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크라비, 필리핀 보홀을 함께 여행했던 여자 넷의 세번째 여행지는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 였다. 왜인지 우리들의 여행지는 모두 햇살이 뜨겁고 바다가 가까운 곳이었다. 바로 앞이 해변인 리조트에 짐을 풀고 도심으로 나와 무작정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날씨 운이 최고인 사람이 둘이나 있어서인지,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와 달리 내내 맑은 하늘이다. 로컬시장에서 알록달록한 물건들을 사고, 낮잠 자는 고양이도 보고, 구글지도를 뒤져 찾아낸 대규모의 현지 식당에서 해산물 요리도 듬뿍 먹었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내내 즐겁다. 때로 우연하고 사소한 행운이 있으면 두고 두고 돌아볼 우리의 추억 목록에 저장했다. 매번 장난 반 진담 반, 우리 이번이 진짜 진짜 마지막 여행이라 했는데 어느덧 함께 세번째. 그런데 이번이 정말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언니 뱃속의 한명이 더 같이 왔으니까. 그러니 우리 지금, 여기 이 시간들을 정말 소중히 보내자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