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응급의료 #초대형산불1년 #문화예술계블랙리스트
코트레터
2026. 4. 10.

코트워치 기자들이 한 달 동안 주목한 이슈를 정리해 보내드립니다.

'무한스크롤', '자동재생' 기능을 설계한 책임

'플랫폼 기업에 소셜미디어 중독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미국에서 '청소년 소셜미디어 중독'에 대한 플랫폼의 책임을 인정한 배심원단 평결이 나왔습니다.


3월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 배심원단은 메타와 구글에 '총 600만 달러(약 90억 원)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렸습니다. 청소년기에 소셜미디어 중독을 겪은 20대 여성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었습니다.


배심원단은 메타와 구글이 플랫폼을 설계·운영한 방식에 과실이 있었고, 그 과실이 이용자의 정신적·신체적 피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봤습니다. 무한스크롤, 자동재생, 알림, 피드 기능 등 이용자의 사용 시간을 늘리기 위한 플랫폼 설계가 위법이라고 본 것입니다.


앞서 메타와 구글은 '콘텐츠를 게시·배열했을 뿐 책임이 없다'며 배심원단의 평결 없이 재판을 종결할 것을 요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핵심은 '플랫폼 설계에 대한 책임'이었습니다. 법원은 관련 결정문*에 아래와 같이 적었습니다.


- 원고는 '이용자가 콘텐츠를 강박적으로 시청하게 만드는 인스타그램의 기능들이 피해 발생의 실질적 요인이 됐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 전문가는 유튜브 플랫폼에 있는 특정 설계 기능들이 정신적 손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배심원단의 평결이 그대로 판결로 이어질 경우 메타와 구글 모두 항소하겠다는 입장입니다.


*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1심 법원, 「Ruling on Submitted Matter [No. 23SMCV03371]」, 2025. 11. 5.

①이달의 청문회:

세션5: 왜 더 살리지 못했나?


3월 12일, 최한조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빠른 말투로 답변을 이어가다,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멈췄습니다. "지나갈 때 구급대원이 좀 도와달라고 해가지고 저희도 CPR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여성분이었습니다. 신혼부부…"


"…기관 삽관하고 정맥혈 잡고 주사 주고 하는데, 저희가 응급실에서 하는 대로 다 진행하고 있는데, 뭔가 아쉬움이 있는 거예요. 보니까 산소통이 없는 거죠. 그 많은 구급대가 있는데, 저희한테 어느 한 분도 산소통을 주지를 않았어요"라고 했습니다.


최한조 교수는 재난의료지원팀, DMAT(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으로 이태원에 출동했습니다. DMAT은 재난 현장에 파견돼 환자의 중증도 분류와 응급처치, 이송 결정 등을 맡습니다. 한정된 의료 자원으로 응급 환자를 최대한 많이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최한조 교수는 당시 이태원에서 ▴현장응급의료소와 현장응급의료소장(관할 보건소장)을 보지 못했고 ▴부족한 의료물품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주지 않았고 ▴의료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조위는 지난 1월 "다수 사상자가 발생하는 재난 상황에서 필수적인 중증도 분류와 응급의료체계 '지휘'가 부재했다"며 용산소방서장 등에 대한 추가 수사를 요청한 상황입니다.

②이달의 특별법:

경북·경남·울산 초대형산불


2025년 3월 말, 영남 지역에서 열흘간 이어진 초대형산불을 모두 기억하실 텐데요. 31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산불로 생명을 잃었습니다.


31명은, 산불이 지나간 이후 그 여파로 숨진 이들은 빠진 '통계'입니다. 경북산불피해주민대책위원회 허승규 정책위원은 "어르신이 (8평짜리 임시주택에서는 가족과 함께 살 수 없어서) 경로당에 살다가 가을에 돌아가셨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통계에 전혀 안 잡혀 있어요"라고 했습니다.*


국회는 '경북·경남·울산 초대형산불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었고, 지난 1월 시행됐습니다. 일 년 동안 산불 피해에 대한 추가지원을 신청할 수 있고요.


그런데 특별법을 통해 피해 주민이 일상을 회복하려면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허승규 정책위원은 "많은 피해 주민들이 오매불망 특별법을 기다렸죠. 그런데 많은 현장에서 (불분명한 피해 지원 기준을 두고) 혼선이 지금 생기고 있습니다"라고 짚었습니다.


특별법의 한계로, 대한민국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준비하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산불 피해가 커진 건 기후의 영향도 있지만, '정부의 부실한 산림 관리와 초기 진화 실패, 지휘체계 혼선'이 주요 원인이 됐다는 겁니다. 김영곤 변호사는 소송에 대해 "이렇게 산불이 확산된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에 당연히 그에 대한 손해배상의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국회 정책토론회, '2025년 초대형 산불 대응 교훈과 개선점: 영남지역 피해주민 실태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2026. 3. 17.

③이달의 판결:

12년 전 '블랙리스트 사건' 국가 책임 인정


지난달,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습니다.

 

2013년 9월, 연극 <구름>의 공연을 앞두고 있던 남인우 연출가는 국립극단 사무국장으로부터 노란색 봉투를 받았습니다. 그 안에는 '특정 대사에 자로 대고 반듯하게 빨간 줄이 그어진 대본'¹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무렵 남 연출가는 '미학적 조언'이 담긴 문자를 받았고, 국립극단 사무실에서의 호출이 이어졌습니다. 손진택 당시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싸구려', 'B급' 등의 단어를 언급하며 대사 수정을 지시했습니다. 남 연출가는 공연을 진행하면서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빨간 줄이 그어진 대본'을 받게 된, 구체적인 경위를 알게 된 것은 6년이 지난 후였습니다.

 

2019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2021년 국립극단 블랙리스트 사례집 기록 등을 거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극단이 '정치적 내용'을 배제하기 위해 공연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남 연출가는 사전 검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공연에 개입한) 문체부 공무원과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행위는 헌법에 위배된 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예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작년 4월, 항소심 판결 이후 남 연출가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번 소송을 시작한 취지는 검열이 예술가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알리는 목적과 함께 국립극단 등 예술기관이 독립성을 가지지 못한 채 정치권력과 문체부 관료주의에 좌지우지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검열이 이런 국가 시스템 속에서 작동한다는 것을 판결문으로 남김으로써 국립극단 등 예술단체가 독립성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²

 

¹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 - 진상조사 결과보고서 : 공연2', 2019, 256쪽

² 장지영 기자, '[단독] 2013년 국립극단 검열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국가, 대법원 상고(링크)', 국민일보, 2025. 7. 8.

 

(이 레터는 코트워치 후원회원 워처 86분의 지원을 받아 김주형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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