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10화 -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고양이는

냐불냐불 고양이 에세이 10화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고양이는

"예쁜 고양이를 살 필요 없다. 어떤 고양이든 내가 키우는 고양이가 제일 예쁘니까." 이런 글을 본 적 있다. 그러니까 굳이 고양이를 키우기로 마음먹었다면 품종이나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니라는 이야기. 아마 지금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이야기. 그에 덧붙여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다른 사람들이 키우는 고양이가 예뻐 보이는 이유는, 키우는 사람이 예뻐하기 때문이라고.

어릴 때부터 이것저것 만드는 걸 좋아해서 뭐든 곧잘 만들기는 했지만, 대부분 만드는 과정이 만든 후보다 즐거웠다. 만들어 낸 결과물은 상상했던 모습과 같지 않아 늘 부족해 보였으니까. 열심히 만들고 열심히 숨겼다. 새 노트를 적을 때면 첫 장을 몇 번이고 찢었다. 글씨가 맘에 들지 않아서. 나중에는 아예 첫 장은 적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중학교 미술시간에 만든 천에 그린 그림(스텐실)은, 엄마의 '뿌듯함'이라 거실 서랍장을 덮게 되었는데, 그럼 나는 그림이 조금이라도 덜 보이라고 위에 전화기를, 화분을 놓았다. 볼 때마다 부끄러워서. 그래서 내 지난 결과물들은 지금 내 손에 없고, 이제야 그게 많이 아쉽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결과물이었던 것 같아서, 지금은 좋아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내가 좋아해 주면 가치가 생기는 걸 그때는 몰랐다.

작년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마주하는 사람마다 배울 점이 있었다. 특히 내가 작년에 사람에게 배우고 곱씹은 건 3가지인데, 하나는 선물을 줄 때 편지를 함께 주면 기쁨이 배라는 것, 또 하나는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라는 말은 꼭 부탁할 일이 없어도 꽤 든든하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오늘 말하고 있는 주제. 내가 좋아해야 남도 좋아한다는 것.

한 해 동안,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사랑하고 소중히 간직하는 친구를 가까이 지켜봤다. 처음에는 오히려 내가 어색하고, 되려 쑥스러웠는 데, 지금은 알겠다. 그게 그 친구의 재능이구나. 그리고 내가 가진 재능 중 하나는, 좋든 나쁘든 문득 생긴 생각이나 감정을 지나치지 않고 파고든다는 것. 덕분에 알게 됐다.

새해를 맞아 이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고양이를 찾아 해 멜 필요가 없듯, 세상에서 가장 멋진 경험을 찾아 해 멜 필요도 없다고. 내가 해보고 좋아하면, 다른 사람들에겐 반짝이게 보인다고. 그러니까, 특별한 경험은 찾을 수도 있지만, 만들 수도 있는 거라고.

1년을 생각하고 시작한 뉴스레터 <냐불냐불>도, 이제 약속했던 1년이 지나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형태가 어떻든 앞으로도 계속해보려 한다. 내가 만들어놓고 귀하게 여기지 않았던 많은 결과물들이 빛을 보지 않고 사라졌던 적이 많은데, 이번에는 그러고 싶진 않아서. 어떻게든 꾸준하게 이어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나와 우리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앞으로도 보내려고 한다.

🖤🖤🖤

#공지

그냥 고양이 이야기를 냐불냐불 거리고 싶어서 보내는 뉴스레터

매주 1회, 1년동안 보내기로 약속했던 <냐불냐불>, 어느새 1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에세이에서 말했던 대로 <냐불냐불>은 계속해보려고 합니다. 누가 뭐래도 역시 고양이 이야기를 하는 건 즐겁거든요. 다만, 운영방식은 조금 바뀔 것 같아요. 지속가능한 뉴스레터를 위해 좀 더 고민해보다 2월 중으로 안내 메일 보내겠습니다.

괜찮으시다면, 구독자님의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함께 고양이 이야기를 나누며 어땠는지, 어떤 이야기를 더 함께 나누고 싶은지 혹은 그냥 하고 싶은 말을 적어도 좋습니다. 그럼, 편히 쉬었다가 2월에 만나요. 어쩌면 1년 동안 이야기를 들어준 구독자님. 고맙습니ㄷㅑ옹!

#입양홍보

구독자님께 인왕산 산이, 봄이 형제를 소개합니다. 안나수이처럼 형제 고양이, 🧀 치즈 형제랍니다. 사랑을 주고 제일 예쁜 고양이로 만들어 줄 가족을 찾고 있어요. 건강하고 귀엽습니다. 입양문의는 여기로 주세요!

냐불냐불 발행인에게도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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