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당근마켓이 큰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를 3조원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신세계(2.5조원)나 현대백화점(1.8조원)보다 큽니다. 출시된 지 6년 된 매장 하나 없는 앱으로 부동산 부자인 유통 공룡을 앞섰습니다. 지금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국내 유통기업 가운데에는 쿠팡 카카오 네이버 외에 경쟁자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요즘 중고시장이 뜨니까 높은 평가를 받았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원래 이 시장을 지배하던 중고나라를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중고나라는 비슷한 시기에 롯데 컨소시엄에 1200억원에 팔렸습니다. 당근마켓의 월 사용자수는 1500만명, 중고나라는 1200만명. 회원 규모는 비슷한데 가치는 약 30배 차이납니다.

차이를 만든 건 플랫폼 위에서 신뢰가 만들어지는지 여부입니다. 저는 10년 넘게 중고나라를 이용했습니다. 이렇게 오래 사용했지만 지금도 거래하려면 온갖 의심을 다 받습니다. 살 때도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거래를 합니다. 반면 올해 처음 써본 당근마켓은 서너 번 거래하고 나니 점점 거래가 수월해집니다. 

사용자의 신뢰도를 나타내는 '매너온도'덕분입니다. 좋은 평가를 받으려 노력하다 보니 벌써 매너온도가 40도가 넘네요. 당근마켓은 무료나눔도 활발하고 거래 상대에게 '덤'을 주는 일도 잦습니다. 동네 사람이라 마음이 가는 것도 있겠지만, 매너온도를 쌓는데도 도움이 되거든요.

모든 당근마켓 이용자는 매너온도를 높게 유지하고 싶어합니다. 지금도 당근마켓 내 매너온도 총량은 늘고 있습니다. 중고나라가 회원수라는 하나의 요소로 산술급수를 활용해 가치를 늘려왔다면, 당근마켓은 '가치 = 회원수 x 신뢰도' 공식으로 기하급수적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 '당근 공식' 이라고 이름을 붙여보고 싶네요.

- 중앙일보 기자 남궁민 아카이브

당시 1월 당근마켓 월간 이용자 수(MAU)는 50만명이었다. 지금은 상전벽해다. 올해 7월 기준 MAU는 1500만명, 주간 이용자 수(WAU) 1000만명 이상에 이른다. 다음은 김용현 대표와 일문일답.

3. Q.창업 초기에는 일부 지역 서비스로 국한했는데.
A 당시에는 각 지역 사용자로부터 직접 오픈 신청을 받았다. ‘구’나 ‘시(읍, 면 단위의 지방의 경우)’ 단위로 신청자 수 350명이 모이면 당근마켓을 오픈해주는 방식이었다. 적어도 350명 이상의 판매자와 구매자가 모여야 지역 마켓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동네 사람들과 믿을 수 있는 중고 거래 서비스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를 보면서 전략을 바꿨다. 전국 오픈을 기점으로 당근마켓 성장세는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4. Q.창업 당시에도 이미 비슷한 커뮤니티 서비스가 많기는 했다.
A 당근마켓은 지역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연결의 가치를 실현한 국내 최초의 ‘하이퍼로컬’ 기업이라 자부한다. 핵심 서비스로 중고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른 중고 거래 서비스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으나, 서비스 메커니즘이나 철학, 비전에는 큰 차이가 있다. 당근마켓은 대부분의 중고 사기 피해가 비대면, 택배 거래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주목하고, 서비스 초기부터 같은 지역 사람들끼리 직접 만나 물건을 확인하고 거래하는 직거래 서비스로 설계했다. 전화번호 기반의 쉬운 가입과 채팅으로 약속 장소를 정하고 거래하는 직관적인 방식으로 고령자나 디지털 약자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췄다. 특히 전문 판매업자를 원천 차단하는 운영 정책, 이웃 간 신뢰에 기반한 건강한 문화를 구축해 국민 앱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5. Q. 중고 거래 앱을 만들었다는 점은 높게 살 수 있지만 어떤 점에서 ‘하이퍼로컬’ 요소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
A 단순 중고 거래 서비스를 넘어 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나갈 수 있었던 것은 이용자 덕분이다. 대표적으로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이웃끼리 유용한 지역 정보나 소식을 나누고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모습이 앱 내에 자주 포착됐다. 그래서 아예 소통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동네생활’이라는 코너를 신설했다. 동네생활에는 동네 사건·사고, 분실·실종 센터, 우리 동네 질문, 동네 소식, 동네 맛집, 취미, 자기계발, 반려동물 등 다채로운 주제 게시판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또 인테리어, 카페, 헤어숍, 용달, 이사 등 우리 동네의 다양한 가게 정보를 모아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내 근처’, 소상공인 가게 홍보 지원 서비스 ‘비즈프로필’도 이런 차원에서 만들게 됐다. 비즈프로필은 올해 3월 오픈 후 5개월 만에 전국 5925개 지역의 30만여 가게에서 운영되고 있다.

6. Q.당근마켓이 그리는 하이퍼로컬 사업은 어떤 모습인가.
A 당근마켓은 올 하반기 당근페이와 더불어 지역 커머스 강화에 본격 나선다. 농수산물, 신선식품 등 지역 상권과 주민들을 더욱 긴밀하게 연결하는 온·오프라인 연계 로컬 비즈니스 활성화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또한, 청소, 반려동물, 교육, 편의점 등 전문 업체들과 함께 O2O(Online to Offline) 영역을 다양하게 넓혀 나가고, 기존의 부동산, 중고차, 일자리와 같은 지역 서비스도 고도화해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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