획대로 진행하기

- 소수의 인원만 남을 수 있는데, 누가 남을 것인지(안시파, 사진파, 그 외 꼭 남고 싶은 사람)

  • 초원에는 가이드 오치르가 남아야 할 것 같은데, 그러면 인원이 많은 버스는 누가 가이드해 줄 수 있을지

 

[4] 모든 대원 계획대로 진행하기

- 제대로된 은하수 및 천체 관측은 못하였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원래 계획대로 진행한다.

 여러 논의 끝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선지는 위와 같이 4가지였다. 학교 다닐 때부터 매우 익숙한 4지선다 문제인데 나는 무엇을 선택하겠노라 몸과 입이 떨어지지 않는 너무너무 어려운 문제였다.

심재철 국장님께서 의견들 정리 모습! - 무조건 다수결대로 결정하는 것은 나쁜 민주주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일식을 꼭 기록해야하는 에딩턴의 일식 탐험대도 아니지 않은가?  ⓒ조미선

 찬물 샤워 후에 몸이 갑자기 안좋아져 기분은 좋아 낮에는 그럭저럭 버텼지만 밤에는 급 체력저하로 계속 목소리고 잘 안나고, 관측도 잘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는데... 다음날 불편함과 밤샘 관측을 버틸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몽골에 또 올 수 있을까? 다음에 몽골에 온다한들 여름에는 몽골도 우리나라처럼 구름끼고 비올 때가 많다는데 그때는 은하수를 볼 수 있을까? 학회원들과 여럿이 함께였기에 불편하고, 약간은 무서울수도 있지만 두려움을 떨치고, 서로 배우며 즐겁게 관측할 수 있었는데 학회에서 몽골로 또 해외원정을 가게 될까? 그때의 나의 시간과 경제적 상황은 괜찮을까?

  우리 원정대는 모두 35명이다. 나 혼자만으로도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많고, 어느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것이 너무 아쉬워지는 그런 상황이라 결정하기가 너무 어려운데...그러한 생각들이 35배가 되면 어떻게 결정이 되든 누구는 만족스럽지 못하고 아쉬움이 남게 될 수 밖에는 없다.

 

하지만, 고민이 되는 의제에 대해 일부의 운영진에 의한 회의가 아닌 전체 회의를 함으로써 여러 가지 상황을 직접적으로 전해듣고, 상황을 이해하니 정말 남아 관측하고 싶어하시는 분들을 위해 남고 싶은 마음을 스스로 포기하고, 아쉽지만 깔끔히 포기하며 맥주도 한 병씩 드시기도 하며 마음을 비우고, 또 시시각각 오치르와 통화하며 남는 것조차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자 관측못함의 아쉬움을 비워내며 우리는 밤에 관측하며 가까워지는 것 이상으로 전체 회의를 통해 더 가까워지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나에게는 이 장면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깊었다.

작년에는 비행기가 뜨는 시간에 태풍이 서울을 지나가는 말도 안되게 우연스러운 자연 현상으로 몽골에 오지도 못하였는데, 몽골에서도 인간의 계획과는 상관없이 자연이 허락해줘야 쨍한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것이구나.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어기호수에 남아 은하수를 관측해 보려는 강한 의지를 회의로 불태워보았지만 결국은 [4안]으로 결정되며 관측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버리는 과정을 통해 오히려 여러 가지 붙잡고 있던 계획과 해야할 일, 마음의 숙제 같은 것들의 부질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자연이든 인간사회든 지금의 나는 알 수 없는 순리(順理)가 있는 듯 싶다.

 

결국 우리 원정대의 선택은 현명하였다. 안전하게 아침부터 낮까지 이동하여 울란바타르에 도착하였고, 맛있는 한식 제육볶음도 먹었고, 제법 볼만했던 전통공연도 보았고, 캐시미어 쇼핑몰에서 쇼핑을 하거나 휴식도 취했고, 잠시나마 몽골 관광의 상징 장소 수흐바타르 광장도 가서 동상을 배경으로 도심지에서 예쁜 달도 보았고, 몽골에서 제일 고급스러운 장소는 국영백화점도 구경하고, 말•양•소 등 고기모듬 샤브샤브도 맛보고...무엇보다 새로 임명된 몽골지부장 오치르 가이드님과 도르즈 기사님의 배려로 모든 일정을 마치고 희망하는 원정대를 대상으로 밤11시에 울란바타르 근교 관측을 갈 수 있었다. 숙소에서 무려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숙소의 남쪽 반대편 외곽(planned statue chamba lama)으로 불빛이 없는 곳을 찾아 떠나는 그 길은 미지의 신세계로 떠나는 꽤나 흥분되는 느낌을 들게 하였다.

 

이렇게 우리는 민주적 전체 회의를 통해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현명한 하나의 길을 선택하였고, 그 길은 매우 완벽하였다.  글: 조미선

  때로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인생에서 큰 행운을 맞이하는 것 같다. 이번 어기호수에서의 경험이 그런 순간 중 하나였던 것 같다.

  몽골 여행 셋째 날 어기호수에서의 저녁은 구름이 지평선에 잔뜩 끼어 있어 저녁 노을이 환상적이었다. 환상적인 저녁노을을 보며 별친구와 인생 얘기를 나누는 행운도 얻어지만 관측하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날씨였고, 일기예보 역시 가망이 없었다. 다들 관측을 포기하고 삼삼오오 모여서 담소를 나누며 아쉬움을 달랬다.

구름을 뚫고 하늘로 올라 실컷 별을 보고 싶다. 50대의 표준 점프! ⓒ김현정
하늘로 올라 몽골 밤하늘 탐사 원정대를 위해 모든 구름을 치워 버리리라! ⓒ이양수

  같은 숙소를 쓰던 이혜경 사무처장님과 진아샘과 함께 양치하러 나왔다가 갑자기 좋아지는 하늘을 보고 30분만 스마트폰으로 찍고 오자며 카메라 촬영 준비도 없이 스마트폰과 거치대만 들고 설렁설렁 나왔다.

  근데 왠일인 걸 하늘은 점점 더 좋아져서 은하수가 또렷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단체 카톡방에 날이 좋아짐을 알리고 우리는 은하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마음이 따뜻한 사무처장님의 제의로 김영희 선생님이 직접 아픈 팔로 고생하시는 박재숙님을 모시고 와서 같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진아샘은 정말 천재적인 센스로 언덕과 게르처럼 보이는 천막과 은하수를 기가막히게 구도를 잡아서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리고 기울어진 언덕에서 쪼그려 앉아서 10명이 넘는 분들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진아샘의 노고에 정말 감사드리며 덕분에 멋진 사진을 얻게 되었다.

  사진을 찍는 시간에 호수에 떠 있는 배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배의 밝은 불빛이 은하수 관측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지만, 막상 사진을 찍어보니 그 빛 덕분에 오히려 인물이 더 돋보이는 최고의 사진이 나왔다. 그야말로 예기치 못한 행운이었다. 그날의 사진은 단순한 추억을 넘어, 우리 모두에게 큰 의미가 있는 인생 최고의 사진으로 남게 되었다.      글: 김현정, 사진: 김진아

이혜경, 박재숙 - 한 하늘 서로 다른 별을 보지만,  나의 건강과 가족의 건강을 바라는 같은 마음!
원치복 - 꿈 많던 젊은시절 지구과학 교사로 교직을 시작하던 때를 회상하며!
김현정 - 산개성단 M35 내 별들을 측광하며 천문학자의 꿈을 꾸었었는데! 아직까지는 은하수 아래서 다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나이지?
권서율 - 별처럼 먼 곳을 바라보며 나의 꿈을 향해 나아가야지! 잠깐의 방황이 있더라도 항상 그자리에서 같은 밝기로 빛나는 항성처럼 꾸준한 딸이 될게 엄마 아빠! 
임정선 - 밤하늘과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는 내가 지킨다. 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족과 이웃을 사랑해야지! 
은하수 아래 여신들! - 변함없이 밤하늘을 지키는 항성들처럼 가족와 사회 그리고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를 지켜야지!
윤부연 - 숲 해설가보다는 역시 천문지도사가 최고지! 한팔길이 밖에 도달할 수 없는 나를 무한의 시공이 존재하는 곳으로 안내하잖아!
우항수 -  나의 앞날에 서광이 비칠것을 알리는 별똥별이,  페가수스자리 에니프보다 20도쯤 위로 지나가다 

  우리나라 위도에서는 북두칠성의 고도가 낮아 지평선위에 걸쳐 있는 모습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  북쪽 지평선에 북두칠성이 지나갈 무렵이면 북두칠성 베타별의 고도가 6도 남짓이라 웬만한 지형지물에 가려진다. 그럼 과연 고흐의 작품인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은 어떻게 그려진 것일까? 고흐의 창의적인 상상일까? 아님 실제 관측한 모습일까? 

   아를(Arles)은 프랑스의 프로방스 지역에 있는 부슈뒤론주에 위치한 도시이다. 이곳은 19세기빈센트 반 고흐가 머물면서 300여 점의 작품을 그린 곳으로도 유명하다. 아를의 위도는 43.7도이다.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6도가 높아 아마 북두칠성이 우리 나라보다 더 잘 보였을 것이다.

'어기호수의 별이 빛나는 밤'  ⓒ김진아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빈센트 반 고흐  

  그럼 우리가 여행했던 몽골 어기호수(Ugii Lake)는 어떨까? 몽골 어기호수의 위도는 47정도이다.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10도가 높아 북쪽하늘에서 북두칠성이 아주 잘 보였다. 어기 호수위에 밝은 배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북두칠성과 목동자리의 아르크투르스까지 너무나도 잘 보였다. 

  우리 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아름다운 북쪽 하늘을 배경으로 이혜경 사무처장님의 지휘 아래 포즈를 잡아 사진을 찍어 보았다. 역시나~ 멋지다. 별이 빛나는 밤은 다시 몽골에 가고 싶은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글: 김현정, 사진: 이혜경, 김진아


이혜경- 어기호수의 별이 빛나는 밤에 나도 주인공이 되다.
김영희-  좌측 지평선 위에 목동자리의 아르크투루스가 있는 줄 몰랐군! ㅠㅠ
김진아  - 내 키가 너무 큰가? 카메라가 너무 가까운가? 봄의 대곡선의 미완성!
김현정-  봄의 대곡선의 완성! 역시 사진은 마지막에 찍어야 돼! 

 가족 모두가 함께 한 이번 몽골 여행은 여러가지로 기억에 많이 남는다. 한달 가까이 지난 지금도 몽골에서의 하루하루 순간순간이 이렇게 생생하게 남아있을 줄 몰랐다. 우리 가족의 몽골 여행은 예상치 못한 경험과 감동으로 가득했다. 그 중에 세 가지 정도를 꼽자면 다음과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은하수 사진을 찍은 일이었다. 첫째 날 밤에는 육안으로 보는 위주였고 새벽 출발의 여파로 다음날들을 기약하였었는데 나중에 새벽에 잘 보였다는 걸 알고는 후회가 되었다. 둘째 날은 비가 왔고, 셋째 날도 구름 때문에 관측이 불가능할 것 같아 실망하며 잠자리에 들었다가, 딸내미와의 다툼 덕에 밖으로 나와서 카카오톡 배경 화면이 된 은하수와 함께 독사진을 얻을 수 있었고, 스마트폰으로 은하수를 담을 기회도 얻었다. 전문 장비 없이 단순한 아이폰으로 30초 노출 설정을 우연히 맞춰 찍은 사진에서 은하수가 선명하게 나타났을 때의 그 감동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웠다. 장비 욕심과 사진 욕심이 생겨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날 밤 관측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듣고 싶었던 음악을 들으며 누워서 감상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었다.

나도 천체사진 작가? -카시오페이아자리와 은하수 그리고 안드로메다자리와 은하를 하나의 사진에 담다ⓒ권중혁
별이 흐르는 밤에 미스터갈릴레이로부터 하늘의 별을 읽는 방법을 배우는 권서율ⓒ심재철  
서영아! 밤하늘의 별처럼 한결같은 마음으로 항상 너에 곁에 머물게!ⓒ김진아
아빠! 무한한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는 우주처럼 넓고 깊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게!ⓒ김진아

 그 다음으로는 몽골의 자연과 문화를 잘 만끽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낙타 트래킹이 정말 재미있었다. 앉아 있는 낙타의 쌍봉 사이에 천으로 만들어진 안장 위에 올라타면 낙타가 벌떡 일어섰다. 내가 탄 낙타는 배가 고팠는지 봉이 살짝 기울어져서 안쓰러웠다. 안쓰러움도 잠시, 낙타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생각보다 앞뒤로 흔들림이 심해서 떨어질 것만 같아 기울어진 봉을 꽉 잡고 허벅지에 힘을 꽉 주며 간신히 버텼다. 사막 쪽으로 가서 기념촬영을 하고 돌아올 때에는 슬슬 익숙해져서 한손으로 타다가 나중에는 양손을 놓고 탈 수 있게 되었다. 마치 '늑대와 춤을'에 나오는 캐빈 코스트너가 된 기분이어서 좋았다. 우리 애들도 낙타 타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 것 중에 하나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우기 호수에서 보낸 시간들이 기억에 남는다. 호수 주변에서 보트도 타고 낚시대를 던져 보고 동영상도 찍으며 느낀 소소한 재미, 그리고 물을 마시러 온 말들을 본 것도 인상적이었다. 호수의 습기로 인한 해무리가 마치 동그란 무지개처럼 느껴져 신기했다. 호수를 배경으로 붉게 물든 석양도 내가 본 석양 중 베스트 3안에 들었다. 

  공항으로 가면서 간단한 소감을 듣는 자리에서 다들 아쉬웠지만 재미있었고 기억에 남는 원정이었다고들 했다. 그러면서 다음 원정에 대한 조용하지만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미니 그랜드 캐니언 같은 바위산이 둘러싼 가운데에서의 게르 캠핑, 뉴질랜드나 아이슬란드와는 다른 느낌의 조금은 황량한 듯한 평원에서 마주치는 각종 소, 양, 그리고 말과 돼지들, 가도가도 끝이 없는 벌판과 초원, 우리와 비슷한 모습의 몽골인, 광장의 솜사탕가게에서도 가능한 카드 결제, 우리 가족이 여기저기 여행을 많이 다녔고 다양하고 특이한 경험도 많았지만 이번 몽골 여행은 더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요소인 함께 했던 사람들의 오직 별을 보겠다는 열정으로 서로 챙겨주고 배려하는 모습이 세대를 초월하며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무한한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는 우주에서,  같은 행성 같은 시대에 태어나 아내를 만났고, 서영이와 서율이가 태어나 행복한 가족이 완성되었고, 별을 보며 우리의 인연이 로또 확률보다 수천배 어렵게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느끼며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글: 권중혁 

가장 불편한 곳에서 가장 행복한 가족을 꿈꾸다.ⓒ권중혁
낙타와 춤을? ⓒ권중혁  

  50대의 새벽 화장실 습관으로 생긴 에피소드 4번째 이야기이다. 본인이 아니기에 조심스레 글을 적어본다. 

  티코 브라헤는 1601년 프라하에서 사망했는데 그에 대한 사망설은 유명하다. 연회에 참석해 과도한 음주를 했고, 그 후 방광을 비우지 못한 상태로 고통을 겪다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한다. 물론 정확한 사망설은 아니다. 

  근데 어찌하여 미스터갈릴레이가 티코 브라헤가 될 뻔했을까? 사건의 전말을 적어보겠다. 물론 미스터갈릴레이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다.

  미스터갈릴레이의 나이는 올해 5*세로 세윌의 야속함인지 새벽에 꼬박꼬박 화장실에 가야했다. 그의 친구도 5*세 역시나 새벽에 나가봐야했다. 그의 친구는 배려심이 남달리 깊어 게르의 문이 열려 찬 바람이 들어올까 싶어 밖에서 문을 잠그고 나갔다. 그때 미스터갈릴레이도 신호가 왔으나 어쩌나 문이 잠겼다! 참았다! 계속! 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다. 이때 문득 티코브라헤 생각이 났다고 한다.

  세상에! 죽으란 법은 없나보다. 밖에 사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났고 그는 문을 열어달라 소리쳤다. 다행히 소리를 듣고 문을 열어주었고 밖으로 나왔는데, 하늘에 별이 초롱초롱 한 것이 아닌가? 중간에 김영희 님을 만났는데, 모터보트 타러 가는 언덕 위에서 사무처장님을 비롯한 여러명이 은하수를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찍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 때 시각이 3시 20분쯤! 천문박명이 곧 끝날 시간이다. 화장실 갈 생각을 까막게 잊은채 삼각대와 카메라를 들고 호수쪽으로 급하게 달려간다. 

인생사진을 다 찍고 들어가려는 별친구들을 억지로 잡아서, 여름철 은하수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해 보지만 혼자 움직이는 과정이 다 나와서 실패! ⓒ심재철
안드로메다은하보다 밝은 별똥별이! 호수 위 밝은 불빛의 영향이 높은곳까지 전파되지 않는 것이 몽골 밤하늘의 특징! ⓒ심재철

 여름철 대삼각형과 은하수를 배경으로 미스터갈릴레이는 친구들과 손을 잡고 인물사진을 찍으려 했으나, 마음이 다급한 탓인지 자꾸 실수를 한다. 여러 번 사진을 찍었지만 아쉬움이 남았죠. 아침의 천문박명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고, 그는 어기 호수를 배경으로 여름철 은하수가 지는 모습을 꼭 담고 싶었다.

불빛을 피하여 호수 근처로 옮겨, 호수 위로 지는 은하수와 안드로메다은하 근처로 떨어지는 별똥별, 가을철 별자리를 사진에 담으며 몽골의 아름다운 하늘에 푹 빠졌다. 천문박명 시간이 지나고 동쪽 하늘이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지만, 서쪽과 북쪽 하늘은 여전히 어두웠고 별빛이 빛나고 있었다. 몽골 하늘이 깨끗해서 동쪽의 여명이 서쪽 하늘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듯했죠. 이 놀라운 경험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생각에 계속 별 사진을 찍었다. 그때 그는 혹시 자신도 티코 브라헤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들었다고 하네요.

 어쨌든 아침 천문박명 이후 북두칠성이 어기 호수로 떠오르는 장면, 목성과 화성이 겨울철 별자리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모습 등을 담은 다양한 별 사진을 찍었고, 결국 화장실에도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다고 한다.

 몽골의 천문박명 시각이 좀더 늦어졌다면 미스터갈릴레이가 미스터티코브라헤가 될 뻔한 이야기이다. 글: 김현정    

어기 호수 위 가을철 별자리 ⓒ김현정
여기서 잠깐! 가을철 별자리를 공부해보자ⓒ김현정
어기 호수위에서 지는 은하수 ⓒ김현정 
유성이 떨어지는 북쪽하늘 ⓒ김현정 
마차부자리와 황소자리 사이의 목성과 화성을 바라보는 꿈 많은 소녀? ⓒ심재철 
아무리 별이 좋아도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지! 미스터갈릴레이가 미스터티코브라헤가 될뻔! ⓒ김현정

 저는 현재 천문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천문대를 찾아오는 체험자들에게 별 이야기를 들려주고, 별과 관련된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망원경으로 별을 보여주면서 저는 체험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별을 볼 때에는 별의 밝기와 별의 색을 잘 관찰하셔야 합니다. 지금 보시는 별은 직녀성(베가)으로 밤하늘에서 5번째로 밝은 별이며, 색깔은 청백색(푸른 빛이 감는 흰색 별)으로 보입니다”라고 설명하고 별을 보게 하면, 별을 본 체험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제 눈에는 그냥 희게만 보이는데요! 제 눈이 이상한가요?”
그러면 저는,
 “현재 하늘에는 광해가 심하고, 대기 중에 먼지같은 것이 많아서 별의 색이 제대로 재현되지 않아서 그런 것입니다. 대기 상태가 좋은 곳에서 보면, 푸른 빛이 감도는 흰색으로 보일 것입니다.”라고 대답은 하지만, 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몽고의 밤하늘에서 별을 보고는 제가 사기를 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별의 색들이 완연히 구별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몽고 밤하늘 탐험대에 참가하면서 원래의 목적은 은하수를 제대로 한번 찍어보고자 하는 것이었는데, 본래의 목적은 이루지 못하였지만, 밤하늘에서 제대로 된 별의 색을 구분하여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목적을 달성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에서 백조자리 1등성 아래에 있는 백조 날개의 3개 별(사진에 1, 2, 3으로 표기함)을 확대해서 보시면, 1번에서 3번으로 갈수록 점차 푸른색으로 변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글: 이연우 

백조 날개의 3개 별(사진에 1, 2, 3으로 표기함)을 확대해서 보시면, 1번에서 3번으로 갈수록 점차 푸른색으로 변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이연우

 화려한 별의 색깔이 잘 드러난 북극성 주변  일주 ⓒ우향수

 이번 몽골 여행은 하늘과 관련한 세 번째 테마여행이다.

세 번 모두 난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을 둔 어중이떠중이 여행자였다.

하늘에 미친(^^) 남편따라 정말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는 것, 아주 특별한 큰 복이다.

이번에도 별에 미친 분들(이런 표현 죄송합니다만 의미를 잘 뜯어보시면 극찬입니다~^^)과 함께였는데 그 미침이 역대 최강이었다. 3일 밤하늘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울란바토르를 포기하려하시다니....

그렇게 될까봐 살짝 겁도 났었다.

여러분들은 밤하늘의 별이 좋아서, 은하수가 좋아서, 천문지도사 3급 실습에 짜증나게 했던 내 눈엔 잘 보이지도 않는 수많은 메시에 넘버들에 감탄하시지만 난 카시오페이아와 우아한 십자모양의 백조자리를 이어주는 은하수를 몽골 땅을 침대삼아 맨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이었다. 사실 그보다 절대 지루할 수 없었던 끝없이 광활한 그 푸른 초원이, 바다같은 수평선을 품은 호수가, 이상하리만큼 더 아름다웠던 일몰이 더 감동이었다. 책과 음악을 챙겨서 몽골 한달살기하면 참 좋겠다고 매 순간 되뇌였다.

항상 여행은 누구와 함께인지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이동 중인 버스에서, 밥먹는 식당에서 여러분들의 지적 대화에 입뻥끗 할 수 없이 미소만 머금었지만 이런 멋진 분들과 여행하고 있는 그 순간 나도 최고의 지성인이 되어 있는 착각에 어깨가 으쓱하기도 했다. 나의 지적 허영심을 채워주신 모든 회원님들께 감사드린다.

모든 것에 호기심이 왕성한 오준호회장님, 이혜경부회장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열쩡(열정은 왠지 부족해보인다), 의견 충돌에서도 성숙한 태도로 서로 배려하고 챙겨가는 회원님들께 많은 것을 배운 기분 좋은 꿈을 꾼 기분이다.

이번 여행에서 난 분명 다른 분들에 비해 불분명한 역할인데다가 잘 할 수 있는 게 뭔지는 모르겠으나 한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진짜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내년 호주를 기대해본다.

나름 무사히 끝까지 원래 일정을 마칠 수 있어서 감사할 뿐이다.

박재숙선생님, 김도익선생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글, 사진: 신현정 

  
  
  

 옆에 있는 사람의 얼굴도 보이지 않을 만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쏟아지는 별들을, 은하수를 볼 수 있을 거라 철석같이 믿었다. 일기 예보를 보면서도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았던 나는 첫날의 은하수에도 만족할 수 없었고, 두 번째 날의 짙은 구름과 비는 더더욱 용납되지 않았다.

그리고 셋째 날. 그 어느 때보다 자주 하늘을 보다가 갑자기 픽 웃음이 나왔다. 평소 구름의 아름다움을 늘 강조하던 나였는데. 중학교 3학년 기권 부분을 수업할 때도 기권이 없다면? 숨을 쉴 수 없을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벗어나 이 아름다운 구름들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늘 강조했었는데. 날마다 햇살, 햇살이면 우리 삶이 얼마나 낭만적이지 않을지를 강조하고 또 했었는데....

 

그러고 보니 어기 호수는 참 아름다웠다. 그리고, 건조해서인지 낮은 구름보다는 높은 권층운이 가득했다. 권층운? 그렇다. 햇무리!! 권층운에서는 햇무리, 달무리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강조하던 특징인지~~~!!

 찾았다. 햇무리!! 

야호~~ 수업 자료를 핑계로 햇무리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었다. 사진보다는 눈으로 담는 풍경이 늘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햇무리 배경 사진은 눈으로 보는 것만큼 예뻤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햇무리를 배경으로 걷고, 뛰면서 사진을 찍고, 서서히 지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 행복했다.         

글: 윤부연

어기호수에서의 새벽 관측을 성공리에 마치고 철수하려는 순간, 해무리가 우리를 배웅한다. ⓒ김진아

센터본능으로 해무리 아래 포즈를 잡았지만, 젊은 동상과 어려보인다는 오빠 사이에 끼어서 손해를 본 느낌! ㅠㅠㅠ ⓒ임정선
너무 많은 인생사진과 동영상을 찍어준 후 지친 내 모습- 그래도 해무리 아래 내가 주인공! ⓒ이양수

  좋은 하늘에서 밤하늘 촬영은 무거운 사진 촬영 장비대신 이제는가벼운 스마트폰이면 충분합니다. 이번 몽골여행에서 많은 분들이 스마트폰 천체모드를 사용해서 멋진 밤하늘 사진을  촬영하는 것을 보고 뒤에서 조용히 미소를 지었습니다.

 천체 모드 기능을 개발한 친구와 같은 회사에 근무하면서 여러가지 조언도 해줬고, 같이 별사진을 촬영하던 분들을 섭외해서 블라인더 테스트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회사내에서도 천체 사진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없어서 상품화를 위해서 어떤 기능을 넣을지, 어떻게 검증을 해야할지도 막막했었는데, 결국 실제 별사진을 찍는 분들의 의견이 제일 정확했던것 같습니다. 앞으로 천체 촬영 기능이 스마트폰의 중요한 기능으로 자리매김하고 계속 업그레이드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 얼마 없는 우리 같은 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피드백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은하수를 배경으로 인물사진을 찍기 위해서 30초씩 숨을 참아가면서 촬영하시던 모습을 보며 우리가 기획하고 있는 방향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글: 이양수

  몽골의 초원을 걷다보면 동물의 뼈나 사체를 자주 보게 된다 이빨 빠진 강아지가 어깃어깃 걸으며 노쇠한 몸으로 혼자 죽음을 마주하고 있는 모습도 본다 여기서 죽음은 늘 있는 것이고 삶과 함께 하는 것이다 죽음이 가려진 한국에서는 내가 아니 누군가의 특별한 일이 된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정신병원이 탄생하면서 구분되었듯이 삶과 죽음의 경계도 죽음을 숨기면서 구분지어 진 것이 아닐까?

 어린왕자가 여우에게 ‘나는 여기에 앉아 아침에 해뜨고 해지는 것을 일곱번이나 봤어 ’ 그 구절을 읽었던 중학생 때부터 내 오랜 버켓리스트 중 하나는 같은 자리에 혼자 앉아 아침에 해뜨고 저녁에 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어기 호수 그 젊은 엄마는 누군가의 오랜 바램을 실현하고 있다는 걸 알까. 자연속에 있을 때 인간은 본질에 가깝고 문명 속에 있을 때 인간은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글과 사진: 김영희

 밀린 일정들을 소화하고 보니 벌써 몽골 원정에서 돌아온 지 한참이 지났네요. 그동안 올려주신 사진들과 글들을 틈틈이 보며 즐거웠던 시간 들을 회상하고 기억하며, 바쁜 일상의 원동력이 되었군요, 저의 사진들도 정리해 보았지만 워낙에 사진도 몇 장 안 되고 보정 실력도 아직 초보 수준이라, 어떻게 만질수록 이상해지기만 하니 더 이상 어찌할 수가 없어요. 그래도 한아천의 다음 원정을 기약하며 제 기억에 남는 몇 장의 사진을 공유합니다. 

글: 이동근

'푸른하늘 은하수" - 페르세우스자리의 미르팍과 알골이 이렇게 밝게 보이다니! ⓒ이동근
허셸이 천정 근처를 관측하는 듯! 1급 천문지도사 3기 기장님의 관측 포스!ⓒ이동근
갑작스런 소나기로 인해 우리는 또다시 하나의 가족이 되다. ⓒ김도익
일행이 비를 맞을까봐 차에 있는 모든 우산을 챙겨 하라호름 정상으로!ⓒ이동근
나이 들어 보트를 타도 즐겁군! 내일 모레면 환갑이 되는 황수경님도 내 마음과 같은거죠?ⓒ이동근
형님과 1급 천문지도사 연수를 함께 하게 되어 영광이고 너무 행복합니다. 몽골까지 함께 와 친구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김현정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의 몽골 여행에서 인생의 여유를 즐기는 신 삼총사로 등극!ⓒ이동근
신 삼총사의 광폭 행보- 몽골 결혼식을 축하해주고 함께 하다. ⓒ이동근

 WiFi? 안 터져도 돼.

따듯한 물? 안 나와도 상관없어.

몽골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르를 테니까.

 정말 그랬다. 몽골의 맑고 푸른 하늘, 그리고 밤에는 은하수가 펼쳐진 별하늘을 밤새도록 볼 수 있을거라 잔뜩 기대하며 떠났다.

관광 일정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밤새 실컷 별을 보고 낮에는 잠만 잘 생각이었다.

그러나 첫날부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항공기 이륙은 우뢰로 인해 지연되었고, 몽골 공항에서 처음 마주한 하늘은 구름이 반이었다. 둘째 날은 하루 종일 흐렸고, 셋째 날엔 비까지 내렸다. 간간이 맑은 하늘이 보였지만, 기대했던 끝없이 청명한 하늘은 끝내 만나지 못했다.

기대했던 몽골의 하늘

옅은 구름이 덮힌 몽골의 8월 하늘 (2024.08.07. 17:30)

 이번 여행을 통해 몽골의 8월이 은하수를 감상하기엔 그리 좋은 시기가 아니라는 걸 배우게 되었다. 

 그러나 날씨가 좋지 않았던 덕분에 새로운 즐거움도 찾아왔다. 엘승 타사르하의 첫째 날 밤, 흐린 하늘은 술자리를 열기에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었고 (덕분에 잠시동안 하늘이 열리는 좋은 기회를 놓치긴 했지만), 둘째 날에는 관광으로 하루 종일 돌아다니느라 피곤해진 몸을 일찍 쉬게 할 수 있었다. 어기호수로 이동한 셋째 날 역시 비가 내린 뒤 하늘이 개이긴 했으나 기대했던 하늘이 아니라 다시 술자리에 합류했다.

 그런데 문득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나가 보니 드디어 하늘이 열렸다. 급히 카메라를 챙겨 은하수를 담았다. 그 순간은 마치 그동안의 실망을 날려주듯 내 마음을 달래주었다.

 몽골의 초원은 그야말로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마지막 날, 어기호수를 떠나 울란바토르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보았던 그 광활한 초원은 가슴을 탁 트이게 했다. 아직도 그 푸른 초원과 손끝에 스치는 시원한 바람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번 여행이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별을 사랑하는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별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열정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은 그 자체로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비록 구름이 많은 몽골의 8월이 예상과 달랐지만, 이번 여행은 여전히 잊지 못할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글과 사진: 김춘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부산 도심의 밝은 불빛 사이로 여름철 일등성 세 개만 삼각형을 이루며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하지만 내일 밤은 몽골의 맑은 대기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촘촘히 빛나는 별의 장관을 볼 수 있으니 오늘은 너희가 빛나지 않아도 좋아~

 밤 11시 20분 공항 가는 버스를 탔고 새벽 4시 30분경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별새꽃돌과학관에서 진행된 연수에 참여하지 못하였기에 대부분 처음 뵙는 분들이지만, KAAS 회원으로 같은 목적을 공유하며 모였기에 전혀 낯설지 않고 마치 잘 아는 분들을 오랜만에 만난 듯 반가웠고 그렇게 하늘을 날아 드디어 울란바토르 공항에 도착하였다.

 공항에서 엘승 타사르하의 처음 숙소인 게르까지 5시간 정도를 달리며 본 초원은 끝이 없어 보이는 방대함으로 여기가 몽골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였다. 몇 년 전 길게 뻗은 초원을 본 적 있다. 몇 시간을 달려도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초원은 큰 나무들이 모습을 빠꾸어 가며 나타났다. 나무 없이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는 하얀 풍력발전기들이 끊임없이 줄 서 있고 하얀 블레이드가 돌아가는 장면은 감탄이 절로 나왔었는데, 몽골 초원은 변화가 거의 없이 끝없이 이어지는 장면들이 그때의 초원과 겹쳐지며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게르에 짐을 풀고 늦은 시각, 다들 별을 보기 위해 준비를 하고 하늘을 보고 있었으나 옅은 구름이 덥혀있고 구름 속에 나타나는 별과 은하수는 아쉬움을 주었다. 8월의 몽골은 구름이 70%라는 걸 보았기에 오늘은 70%에 속하는 날인가 보다며 내일은 맑기를 바라며 먼저 잠자리에 들기로 하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새벽녘에 잠이 깼다, 하늘의 구름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도 하고 화장실도 가 보고 싶고. 해서 손전등을 켜고 살그머니 게르에서 나왔다. 사방은 깜깜하였고 어둠 속에서 말이며 소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멀리도 아닌 바로 옆에서!

 덜컥 겁도 나고 어둠이 무섭기도 하고 서둘러서 게르로 돌아가려 하였다. 마음은 급해졌고 서둘렀던 것 같다. 혹시 안애서 자고 있는 선생님이 깰까 봐 게르 앞에서 손전등을 끄고 게르 문이 낮다는 주의를 들었기에 부딪히지 않으려 머리를 숙이고 들어서는 순간 내가 휙 날았다. ‘무슨 일이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사고는 순간이었고 손목이 껶여 있었다. 아~ 문턱이 생각보다 훨씬 높았었다.

 집행부 선생님들이 급히 오셔서 응급처치를 해 주셨다. 라면을 담은 두꺼운 종이상자를 잘라서 접고 나무젓가락도 사용하기에 따라 훌륭한 부목이 될 수 있게 순간 기지를 발휘해 주셨다.

 어기호수로 이동 중 병원에 들러 사진을 찍으니 골절이어서 깁스를 하게 되었다. 이젠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겠구나~

하지만 필요할 때마다 선생님들의 도움과 불편하지 않게 해 주셔서 어려움 없이 일정을 마칠 수가 있었다.

날씨 탓에 기대만큼의 별과 은하수를 보지는 못하였지만 어기호수의 은하수 아래에서, 그리고 마지막 밤 호텔에 짐을 풀고 은하수를 찾아 1시간 이동하면서까지 찾았던 은하수와 별들은 선생님들의 열정으로 남아 기억될 것 같다. 사진을 남겨주신 여러 선생님들께도 감사한 마음이다. 

글: 박재숙

마음이 넉넉한 분들과 함께 해서 편안하고 즐거운 몽골 여행!ⓒ김유진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 별을 보다. ⓒ김진아

 첫째 날의 밤에 숙소에 도착해서 은하수를 멋지게 관측했습니다. 저의 경우 국내에서 별을 보러 가면 같은 나이 대에 비슷하게 별보기를 시작한 같은 중년 아저씨들만 보게 되는데, 공기 좋고 경치 좋은 몽골에서 다양한 지역에서 오신 별을 좋아하는 남녀노소 다 같이 만나서 좋은 분위기에서 이야기하다 보니, 이럴 때 술 한잔이 빠질 수 없지요.

  고속도로 마트에서 사온 맥주와 소주를 개봉하였고, 반가운 몇 분과 함께 돗자리를 펴고 한잔 마시며, 하늘의 쳐다보고 별자리와 은하수를 보면서 천체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최고의 하늘을 감상했습니다. 약간의 연무가 껴서 아쉬움은 남았고, 은하수 사진 찍으러 적도의와 굴절 경통, 카메라 렌즈, 노트북 등의 무거운 장비를 가져왔지만 미처 설치 할 사이도 없이 늦은 밤에는 구름이 들어와서 사진촬영에는 실패 했지만, 별을 좋아하는 같은 취미의 사람들을 만나서 누워서 맨눈으로 광해가 없는 몽골의 하늘을 감상한 것은 나의 별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게르앞에서 관측과 천체사진 전문가로서의 진면목을 보이기 앞서 마음을 가다듭다.

첫날 본 은하수 -첫날이니까 이정도로 하자

 

 2일 째 오전에는 시간이 많이 남았고, 에어 침대가 있어서 2명이씩 시소게임을 했었습니다. 서로 몸무게가 비슷해야 하는데 너무 차이가 나게 되면 넘어가게 됩니다.


수경과 형동 1:누님 제가 비행기 태워드릴게요.
수경과 형동 2:형동아 장난치다 노인네 다친다!

  다른 사람이 하는 게 재미있어 보였고, 동심의 세계로 들어가서 저도 한번 해보기로 했습니다. 상대방의 몸무게가 저보다 거의 2배 차이가 나서 세게 쳐야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서 힘껏 앉으면서 밀어 올려야 하는데,

  
형동과 도익 1 :형님은 수경누님보다 무거우니까 괜찮을 거에요. 
형동과 도익 2 :형동아 내 몸무게가 중요하게 아니라 너의 몸무게를 고려했어야지! 내 꼬리뼈! ㅠㅠㅠ

 이상하게 바람이 급격히 빠지면서 엉덩이가 지면에 충돌 하였습니다. 약간의 부상을 당했고, 다행히 꼬리뼈에는 이상이 없었고, 걷는 데는 이상 없었으나 허리를 수직으로 세워야 했고, 특정 근육을 쓰면 아파서 웃지도 못하고, 아래 배에 힘을 줄 수 없어서 좀 고생했습니다. 이걸 알고 억지로 웃기려는 얄궂은 사람이 있었고 여기에 넘어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문(?)당했지만 그래도 정겹고 즐거웠습니다

 나름 행성 사진과 딥스카이 천체사진 전문가인데, 이번 몽골 여행에서 새로운 별명을 얻게 되었다. 꼬리뼈 전문가! ㅎㅎㅎ

  전날 다른 분 또한 어두운 밤에 넘어져서 팔이 골절되는 더 큰 부상이 있었습니다. 그 거에 비하면 가벼운 부상이지만 멀리 나와서는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환경이 열악한 외국은 치료 받기도 어렵습니다. 점심 식사 후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낙타 타기와 모래썰매 타기가 있었는데, 하필 그 부분이라 저는 타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분들 재미있게 타는 것 보고 대리 만족했습니다글과 사진: 김도익 

 한아천 몽골원정대와 하는 몽골 여행이 좋았던 점

‘별을 좋아하는 사람 중 나쁜 사람은 없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던 여행이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업무관련된 사람, 친구, 가족 이외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일이 점점 줄어듭니다. 취미생활을 할 시간도 줄어들죠. 그런 의미에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여행하는 경험은 저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고 새로운 사람들로만 구성된 모임에 들어가는 것은 큰 용기였습니다. 여행 전, ‘또래가 없으면 어떡하지?’, ‘나 혼자만 낯설어하고 어색하면 어떡하지?’ 등등 걱정이 많았는데 이 걱정이 무색하게 5일 동안 정말 다양한 분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자연과 함께하고 우주와 함께하는 천문이라는 주제로 모인 사람들이라 그런지 모두들 마음에 여유가 있었고 몽골이라는 장소가 더해져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 위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감기약을 가져갔지만 예상치 못한 기후변화로 골골대고 있을 때 먼저 알아차리고 약을 건네주시고,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이 있으면 수제 고추장, 라면, 김치 등 가져오신 음식을 기꺼이 나누어주시고, 여행할 때 서로서로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어주고, 국장님께서 약속하신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나누어 먹고, 가이드님께서도 과자를 사오셔서 기나긴 이동 시간에 즐거움을 보태주신 그런 모습들이 여행을 더 행복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서로를 위하는 5일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챙겨온 약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게 되어 약간은 뿌듯했습니다. (약 쓸 일이 오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지만요.. ^^ ;; ) 밤에 천체 관측을 하면서 이런 경험들을 이야기하면서 “원정대 분들 너무 좋아요~~” 라고 말을 건넸더니 어떤 분께서 하신 말씀이 이거였어요. “왜 그런지 알아? 별을 좋아하는 사람 중 나쁜 사람은 없거든~” 이 말이 그렇게 와닿더라고요. 여행하면서 힐링도 되었고 천문에 대한 열정도 샘솟고 다양한 전문가분들께 보고 듣고 배운 게 너무 많았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나름 좋은 휴대폰을 촬영한 사진들이지만 이제 이 사진들로는 맘에 차지 않네요. 빠른 시일 내에 저도 저만의 사진기를 꼭 구매해서 천체 촬영 연습을 꾸준히 해서 멋진 사진을 남기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다음에도 한아천에서 원정대가 꾸려진다면 어디든 함께하고 싶어졌습니다. ^^

24.08.07. 첫날 밤 첫 사진

ⓒ김수연

24.08.07. 찍고보니 은하수의 일주 느낌?

ⓒ김수연

24.08.07 나무와 한프레임

ⓒ김수연

24.08.11 마지막날 겨우 한 컷

ⓒ김수연

아침 산책 중 넓은 초원에서

ⓒ김수연

우리의 열정만큼 멋있던 캠프파이어 불빛

ⓒ김수연

아침에 게르 문을 열면 보이는 풍경

ⓒ김수연

게르 앞 왼쪽은 말, 오른쪽은 소 가족이!

ⓒ김수연

 

  • 5일 동안 스트레스 받지 않을 수가 있다고?

어디선가 숙소에서는 와이파이가 되고 몽골 초원에서는 어차피 데이터가 잘 안된다는 정보를 입수하여 데이터 로밍을 하지 않고 몽골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몽골 여행을 시작하면서 가이드님께 들은 바로는 저희가 묵는 게르에는 와이파이가 없고 전기도 자가발전을 돌려 밤 11시 이후에는 끊긴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저는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5일 동안 잠적한 사람이 되었죠... ㅎㅎㅎ

 그래서 처음에는 굉장히 걱정했습니다. 기본 버스 이동 시간이 3시간, 5시간, 심지어 우기 호수에서 울란바타르로 돌아올 때는 거의 6-7시간 걸린다는데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디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여행 마무리에 저의 소중한 인연 저의 룸메이신 김유진 샘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오히려 데이터 로밍 없이 몽골 여행을 한 것이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최근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들어오는 갖가지 정보에 피로해지기도 하고, 심심할 때 사색할 일 없이 휴대폰으로 재미난 것들을 찾아다니며 여러 가지 자극에 자연스럽게 노출된 생활을 하고 있던 저였습니다. 

 그런데 휴대폰 없는 5일을 보내다 보니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갖가지 고민거리, 스트레스, 오늘 뭐하지? 내일 뭐하지? 하는 여러 가지 걱정이 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몽골의 초원, 말·소·염속·양과 같은 동물을 보며 멍때리고 감상하며 자연을 즐기고 있더라고요. 그런 시간들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이렇게 온전히 사색하고 자연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나 돌이켜 보면 처음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몽골은 또 다시 여행하고 싶고,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을 때 들르고 싶은 곳이 되었습니다.

 직접 여행하며 느낀 몽골 여행 꿀팁

  • -피우는 모기향 & 라이터 : 현지 게르가 상태에 따라 24시간 전기 공급이 되기도 하고 전겨 이후에 전기 사용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벌레를 쫓기 위해 전기 없이 쓸 수 있는 피우는 모기향이 있으면 좋습니다.

    -비염약 : 평소 먼지 알러지가 있거나 비염이 있으신 분들은 비염약을 챙겨오면 좋습니다. 건조하고 모래가 많기 때문에 봄·가을 환절기 비염 증상이 나타나 고생하실 수 있습니다.

    -신발 덧신 : 보통 운동화, 게르 주변에서 신을 샐들 혹은 슬리퍼를 챙겨오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르에서 화장실까지 이동하는 곳곳에 동물의 배설물이 있을 수 있어요. 만약 게르 안에 그 슬리퍼를 신고 있기 찝찝하다 생각하시는 분은 여분의 슬리퍼를 챙겨오는 것도 좋지만 짐이 많아지므로 수험장에서 사용하는 신발 덧신을 가져와서 착용하는 것도 하나의 팁 일 것 같습니다.

    -보온병 : 저는 챙겨가지 않았는데 다른 분들께서 챙겨오신 보온병이 굉장히 유용해 보였습니다. 밤낮의 기온 차가 심해 따듯한 물을 마시거나 이동 시간이 길 때 커피 한잔 생각난다면 보온병의 물을 사용해도 되고, 전기 공급이 끊긴 밤에 별을 즐기다 출출하다면 보온병 안의 물로 컵라면을 만들어 먹어도 좋을 거 같네요.

    -별자리 쌍안경 : 사진도, 천체망원경도 좋지만 간편하게 별을 즐기기에 별자리용 쌍안경만한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부회장님의 별자리 쌍안경을 빌려 별을 보았는데 역시 저는 안시로 관측하는 별이 좋아서인지 쌍안경이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랜턴(손전등) : 전기공금이 끊기는 게르에 묵으신다면 꼭!꼭!꼭! 챙겨가라고 하고 싶네요. 저는 진~짜 겁쟁이라 불이 안 켜진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이 폐가 체험만큼이나 무서웠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한번 잠들면 밤중에 화장실 가고 싶어 깨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거였어요. 저같은 겁쟁이 분들은 휴대폰 불빛으로 부족합니다. 작지만 강력한 손전등 챙겨가세요 ㅎㅎ

    -비행기용 수분 마스크 : 필수품은 아니지만 있으면 좋을 것 같은 아이템입니다. 요즘 기내에서 건조함 때문에 이런 제품이 나왔더라고요. 마스크 안쪽에 수분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가 되어있는 마스크입니다. 게르도 생각보다 건조하기 때문에 잘 때 이 수분 마스크를 끼고 잔다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난방을 떼는 날씨에 여행을 가신다면요!

    -돗자리 : 간편하고 부피 작고 쉽게 별을 볼 수 있는 돗자리 챙겨가세요. 어디서든 누워서 자연을 즐길 수 있습니다.

    -양말을 기념품으로 산다면? : 우리의 몽골 지부장 오치르 가이드님께서 알려주신 기념품 꿀팁으로는 캐시미어로 된 양말은 금방 헤지기 때문에 양말을 사신다면 낙타털로 된 양말을 사시면 튼튼하게 오래 신을 수 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양말은 낙타털!

    -몽골 초원 곳곳을 알고 있는 가이드 만나기 : 정말 저희 원정대의 행운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몽골 여행 중 현지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고 5일을 지낸 팀이 몇이나 될까요? 비슷한 시기에 몽골을 다녀온 지인은 10일동안 물이 나오는 화장실을 거의 사용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몽골에서 몽골식을 즐기실 분이라면 상관없겠지만 화장실 만큼은 깨끗하게 사용하고 싶으시면 저희 가이드님처럼 신식 화장실을 꿰뚫고 있는 가이드를 만나시면 됩니다^^

    글: 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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