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의 브랜드 평가 결과, "상장대박 가능할까?" 답변은

Season 1 | 열번째 | 수퍼빈 | 18 May
공지. 구독자 1만명 한정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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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구독자수가 예상보다 빨리 늘어서, 잠깐 좀더 욕심을 내볼까했지만,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결론입니다. 구독자 1만명까지만 받으려고 합니다.  진짜 스타트업만을 위한 뉴스레터는 1만명이면 충분하지 않나 싶습니다. 1만명이 차기 직전에는 오픈율(레터 받고 열어본 비율)이나 참여율이 거의 제로(10% 미만)이신 분들께는 사전에 이메일로 2~3차례 공지하고, 별도의 답이 안올 경우에 제외하고자 합니다.  <구독자 1만명 한정>의 공간을 늘리기 위함입니다. 죄송한 말씀이라 미리 양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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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 #10 수퍼빈 김정빈 창업자
'쓰레기의 테슬라'를 꿈꾼다
쫌아는기자들 2호 임경업

 혹시 페트병을 넣으면 돈을 주는 기계를 보신 적이 있나요. 서울 여의도공원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자판기처럼 생긴 기계를 보신 분이 있을 겁니다. 신기하게도 돈을 받고 물건을 주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를 받고 돈을 줍니다. ‘캔/페트를 저에게 주세요’라고 적혀진 곳에 쓰레기를 넣으면 현금화할 수 있는 포인트를 주는 기계죠. 
 임팩트 스타트업 수퍼빈이 만든 ‘네프론’이라는 기계입니다. 쫌아는기자 2호도 1년여 전 이 기계를 보고 신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의문이 남았죠.  이런 기계가 전국에 몇 대나 깔렸을까. 찾아보니 160대밖에 없답니다. 
 고작 백원도 안 되는 캔과 페트병을 160대 기계로 모아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이라뇨. 

무엇보다 본질적인 궁금증.
‘과연 쓰레기는 돈이 될 수 있을까?’ 

 찾아보니 이 스타트업, 작년 8월 시리즈 B 투자 200억원을 받았고, 기업가치도 1000억원을 넘겼다고 합니다. 쓰레기가 돈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일까요. 
 판교에 있는 슈퍼빈 사무실에서 창업자 김정빈 대표(47)를 만났습니다. 

일본에서 돈주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사오는 한국
쓰레기가 어떻게 돈이 될까요 
 사진을 보여 드릴게요. 이 운동화들은 아디다스와 나이키가 만든 거예요. 100% 생활폐기물에서 나온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었죠. 30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인데도 전부 솔드 아웃(매진)이에요. 파타고니아(아웃도어 브랜드)도 생활폐기물로 만든 섬유로 옷을 만들어요. 불티나게 팔리죠. 
 사람들이 가치 소비를 해요. 싸고 예쁘다고 사기도 하지만, ‘나는 돈을 더 내더라도 남들과 다르게 친환경 제품을 사겠다’는 소비자들이 있어요. 기업들은 이런 제품 디자인과 품질에 더 공을 들여요. 폐기물 규제도 국제적으로 더 강화되고 있고요. 

 다시, 쓰레기가 왜 돈이 되느냐. 산업이 원하니까요. 나이키, 아디다스, 파타고니아가 무얼 할까요? 생활폐기물(PCR)로 만든 재생 플라스틱 소재를 납품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요. 
 글로벌 화학기업은 당연하고, SK,LG,롯데 국내 대기업 화학회사들이 다 재생 플라스틱 소재를 만들어요. 여기서 나오는 매출이 한 해 수조원이에요. 쓰레기가 산업이 되는 비즈니스가 움직이는 거죠.  
아디다스(왼쪽 사진)와 나이키가 생활폐기물(PCR)을 통해 뽑은 소재로 만든 운동화
 쓰레기 모으는 기계 이름이 네프론이었죠.
 네프론은 계획의 일부예요. 네프론도 중요하지만, 비즈니스의 목표는 쓰레기 선순환 경제를 만드는 것이죠. 경기도 화성 4만평 부지에 공장을 짓고 있어요. ‘플레이크’를 만드는 공장이죠.
 투명한 페트병을 모아 씻은 다음 잘게 부수면 눈송이(플레이크)처럼 작은 플라스틱이 됩니다. 이 플레이크가 화학회사로 가서 플라스틱 재생 소재가 되죠. 

 플레이크는 상상 이상으로 귀하고 비싼 소재에요. 1kg에 1500원 정도 하는데요, 같은 무게인 단순 플라스틱 쓰레기 뭉치의 10배 정도 가격이죠. 
 국내는 아직 플레이크를 만드는 회사가 없어요. 한국은 1년에 1조원이 넘는 돈을 주고 이런 플레이크를 유럽과 일본에서 사와요. 한국 기업들이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제품’이라고 홍보해도, 그 플라스틱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분리수거한 페트병이 아니에요. 

일주일에 한번씩 분리수거했는데, 왜 한국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안 되나요 
 오염돼서요.  분리수거에 대한 환상을 깨뜨릴까요? 
 유리병 재활용될까요? 하나도 안 됩니다. 전부 매립장으로 가요. 환경부에 ‘유리병 모아서 누가 재활용하느냐’고 물어보면 아마 답 못할 거예요. 맥주캔도 한국에서 재활용 못 해요. 소각장으로 가거나, 알류미늄캔만 모으는 업체가 해외로 그 캔을 수출해요. 
 알류미늄 캔도 꼭지, 중앙부 전부 성분이 달라요. 캔을 납품한 업체마다 알류미늄 순도조차 전부 다르죠. 
 생활폐기물이 재활용되려면 누군가 돈을 주고 사야 해요. 돈을 주고 사는 기업, 구매자가 있어야 하고 기업이 원하는 소재 스펙이 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 스펙이 안 나오게 버리고, 스펙에 맞도록 가공해주는 업체도 없어요. 산업의 니즈를 맞추지 못하고 있죠. 페트병은 라벨을 떼야 하고 뚜껑을 분리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버리지 않잖아요. 그걸 사람이 전부 다 할 수도 없고요. 
 라면봉지도 마찬가지예요. 라면봉지 안에 알류미늄과 플라스틱이 다 있어요. 이론적으로는 재활용이 가능하죠. 
 라면봉지에는 거의 소스나 음식물이 묻어 있어요. 음식물이 묻으면 재가공 처리가 어려워요. 한국 쓰레기는 화학회사들 입맛에 맞지 않죠. 다시 분류를 할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인건비가 어마어마하게 나오고, 사업성이 안 나오니 누구도 이런 사업을 제대로 하려고 하지 않아요. 수퍼빈은 이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겠다는 것이죠. 

그래서 유럽과 일본에서 쓰레기를 사온다? 
 일본은 우선 분리수거를 정말 잘해요. 분리수거가 효율적이에요. 불에 타는 쓰레기, 불에 안 타는 쓰레기를 구분하고 확실하게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만 따로 버려요. 상자 종이, 페트병 같은 것들이죠. 
 한국처럼 분리수거를 여러 소재로 나눠서 헷갈리게 하지 않았어요. 대신 일본인들은 분리수거 룰을 확실하게 지켜요. 그래서 일본에서 수거한 쓰레기들로는 순도 높은 소재가 나올 수 있어요. 전 세계에서 아마 일본에서만 가능할지도 몰라요. 
 유럽은 플라스틱을 가져와서 화학 가공을 해요. 대충 분리수거를 해도 화학 촉매제를 이용해 플라스틱만 남겨요. 화학회사의 규모와 기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설비 비용이 비싸고 약품을 많이 써야 하죠.  

수퍼빈을 로봇 공학 회사라고 소개하시던데, 어디에 로봇과 공학이 들어가나요. 
 네프론을 통해 ‘돈이 되는 쓰레기’를 받아요. 네프론은 단순히 쓰레기만 받고 돈을 주는 기계가 아녜요. 비전 센서를 내장했고, AI가 소재를 파악해요. 
 캔과 페트병을 분류하고, 같은 페트병도 내부에서 라벨, 뚜껑을 다시 구별하죠. 그다음 뚜껑을 분리하고 압착해요. 재활용 불가능한 제품은 아예 거절하고요. 데이터가 쌓이고, 점점 AI가 정교화되는 구조죠. 

 플라스틱 재가공 과정에도 기술이 들어가요. 새로 짓는 공장에서 쓰는 가공 방식은 유럽과 달라요. 쓰레기를 끓이는 방식이죠. 플라스틱을 물에 끓이면 비중이 달라서 따로 걸러낼 수 있어요. 기존에 있던 방식이지만, 분리수거가 제대로 안 되는 한국에서는 불가능했죠. 
 저희는 가능해요. 네프론을 통해 최대한 활용 가능한 플라스틱만 모았고, 공장에 들어가는 로봇 설비가 다시 한 번 돈이 되는 플라스틱을 걸러요. 
 네프론을 통해 쌓인 데이터와 AI가 있으니까요. 이렇게 만든 플레이크는 화학회사로 간 다음 신발, 가방으로 돌아오는 거예요. 쓰레기가 돌고 도는 경제죠. AI, 비전 센서, 로봇. 
 이만하면 로봇 공학 회사 아닌가요.

수퍼빈의 쓰레기 수집 로봇, 네프론
매출 20억원인데 기업가치는 1000억원
공장은 아직 안 지어졌고, 네프론은 160대인데요. 매출은 얼마나 나오나요.
 작년 매출은 18억원 정도고요. 네프론 기계 판매금액과 관리 비용으로 매출을 올려요. 적은 금액이고 회사는 적자죠. 

그런데 기업 가치는 1000억원이죠.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가 왜 대단할까요. 차도 기존 자동차 회사에 비해 적게 팔리는데, 왜 시가 총액은 어마어마할까요. 
 테슬라를 보면 자동차를 만들고, 배터리도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데이터까지 쌓아요. 충전소도 직접 만들죠. 전기차의 시작과 끝을 전부 연결했어요. 
 전기차가 하나의 산업, 돌고 도는 순환 경제 모델로 돌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먼저 증명한 퍼스트 무버죠. 

  폐기물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에요. 수퍼빈은 폐기물 경제 구조를 만들려는 퍼스트 무버에 도전하니까요. 
 네프론을 통해 쓰레기를 모으고, 재가공하고, 데이터도 모으고요. 네프론의 AI는 쓰레기와 소재의 성분과 원료를 분석해요. 투명도가 몇%, 금속성분이 0.3% 들어가 있다는 정보요. 이 데이터도 나중에 결국 돈이 될 거예요. 네프론이 테슬라의 전기차이자 충전소이고, 저희 공장에서는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셈이죠. 
 수퍼빈은 ‘쓰레기의 테슬라’가 되는 것이 꿈이죠.   

테슬라도 수년 동안 엄청난 적자에 허덕였는데요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성공 궤도에 올랐던 사건이 하나 있었어요. 암스테르담 시장이 시 예산으로 모든 택시를 전기차로 바꿨어요. 대신 머스크가 충전소를 지어줬어요. 
 하나의 도시에 전기차가 교통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인프라가 어느 정도 구축돼야 하는지 실험을 시작했던 것이죠. 제대로 굴러갔어요. 그 다음부터 전기차가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인정받기 시작했어요. 
 
 네프론은 전국에 160여대 정도 있어요. 숫자가 적죠. 하지만 이번에 안양시가 올해까지 네프론 100대를 설치하기로 계약을 맺었어요. 지자체 중에 가장 큰 규모고, 이 실험이 티핑 포인트가 될 거예요. 사람들이 재활용에 눈을 뜨기 시작할테니까요. 
  시간이 걸린다는 걸 알아요.  답답해요. 공무원들을 설득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모든 지자체가 안양시처럼 과감하게 도입하지 않거든요. 앞선 다른 도시가 5~6대를 사면 꼭 그만큼만, 아니면 그보다 조금 많게 구매하려고 해요. 이해는 해요. 세금 쓰는 일에 리스크를 지기 부담스러우니까요. 

 누군가는 한국에서도 이 비즈니스를 해야죠.  
 킴벌리클라크가 기저귀를 재활용해 다시 기저귀를 만드는데 성공했어요. 한국의 유한킴벌리가 유한양행과 킴벌리클라크의 합작사잖아요. 한국에 ‘기술 완성됐으니, 한국에서도 재활용 기저귀 만들어 보라’고 했대요. 유한킴벌리에서 수퍼빈에 전화 왔어요. 재활용 기저귀만 따로 구할 수 있느냐고요. 기저귀는 저희도 못 해요. 세계가 바뀌는데 한국만 뒤처지고 있어요. 

 3년 전 휴맥스 변대규 회장님이 시리즈A에 20억을 투자해주셨어요. 좁은 8평 사무실에서 12명이 기계를 만들던 시절이죠. 변 회장님이 ‘앞으로 10년은 더 걸릴 사업’이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경쟁력을 보고 투자했다는 거예요. 로보틱스 같은 기술에 기반을 뒀고, 쓰레기 산업은 누구도 제대로 하지 않는 유니크한 시장이라고요. 어느 순간 변화가 찾아올지 몰라요. 아무도 없던 시장이라 성공의 기회와 보상도 더 클 거고요. 

쓰레기 산업의 세계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요. 
 정확한 숫자는 찾아봐야 해요. 하지만 관념적으로는 이래요. 인류가 가진 제조와 생산의 경제 규모가 있고, 사람이 먹거나 자연적으로 썩는 것은 제외하면 모든 소비재는 결국 쓰레기죠.
 탄산음료를 예를 들면, 사람이 마시는 음료를 제외하고는 페트병과 캔은 쓰레기로 나오잖아요. 질량 보존의 법칙 같은 셈이죠. 
 폐기물 시장은 결국 제조업의 규모와 비슷하거나 약간 작다고 봐요. 결국 만들었던 것들이 폐기물 시장으로 나오니까요. 그만큼 무궁무진한 시장이죠.  

쓰레기와 전쟁, 그 끝판왕 "김대표, 누군가는 이 문제 해결해야돼"

수퍼빈이 운영했던 쓰레기마트. 
쓰레기마트, 쓰레기카페도 운영하시죠. 
 재활용의 동기를 만들어야 하니까요. 한국에서 재활용이 제대로 되는 것은 공병 뿐이에요. 소주병과 맥주병만 가능해요. 왜냐. 주류회사들의 병 만드는 비용을 줄여주니까요. 
 진로이즈백이나 테라가 병색이 다르니 다른 주류회사들이 반발했어요. 병을 공유할 수 없으니까요. 이걸 보면 이 제도는 사실 재활용이 목적이 아녜요. 기업들의 이익을 반영한 제도고, 그러니까 공병에 돈을 주는 거예요. 
 ‘쓰레기도 돈이 되니까 분리수거를 더 잘 해야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야 해요. 언제까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은 폐지와 캔에 의지할 수 없어요. 

 그래서 네프론은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면 간단하게 포인트가 쌓이고 현금화할 수 있도록 한 거예요. 모바일 앱도 내놓아 하나의 플랫폼으로 구상한 것이죠. 누구나 ‘쓰레기=돈’을 체험할 수 있도록요. 쓰레기마트, 쓰레기미술관, 쓰레기카페를 운영하는 것도 같은 이유예요. 지금은 잠시 접었지만 쓰레기마트에 가면 쓰레기를 네프론에 넣어 돈을 받고, 친환경 소재로 만든 제품을 살 수 있도록 했어요.
 쓰레기도 돈과 가치가 있는 상품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어른, 아이들 모두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공간이죠. 앞으로도 이런 공간을 다시 열거나 확장할 계획이에요. 

 경력에는 철강회사(코스틸) CEO 출신이시죠. 굳이 창업하지 않으셔도 성공하셨는데요. 마흔이 넘어서 창업한 이유가 뭔가요 
 월급쟁이 사장 오래 하는 의미를 못 찾겠더군요. 의사결정 모든 것이 제 뜻대로 되지 않아요. 누군가에게 휘둘리지 않고,  옳다고 생각하는 결정을 내가 주도적으로 하고 싶었어요. 끝장을 보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때 공부를 안 하고 재수해 한림대 경제학과에 들어갔더니 입사지원서마다 떨어지더라고요. 하루 20시간씩 악물고 공부해 오리건대 수학과, 코넬대 경제학 박사 과정을 갔어요. 뭘 하든 끝을 봐야 직성이 풀려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직장인은 사장, 공무원은 차관이 끝이래요. ‘과연 그럴까, 제3의 대안이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창업하고 배우고 성장하고. 월급쟁이와는 완전 다른 분야에서 모든 걸 경험해보고 싶었죠. 

 사실 첫 창업이 아니예요. 2005년에 재활용 관련 기계를 수입하는 사업을 작게 한 적이 있었어요. 관리비 통지서 결산 내역을 보면 재활용품을 팔아서 우리 관리사무소가 얼마를 벌었는지가 쓰여 있어요. 그런데 그 금액이 너무 적더라고요. 알아보니 재활용품 중에 재활용 되지 않는 것들이 태반이래요. 그 페인 포인트를 처음 알았죠.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찾아보니 북유럽은 쓰레기를 버리면 보증금을 준대요. 그래서 지금의 네프론 같은 기계가 2000년대 초에도 있었어요. 그래서 그 기계를 소규모로 가져와서 한국에 설치했죠. 폐기물을 넣으면 포인트를 주고, 문화상품권으로 바꿔주는 방식이었어요. 3000만원으로 작게 창업해봤던 것이죠. 결국 망했죠. 기계를 유럽에서 만들었으니 수리, 관리가 제대로 안 됐어요. 

 코스틸 대표를 마치고 처음엔 액셀러레이터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업계에서 인정을 안 해주더라고요. ‘당신 창업해봤어?’, ‘그래 봐야 창업자가 아닌 CEO 였자나’ 라는 반응이에요. 결심했죠. 아, 내가 이 업계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망하더라도 창업을 한 번 해봐야겠다는 오기가 발동했어요. 
 예전에 창업했을 때 월급도 없이 도와줬던 친구들이 있었어요. 주말마다 같이 기계 설치하고, 청소하고, 수리했던 친구들이죠. 증명하고 싶었어요. 10년 전 내 아이디어, 나를 도와줬던 친구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요.  그때 수입 기계를 써서 망했으니, 이번엔 기계를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하하. 인터뷰에다 오기 창업, 이런 표현 써도 될까요.
 그것만은 아녜요. 절실해진 계기가 있어요. 구미시에 처음으로 네프론 6대를 팔았어요. 구미시 환경계장님이 어느 날 어딜 같이 가자고 하시더군요. 재활용 선별장에 갔어요. 
 정말 깜짝 놀랐죠. 
 인간이 만든 아수라장이 그곳에 있었어요. 온갖 폐기물이 쌓여 있고,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면 외국인 노동자들과 할머니들이 쪼그려 앉아 손으로 분류해요. 악취는 말할 것도 없고요. 계장님이 저를 보고 그러더군요. 
 “김대표, 누군가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해.” 

 머리통을 땅하고 맞은 것 같았어요. 아, 이 문제는 그냥 사업 아이템이 아니구나. 우리 사회와 국가의 페인 포인트구나.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히 ‘지구를 살리기 위해 분리수거를 잘하자’를 캠페인만으로는 안 되겠구나.  네프론 같은 기계만 만들어서는 안 되겠다. 그래서 이렇게 사업판을 키웠죠. 

 저는 이 비즈니스를 ‘쓰레기와 전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냥 돈 벌겠다는 각오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반드시 이길 겁니다. 

김정빈 대표가 찍은 재활용 선별장 모습.
3"Q : 컬리 상장대박 가능할까?
"제주목초우유와 같은 매력적인 PB, 이젠 없더라"는 아픈 지적도
삼초큐(3"Q, 3초 Questions) 코너입니다. 

"마켓컬리, 새벽배송 품질은 최고지만 흑자전환과 미국상장은 글쎄..." 

 쫌아는기자들이 마켓컬리의 브랜드&서비스 평가 결과를 보고 내린 한 줄 평입니다. 마켓컬리의 브랜드와 서비스에 관한 평판 조사에는 구독자 111명이 답을 했습니다. 

 마켓컬리가 쿠팡, 현대식품관, 쓱닷컴 등 신선식품 새벽배송 중 '품질은 최고(51.4%)'라는 평가가 절반을 넘었습니다. 컬리가 새벽배송 시장을 개척하면서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는 의미겠죠. 
 컬리를 시키는 이유는 제각각이었습니다. '오프라인 장 보기가 귀찮아서(35.1%)' 응답이 제일 많았습니다. '마켓컬리에서만 파는 상품들이 있어서(22.5%)'가 뒤를 이었습니다. 
 컬리는 PB 상품을 여럿 만들어 히트를 쳤었는데요. 그런데, '예전처럼 매력적인 PB 상품이 없어...(46.8%)' 응답이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컬리 PB 상품이 더 분발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절반쯤 된다는 것이죠. 

 여전히 적자인 컬리. 적자탈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쿠팡은 손정의라도 있었지...컬리는 어려울거야(53.2%)', 가능성 반반이 점쳐졌습니다. 미국 상장에 대해서도 쿠팡이 컬리와 달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60%를 넘었습니다. 컬리의 밸류에 대해서도 현재 1조원이 거품이라는 의견이 약 30% 였습니다.
  컬리의 현재 서비스는 합격점이지만, 흑자전환과 미국 상장 대박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대반, 걱정반이라는 의미겠죠. 

 폼나는 직장이 어딜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컬리, 쿠팡, 신세계 중에 쿠팡이 1등(42.3%)를 했습니다. 여전히 쿠팡의 영향력을 실감하게 되네요. 컬리 서비스 만족도에 대해서는 평균 3.6점이 나왔습니다.  
뉴스레터 스타트업 시즌1은 13명의 창업자를 인터뷰 합니다. 
1. 런드리고 조성우 대표 2. 퍼블리 박소령 대표 3. 고피자 임재원 대표 4. 센시 서인식 대표 5. 스푼라디오 최혁재 대표 6. 스티비 임호열 대표 7. H2K 홍창기 대표 8. 모토브 임우혁 대표 9. 뉴닉 김소연 대표 10. 수퍼빈 김정빈 대표 11.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 12. 캐플릭스 윤형준 대표 13. 뤼이드 장영준 대표 
화요일은 창업자 인터뷰, 토요일에는 구독자의 질문에 창업자들이 직접 답하는 뉴스레터를 보냅니다. 
창업자에게 물어보세요. 금요일에 답 드립니다.
아직 스타트업 구독 안 하세요? 정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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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에 쓰인 캐릭터는 오스트리아 Florian satzinger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