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김철홍의 소식은 전주에 다녀왔다는 것입니다. 전주에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이었던 <the 자연인>과 <잔챙이>라는 영화의 감독님과 배우님들을 모시고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왔습니다. 행사뿐만 아니라 저녁에 진행된 뒤풀이에서도 다시 한번 그분들을 만나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기도 했었는데요. 다른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감독님과 배우님들이 정말 진심으로 본인들의 영화에 대한 피드백을 궁금해하셨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감독님은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저를 붙잡고 계속해서 본인이 연출한 영화에 대해 질문을 멈추지 않으셨었는데요. 그만큼 자신의 작품에 대한 애정도가 느껴져서, 저 또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영화제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the 자연인>과 <잔챙이>와 같은 영화는, 사실 우리가 사는 동네 주변에 있는 대형 영화관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영화입니다. 영화관에 걸리지 못한다는 건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고, 그건 곧 자신의 작품에 관한 피드백을 절대 들을 수 없다는 것과 같은 뜻이겠죠. 하지만 이런 다양한 영화들을 틀어주는 ‘영화제’라는 것이 있기에, 두 영화의 감독인 노영석 감독과 박중하 감독님은 관객을 만날 수 있게 되고, 또 그들로부터 소중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통해, 다시 한번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그 긍정적인 에너지가 전파되는 것이구요.



두 영화 중 오늘 소개해 드리고 싶은 영화는 <the 자연인>입니다. 사실 이 영화에 조금 더 애정이 가긴 했었습니다. 꽤나 귀여운 구석이 많은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기본 틀은 이렇습니다. 귀신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유튜버 주인공이 친구 한 명과 함께 제보를 받아 산골에 살고 있는 한 자연인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며칠 동안 벌어지는 기묘한 일, 그것이 이 영화의 전부입니다.


일단 자연인이 벌이는 기행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회화가 되지 않은 한 인간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이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에 느닷없이 버럭 화를 내다가도, 또 어느 순간엔 한없이 관대한 모습을 보입니다. 아무 일 아닌 줄 알았던 순간이 순식간에 중요한 순간으로 바뀌고, 반대로 뭔가 큰일이 벌어질 것 같은 순간이 맥없이 종료되는 그 대조적인 경험이 주는 묘한 쾌감이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둘째론 의외의 공포 영화적 매력도 있는 영화입니다. 잊고 있으셨겠지만 이 영화는 귀신을 찾는 유튜버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분명 귀신 제보를 받고 이곳에 온 것이고, 자연인의 기행은 어딘지 모르게 주술에 걸려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또 자연인은 가끔씩 단지 기행으로만 보기에는 어려운 행동을 하기도 하고, 어떨 땐 뭔가 알 듯 말 듯 한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그런 모습들에서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기행과 공포가 있는 영화이지만, 사실 이 영화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귀여움입니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엄청나게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에, 모든 게 그럴듯해 보이면서도 동시에 어설픕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출연하는 모든 배우가 이 현장에서 정말로 즐겁게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상황이 열악해 보이고 힘들어 보이는 건 다 티가 나지만, 이 현장 자체에서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실거리고 있다는 것이 관객들에게 전파됩니다. 그래서 다소 어설프지만, 귀엽게 보입니다. 우리를 어떻게든 놀래켜 보려는 자연인도 귀엽고, 그 자연인에게 정말 진심을 다해 당해주는 주인공과 친구들도 귀엽게 보입니다.


놀라운 것은 이 영화가 1인 제작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감독인 노영석 감독이 제작/각본뿐만 아니라 촬영, 조명, 음악, 미술, 녹음, 의상, 편집, CG까지를 전부 혼자서 해낸 영화입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갖고 있는 귀여움은, 말 그대로 사람 한 명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겁니다. 혼자서 그렇게 배우들이 제대로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점은, 정말 이 영화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한 가지 이유라고 생각하는데요. 또 한 번 영화제의 소중함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영화제 덕분에 이런 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 에너지를 통해 또 다른 좋은 영화가 탄생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이제 곧 부산영화제가 시작되는데요. 이번 전주 일정을 통해 저는, 미약하지만 정말로 저 같은 사람의 역할이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영화제에 소개된 훌륭한 영화들을 영화제에 오지 못한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 그럼으로써 단 한 명이라도 이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그것이 어떤 파급효과를 낳을지를 정말 모르는 것이잖아요. 이번 부산영화제에서도, 이런 마음으로 열심히 좋은 영화를 찾아다니려고 합니다. 이런 어설픈 생각을 하는 저, 조금 귀엽지 않나요?




- ONE DAY ONE MOVIE by 김철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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