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이달의 판결:
12년 전 '블랙리스트 사건' 국가 책임 인정
지난달,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습니다.
2013년 9월, 연극 <구름>의 공연을 앞두고 있던 남인우 연출가는 국립극단 사무국장으로부터 노란색 봉투를 받았습니다. 그 안에는 '특정 대사에 자로 대고 반듯하게 빨간 줄이 그어진 대본'¹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무렵 남 연출가는 '미학적 조언'이 담긴 문자를 받았고, 국립극단 사무실에서의 호출이 이어졌습니다. 손진택 당시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싸구려', 'B급' 등의 단어를 언급하며 대사 수정을 지시했습니다. 남 연출가는 공연을 진행하면서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빨간 줄이 그어진 대본'을 받게 된, 구체적인 경위를 알게 된 것은 6년이 지난 후였습니다.
2019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2021년 국립극단 블랙리스트 사례집 기록 등을 거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극단이 '정치적 내용'을 배제하기 위해 공연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남 연출가는 사전 검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공연에 개입한) 문체부 공무원과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행위는 헌법에 위배된 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예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작년 4월, 항소심 판결 이후 남 연출가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번 소송을 시작한 취지는 검열이 예술가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알리는 목적과 함께 국립극단 등 예술기관이 독립성을 가지지 못한 채 정치권력과 문체부 관료주의에 좌지우지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검열이 이런 국가 시스템 속에서 작동한다는 것을 판결문으로 남김으로써 국립극단 등 예술단체가 독립성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²
¹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 - 진상조사 결과보고서 : 공연2', 2019, 256쪽
² 장지영 기자, '[단독] 2013년 국립극단 검열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국가, 대법원 상고(링크)', 국민일보, 2025.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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