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7시에 도착하는 Achim 영감 🍊
자기 돌봄  

님 좋은 아침이에요. 잘 잤나요? 요즘 일어나 창문을 열면 찬 공기가 훅 들어와요. 그래도 창문을 열어둔 채 바람을 맞거나 얼굴을 내밀고 겨울 냄새 킁킁 맡는 걸 좋아해요. 몸은 움츠러들지만, 계절을 그대로 느끼고 싶어서요.


님은 요즘 컨디션 어때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연말이 다가올수록 시간이 밀도 있게 흘러가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나 자신보다는 가족 혹은 타인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미팅도 평소보다 많고요.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돌보는 일에 게을러졌고,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놓아 버릴 때도 생겼어요. 그 결과 지난 몇 주간 서서히 조짐이 나타났습니다. 에너지가 빠르게 고갈되더군요.


호르몬과 바이오리듬의 변화가 감지되면 ‘자기 돌봄’ 스위치를 작동시켜요. 보통 집을 오래 떠나 있다가 돌아와서 실행하는 ‘자기 돌봄 매뉴얼’이 있는데요. 일상의 정상화가 시급할 때 아주 유용해요.


매뉴얼 첫 번째는 ‘불순물 정화’입니다. 내 피부에 닿는 것들부터 살펴봐요. 정수기나 샤워기, 공기청정기의 필터 교체 주기가 넘어가진 않았는지 점검해 봐요. 나도 모르는 새에 쌓인 일상의 먼지들을 걷어냅니다.


빨래와 청소도 한 가지 방법이죠. 특히 '이불 빨래'는 좀 특별해요. 하루의 시작과 끝이 교차하는 지점에 ‘이불’이 있을 텐데요. 하루 동안 수고한 나 혹은 오늘 하루 수고할 나를 포근히 안아주고 부드럽게 깨워주는 침구를 관리하며 따뜻한 용기를 얻을 수 있어요.


그다음은 ‘도시락 싸기’예요. 준비 시간은 좀 필요하지만 만족감이 가장 큰 돌봄이에요. 보통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맞은 양으로 준비하기에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만큼 배를 채울 수 있어요. 신체적 포만감뿐 아니라 심리적 포만감도 챙길 수 있고요.


마지막은 ‘걷기’입니다. 아주 짧은 산책이라도 좋아요. 올해 초까지만 해도 택시비에 월 평균 70만 원 이상 쓰던 제가 하반기부터는 정말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택시 이용을 자제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꽤 잘 지키고 있죠. 집과 사무실을 오가는 데 하루 두 시간 정도 들지만, 그사이에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도 재밌더라고요.


전철에서는 바른 자세로 앉는 연습을 해요. 두 발을 바닥에 딱 붙이고, 엉덩이를 의자 끝까지 붙여 앉습니다. 평소에는 의식하려 해도 자세가 금방 흐트러지더라고요. 바르게 앉아 눈을 감고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요. 특히 출근길 지하철에선 오늘 펼쳐질 일들을 시뮬레이션하는데, 하루 중 가장 기대되는 시간이 됐을 정도예요.


님이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돌봄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구체적인 순간이 있을지도 궁금하네요. 답장을 기다려 볼게요!

Morning Look

Tips for Winter Dressing

좋아하는 스타일을 모아놓은 Pinterest 보드예요.

한동안 옷 입는 즐거움을 누리는 데 시간을 많이 못 썼어요. 눈 뜨는 순간부터 쏟아지는 일들이 옷 입기에 버금가는 엔터테인먼트였거든요. 계속해서 깊어지는 아침(Morning)의 매력, 하루를 온전히 써도 모자란 Achim 일, 삶의 일부가 되어 버린 요가, 도저히 노력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우주에 대한 탐구까지. 쇼핑 시간이 자연스레 줄었습니다.


대신 날마다 같은 옷을 다르게 매치하는 재미가 커졌어요. Achim 하프 집업 두 컬러를 사계절 동안 다르게 입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었고요.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것은 사실이니까. ^^) 얼마 전 옷 정리를 싹 하고 작년에 세탁한 외투를 꺼내고 나니, 겨울 옷도 즐겁게 입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겨울에는 추운 날씨 덕에 입어야 할 옷가지가 많고, 그만큼 시도할 수 있는 스타일링이 훨씬 다채롭거든요.


저는 보통 그날 입고 싶은 아이템 하나를 정하고, 거기에 어울릴 만한 다른 아이템을 매치해 퍼즐 맞추듯 스타일링하는 편이에요. 계절과 무관하게 언제나 손이 가는 아이템은 셔츠인데요. 초등학생 때부터 하늘색 옥스퍼드 셔츠에 남색 면바지 조합을 가장 좋아해요. 어렸을 땐 특별한 날 입는 차림이었죠. 특히 옥스퍼드 셔츠를 워낙 좋아해서 색상, 핏, 소재 별로 다양하게 가지고 있어요. 여름에는 바스락거리는 원단의 셔츠를 팔까지 걷어 입길 좋아하고, 가을에는 그 위에 가디건을 걸치거나 조금 더 도톰한 셔츠를 아우터처럼 덧입습니다. 겨울에는 니트 안에 받쳐 입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유독 추운 날엔 플란넬 셔츠를 입으면 아주 따뜻해요.


그래도 겨울에는 뭐니 뭐니 해도 니트 입는 재미죠. 조직의 짜임과 굵기에 따라 스타일도 천차만별이에요. 일영모 WEEK 36에서 소개한 니트 브랜드 ‘할리 오브 스코틀랜드(Harley of Scotland)’의 대표 아이템 ‘쉐기 독 스웨터’는 일주일에 한 번은 입게 되더라고요. 옷장을 열어 보니 겨울에 유독 손이 자주 가는 니트가 얼추 10벌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차림에도 잘 어울리는 ‘유니클로(Uniqlo)’의 네이비 캐시미어 니트는 정말 자주 입고요. 요즘은 핑크색이나 하늘색, 빨간색 등 얼굴 색을 밝히는 화사한 컬러의 니트도 자주 찾습니다. 최근에 출시된 할리 오브 스코틀랜드의 ‘Garden Leaf’ 컬러도 눈독 들이고 있어요. 살짝 물 빠진 검정 데님이나 코듀로이 팬츠에 입으면 예쁠 것 같습니다.

때로는 아무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기도 하죠. 그럴 때 사용하는 저만의 필살기가 있습니다. Achim 로그 첫 번째 에피소드에 잠깐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좋아하는 스타일의 화보가 가득 담긴 매거진을 하나 고른 뒤,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다가 스톱해요. 그 페이지에서 맨 처음 눈에 들어온 아이템과 제가 가진 가장 비슷한 아이템을 골라 저만의 방식으로 입습니다. 일종의 ‘옷 입기 게임’이죠.


다른 하나는 스타일 뮤즈의 차림을 둘러보는 거예요. 린드라 메딘 코헨(Leandra Medine Cohen)은 저의 오랜 뮤즈였어요. 이 스타일도, 저 스타일도 아닌 린드라만의 스타일이 좋았습니다. 뉴욕에 사는 그녀다운 룩이죠. 그녀의 블로그는 ‘맨 리펠러(Man Repeller)’라는 패션 플랫폼으로 확장하기도 했는데요. 하루가 멀다 하고 들락거렸는데 3년 전, 페이지가 문을 닫아 너무 아쉬웠어요. 하지만 작년, 'The Cereal Aisle'이라는 유료 뉴스레터로 그녀가 돌아왔어요. 그녀의 일상과 패션을 보다 긴밀히 들여다볼 수 있어서 재밌어요.


린드라가 제 오랜 뮤즈라면, 요즘 새롭게 뮤즈로 삼은 인물은 바로 모델 김원중입니다. 그의 유튜브 채널 ‘김원중입니다’에 올라온 영상 몇 편을 쉬지 않고 봤어요. 보다 보면 그가 옷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져요. 니트 안에 비쭉 튀어나온 반팔이 무심하게 보여도, 분명 그 컬러까지 진작에 고려했을 거란 말이죠. 이런 치밀함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많이 입어 봐서 몸에 밴 센스가 절로 느껴져요. 그 역시 특정 스타일로 정의되지 않는, 오직 그만의 스타일을 가졌죠. 영상 속 꾸밈없는 편집 스타일과 툭툭 튀어나오는 유머 코드도 저와 잘 맞더라고요. 최근 올라온 17분가량의 영상이 특히 인상 깊었어요! 좋은 영감이 되는 누군가를 참고하는 것은 나 자신의 방향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듯합니다.


옷 입기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쓰려다 긴 글이 되어 버렸네요. 집에 작은 전신 거울이 있는데, 정작 전신이 담기지 않아 아웃핏을 기록하는 건 가끔 엘리베이터 안에서 찍는 게 전부였어요. 내년에는 옷차림을 매일 기록하는 습관도 가져보고 싶습니다. 님이 요즘 가장 즐겨 입는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Morning Netflix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출근길, 언주역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직 도착 시간이 많이 남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택시 랩핑 광고에서 한 시리즈의 제목을 발견했습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오, 궁금한데?’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 지난 주말, 첫 번째 에피소드를 재생했어요. 궁금할 때 바로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리거든요. 그러고 보니 Achim 캐스트 시즌2 네 번째 에피소드 ‘우리끼리 2023 Achim 예술대상’에서 호스트 대환 님이 소개해 주신 시리즈물 중에도 보고 싶은 게 많은데, 아직 시작을 못 했네요. ()님도 언젠가, 언젠가, 하며 미룬 시리즈가 있다면 오늘 잠시 짬을 내보는 게 어때요? 한 편 정도는 부담 없이 볼 수 있으니까요. 다음 편을 고대하는 마음을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도 좋겠고요.


첫 번째 에피소드, 저는 ‘YES’였어요. 사실 몇 편을 쭉 이어서 보고 싶었는데 이러다간 다음 날 새벽 요가 수련을 놓칠 것 같아 꾹 참았을 정도였죠. 아쉬운 마음은 뒤로하고 이번 주말을 기다렸어요. 마침내 두 번째 에피소드를 본 뒤 이 글을 쓰고 있어요. 다음이 기대되는 시리즈를 오랜만에 만난 것 같아요. 12개 에피소드 중 두 편을 본 게 전부지만, 제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장면이 꽤 많았어요. ‘그때 내가 아팠던 건 이런 이유에서였을지도 몰라.’ 하고 생각하게 만든 장면도 있었고요.


이 시리즈가 흥미로운 또 다른 이유는, 다양한 정신 질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거예요. 현대인의 대표적인 정신 질환으로는 공황 장애와 불안 장애, 분노 조절 장애, 우울증, 수면 장애, 조현병 등이 있다고 해요. 이중 공황 장애로 진료를 받은 사람이 2017년 약 13만 명에서 재작년 약 20만 명으로 5년 만에 44.5% 증가했다 하고요. [매디게이트 뉴스]


지금은 편하게 말할 수 있지만, 사실 저도 공황 장애를 겪은 적이 있어요. 3년 전이었을 거예요. 세 번 정도, 비슷한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무호흡 증상이 나타났어요.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아찔해요. 손에 땀이 멈추질 않았고, 몸에 숨 쉴 구멍이라곤 하나도 없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 증상을 처음 느낀 날을 도저히 잊을 수 없어 적어둔 글이 있어요. 500명의 청중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의의 스피커로 나선 날이었는데요. 그날의 기록을 축약해 옮겨 볼게요.

"자, 이제 들어갈게요! 30초 전… 10초 전… 시작!". '어.. 어… 어…..!' 딱 이 느낌이었다. 1분 전까지는 싱글벙글이었는데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마스크를 쓰고 말해야 했기 때문에 호흡이 더 힘들었다. 공기가 필요했다.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쳤다. 내가 마주하고 있는 저 카메라 뒤에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시선도 표정도 읽히지 않으니 두려워졌고, 각자의 환경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을 사람들을 상상하니 더 막막했다.


주어진 시간은 40분. 말이 빠르지 않고, 중간중간 부연 설명을 곁들일 계획이었기에 무리 없이 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긴장한 폭주 기관차는 발표를 20분 만에 끝내 버렸다. 다행히 정신줄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준비해 간 스크립트 덕분이었다. 그것마저도 청중과의 아이 콘택트는 고사하고, 읽어 내려가기 바빴으니 대충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이 된다.


조금 희한했던 건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 때였다. 다시 숨이 잘 쉬어지는 것이다. 기자님과 시선을 맞추니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 생각해 보니 카메라를 마주 보고 앉았을 때도 영상 엔지니어분과 매니저분이 앞에서 쌍따봉을 날려 줄 때마다 잠시 숨을 쉴 수 있었다. 호흡 곤란, 공황 장애 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글 속에서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정이 주는 안도감이 회복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 게 떠올랐다. 아무튼 어젯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집에 돌아와 나도 모를 우울감에 휩싸여 인스타그램 피드를 기계적으로 내리고 있었다. ‘이 느낌은 뭘까?’ 강의 시작 전, 동행한 회사 동료가 내게 떨리지 않냐고 물었을 때 아무렇지 않은 척 허허 웃던 나는 어디로 숨었나. 영상은 박제되어 구독자분들께 전달된다고 한다. 그 안에 담긴 내 모습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흘러간 시간을 되돌릴 순 없고, 그저 가만히 흘러가길 기다리는 수밖에. 뜨거운 물로 긴 샤워를 하고, 화장실 청소까지 하고 잠들었다. 어젯밤 경험을 기록해 놓지 않으면, 숨 못 쉬는 날이 다시 찾아올 것만 같아 빨래가 끝나길 기다리며 일기를 쓴다.”

이제 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증상이 발현된 상황 간의 공통점이 있어요. ① 기대에 대한 압박 ② 나에 대한 확신 부족 ③ 실수에 대한 불안.


증상을 겪고 나서부터는 누군가에게 기대한다는 말 대신 응원한다고 말해요. 나에 대한 확신은 어려운 일을 넘기며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고요. 실수에 대한 불안도 전보다 사그라졌어요. 애초에 나는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약한 모습을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드러내 보이면서요.


가볍게 보기 시작한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가,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운 고백으로 이어졌네요. 이 시리즈의 첫 에피소드 제목처럼 ”아침이 오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운 법”임을 안다면, 곧 떠오를 밝은 해를 떠올리며 조금 더 나은 나를 기대해 볼 수 있겠죠? 남은 에피소드들을 통해 나를 그리고 누군가를 더 이해하게 되길 바라봅니다.

Morning Song

Coco - Do This Right

역대 가장 긴 일영모가 된 것 같아요. 내용도 마냥 가볍지 않았는데, 님 눈이 너무 피로해지진 않았을까 걱정되네요. 마지막 코너로 전하고 싶은 책 이야기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다음 주로 미루고 한 주 동안 가장 즐겁게 들은 곡을 소개하며 이만 마무리하는 게 좋겠습니다.


요즘 Achim 팀은 12월부터 개편되는 멤버십과 새로운 허들링, Achim 마트 신규 입점, 2024 캘린더 제작 등 한 해의 마지막과 새해를 바라보며 여러 가지를 사부작사부작 준비하고 있어요. 이 모든 게 도대체 언제, 어떻게 공개되는지 궁금하시다고요? 그동안 Achim의 새로운 컨텐츠 소식이 드문드문 안내돼 불편하진 않았나요? 그래서 준비했어요. 매달 1일마다 ’새소식’이라는 이름의 메일을 발송할 예정이에요. Achim이 앞으로 어떤 것들을 선보일지 한 달 단위로 미리 보여 주는, 일종의 ‘한 달 치 예고편’ 같은 메일입니다.


12월 첫날이 금요일이니 다음 주엔 님께 평소보다 일찍 인사를 건넬 수 있겠네요. 그때까지 좋은 아침 이어지길 바라요!

*오늘의 영감을 읽고 떠오른 것이 있다면, 답장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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