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인사와 덕담들이 계속되는 2025년 구정이 다가오는 1월입니다.
예전 친구가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손을 잡고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내가 넘어지거나 더 높은 곳으로 오른다고 해도 크게 놀라지 않아. (우리는) 모두 손을 잡고 있거든.”
모든 것은 다 연결되어 있다고 볼 때, 변화의 시간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미래는 항상 어둠 속에, 아니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곳에서 현재와 만나게 됩니다. 사건은 우연히 일어날 수도 있지만, 만약 우리 모두가 손을 잡고 있다면, 우리가 바라는 소망이 비슷하다면 그 마음은 모두에게 공감되고 현실이 되지 않을까요. 더 나은 미래-변화는 지금부터, 힘이 들고 불편하더라도 모두 조금씩 노력해야 우리에게 오는 것일테니까요.
2025년에도 한국디자인사학회는 회원 여러분들의 기대에 보답하는 학술대회와 학술지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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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NARA)에서 기록을 찾아 조사하고 큐레이션하시는 이선옥 선생님과 아카이브와 디자인사에 관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아카이브에 관한 전문적 관점에서의 풍성한 내용이 담겨있는 인터뷰 전문은 링크에서 확인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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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현재 일하고 계신 미국의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NARA는 아카이브즈라고 불리는 비현용기록물의 보존업무 뿐 아니라 현용·준현용기록물의 관리업무를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국가로부터 독립된 기록물 관리·보존 전문기관입니다. NARA는 국립영구기록물보존소를 비롯해 연방기록물센터, 국립지역기록물보존소, 국립인사기록물보존소, 대통령도서관 및 박물관의 기록물을 관리, 보존하고 있습니다. 각 기관의 기록물은 평가, 선별, 폐기 과정을 거쳐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는 기록물로 결정되면 NARA로 이관되어 영구적으로 보존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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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톤 D.C 소재 NARA I (왼쪽), 매릴랜드 컬리쥐파크 소재 NARA II (오른쪽) ©NA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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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아카이빙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적 요소는 무엇인가요?
기관에서는 생성된 기록을 획득하고 그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평가해 선별과 폐기 후 복원, 기술(description), 정리, 카탈로깅 작업을 거쳐 관리, 보존합니다. 이런 아카이빙 과정(Archival operation)의 마지막 단계는 기록물에 대한 접근과 열람 서비스를 대중에게 공평하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다 중요합니다만, 기록물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인 아카이브의 활용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 지점에서 기록관리 혹은 기록학이 다른 학문분야와 융합되고 연계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관점과 시각의 전문가들의 지식과 결합되고 융합되어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시너지를 만들어냅니다.
Q3. 국가 기록과 개인 아카이브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디자인계에서도 아카이빙 관련 시도가 있는데, 국가 차원에서 계획 중인 국립디자인박물관의 아카이브와 다른 개인들이 시도하고 있는 아카이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참조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명확하게 용어 구분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NARA의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레코드(records: 기록)와 아카이브즈(archives: 보존기록)을 구분해야 합니다. 아카이브즈는 일정한 기록관리 프로그램에 따라 각 기관으로부터 이관된 기록, 또는 장소의 개념으로서 이러한 영구 기록물을 소장하고 있는 기록물 보관소를 의미합니다.
국가와 개인 아카이브즈의 가장 큰 차이는 국민의 공공자산이라는 공공소유권 개념과 공공성입니다. 국가 예산으로 관리하는 국가 아카이브즈에서는 그 활용에서 공공성의 가치를 드러내야 합니다. 하지만 개인 기록 혹은 아카이브라 할지라도 공공의 자산으로서 가치를 충분히 가질 수 있습니다.
차이점보다 공통점에 주목하자면, 전 세계에 존재하는 문서, 사진, 영상, 구술, 지도, 매거진 등 다양한 종류의 기록과 다양한 관점의 기록과 이를 아카이빙하는 것은 진실에 더 가까운 역사를 재현해 낼 수 있게 하는 도구가 됩니다. 아카이빙은 단순한 기록의 보존과 소장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보존된 기록을 대중이 이용하고 활용하는 민주성과 공공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따라서 이용자들이 보존 혹은 소장된 기록을 찾아 서로 연결하고 융합해 새로운 결과물을 창조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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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12월 13일 미국의 자유헌장을 NARA로 이관하는 장면. 미국의 자유헌장은 미국의 역사적 가치를 표방하는 미국독립선언서(1776), 미국헌법(1787), 권리장전(1789)을 말한다. ©NA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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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한국의 디자인사 연구에 아카이브가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 제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카이브즈에 소장된 기록을 통해 디자인의 역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고 연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는, 디자인 전문가들이 함께 아카이브즈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록물의 활용에서 효과적인 전시나 큐레이션의 방식으로 가장 최적화된 역사적 기록과 박물의 시청각적 활용을 통해 역사를 재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수직적 시간의 흐름에 따른 역사 재현에 국한하는 기존 아카이브즈와는 차별화되도록 디자인사를 통해 수평적으로 지역별, 인물별, 주제별 다양한 컬렉션이 존재하는 박물관을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과 과거 다른 인터뷰는 여기를 확인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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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팝업 스토어 등 디자인계 안팎의 다채로운 소식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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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1호선 인천역에서 내려서 5분 정도 걸으면 대한통운이라 적힌 붉은 벽돌 건물이 보입니다. 1948년도에 지어진 이 건물을 포함해 여러 근대 건축물,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 건축물인 구일본우선(郵船)주식회사 인천지점 건물이 함께 인천아트플랫폼을 구성합니다. 건물 사이 골목의 두 번째 창고 건물이 《협업의 기술》이 시작되는 전시장 1입니다.
《협업의 기술》은 인천 청년예술가 지원사업레지던시에 참여한 입주 예술가의 작품 중에서도 팀이나 협업으로 이루어진 작업을 소개합니다. 협업의 방법은 다양합니다. 두 사람이 같이 한 작업을 진행하였거나, 각자의 작품이 합쳐 한 공간이 만들어지거나, 두 사람의 작업 방식을 합쳐 하나의 작품으로 나타나거나… 협업의 기술(技術)을 기술(記述)하는 형태의 작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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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전시는 첫 번째 건물인 전시장 1과 건너편의 스튜디오 건물까지 이어집니다. 관람이 끝난 후 들어왔던 길로 되돌아가면, 우측에 위치한 인천아트플랫폼 아카이브 건물에서 예술가 아카이브 프로젝트가 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때까지 인천아트플랫폼과 함께한 작가의 작업 포트폴리오와 레지던시 도록, 기관이 소장한 도서 등이 모여 있습니다. 이 아카이브 공간이 앞서 말한 구일본우선(郵船)주식회사 인천지점 건물입니다. 근대 건축물이 주는 역사성과 인천아트플랫폼 15년 기록이 함께 《협업의 기술》 전시를 마무리합니다.
《협업의 기술 The Act of Collaboration》
기간. 2024.10.25-2025.2.2
시간. 화-일 / 11:00 - 18:00 (월요일 휴관)
장소. 인천아트플랫폼 전시장 1, 스튜디오, 아카이브 (인천광역시 중구 제물량로218번길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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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별미: 한·중 근현대 회화전》4전시실 내부 풍경. ©국립현대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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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별미: 한·중 근현대 회화전》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중국미술관(中国美术馆)의 공동기획전으로,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열리는 전시입니다. 전시 이름에 나와 있듯, 20세기 이후의 한국화, 중국화 작품을 소개합니다.
전시는 석조전 입구를 기준으로 우측에 위치한 관은 한국화, 좌측은 중국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섹션 순서로 관람하려면 2층과 3층을 가로지르는 동선입니다. 국가별로 나뉘어 있으므로, 같은 층의 전시는 서로 독립적입니다. 두 개 전시가 큰 주제 안에서 동시에 진행 중인 것과 비슷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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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한·중 전통 회화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화와 중국화의 차이, 유사성과 같이 예상할 수 있는 범위의 특징도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 전시를 한 공간에서 보여줌으로써 국가별 전시 분위기의 간극이 두드러집니다. 시대가 현대에 가까워지는 2부에서는 두 국가 작품들의 분위기가 특히 판이해집니다. 같은 기획, 비슷한 흐름으로 구성된 전시이지만 각 장의 제목이나 소개, 작품 설명, 선정된 작품의 사조 등의 차이가 명확하게 대조됩니다.
두 국가에서 공통으로 보이는 맥락도 있습니다. 비슷한 시대에 비슷한 주제를 선정하거나, 유사한 소재로 진행한 한국화, 중국화 작업이 몇 보입니다. 그렇지만 국가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인지, 그 속에서도 서로 차별되는 독특한 요소가 눈에 띕니다. 이런 공통점과 차이점이, 두 국가의 전시가 같이 진행되는 이 장소에서 인식할 수 있는 별미입니다.
《수묵별미: 한·중 근현대 회화전》
기간. 2024.11.28-2025.2.16
시간. 화, 목, 금, 일 / 10:00-18:00 // 수, 토 / 10:00-21:00 (월요일 휴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서울 중구 세종대로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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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올라온 읽어 볼 만한 기사와 칼럼을 추천해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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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몇 일본 출판 매체들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많은 영감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문화교류는 새롭지 않지만 잡지들이 주목하는 한국의 인상들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 우연히 발견한 뉴미디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운영되는 편집숍입니다. 오랜만에 뚜렷한 큐레이팅과 독특한 취향이 잘 드러내는 업체를 발견해서 반갑게 사이트를 탐험했습니다.
· 기술적인 이슈로 다뤄지던 AI가 문화에 영향을 주는 이슈로 발전하면서 패션 브랜드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유미유(miu miu)의 SS25 파리 패션 위크에서 발간한 케이트 크라우포드(Kate Crawford)의 AI 리더에 관한 글은 패션계에서 보는 AI에 대한 의견을 재밌게 정리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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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현 선생님의 시선으로 모아본 포스터, 포스터 아카이브. 보다 많은 포스터는 여기에서 확인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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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아카이브입니다. 이번 포스터 아카이브는 팩토리2에서 2024년 동안 제작된 전시 포스터에 대한 아카이브입니다. 총 6종의 포스터를 아카이브 할 수 있었으며 전시 개막일 순서대로 《2024 한적한 숍》(포스터 디자인: 스튜디오 리모트), 《나란 나란 읽는 시대》(포스터 디자인: 유나킴씨), 《New Dawn Fades》(포스터 디자인: 스튜디오 리모트), 《Seamless flow》(포스터 디자인: 유나킴씨), 《미지 곰팡이 페스티벌》(포스터 디자인: 스튜디오 리모트), 《조응》(포스터 디자인: 스튜디오 리모트) 포스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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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한적한 숍》(포스터 디자인: 스튜디오 리모트) ©팩토리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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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 나란 읽는 시대》(포스터 디자인: 유나킴씨) ©팩토리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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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Dawn Fades》(포스터 디자인: 스튜디오 리모트) ©팩토리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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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mless flow》(포스터 디자인: 유나킴씨) ©팩토리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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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 곰팡이 페스티벌》(포스터 디자인: 스튜디오 리모트) ©팩토리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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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포스터 디자인: 스튜디오 리모트) ©팩토리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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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팩토리로 알려진 이 공간은 2018년부터 팩토리2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간의 두 번째 시즌을 의미하며 콜렉티브 중심으로 운영되는 특징이 있는데, 2024년 제작된 포스터를 관찰하자면 포스터 간의 긴밀한 조형적 연관성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총 6회의 전시 동안 포스터를 디자인 한 디자이너는 2팀(명)입니다. 그만큼 비슷한 결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팩토리2의 로고인 ‘factory2’나 ‘f2’ 글자가 포스터 한 켠에 위치해있는데, 포스터가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한결같아 글자와 로고가 곧잘 어울려 보입니다. 6장의 포스터를 펼쳐 보아도 시리즈로 작동할 만큼의 전체적인 조화가 어우러지는 것을 관람객들은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뮤지엄에 비해 작은 공간이라더라도 공간 운영의 주체가 하나의 목소리를 낸다면 그것이 포스터에서도 드러나는 좋은 예시로 보입니다. 2025년에는 어떤 포스터 분위기로 어떤 목소리를 낼지 지켜본다면 팩토리2의 포스터를 보는 재미가 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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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는 일본의 근대 디자인에 대한 소개를 여행기 형식으로 박지나 교수가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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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메이지 무라(明治 村)로 떠나는 근대 디자인 여행
나고야에서 북쪽 이누야마 시(犬山 市) 쪽으로 한 시간쯤 더 들어가면 박물관 메이지 무라(博物館 明治 村)가 나온다. 1965년 메이테츠(名鉄) 그룹에서 메이지 시대(1868~1912)의 건축물을 이축(移築)해서 설립한 메이지 무라는 개화기 탈아입구(脱亜入欧)해서, 에도시대부터 계승된 목조건축 전통 위에 구미의 양식과 기술과 재료를 받아들인 화혼양재(和魂洋才)의 건축으로 이루어진 야외 박물관이다.
이 시기의 건축들은 세월이 지나면서 지진이나 재해, 전쟁의 피해 등으로 많이 소실되었고, 2차대전 이후에는 전후 재건과 1960년 이후 산업이 고도로 성장에 따른 개발 사업 등으로 인해 적지 않은 건축물들이 사라지게 되었다. 100년 전 메이지 건축과 문화재가 사라져가는 것을 애석히 여긴 다니구치 요시로*(박물관 메이지무라 초대 관장)와 동창생이었던 츠치카와 모토오(전 나고야 철도 주식회사 회장)의 노력으로 이누야마시의 이루카이케(入鹿池)라는 오래된 저수지 근처에 메이지 무라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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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치 촌―메이지 무라의 표지판 (왼쪽), 1쵸메에서 5쵸메까지 5개의 마을로 구성된 야외 박물관 ©博物館明治村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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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5개의 마을로 구성된 메이지 무라의 면적은 100만 제곱미터, 건축물 67동, 전차 2량, 증기기관차 2량, 객차 5량과 각종 기계, 근대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교토 전차와 증기기관차는 지금도 운행하고 있으며, 중요 문화재가 12건, 아이치현 유형문화유산 1건, 등록 유형문화유산 60건, 철도 유산 2건이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나고야에 개교된 제 8 고등학교 정문이었던 곳으로 들어가면 19세기로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일본에 양복이 들어온 시대는 메이지 시대로 마을을 걷다 보면 빅토리아 시대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보인다. 마을 내 하이카라 의상관(ハイカラ衣装館)에 가면 드레스와 당시 유행한 하카마(袴) 등을 대여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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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에 개교된 제 8 고등학교 정문이었던 메이지 무라의 정문 (왼쪽), 일본 성공회 성 요한 교회 (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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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마을의 언덕으로 올라가면 중세 유럽의 로마네스크 양식 위에 세부 장식을 고딕 디자인을 한 일본 성공회, 성 요한 교회가 보인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숲길을 지나면, 메이지의 문호인 나츠메 소세키가 살았던 주택이도 보존되어 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집필한 곳이란다. 고양이가 낮잠 자는 마루의 풍경이 정겹다. 근처 교토시의 미유키마치도리에 지어진 구조 주점을 재건한 곳에서는 따뜻한 말차와 말차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잠깐 쉴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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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메 소세키가 살았던 주택 (왼쪽), 소세키 주택 실내 (오른쪽-위), 구조 주점을 개조한 양조장 카페 간식 (오른쪽-아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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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까지 다니던 전차인 교토시 전차 (왼쪽), 철도(신바시-요코하마 간)를 달렸던 증기기관차 (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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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 노면 전체로 설치되어 1978년까지 다니던 전차인 교토시전과 메이지 5년(1872), 일본에서 최초의 철도(신바시-요코하마 간)를 달렸던 증기기관차, 12호·9호·삼등 객차가 지금도 운행하고 있다. 마을을 걷다 보면, 원래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에 있던 고등학교이자 현재의 국립 가나자와 대학의 전신인 제 4 고등학교도 보인다. 서구식 근대 과학과 의학을 중심의 역할을 했던 제 4 고등학교의 내부의 실험 도구가 가득한 물리화학 교실과 강의실은 오늘날의 이공계 대학 구조의 전형을 보여준다.
세 번째 마을은 큰 저수지를 끼고 등대와 실제 외국인 거주지였던 건축들이 띄엄띄엄 있다. 스코틀랜드 이민자의 집, 브라질 이민자의 교회 등등…. 한집 한집 다 사연이 있어서 설명을 읽는 재미가 있다. 멀리 저수지 앞 파빌리온은 다이쇼 대학(大正大学)의 전신인 슈교대학 본관의 현관 돌출부란다.
네 번째 마을에서 만난 야마다 우편국은 1909년에 지어진 것으로 천정이 돔으로 되어 있어 공간이 원형으로 건축된 홀이다. 양조장인가 술 창고인가 했던 건물은 들어가 보니 가부키나 연극, 신파, 만담 등의 공연을 할 수 있는 가부키 연극장으로 1892년에 지어진 중요 문화재인 쿠레하자(呉服座)다. 그 옆에는 목욕탕, 한다 아즈마유는 아이치현 한다시에 있었던 일본 전통의 목욕탕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이 골목엔 대중문화를 반영한 건축들과 이용원, 그때 그 시절의 간식을 파는 곳과 만화방, 당고집, 꼬칫집, 메이지 시대 막 들어 온 서구의 음식들과 맥주파는 호프, 와인바 등등이 모여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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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교 대학 본관의 현관 돌출부 (왼쪽), 메이지 25년(1892) 이케다시 혼마치에 있던 쿠레하자(呉服座) (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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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무라의 하이라이트인 5번째 마을에 들어서면 성 하비에르 천주당을 만날 수 있다. 1890년 교토 가와라마치 산조에 세워진 이 성당은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를 기념하여 세운 성당으로 프랑스의 설계를 바탕으로 일본인이 지은 것이란다. 유럽풍이 물씬 나는 바실리카 형식의 성당에 장미창과 스테인드글라스 창이 중세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성당을 나와 아래로 내려가면 붉은 벽돌 건축이 보인다. 바로 가나자와 감옥의 정문이다. 서양의 성곽 같은 이 문은 가나자와 감옥의 유일한 문이었다고 한다. 이 문을 지나면 이 공간에서 19세기 제국주의와 공리주의라는 근대적 장치가 건축에 노골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법정, 사법과 관련된 건물이 가득한 이곳을 지나며 메이지 시대의 일본은 아시아가 아닌 서구가 되고자 이성과 합리성을 추구하느라 좀 기형적이고 강박적인 시대였음을 느끼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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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가와라마치 산조에 세워진 가톨릭교회당―성 하비에르 천주당 (왼쪽), 성 하비에르 천주당 내부 (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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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건너에 산업혁명의 상징 철로 된 다리는 1912년에 지어진 메이지 시대 도쿄 스미다가와의 다섯 대교 중의 하나라고 한다. 미국 카네기 사의 제품으로 만든 것으로, 관동대지진에도 무너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 앞에 붉은 네오 르네상스 건축은 도쿄역에 있던 경비 순사 파출소다. 1914년 도쿄역이 지금의 마루노우치까지 확장할 때 역전 광장을 정비하면서 이곳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그 뒤에는 목조로 된 근대적 감시 공간인 원형 감옥이 나타난다. 바로 옆 검은 목조건축이 군마현의 감옥 잡거감방이란다. 에도시대의 감옥 형식에 서양식 구조로 디자인되어 감옥이라는 것을 몰랐다면, 세련된 현대적인 목조 건축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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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5대 감옥 중 하나인 가나자와 감옥 정문 (왼쪽-위), 스미다가와에 걸려 있던 철교 ‘신오하시’의 일부 (왼쪽-아래),
팔각형의 가나자와 감옥 중앙 간수소·감방 (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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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무라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바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의 제국 호텔, 데이코쿠 호텔(帝国ホテル)의 중앙 현관이다. 호텔 전체를 옮기지는 못하고 제국 호텔의 정면 로비의 현관 부분만 떼어 이전, 재건한 것이다.
1912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에게 제국 호텔 신관을 의뢰로 지어지던 중 1922년 지진이 일어나 주변 건축이 소실되었을 때 제국 호텔은 큰 피해가 적었고, 1923년 제국 호텔의 본관이 11년 만에 완성되었는데, 또 동경대지진으로 동경 시내가 초토화된다. 그러나 이때도 제국 호텔의 건축은 별 파손 없어서 오히려 집을 잃은 사림의 피난처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노후화되고 침하와 부식 등으로 철거하게 되는 상황이 오자 1964년 동경대지진과 공습도 견뎌낸 이 호텔을 존속시키자는 운동이 벌어졌고, 그 운동이 오늘날 메이지 무라의 설립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제국 호텔은 아르데코 시대의 디자인으로 안과 밖이 모두 하나의 컨셉으로 통일되어 가구며 스테인드글라스며 조명에 문고리, 경첩들까지 모두 하나의 컨셉으로 통일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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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제국 호텔의 중앙 현관 (왼쪽),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제국 호텔의 실내장식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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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모두 디자인한 제국 호텔 내부의 가구와 인테리어 (왼쪽)
제국 호텔의 실내 풍경, 양식당 로만테이(浪漫亭)에서는 메이지 시대에 일본에 전해진 일본식 양식을 맛볼 수 있다. (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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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시대로 타임슬립 했던 시간, 메이지 무라의 가장 큰 특징은 민속촌이나 테마파크 또는 드라마 세트장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건축마다 사람들의 살아온 흔적들이 보인다. 실제 그 시대를 살아있었던 사람들의 집, 학교와 관공서, 방직기 공장, 유리 철골 제조소, 교회와 호텔 등등 그 시대를 나타내는 주요 공공시설물을 해체하고 재조립해서 여기에 옮겨왔기 때문이다.
빅토리아 시대이자 제국의 시대, 산업혁명 완성기, 근대 디자인이 탄생한 시기, 19세기 메이지 무라로 떠나는 근대 디자인 여행에서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이성과 과학의 시대였지만 이중적이었던 시대, 우리에겐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만났던 대한제국의 시대이자 일제 식민지 시대이다. 메이지 무라를 거닐며 그 시대의 건축을 보면서 그 시대의 근대 디자인을 본다. 그리고 시대의 아픔과 광기가 느껴져 만감이 교차한다.
*다니구치 요시로는 도쿄 국립박물관에서 동양관과 도쿄국립근대미술관의 건축가로 호류사 보물관과 뉴욕의 모마(MoMA, The Museum of Modern Art) 건축가로 유명한 다니구치 요시오의 아버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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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말, 2025년 학회 총회가 온라인(zoom)으로 열릴 예정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2월 중 학회 메일을 통해 안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뉴스레터는 2월까지 리뉴얼 회의를 거쳐 3월호부터 새롭게 개편될 예정입니다. 뉴스레터 만족도 조사와 함께 개편될 뉴스레터의 의견을 수렴합니다. 더욱 발전된 뉴스레터를 위해 아래의 버튼을 통해 참여해 주세요. 모든 답변은 익명으로 처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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