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문제’는 ‘인구 문제’일까?

‘인구 문제’는 ‘인구 문제’일까?

What is the real problem? : the low birth rate

저자 김스피

(Authors) Kim, Supi

출처 인스피아 저널, (62), 2022.10.19, 1-8 (8pages)

(Source) Journal of the Inspia

지난회차 https://page.stibee.com/archives/107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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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인구, 저출생, 청년, 세금, 인구감소

1.머리말

2.인구가 ‘문제’가 되기까지

3.‘인구’ 아닌 ‘사람’입니다

4.인구 오너스와 인구 보너스

5.맺음말

【1.머리말】

안녕하세요. 연구자님. 느릿하게 해찰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는 김스피입니다.👤

지난 레터는 앞서 공지드렸던대로 한 주 쉬어갔습니다. 하지만 책 읽는 것이 취미인 동시에 일이 되면 쉬는 것의 의미가 애매해져버리고 맙니다. 누군가는 “내게 있어 ‘휴식’은 (읽어야하는 책 대신)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이다”라고 했지만, 되도록 글자 대신 다른 것들을 조금 더 눈에 담으려고 노력했던 한 주였던 것 같습니다.

결국 레터 생각 때문에 책 뚜껑을 자꾸 열었다 덮었다 하긴 했지만요.

이번 레터에선 최근 핫한 ‘인구(人口·population)’라는 단어로 해찰을 해볼까 합니다.

정부는 지난 6일 여성가족부를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바꾼다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다양한 논의들이 나오고 있는데(링크1 링크2), 그 중에서도 이목이 모이는 또 하나의 지점은 ‘인구’입니다. 개편안을 발표하기 이전부터 윤 정부는 “저출산을 과학적으로 접근하겠다” 등 인구 문제 대책의 중요성을 여러번 강조해왔습니다.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1)이 0.81에 불과하니, 적정 ‘인구’를 경영해야 할 관리자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질만도 합니다.

다만 문득 생각합니다. 사람을 낳는 건 사람이지, ‘인구’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아이를 낳을까요?

이를테면 부부가 정좌하고서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81이니 사안이 정말 심각하군. 아이를 낳아 반드시 대한민국 국력에 힘을 보태야겠어”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금 모으기 운동 동참하는 심정으로 아이를 낳진 않을 것입니다.

<fig.1>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2분기 기준 합계출산율이 0.75로 동기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습니다.(왼쪽) 살기 힘든 청년들이 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한다는 의미의 'N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지 이미 수년 흘렀지만, 여전히 청년들을 둘러싼 상황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아르바이트를 마친 조모씨(23)가 골목길을 걸어가는 뒷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N포 세대’라는 말이 유행한지 어언 10년이 돼갑니다.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못 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다양합니다.

‘인구’ 혹은 저출생이라는 단어에는 육아, 젠더, 돌봄, 교육, 안정적인 주거, 일자리, 소득, 복지, 노후 등 한 사람의 삶과 관련된 거의 모든 문제가 얽혀 있습니다.

어쩌면 이 모든 문제를 뭉뚱그려 ‘인구 문제’라고 여러번 부를 때, 이는 정작 다양한 정책들을 실행해야 하는 정부의 책임을 ‘애 안낳는 개인’에게 미루는 일은 아닐까요? 마치 아이를 안 낳는 ‘이기적인’ 행동을 하고선, 나중엔 제멋대로 늙어버려서 미래 세대에 엄청난 ‘짐’을 지우는 철 없는 사람을 꾸짖는 것처럼요. 예전부터 ‘인구 문제’라는 말을 들을 때면 마음 속에 삐죽 튀어나왔던 생각입니다.

오늘 레터에서는 ‘인구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책들(<가족과 통치> <내일의 종언?> 등)을 지팡이 삼아 ‘인구 문제’에 대해 해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이란 한 여성이 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일컫습니다. 통상 '출산율'로 줄여 적습니다. 한편 (조)출생률(birth rate)은 특정 집단에서 인구 1000명 당 태어난 출생아 수를 일컫는다고 합니다.(참고링크) 이에 오늘 레터에선 관련 용어를 '출산율'로 통일하되, 자사 보도 가이드라인에 따라 합계출산율 저하의 경향성을 표현할 경우엔 (인용 제외) ‘저출생’으로 적습니다.

【2.인구가 ‘문제’가 되기까지】

만약 어떤 사람이 지나가다가 갑자기 나무를 가리키며 ‘나무 문제가 정말 심각하군’이라고 말하면 어리둥절할 것입니다. 나무는 그냥 나무일 뿐이니까요.

오늘날 ‘인구 문제’라는 단어는 전혀 어색하게 들리지 않습니다만, 불과 2세기 전쯤만 해도 인구 역시 그냥 인구일 뿐이었습니다. 인구가 국가 차원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문제’가 된 것은 19세기 이후의 일이라고 합니다. 그 전까지는 아이를 낳으면 그냥 낳는 거고, 죽으면 죽을 뿐 ‘인구’라는 개념조차 없었죠.2)

사회학자 조은주가 쓴 <가족과 통치>는 한국 1960~70년대 진행된 가족계획에 주목해,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인구가 ‘문제’가 되어왔는지를 바라보고 있는 흥미로운 책입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1960~70년대 정부가 ‘인구정책’이라는 이름 하에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통치해왔는지를 알 수 있는데요. ‘가족계획’의 영향으로 불과 20년만에 출산율이 6.0에서 2.8 수준으로 곤두박칠쳐서 세계적으로 ‘우수 사례’로 거론되기도 했다고 하네요.

<fig.2> 1983년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제작해 배포한 가족계획 포스터(왼쪽) '알맞게 낳아서 훌륭하게 기르자'라고 적힌, 루프 피임법을 선전하는 정부 홍보물. 국가기록원,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저자가 인구와 통치에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인구 문제’가 결코 외따로 떨어진 하나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인구 문제’를 반복해서 강조할 때, 집이 없고 돈이 없고 살아가기 막막한 개인들의 수많은 어려운 상황은 ‘인구 문제’라는 하나의 조그만 단어로 뭉뚱그려진다는 것이죠. 이는 어쩌면 오늘날이나 옛날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세계 최저수준이라는 출산율은 ‘실존적 계급투쟁’의 시대, 개인의 실존 자체가 계급투쟁의 장이 되는 시대가 빚어낸 초상이다[...]저출산은 문제 자체 혹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이며 결과다. 현재의 인구 담론은 문제의 원인을 저출산으로 치환하며,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동시대 사람들의 곤궁을 국가주의의 차원으로 수렴시킨다.

-조은주, <가족과 통치>(이하 동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인구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일제시대였습니다.

당시 ‘부국강병’을 외치던 이들은 인구와 국력의 상관관계에 주목하기 시작했는데요. 그 중엔 우생학의 영향을 받아, 그냥 인구가 아닌 ‘특별히 우수한 인재’가 국력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을 물론하고 그 나라 그 민족의 성쇠흥망이 그 나라의 인구가 증가되고 감소되는 데 있지 아니하고 우생학적으로 보아서 우량한 국민의 증감에 있다”

-이갑수, <우생학적 산아제한론>, 「신여성」, 1933년 8월호(위의 책에서 재인용)

이런 ‘인구론’이 국가적인 정책으로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였는데요. 출산율이 너무 하늘을 찌르다보니 사회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게 되고, 이에 아이를 덜 낳게 하자는 것이 중대한 국가 과제가 된 것이죠.

당시 국가는 아이를 낳아 ‘제대로’ 기르는 데 드는 비용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 가족계획 찬성론자들은 무작정 애를 낳는 부모들을 ‘무능력자’ ‘짐승같은 삶’이라고 손가락질 했습니다. 이들은 “과학적이고 개화된 삶”을 위해서는 아이에게 ‘사람다운 생활’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 때문에 서구 선진 가정처럼 “아이 셋 대신 자동차와 아이 둘”을 택하라고 권하기도 했죠. 요는 ‘양’보다 ‘질’이라는 겁니다.

“가족계획이란 적당한 수의 자녀를 낳아서 잘 길러 잘살아보자는 데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농촌과 빈한한 층에서는 숫제 잘살아보아야겠다는 의욕이 없다. 잘사는 것을 구경한 바 없는 그들은 백년전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살던 그 초가와 그 생활방법에서 벗어나보려는 생각이 없고 자식이란 낳아두면 저 먹을 것을 타고나는 것이라고 믿고 있는 점이다.”

-「우리나라 가족계획」, 경향신문 1964년 1월 9일자

“우리가 사람인 이상 잘 살아보자는 소원을 버릴 수는 없다. 사람으로서 짐승처럼 살 수는 없다. 사람으로서 벌레처럼 살 수는 없다[...]사람다운 생활, 넉넉한 생활을 하고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갖도록 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먼저 가족계획을 실천해야 한다고 온 세계의 유명한 학자들이 입을 모아 주장하고 있다.”

-『가정의 벗』 1968년 창간호

1960년대 이후 ‘산아 제한’과 관련된 정부 측 주장들을 읽다보면, 오늘날의 담론 방향과 정확히 ‘거꾸로’라는 생각이 들어 굉장히 신기할 정도인데요. 오늘날 각종 SNS, 커뮤니티에서 ‘가난하면 아이를 낳지 말아야한다’라는 주장의 이유로 줄줄 달리는 댓글들을 당시엔 정부가 말하고 있었던 것이죠.

<fig.3> 2019.3.28 네이트판-'가난하면 애 낳지 말란글 좀 그만썼으면' 글에 달린 댓글(왼쪽) 정부의 '123'운동을 패러디한 1234운동. 위에 잘린 부분엔 '1 : 결혼후 1년 내 임신하고'라는 문장이 쓰여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1960년대 정부 측 가족계획론자들의 논지를 그대로 복붙해 오늘날 버전으로 다시 써보겠습니다.

오늘날 아이를 ‘사람답게’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단지 숨 쉬며 사는 것을 넘어 ‘충분한 삶’을 주기 위해서는 수억원이 필요합니다. 네이트판에는 흙수저는 애 낳지 말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계급사다리가 공고화되면서 부모의 재력이 곧 아이의 계급, 학벌이 됩니다. 이 때문에 갈수록 아이를 ‘사람답게’ 살게 하는 데 들어가는 자원은 치솟고 있죠.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 위해선 학벌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학벌조차 ‘이미 있는 집’ 자녀에게 몰립니다. 지난 4월엔 SKY 학생의 절반은 상위 20% 고소득층 자녀라는 분석 결과도 발표되었습니다. 반면 소득 1~3분위의 저소득층 학생은 약 20%에 그쳤습니다.(링크) 그 와중에 30대에도 부모 집에서 함께 사는 청년들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독립이 힘들어지면서 부모의 지원을 받는 시기가 길어지고 있는 것이죠.(링크) 이로 인해 부모의 노후 역시 불안정해집니다.

이런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감히’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키울 자원과 보장이 없는데요.

이는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위에서도 보았듯이, 이 논지는 불과 40년 전 정확히 똑같이 정치인들이 했던 말입니다.

2)사카가미 다카시, 오하나 옮김, 『인구·여론·가족-근대적 통치의 탄생』, 그린비, 2019.

【3.‘인구’ 아닌 ‘사람’입니다】

‘저출생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뿐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심각한 저출생 문제로 오래 전부터 골머리를 앓아온 폴란드에서는 2017년에 급기야 정부가 출산율 제고를 위해 제작한 공식 비디오에 ‘토끼처럼 번식해라Breed Like Rabbits’라는 아이디어를 담아 엄청난 비난을 받았는데요.(링크) 또한 싱가폴의 한 기업은 8월 건국기념일을 앞두고 ‘National Night’라는 행사를 기획하고, 청춘남녀들이 ‘국가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뜨거운 밤을 보내라(“국가의 밤이예요. 우리 모두 싱가폴의 출산율을 번쩍 치솟게 만들어보자구요“)는 내용의 주제가(링크)를 만드는 등 대대적인 캠페인을 열었습니다. 결과가 어땠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예측 가능하실 겁니다.

‘인구 문제’를 섣불리 ‘번식’이라든지 ‘인구 문제’로 풀려고 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배양접시 위에 올려진 생물 같다는 느낌이 들어 거부감을 느끼게 됩니다.

폴란드와 싱가폴의 사례를 ‘쯧’하고 넘길 수는 없는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에 행정안전부가 제작한 ‘가임기 여성지도’가 거센 논란을 일으켰었습니다.(링크)

<fig.4> 2017년 폴란드 정부는 출산율 제고 광고 영상에서 국민들을 대상으로 '토끼처럼 번식해라'라는 메시지를 담아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왼쪽) 2012년 '내셔널 나이트' 행사를 열어 출산율 제고(!)를 외친 한 기업의 출산율 주제가(?). 젊은이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트렌디한 랩과 노래로 출산율에 대한 내용을 풀어놓고 있습니다. 당시 해당 행사는 해외 유수 언론에 보도되며 이목을 모았습니다. 유로뉴스, 멘토스싱가폴 공식 유튜브 갈무리

레터의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사람들은 정부가 어떤 의도든지간에 개인 삶의 선택으로 아이를 낳습니다. 합계출산율이 0.81이어서 열광적으로 애를 낳는 게 아니라, 내가 안정적인 직장을 잡고 안정적인 주거를 마련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고 안심하고 아이를 잘 키울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 때 아이를 낳는 것이죠.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런 것들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늘날 청년들은 ‘N포’를 선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장경섭의 <내일의 종언?>은 ‘슈퍼맨’이 되지 못해 몰락하고 있는 한국의 가정들을 조망한 책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가족자유주의와 사회재생산 위기’인데요. 알쏭달쏭하지만 요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모든 삶의 책임(출산, 육아, 노인부양, 재생산 등)을 오로지 ‘가족’에게 맡긴 ‘가족자유주의’ 사회라는 것입니다. 모든 책임은 기본적으로 가족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사회가 어려워지면서 가족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내일의 종언’을 앞둔 상황이 되었다는 거죠. 제목에는 ‘물음표’가 붙어있습니다만, 오늘날 현실을 보자면 솔직히 물음표를 떼어도 될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인들의 가족은 단순히 사생활을 영위하는 공간이나 관계가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본적이고 더러는 배타적이기까지 한 책임, 권리, 자유의 정치경제적 단위이다[...]교육, 주거, 나아가 취업과 혼인도 가족 차원의 기획, 결정, 지원이 당연시된다. 노약자, 장애인 등에 대한 이른바 돌봄 노동을 가족이 전담하는 경우가 대다수였고, 심지어 병원에 입원한 환자 또한 가족이 밤낮으로 곁에서 간호 보조를 하도록 요구받는다.”

”한국의 개발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노동자들은 생활인으로서의 정상성을 유지하기 힘든 정도의 장시간 근무를 강요받아 왔으며, 특히 가사 관리와 가족 지원에 대한 일상적 참여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가사 관리와 가족 돌봄을 위한 기혼여성의 총체적 책임 및 역할을 바탕으로 남성노동자에 대한 사업체들의 극단적인 노무관리가 지속되어온 것이다. 상당부분 탈법, 편법적이기까지 한 이러한 노동체계가 온존되어온 이면에는 생산요소로서의 노동 투입 극대화를 통한 경제성장을 추구한 개발(자유)주의 국가의 의도적 방임이 있었다.”

-장경섭, <내일의 종언?> (이하 동일)

저자에 따르면 이런 모든 돌봄을 가족이 책임지는 ‘슈퍼 가족 모델’은 적어도 1990년대까지는 그럭저럭 작동을 해왔습니다.
평생 직장에서 돈을 버는 아버지와 집에서 아이와 살림을 살뜰히 돌보는 전업주부 어머니, 아이들(혹은 약간의 외계인, 공룡 군식구)까지 건사할 수 있었던 모델은 인기 만화 <아기공룡 둘리>에서도 나옵니다.

한때 둘리보다 고길동에 공감이 되면 어른이라는 우스개가 있었는데, 오늘날엔 고길동에 공감조차 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훨씬 많습니다. 일단 고길동에 공감이라도 하려면 결혼해서 아이도 있어야 하고 출근할 번듯한 직장도 있어야 하니까요. N포 세대에겐 그야말로 배부른 고민인 것이죠.

<fig.5>'나의 아버지가 30살일 때'와 '내가 30살일 때'를 비교해놓은 인터넷 밈입니다. 내 아버지가 30살일 땐 결혼해서 두 아이를 갖고, 안정적인 직장과 집을 가졌지만, 나는 30살이지만 주저앉아서 "내 선인장 죽었어 ㅠㅠ"라고 우울해하고 있습니다.(왼쪽) 1980년대 방영 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의 고길동은 서울에 단독주택 자가를 보유하고 아이를 셋이나 키우면서도 군식구들을 건사할 수 있는 '능력자'였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아기공룡 둘리> 갈무리

하지만 IMF 이후 비정규직의 증가 및 평생 안정적인 직업이 해체되면서 ‘평생 직장에서 돈 버는 아버지’와 ‘집에서 아이와 살림을 돌보는 전업주부 어머니’ 모델은 양쪽에서 무너져내리고 맙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평생 직장을 갖지 못하고, 불안정한 와중에 어머니는 ‘워킹맘’이 되어야 해서 아이를 낳고 기를 여유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특히 아이를 낳을 경우 가정과 일의 이중 덫에 걸리게 되는 여성들은 한층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각종 사회조사들은 취업주부의 평균 가사 분담률이 전업주부보다 오히려 높다는 역설적 현실을 보여주기도 했다. 미혼여성에게는 갈수록 결혼이 (1)불안정 고용 상태에서 가사 참여도 저조한 남편 (2)본인 가족 뿐 아니라 국가, 사회, 경제를 위해 자신의 복잡다양한 헌신을 요구하는 가족화된 의무와 기능들 (3)그리고 본인의 고강도 직장생활 사이의 황당한 결합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청년들은 아예 가족에 대한 ‘구조조정’을 선언하기에 이릅니다. 이는 복잡한 셈법이 아닙니다. 비용을 감당 못하기 때문에 포기하겠다는 지극히 심플한,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삶을 비용 및 리스크의 문제로 치환해본다면 언제 내가 잘려서 가족이 거리에 나앉을지 모르는 상황에, 낳는 순간 상존 비용이 드는 아이를 낳는 건 위험한 일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비용 및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낳아 기르는 것이 보람되고 사랑스러운 것이 아이입니다만,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처럼 보람을 위해 삶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은 분명 불합리합니다. 그리고 맞은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선 비용 및 리스크 문제의 해결이 필수적인 것입니다. 이런 ‘비용’ 차원에서의 ‘출산 포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1990년대 후반 경제위기를 거치며 한국의 자본주의체제가 개발자유주의의 사회적 한계와 폐해를 전혀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급진적인 신자유주의 재구조화를 거치게 됐다[...]곧이어 자신의 가족(관계)에 대한 일종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아예 가족 형성 자체를 유보하거나 포기하는 경향이 청년층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됐다“-장경섭, <내일의 종언?>

“우리 부모가 ‘자식을 갖지 마라 너무 돈이 많이 들어’라고 말했어요” “우린 둘 다 일하고 있거든요.” “여성 해방” “자식 키울 방이 없어요. 주거비가 너무 비싸요.” “자식을 원한다면 부자가 되어야 해요.” “더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자식을 돌볼 시간이 없어요.”-대럴 브리커 외, <텅 빈 지구>(벨기에 브뤼셀 청년의 경우)

저자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그간 ‘슈퍼맨 가족’의 책임으로만 (의도적으로) 맡겨두었던 재생산 책임 및 부담을 사회로 이전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이러한 ‘인구’ 이전의 ‘사람’의 삶에 대한 보살핌과 재조정이 없다면, ‘인구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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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제고에만 집중한 어떠한 정책 수단도 문제의 근본에는 다가갈 수 없다. 광범위한 결혼 연기나 기피, 만연한 이혼과 별거, 심지어 역병처럼 번지는 자살은 모두 초저출산과 같은 뿌리의 근본 원인을 갖고 있다. 국가와 사회가 절박하게 바라는 인구 회복은 가족자유주의 정치경제와 사회정책체계의 총체적 전환을 요구한다.“

【4.인구 오너스와 인구 보너스】

사실 이번 회차를 준비하면서 자료를 찾던 중, 계속 마음 한 구석에 남았던 개념이 있었습니다. ‘인구 오너스’와 ‘인구 보너스’라는 개념입니다.

이걸 보면 ‘인구 보너스’는 대충 좋은 의미인 것 같은데 ‘인구 오너스’는 무엇일까라고 생각하실텐데요.

‘인구 보너스’란 지원해야 할 인구보다 생산할 인구가 더 많아서 부담이 적은 사회를 뜻하고요. ‘인구 오너스’는 그 반대로 생산적인 인구보다도 지원해야 할 인구가 더 많아서 부담이 큰 상태를 뜻한다고 합니다.(링크) 라틴어 ‘오너스Onus’의 뜻은 짐, 부담입니다.

즉, 한 나라의 인구가 몇 명이냐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전체 인구에서 ‘도움이 되는 인구’와 ‘짐이 되는 인구’의 비율이 어떠냐가 그 나라의 경제에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같은 5000만명이라도 부양해야 할 인구(노인)가 많은 ‘인구 오너스’상태라면 부정적이지만, 생산가능 인구(청년)가 많은 ‘인구 보너스’ 상황이라면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보유한 자원을 토대로 성장할 수 있는 능력carrying capacity은 인구규모가 아니라 연령구조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최근의 많은 인구정책은 인구의 연령구조를 어떻게든 바꾸고자 하거나, 지금의 인구 구조에서 잘사는 방안을 모색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판단하는 간단한 질문이 있다. ‘지원해야 할 인구가 더 많은가, 생산할 인구가 더 많은가?’ 전자가 더 많으면 말 그대로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에서 ‘인구 오너스Demographic onus’라고 하고, 후자가 더 많으면 ‘인구 보너스Demographic bonus’라고 한다. 그러나 단순히 생산 인구가 많다고 해서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보너스를 많이 받으려면 양질의 생산인구를 많이 키워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가만히 있어도 주는 보너스 대신 ‘배당금Dividend’이란 용어를 쓰기도 한다. 과거에 인구 질을 높이기 위해 교육 등에 투자한 보상을 받는다는 의미에서다.-조영태, <정해진 미래>

이는 인구학적으로는 지극히 타당한 셈법입니다만, 이 대목을 읽으면서는 현재는 어쨌든 (세금을 많이 내진 못하고 있지만) 일을 하고 있어도 언젠가는 ‘인구 오너스’에 기여하게 될 ‘인구’로서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사회적으로 ‘일당백’인 사람 비중이 많은 국가는 힘이 세질 수 있겠습니다만, ‘원래 세금을 내는 이유는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원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하는 순진한 물음이 마음 속에 피어올랐습니다. 국가와 복지가 사회적 약속이라면, 상황이 바뀌어도 그 바뀐 상황에 맞는 새로운 약속을 준비하고 만들어가야 하는 일이 아닌가요? 어떤 사회가 기우뚱하는 것은 사회적 짐인 사람들이 단지 ‘존재’하는 탓일까요?

게다가 미래에 다가올 ‘인구 오너스’가 걱정이라면, 거꾸로 생각했을 때 과연 ‘인구 보너스’를 톡톡히 누렸던 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고 공평하게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훗날엔 AI시대가 되면서 한층 더 일자리가 줄어들지만, 그 와중에 ‘일당백’을 할만큼 훌륭한 재원들을 키워내는게 핵심이라고 합니다. 비교적 ‘젊은 세대’에 속하는 저로서는 AI와 맞짱 떠서 이길 자신이 별로 없는데, 이런 경우 젊어서부터 인구 오너스에 기여할 확률이 크겠죠.

<fig> '성실한 노동자'의 사회적 '짐'이 되는 장애인들을 규탄하는 내용의 독일 나치 선전물.(왼쪽) 무료 교육, 주거 혜택 등 전폭적인 혜택을 통해 미국 전후 교외 중산층의 탄생을 이끌었던, '제대군인 원호법' 포스터 이미지. bill of rights institute, library of social science

어쩌면 인구보단 분배 등 다른 문제가 핵심일 수 있습니다.

대럴 브리커가 쓴 책 <텅 빈 지구>를 보면, 당시 미국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은 미국의 제대군인 원호법(1944)은 20세기 중반 미국 ‘중산층’의 대두를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당시엔 많은 지원을 해주어야 하는 미국의 제대군인도 어찌보면 ‘사회적 짐’이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너희는 짐이니 알아서 쭈그리고 있어라’가 아니라, 무려 천만명이 넘는 이들에게 무료 교육과 주거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했습니다. 그러자 이들이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구매력이 생기면서 경제가 크게 활성화되었고, 이들이 아이를 많이 낳아 경제적으로 윤택해졌다고 합니다.

미국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외할아버지 역시 하층 백인에서 이 제대군인 원호법을 통해 중산층으로 올라선 것으로 유명하죠.(링크)

경향신문 인구 기획 <다시 쓰는 인구론>(2019)에서 황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구 문제가 풀리면 우리 사회의 다른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이냐”며 “현재 빈곤과 청년 실업, 양극화 문제 등이 심각한데, 출산율이 오른다고 해서 아무것도 해결되는 것은 없다. 인구 문제 탓을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인구와 투자의 미래>를 쓴 홍춘욱은 “나라 망한다고 목소리 높이는 자들은 소비자로서의 인구를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 인구가 감소하면 교육 유아 사업 등 내수시장만 바라봐야 하는 소비 쪽 일부 부문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모든 것(문제)에 인구 감소를 끌어들이는 건 말이 안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링크)

【5.맺음말】

오늘 레터를 쓰면서 저는 머릿 속으로 떠올렸습니다.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구’보다도 ‘사람’에 집중해야 합니다”

사람은 모니터 위에 찍힌 픽셀같은 게 아니라, 낳고 싸우고 먹고 어울리고 슬퍼하며 사는 존재니까요. 만약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인구학적으로 요약하자면 ‘덕선이네(5), 정환이네(4)...’ 인데, 당연히 사람 사는 걸 그렇게 요약할 수만은 없겠습니다.

그런데 ‘여성가족부’가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라고 바뀐다고 했을 때, 과연 그 안에서 우리는 ‘사람’을 먼저 보게 될까요 아니면 ‘인구’를 먼저 보게 될까요?

아직 명확히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만, 그 이름에서 마치 대한민국의 번잡한 현실(젠더불균형, 주거, 교육 및 일자리 문제...)에서 벗어나 외따른 곳에 인구를 배양하는 우주 식민지 개척 본부같은 인상이 풍기는 것은 저만의 느낌일지 모르겠습니다.

🖍

“(르장드르는) 국가의 본질이란 ‘재생산=번식을 보증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즉 아이를 낳아 기르는 물질적, 제도적, 상징적 준비를 갖추고 대비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입니다[...]이런 것을 ‘저출산 문제’라 부르는 것은 문제를 하찮게 만들어 가장 중요한 문제에서 눈을 돌리게 하는 것입니다. 역으로 말하자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없는 국가의 형식이야말로 가장 먼저 없어져야 하고[...]전복되어야 할 것입니다.”-사사키 아타루, <잘라라 그 기도하는 손을>

※레터를 쓰며 읽은 책,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 독자들이 추가로 읽을만한 서적 등을 추천합니다.

조은주, 『가족과 통치』, 창비, 2018.

-레터 본문에서도 소개했듯 1960~70년대 가족계획을 주로 분석한 논문 기반의 책입니다. '하나만 낳아 잘기르자' 등 가족계획의 포스터들은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편인데요. 당대 잡지 등에 실린 구체적인 '저출생을 논리적으로 옹호하는 글'의 논지는 상대적으로 접해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꽤 흥미로웠습니다. 네이트판 등에서 반복되는 '흙수저는 애 낳지 말라'는 논지가 수십년 전에 고스란히 이미 정치권에서 나왔기 때문이죠.

장경섭, 『내일의 종언(終焉)?』, 집문당, 2018.

-'가족 자유주의'라는 말이 인상적인 책입니다. 가족이 모든 일의 책임을 지는, 각자도생의 사회로서의 한국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재생산이 가능한 단위로서의 가족은 이미 수명을 다했고, 저출생은 당연한 귀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앨런 와이즈먼, 이한음 옮김, 『인구 쇼크』, 알에이치코리아, 2015.

-<인간이 없는 세상>으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의 자리에 오른 저널리스트의 책입니다. <인구 쇼크>라는 제목에서 대략 짐작할 수 있듯, 무한정 인구 증가에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으며 인류 뿐 아니라 생태적 관점에서도 '인구 쇼크'를 벗어난 적정 수준의 인구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 때문에 책의 전반적으로 논란의 역작 <인구 폭탄>(1968)에 대한 묵직한 언급이 눈에 띄는 편입니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구체적으로 왜 적정 인구 유지가 중요한지를 사람의 입으로 듣는 부분이 흥미롭습니다. 이 중 중국(미사일 공학자가 계획한 인구억제정책)과 일본(축소 지향의 경제)의 챕터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대럴 브리커 외, 김병순 옮김, 『텅 빈 지구』, 을유문화사, 2019.

-캐나다 작가, 저널리스트가 쓴 책인만큼 관대한 이민정책으로 유명한 캐나다의 사례가 인구 문제의 대안으로 손꼽히고 있는 책입니다. 요는 '텅 빈 지구'의 가장 훌륭한 해법은 이민이라는 것인데요. 미국이 여타 중국, 러시아 등의 '강대국'에 비해 갖는 막강한 파워, 잠재력은 바로 이민자 수용능력이라고 여러번 강조하고 있습니다. 위의 <인구 쇼크>와 어쩌면 굉장히 거리가 멀어보이기도 합니다만, 정작 읽어보면 핵심 줄기는 굉장히 유사합니다. 여성인권신장, 도시화가 인구 감소의 결정적인 원인(이며 이를 돌이킬 수 없다)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한다는 점에서입니다.

우치다 다쓰루 외, 김영주 옮김, 『인구 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 위즈덤하우스, 2019.

-일본의 다양한 학자, 활동가 등이 다양한 관점에서 인구 감소 사회에 대해 이런저런 시각을 담은 글을 엮은 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비슷한 컨셉의 책으로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이 있었습니다. 두 책을 모두 주요하게 다루기가 어려웠던 게, 너무 글이 짧다보니 깊은 이야기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한계 때문입니다. 그래도 한 주제에 대해 다양한 시선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인구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논리, 시각들을 참고하기에 좋습니다.

【글 속 한 문장🖍】

👤주제에 대해 더 읽을 만한 글들을 골랐습니다. 각 사진을 누르면 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동물도 스트레스 받으면 개체 조절한다

독서시간: 약 12분 / 글자수: 약 4000자

🖍글 속 한 문장

생물학자가 보는 한국의 인구 상황은 어떨까. 장 교수가 보기에 지난해 3분기 합계출산율 0.95명은 “개체군이 조절되고 있다는 뜻”이다. 개인의 관점에서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 전체가 재조정하는 단계가 아닌가 싶다”며 “자원의 한계가 있는데 숫자를 늘려가다가는 모두가 망할 수 있기 때문에 출산율의 조절은 개인으로 보면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동물들은 경쟁이 높거나 먹을 것이 없는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아예 번식 방법을 바꾸는 등 다양한 개체군 조절 노력을 한다고 합니다. 인간의 경우에도 밀집된 공간에서 수많은 이들이 경쟁해야 하는 '도시화' 상황이 저출생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혀왔습니다.

인구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다시 쓰는 인구론> 기획 링크는 이쪽입니다.(시리즈)

인구 줄면 진짜로 나라가 망할까?

독서시간: 약 18분 / 글자수: 약 6600자

🖍글 속 한 문장

일본의 대표적 거시경제학자 요시카와 히로시 교수는 “경제성장을 결정짓는 것은 인구가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그는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가 망할까>에서 150년간 일본 인구추이와 실질 GDP 통계를 제시했다. 일본의 실질 GDP는 1950년 즈음부터 급격히 치솟았다. 그러나 인구는 거의 그 자리를 맴도는 수준으로 천천히 증가했다. 요시카와 교수는 “경제성장과 인구는 거의 관계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서로 괴리된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인구가 줄면 나라가 망한다'라는 통념(?)을 다양한 취재를 통해 반박, 다른 방향으로 바라본 기사입니다. 인구 문제와 관련해 직관적인 틀을 벗어나는 다양한 상상 및 구체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격차’와 ‘환경’ 해결해야

독서시간: 약 25분 / 글자수: 약 15000자

🖍글 속 한 문장

‘격차’와 ‘환경’이라는 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한 가지라면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령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금까지 했듯이 대량 생산, 대량 소비로 경제 성장을 하는 것이다[...]동시에’ 해결하지 않으면 문명 붕괴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그 길이 바로 탈성장이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지속불가능 자본주의>를 써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일본 마르크스 연구자, 사이토 고헤이 도쿄대 교수의 인터뷰입니다. 현재 지구는 '격차'(빈부)와 '환경'(기후위기)이라는 차원에서 한계에 도달했으며, 인류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기후'편에 더 어울리는 글일까 싶기도 한데, 인구 문제와 생태, 기후 문제는 결코 떼놓고 볼 수 없기 때문에(<인구 쇼크>) 관련해 읽어볼만한 글이란 생각이 들어 소개합니다.

인구 소멸 시대의 ‘지방, 여성 청년’

인터랙티브 콘텐츠

🖍글 속 한 문장

“강릉은 홈(Home)이에요. 돌아가고 싶지 않은 홈.” 김현주씨 목소리에서 씁쓸함과 단호함이 뒤섞여 있다...일자리는 귀향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기자와 연락이 닿은 비수도권 거주자 중 일부는 “서울로 갈 방법을 찾고 있다”는 말로 인터뷰를 거절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강릉 한 여고의 3학년 1반 졸업생들을 추적해 이들이 현재 그곳에서 계속 살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왜 강릉을 떠났는지, 그들에게 있어 강릉은 어떤 의미인지 등을 물은 기획 기사입니다. 그들의 '홈'에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고향을 떠나야 했습니다.

지난달 중순 SNS에선 '지방 청년'의 '소박한 꿈'을 담은 조선일보의 한 칼럼(링크)이 큰 이슈였는데(링크), 해당 칼럼과 이 기사를 함께 읽으면 퍼즐이 맞아들어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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