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주차 #구글 #크롬 #트럼프
안녕하세요. 서진욱 기자입니다.

미국 법무부가 구글의 검색 시장 독점을 해소하기 위해 웹브라우저 크롬을 매각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강제 매각 여지도 남겼는데요. 구글 입장에서는 핵심 서비스 매각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입니다.

구글 반독점 분쟁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새로운 분기점을 맞을 전망인데요. 벌써부터 구글 해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정부와 협상할 여지가 커졌다는 점에선 일단 구글에 긍정적인 변수로 바라볼 수 있겠죠. 이번 레터에선 구글 반독점 분쟁에 작용한 트럼프 변수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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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무부 "구글, 크롬 팔고 5년간 재진입 막아야"
  • 크롬 잃으면 심대한 타격… 인수할 기업 있을까?
  • 트럼프 변수의 부상… MS 때와 유사한 정치 상황
  • 트럼프를 기회로 볼 수 있을까?… 구글에 던져진 고차방정식
📶법무부 "구글, 크롬 팔고 5년간 재진입 막아야"

올해 8월 구글이 패소한 검색 반독점 소송과 관련해 원고인 미국 법무부가 구글의 웹브라우저 크롬 강제 매각을 명령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법무부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이런 내용을 담은 구글 독점 해소 방안을 연방법원에 제출했습니다. 해체 대상으로 꼽혔던 검색, 웹브라우저(크롬), 앱마켓(플레이스토어), 모바일 운영체제(안드로이드) 중 크롬을 최우선 타깃으로 정했는데요. 법무부는 크롬 매각 이후 5년간 구글의 브라우저 시장 재진입을 막아야 한다는 제약도 걸었습니다. 구글이 검색 경쟁사와 검색 기반 인공지능(AI) 서비스 또는 광고 기술을 구매하거나 투자하는 것도 막아달라고 요청했죠.

안드로이드 강제 매각 가능성도 남겼는데요. 법무부는 이번 소송에서 반독점 행위로 인정된 크롬의 스마트폰 기본 브라우저 설정을 위한 구글의 금전적 대가 지불 관행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동안 구글은 애플,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에 막대한 기본 탑재 비용을 지불했는데요. 2021년에만 263억달러(약 37조원)를 쓴 것으로 파악됐죠. 법무부는 해당 조치로도 구글의 검색 독점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안드로이드를 강제 매각시킬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습니다.

법무부의 요청에는 검색 데이터 공유 강제도 포함됐는데요. 경쟁사에 검색 데이터 수집 도구를 공개하고, 10년간 미국에서 발생한 검색 순위, 쿼리 등 데이터를 무상 제공하라는 내용입니다. 이런 조치를 통해 구글 검색의 대체 서비스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도죠. 또 웹사이트 내용을 AI 학습과 답변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거부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라는 제안도 담겼습니다.

정리하면 법무부는 구글의 검색 독점 타파를 위해 △크롬 매각 및 5년간 재진입 금지 △안드로이드 매각 요구 근거 마련 △10년간 경쟁사에 검색 데이터 무상 제공 등 조치를 요청했습니다.
세계 웹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자료=스탯카운터.
📶크롬 잃으면 심대한 타격… 인수할 기업 있을까?

구글은 법무부의 구제책을 비판하면서 항소하겠단 입장을 재차 밝혔습니다. "미국의 글로벌 기술 리더십에 해를 끼칠 급진적 개입주의"라는 강도 높은 표현을 동원했죠. 구글은 12월20일까지 자체 반독점 해소 방안을 법원에 제출할 계획인데요. 법원은 내년 4월 청문회 개최 등 절차를 거쳐 연내에 최종적인 조치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우선 구글의 자구책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부터 지켜봐야 하는데요. 구글이 공언한 대로 항소에 나선다면 연방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전 세계 브라우저 시장의 67%를 점유한 크롬은 구글이 검색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서비스 기반입니다. 최대 매출원인 광고 사업이 이뤄지는 토대일 뿐 아니라 수많은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는 수단이기도 하죠. 크롬의 MAU(월간 활성사용자)는 30억명으로 추산되는데요. 세계 인구 약 82억명 중 40% 이용하는 어마어마한 서비스죠. 구글이 크롬을 잃게 된다면 막대한 수익적 손실뿐 아니라 사업 체계의 전반적인 재설계가 불가피합니다.

법원이 크롬 강제 매각을 명령하더라도 마땅한 인수 주체가 없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수백억달러를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춘 기업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극히 일부 빅테크인데, 이들 기업도 구글처럼 각종 사유로 미국 정부의 반독점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크롬 인수로 또 다른 사법 리스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할 가능성이 작다는 거죠. 크롬을 다른 빅테크에 넘긴다면 검색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 독점 강화를 불러올 여지도 있습니다.
/사진: 트럼프 페이스북.
📶트럼프 변수의 부상… MS 때와 유사한 정치 상황

구글 해체 사태의 결말을 좌우할 강력한 정치 변수가 존재합니다. 4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입니다. 지난달 트럼프는 구글 해체는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중국은 구글을 두려워 한다. 우리는 중국이 이런 기업(구글)을 갖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요. 분할 없이도 공정하게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발언도 내놨습니다. 불과 한 달 전 구글이 자신에게 부정적이라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으름장을 놨던 점을 생각하면 의외인 입장인데요. 구글 문제를 미중 간 디커플링 기조의 연장선상에 둔 점도 의미심장합니다.

반면 트럼프의 러닝메이트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은 구글 해체를 주장합니다. 밴스는 구글의 패소 직후 "구글은 해체돼야 한다. 너무 크고, 너무 강력하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2월에도 비슷한 입장을 밝히면서 법무부의 반독점 소송을 지지하기도 했죠. 밴스는 정치에 입문하기 전 실리콘밸리의 바이오 회사, 벤처캐피털 등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 테크 업계에 대한 이해가 밝다고 평가되는 인물입니다. 거대 빅테크 기업들이 정보의 독점적 통제권을 행사한다는 비판의식을 갖고 있죠.

내년 1월20일 이뤄질 정권 교체를 중대 변수로 꼽는 이유는 20여년 전 벌어진 MS 반독점 분쟁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1998년 클린턴 정부는 윈도우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판 MS의 관행을 반독점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MS는 1심에서 패소했고, 2개 회사로 분할하라는 명령을 받았죠.

당시 분쟁 관련 협상은 새롭게 들어선 부시 정부에서 마무리됐는데요. 2001년 MS는 정부와 합의를 도출하면서 회사 분할을 피했습니다. 구글 사태 역시 민주당 정부 때 1심 판결이 나왔고, 실제 협상은 공화당 정부에서 진행됩니다. 구글 입장에서는 2기 트럼프 정부가 강력한 빅테크 규제 기조를 이어온 바이든 정부와 다른 길을 걷길 간절히 바라겠죠.
구글 미국 사이트에서 트럼프 검색 결과.
📶트럼프를 기회로 볼 수 있을까?… 구글에 던져진 고차방정식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구글 해체를 반대할 것이라고 확신할 순 없습니다. 트럼프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이라는 점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트럼프는 집권 1기 시절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가짜뉴스와 여론조작의 근원지라며 거세게 비난했습니다. 말만 한 게 아니라 행동도 취했는데요. 트럼프는 2020년 소셜미디어 기업에 대한 법적 면책권을 제한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관련 조항이 담긴 통신품위법 개정도 시도했습니다. 2021년 1월6일 의회 난입 사건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페북과 트위터 계정이 정지되자 자신이 직접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만들기도 했죠.

더군다나 구글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로 몰아넣은 반독점 소송은 트럼프 때문에 벌어졌습니다. 법무부는 트럼프 재임 때인 2019년 6월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시작했는데요. 트럼프 1기에서 이뤄진 최초의 빅테크 반독점 조사로, 2020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의 군기 잡기가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왔었죠. 트럼프가 구글을 좌파 미디어 뉴스만 퍼뜨리는 친민주당 기업이라고 여러 번 비난했기 때문이죠. 트럼프 정부에서 시작된 반독점 조사는 5년 뒤 구글을 엄청난 사법 리스크에 몰아넣었습니다.

트럼프가 바이든 정부의 구글 해체 시도를 청산 대상으로 본다면 법무부가 제출한 구제책보다 완화한 개선 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의 협상가적 기질을 고려하면 구글에 확실한 보상을 바라겠죠. 만약 트럼프가 원하는 보상이 뉴스 검색 알고리즘과 관련한 내용이면 구글 입장에서는 상당히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검색 알고리즘에 손을 댄다면 "구글 검색은 정치적으로 편파적이지 않다"는 기존 입장을 거스르는 행태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레드 스윕(대통령과 상·하원 다수당 모두 공화당)'을 이뤄낸 트럼프의 요구를 무시할 수만은 없겠죠.

이번 사태가 연방대법원까지 가는 지루한 법정 공방보다는 정부와 구글의 합의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정치 지형이 극적으로 변하면서 협상의 여지가 더 커지기도 했죠. 구글은 사법 리스크 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오픈AI, 퍼플렉시티 등이 주도하는 AI 검색으로 패러다임 전환에서도 뒤처져선 안 됩니다. 반독점 소송 때문에 모바일 운영체제 경쟁에서 완전히 패배했다는 MS 창업자 빌 게이츠의 한탄을 잊어선 안 되겠죠.

AI 검색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경쟁에 뒤처져선 안 되는 과제도 안았습니다. 반독점 소송 때문에 모바일 운영체제 경쟁에서 완전히 패배했다는 MS 창업자 빌 게이츠의 한탄을 곱씹어야 합니다.
서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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