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다 히사시(山田久志, 1948년 생)는 언더핸드 투구로 일본 프로야구 최다승(284승)을 올린 전설적 투수입니다. 12년 연속 시즌 개막전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기록도 세웠습니다. 1988년 41세의 늦은 나이로 은퇴할 때까지 선수생활을 한 것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덕분이었습니다.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어느 날, 자신의 주무기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음을 깨닫고 새 구종(球種) 개발에 나섰습니다. 투구 폼이 같았던 팀 선배 아다치 고히로에게 싱커를 배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러나 아다치는 퇴짜를 놨습니다. “싱커를 잘못 배우면 자네의 주특기인 직구가 엉키게 될 것”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뒷날 “언젠가 나를 능가할 선수에게 밥줄이 끊길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야마다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아다치가 불펜에서 투구연습을 할 때마다 뒤에서 지켜보았고, 그가 구사하는 기술을 그대로 따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다치 선배가 제게 싱커를 곧바로 가르쳐줬다면 저는 ‘아, 겨우 이런 거였어?’ 하며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겁니다. 그가 거절하자 저는 더욱 절실해져 밤낮으로 방법을 고민하며 연습에 몰두했습니다.”
사이토 다카시(齊藤孝) 일본 메이지대학교 문학부 교수가 쓴 <일류의 조건(필름 출간, 원제 「一流」をつくる法則)>은 ‘일류’로 꼽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성공을 이뤄냈는지를 추적해서 ‘성공의 해법’을 제시한 책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은 넓고 포괄적인 범위에서 응용이 가능한 숙달이며, 숙달에 이르기 위해서는 가장 근본적인 세 가지 힘이 필요하다.” ‘훔치는 힘, 요약하는 힘, 추진하는 힘’이 그것입니다. “이들 힘을 체화해서 자기만의 스타일을 확립하면 어떤 미지의 영역을 마주하더라도 단연 돋보이는 일류가 될 수 있다.”
‘훔치는 힘’은 다른 사람의 지식과 요령을 훔쳐 와 자기 것으로 체득하는 것을 뜻합니다. “단순한 모방과 다르다. ‘모방’은 남의 기술을 흉내 내기에 급급해 자신의 장점과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데 비해, ‘훔치는 힘’은 작용의 원리를 이해한 뒤 자신의 능력과 결합시켜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낸다.” 야마다를 거듭나게 한 비결이 이것이었습니다.
‘요약하는 힘’은 야마다 교수가 ‘세 가지 힘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꼽는 것입니다. 생활 전반에서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요약을 잘하면 핵심 주제와 목표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필요 없는 것들을 과감히 버림으로써 삶 자체가 간명해진다.” ‘추진하는 힘’은 앞의 두 ‘힘’을 강하게 밀어붙여 원하는 목표에 다다르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이 세 가지 힘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 갖춰야 할 게 있습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는 인식력입니다. 일본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는 소설 쓰는 것을 ‘자기 안의 깊은 우물 속 샘을 길어 올리는 일’로 인식합니다. “자기 속에 깊고 깊은 우물이 있고, 그 우물의 깊은 바닥에 맑은 물이 솟아오르는 소중한 샘이 있다고 가정해 보세요. 소설을 쓰려면 그 물을 길어 올려야 합니다.”
하루키는 이 ‘샘물’을 길어 올리는 일에 자신의 스타일을 통째로 맞췄습니다. “우선 저녁에 일찍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며, 운동을 통해 체력을 키웠다. 문단에 얽매이지 않을 것, 소설 의뢰를 받지 않을 것 등 구체적인 원칙을 세우고 그대로 실천했다.” 기본적인 생활습관부터 사람을 사귀거나 업무를 진행해나가는 방법, 소설가로서 자신에게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 등이 소설가로서의 스타일을 확립해 주는 과정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사이토 교수는 ‘숙달에 이르는 보편적 원리’를 부모가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어떤 사회, 어떤 자리에 놓이더라도 그곳에서 숙달의 경지에 이르는 이치를 간파해 내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힘을 아이들에게 길러줄 수 있다면, 부모로서 느끼는 불안감을 상당부분 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