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번호를 준다는 것'이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2006년에 발매된 에픽하이의 노래인데요. 이런 가사입니다.
집 번호를 준단 건 내 맘을 준거라는 걸
내 사랑 전불 가진 거란 걸 몰랐나요
집 번호를 준다는 게 대체 왜 그런 뜻이냐고 물으실 분들을 위해... 제가 이야기보따리를 메고 왔습니다. 읏챠읏챠!
이 노래가 발매될 2000년대 초에 저는 20대였어요. 당시에도 이동전화 보급율이 80%를 넘기는 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핸드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어요. 특히 젊은이들은 더욱 그랬죠.
그런데요. 하룻밤에도 수십 편의 사랑 노래를 읊고, 질풍노도와 격변의 날들을 겪는 20대들은 툭하면 전화번호를 바꿨답니다. 당시 신규로 출시되는 핸드폰 기기들이 무척 많기도 했고, 통신사 간 고객 유치 경쟁도 치열했기 때문에 핸드폰과 번호를 바꾸는 일이 일상적이었죠. 번호를 바꾸고 새 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게 '이별'이나 '손절'의 한 방법일 만큼요.
그러니까 귀했던 거예요, 집 번호를 준다는 건.
바뀌지 않을 무언가를 알려주겠다는,
결코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아니라는,
사적인 영역을 활짝 열어 보여주겠다는 뜻이거든요.
요즘의 저는 집 전화가 거의 사라진 시대를 사는 집 번호 없는 사람입니다. 이젠 알려주고 싶어도 집 번호를 알려줄 수가 없죠. 그래서 요샌 '집 번호'를 알려주는 마음으로 '집 주소'를 알려줘요.
집으로 초대하는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