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월>(감독 주현숙)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54 〈당신의 사월〉
4월 14일 오늘의 큐 💡 Q. 그날, 무엇을 하고 계셨나요? 🎗 안녕하세요, 님! 이제 정말 봄이에요! 거리마다 푸릇푸릇한 새잎들이 우리를 반기는데요. 그렇지만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도 하죠. 어딜 둘러봐도 푸르러서 더욱 서러워지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이맘때쯤 되면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슬픔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런 질문을 해볼게요. "2014년 4월 16일,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저는 아침에 모바일 뉴스를 읽고, 중간고사 시험을 치르고, 식당에서 늦은 식사를 하던 도중 TV 속 여전히 기울어진 선박의 모습에 가슴이 철렁했어요. 아마 님에게도 어떤 식으로든 이 날의 잔상이 남아있을 것 같아요. 주현숙 감독의 <당신의 사월>은 우리 모두에게 있는 그 날의 기억을 묻습니다. 사고 해역을 마주해야 했던 진도 어민, 교실에서 하염없이 뉴스만 보았던 고등학생, 유가족을 마주하고 말문이 막힌 카페 사장...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카메라 앞에서 여전히 흉터로 남은 그날의 기억을 꺼냅니다. 사실 오늘의 레터를 엮으면서 여러번 마음이 먹먹하고 눈가가 시렸어요. 세월호 참사는 우리 세대가 공동으로 품고 가는 트라우마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의 사월>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 이길보라 감독의 <기억의 전쟁>을 소개할게요. 오늘 인디즈 리뷰에 적혀있듯, 이날의 기억들은 '지금 우리와 내 주변을 구성'하고 있는듯 해요. 말로 차마 하지 못한 마음 속 응어리가 있다면, <당신의 사월>을 보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해보면 어떨까요? 어떤 기억들은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거예요! 인디즈 큐는 사랑을 담아 님의 4월을 응원할게요♥ '지금'을 이루는 기억과 경험, 4월 16일 〈당신의 사월〉 지나온 시간들이 ‘지금’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힘이 필요하다. 무뎌진 시간들이 새롭게 찾아와야 한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결국 ‘지금’을 구성했다는 사실을 알아채야한다. 그 끝에서 우린 ‘과거’를 과거라 부를 수 있을까? 2014년 4월 16일에는 어떤 이름이 어울릴까. 영화 〈당신의 사월〉은 세월호 참사를 과거에 두지 않는다. 흘러가는 일상 속, 변두리에 위치해 있던 ‘당신의 사월’을 소환한다. 세월호는 기억과 경험이 되어, 지금 이 공간에 덕지덕지 붙어있다. 유독 선명했던 시간들이다. 어떤 기분으로, 내게 던져졌던 소식들을 받아냈는지 기억한다. 처음 침몰 소식을 듣고는, ‘금방 구하겠지.’라고 생각했다. 하늘엔 비행기가 떠다니고, 쉽게 50층짜리 건물을 지어내던 시대가 아닌가. 나는 내 ‘시대’에 대한 이상한 낙관이 있었다. 가라않지 않은 선채를 보며, 전원 구조 오보를 보면서 쉽게 낙관했다. 꼬리만 남은 선채, 담요를 두른 유가족들, 세월호 주위를 배회하는 민간 선박, 바다로 갔던 민간 잠수부들. 이후, 내 기억들은 이러한 장면들에 닿아있다. 영화 〈당신의 사월〉은 이를 그저 포착해내지 않는다. 그, 닿아있고 엮여 있는 것을 드러낸다. 영화 〈당신의 사월〉은 각자의 위치에서 세월호 참사에 반응했던 이들의 이야기다. 누구는 팽목항과 서촌에서, 다른 누구는 그저 일상에서 세월호를 만났다. ‘유경’씨와 ‘수진’씨는 교실에 대해 말한다. 세월호 이후 교실은 조금 다른 공간으로 변주했다. 다함께 교실에서 뉴스를 틀었고, 수학여행 취소 안내를 받았다. 선생님들은 세월호를 언급했고 이따금 정리되지 않은 말들을 내뱉으셨다. 단지 어른의 말을 따랐다는 익숙함이 만든 참사의 참상을 지켜봤다, ‘우리’ 교실은 단원고 학생들에 대입되기 쉬웠고, 믿어왔던 것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노란 뱃지를 달았다. 그것이 나의 정체성 같았고, 내가 왜 ‘세월호 세대’라 불리는지 고민 없이 납득했다. 참사 당시 고등학생이었다는 ‘유경’씨의 이야기가, 교사였던 ‘수진’씨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았다. 나만 유별나게 세월호 배지를 달았던 것이 아니다. 나와 내 주변이 함께했다. 영화에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노래가 나온다. 나 역시 이 노래를 함께했던 친구들이 떠올랐다. 그저 평범했던 우리가, 칠판에 노래 가삿말을 적으며 공감해나갔던 것은 무엇일까. 영화 〈당신의 사월〉은 4월 16일이 만들어냈던 묘한 공감각을 재생시킨다. (...) 세상은 변했는지, 여전한 건지 알 수 없다. 영화 〈당신의 사월〉은 촛불 정국을 통과하며 한국사회가 만들어 낸 변화를 보여준다. 동시에 7주기를 맞은 지금까지도, 해결된 것이 없다고 말한다. 탄핵을 요구하며, 유가족들은 광화문 광장 중심에 설 수 있었지만 그 뿐이었다. 세월호는 개인적 경험으로 단정할 수 없다. 참사는 사회적으로 목격됐고 그 파장 역시 모두에게로 향했다. 세월호 참사에 관한 ‘알 수 없음’이 우리 삶에 관한 ‘알 수 없음’을 만들어냈다. 영화 〈당신의 사월〉은 이 점을 강조한다. 4월 16일에 관한 체험과 기억은 지금 ‘우리’와 내 주변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인디즈 16기 염정인 잊지 말아야 할 그날의 기억 〈당신의 사월〉과 〈기억의 전쟁〉 기억은 영원하지 않다.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아름다운 추억이든 상처로 얼룩져 고통스러운 과거든 모든 기억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서서히 희미해진다. 일상에 금방 가려지기도 하고, 종종 왜곡되기도 하며, 시간에 따라 점차 부식한다. 그럼에도 잊어서는 안 될 기억들이 있다. 몇 번이고 되새기며 붙잡아야만 하는 그날의 기억. <당신의 사월>과 <기억의 전쟁>은 그런 기억을 담고 있다. 두 영화는 각각 세월호 사건과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문제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당신의 사월>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목격자들의 시선을 통해 그날에서 시작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기억의 전쟁>은 베트남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의 목격자이자 피해자인 이들의 사건에 대한 생생한 증언과 사건 이후의 삶을 보여준다. <기억의 전쟁>의 주인공 응우옌 티 탄은 퐁니·퐁넛 마을 집단 학살의 생존자이자 유가족으로 한국에서 개최된 시민평화 법정에 참석한다. 그는 최후 진술을 하며 민간인 학살을 저지른 참전군인이 이 자리에 와 있다면 단상으로 올라와 자신의 손을 잡고 사과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응우옌 티 탄의 용기 있는 발언에도 단상으로 올라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랜 시간 동안 아픔을 떠안은 사람은 있는데, 그것을 책임지고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네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두 영화 속 사건들은 여전히 어떠한 실천적 해결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점점 사회에서 비가시화되어간다. 영화는 우리가 두 사건을 반드시 기억하고, 그럼으로써 연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유념하도록 한다. 피해자들은 아직도 응어리진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그날에 대한 부채감이 있는, 또는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안온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진정한 의미의 치유를 받기 위해서는 기억의 연대가 필요하다. 인디즈 16기 유소은 ![]() 화려한 휴양도시 베트남 다낭에서 20분이면 닿는 마을, 매년 음력 2월이면 마을 곳곳에 향이 피워진다. 1968년, 한날 한시에 죽은 마을 주민들을 위해 살아남은 이들은 위령비를 세우고 50여 년간 제사를 지내왔다. "내가 똑똑히 봤어. 한국인이었어." 그날의 사건으로 가족들을 모두 잃은 탄 아주머니, 그날의 현장을 똑똑히 목격한 껌 아저씨, 그날 이후 전쟁의 흔적으로 두 눈을 잃은 럽 아저씨는 지금껏 숨겨온 기억을 꺼낸다. 기억과 기록이 빛이 되는 순간 ✨ <당신의 사월>을 연출한 주현숙 감독은 전작 <빨간 벽돌>을 통해 85년 구로동맹파업에 참여한 여성노동자들을 만난 바 있는데요. 주인공 '성훈화' 님과 함께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소중한 시간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읽다보면 눈물이 글썽,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것은 정말 강한 힘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나온 시간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던, 이해받지 못하고 스스로를 감추어야 했던 여성노동자들이 주현숙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다시금 자신을 찾아가는데요. 오늘 하루 으쌰으쌰 하고 싶으신 분들께, 강력추천합니다! "저는 그때 굉장히 선명한 사람이었던 거 같아요. 저랑 의식적으로 맞지 않는 친구하고는 안 만났어요. 왜냐하면 만나서 말해봐야 싸움만 하니까 그게 너무 싫은 거예요. 그런데 결혼을 했고, 집에서 어울려 살아야 하는데 어울리지를 못했어요. 정치 이야기만 하면 눈에 불을 켜니까 사람들이 다 저를 피했어요. 아이를 낳고 나서부터 아이 친구들 엄마하고 정치 얘기는 안 하고 살았던 거 같아요. 구로동맹파업 20주년 행사할 때 앞에 패널로 나갔는데 제가 너무 울어서 말을 못 했어요. 제 안에 풀어지지 않은 응어리 같은 게 남았던 거 같아요. 후회도 하고 문제도 있었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들이 잘못됐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20주년 행사하면서 다시 운동권 사람들하고 어울리게 되었어요. 구로동맹파업도 민주유공자법이 만들어지면서 유공자 인증서를 받았거든요. 그거 받고 마치 제가 문익환 목사라도 된 것처럼 감격했어요. 민주인사로 당당하게 살아야겠다, 정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고 그런 삶을 살기 위해 항상 옆에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주인공 성훈화 안전한 관람을 위해, 함께 해주세요! 극장은 오늘도 안심방역중! 보다 안전한 영화관람을 위해 방역지침을 지켜주세요.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마스크 착용, 전자출입 등의 출입자 기록은 국가 방역수칙의 필수사항입니다😷 방역수칙 위반시 방문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영화 관람 시 주의사항 1. 인디스페이스는 음식물 반입 금지 영화관입니다. 음료 섭취 또한 가능한 자제 부탁드립니다. 2. 영화 관람시에도 마스크를 꼭 착용해주세요. 3. 티켓 발권시 전자출입명부 QR코드 등록 혹은 수기명부작성은 필수입니다. (매회차 발권마다 진행) 오늘의 이야기가 재밌었다면, 구독페이지를 친구에게도 소개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