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라잎스페이퍼 시즌2

라잎스페이퍼는 2022 지역문화예술교육 기반 구축 지원사업 참여 단체의 먹고사는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와 더불어 이들이 가진 관계, 태도,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각 단체의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입니다. 7월 29일부터 11월 25일까지 매주 금요일 두 팀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본 뉴스레터는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조합원 충현, 소똥, 혜진이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 10월 21일 인터뷰는 휴재입니다.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티키타카가 좋은 동규와 지혜.>
힐링트리 인터뷰: 긍정의 힘을 믿나요?
* 인터뷰이: 동규, 지혜
* 인터뷰어 : 충현, 소똥
* 인터뷰 편집: 충현
💬 음성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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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최근에 주위에서 가장 긍정적인 친구 M을 만나 물었다. “어떻게 늘 그렇게 긍정적일 수 있어?” 세상만사가 즐겁고 만족스러운, 놀라울 정도의 희생정신과 회복탄력성을 가진 M에게 늘 궁금하던 차였다. M은 잠시 고민한 뒤 “좋은 게 좋은 거잖아.”라고 대답했다.

 

몇 주 뒤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만난 힐링트리의 동규는 자신의 본캐를 ‘긍정’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M 못지않은 긍정인간이었다. 동규에게도 긍정의 비결을 물었고, 그는 방 안에 있는 바퀴벌레를 보고도 모른 척 고개를 돌린 뒤 까먹는 본인만의 능력을 소개해주었다. 옆에 있던 약간은 흑화 된 긍정이로 자신을 소개한 지혜 또한 동규의 말에 공감하며 자신도 과거에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정말 좋은 건 좋은 걸까? 라잎스페이퍼 동료인 소똥은 얼마 전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는 A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다. 그 말이 작은 것이라도 눈감고 넘기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느껴졌다며, 대체로 많은 순간을 유하게 넘기며 살고 있는 소똥은 때로 할 말을 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정답은 없겠지만, 정답처럼 보이는 것이 있긴 하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태도가 양날의 검이라면, 너그러운 긍정의 태도를 유지하되 아닌 것에 아니라고 말하면 된다. 그러나 그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참 말처럼 쉽지가 않다. 비교적 할 말을 하면서 사는 나는, 때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내 편협한 예의의 기준을 벗어나 무례하게 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까지 너그러운 태도를 유지하는 것도 맘처럼 잘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싶은 이유는, 사실 나를 위해서다. 길 가다가 이유도 없이 다짜고짜 욕을 하는 사람을 만나고 잠을 설치거나, 내가 조금 손해 본 것이 억울해서 짜증을 부리고 하루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다. 애초에 태생이 글러 M이나 힐링트리의 동규처럼 살아갈 자신은 없지만, 지금보다는 말랑말랑하게 세상을 대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충현-

💭 여러분과 여러분의 단체를 소개해주세요. 서로 어떻게 만나 팀을 만들게 되었나요?

동규

힐링트리는 2017년도에 설립이 됐어요. 그 당시에 연극, 미술, 뮤지컬, 음악 등등 다양한 장르 전문가들로 구성이 되었고요. 정말 어려움에 처해있는 많은 사람들한테 예술 장르를 통해 이야기도 함께 나누고,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자신감도 갖도록 도움이 되고자 하는 취지에서 설립이 됐었고요. 저는 힐링트리의 연구원이자 배우이자 예술 교육하고 있는 김동규라고 합니다.

 

충현

방금 동규님 표현 중에 재밌었던 게, 본인을 연구원이라고 소개하셨잖아요. 수많은 문화예술 단체를 만나면서 연구원이라는 표현은 처음 들었거든요.

 

동규

저희가 어디에 정체되어 있기보다는 항상 끊임없이 연구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든요. 대상과 주제에 따라서 항상 프로그램이 바뀌어요. 항상 같이 연구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의미에서 연구원이라고 지칭하고 있습니다.

 

지혜

신지혜라고 합니다. 저는 동규 선생님과 힐링트리 대표님을 10년 전쯤에 처음 만났어요. 동규 선생님은 연기학원에서 스승과 제자사이로 만났어요. 그렇게 지금까지 연결 된거죠. 연이 깊은데, 20살 초반 때 뵀다가 잠깐 못 보는 시간이 있었다가 예술 치유 작업을 하며 다시 만나게되었어요. 예술 치유 작업을 하다 보면 계속해서 연구활동을 하게돼요. 여러 대상들도 만나보고 치유 활동에 있어서 공부도 하고 그런과정에서 단체의 일원으로써 힐링트리와 함께하게 됐죠.

 

충현

예술 치유는 문화예술교육과 다른가요?

 

동규

제가 생각하는 치유는 일단 들어주고 공감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예술 교육이 강사가 학생에게 “예술을 이렇게 표현하세요.”라고 알려주는 거라면, 예술 치유는 예술 활동을 매개로 이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공감하는 것이지 않을까.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이 힐링을 얻고 힘을 얻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요즘 치매 어르신들 만나는데, 나의 삶을 이야기할 자리가 필요했던 거예요. 이 공간에 와서 예술 활동을 하면서 “아, 내가 옛날에 이랬잖아, 저랬잖아” 얘기를 나누고, 누군가가 여기에 대해서 공감해 주는 거 하나만으로도 많은 치유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서 그게 다른 점인 것 같아요.

 

지혜

예술 치유라는 것이 예술과 치유를 분리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되게 서로 스며들어 있는 단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영화를 보던, 그림을 보던 어떨 땐 그냥 무심코 봤는데도 치유가 되잖아요. 힐링을 받거나 나와 닮은 모습을 작품에서 발견하기도 하고요. 그동안 저도 모르게 치유 작업도 같이하고 있었던 거죠. 근데 이제 힐링트리에서 작업하면서 내가 그동안 했던 것도 다 치유와 연결된 작업이었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예술 치유라는 단어로 인해서 예술교육의 깊이가 더 깊어졌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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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트리라는 단체명도 예술치유작업을 위한 이름이라고 한다.>

동규

저는 개인적으로 예술 치유 활동을 할 때 치유라는 단어를 잘 안 쓰거든요. 대상이 되는 분들한테는 오히려 그게 부담스러워요. '난 문제 없는데?' 생각하시는 분들이 방어벽을 칠 수 있기 때문에 시작점은 그냥 우리 재밌게 예술 활동하고 놀 거라고 하면서 시작하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치유 활동, 힐링을 얻어갈 수 있도록 하죠.

 
👨‍🎨 힐링트리는 하나의 예술 장르를 다루기보다는 다양하고 폭넓은 통합예술교육을 지향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통합예술교육의 장단점과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동규

일단 통합 예술 교육이 저희 단체의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 얘기했듯이 사람들 자체가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모였다 보니까요. 그리고 저희가 프로그램을 짤 때 아무 이유 없이 예술 활동을 하기보다는 큰 주제를 정하고 그 안에서 또 소주제를 정해요. 거기에 맞춰서 예술 프로그램 계획을 짜는데 그러다 보니 그 회기에 맞는, 주제에 어울리는 예술 활동을 진행하거든요. 참여하시는 분들이 매번 바뀌니까 안정감을 느끼는 활동들이 다 달라요. 10명을 모집하면 어느 분은 미술 활동을 하면서 나의 이야기를 할 때가 있고, 어느 분들은 음악 활동을 하면서 그럴 때가 있고. 다양하게 어우러지면서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 통합예술교육의 장점이지 않을까 싶네요.

 

충현

주제는 어떤 식으로 정하시나요?

 

동규

예를 들어 전체 프로그램의 주제를 정해요. 이번 같은 경우는 '나를 만나다. 내 안의 돋보기.'라는 주제로 저희가 꿈다락을 하고 있어요. 나와 가까워지고 나에 대해서 알아가는 활동인데, 처음에는 미술 활동으로 나의 별칭을 정해보고 색칠해보고, 두 번째는 '나는 국민 가수'라는 주제로 내가 가수가 돼서 음악적으로 나를 표현해본다든지요.

 
🔍 꿈다락을 통해 진행하시는 ‘내 안의 돋보기: 나를 만나다.’ 수업을 소개해주세요. 수업을 하며 효과적이라고 느꼈거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지혜

이번 사업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함께하는 수업이에요. 아이들 중에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가지고 있거나 자신을 소개하는 것에 혼란이나 어려움을 느끼기도 해요. 이러한 참여자들을 위해 스스로에 대해서 들여다보고 탐색해 볼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고,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함께 모여서 수업을 하며 각기 다른 나라의 부모님들이 계신 친구들과 다문화 가정이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고 특이하거나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함께 발견하고 이해하게 됩니다. 수업 전반적으로 장점들을 찾아주고 재능을 발견할 기회를 가지면서 아이들 스스로 ‘아, 내가 이런 걸 잘하는구나.’를 알아차릴 수 있는 주제들을 구성하고 있어요. 끊임없이 나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진행되는 수업으로 내 안에 돋보기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소똥

다문화 아이들과 만나게 된 어떤 이유나 계기가 있을까요?

 

동규

프로그램을 짜기 전에 가장 첫 번째 해야 될 게 대상을 정하는 일이잖아요. 저희는 항상 조금 어려움에 처해 있거나 소외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일단 참여자가 모집이 잘 되려면 어느 정도 잘 돌아가고 있는 단체랑 협업을 했을 때 좀 괜찮거든요. 용인시에 다문화 가정센터가 있고, 다양한 예술 활동들도 하면서 잘 진행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함께해보자고 저희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전화를 했어요. 이런저런 이유가 잘 맞아가지고 진행하게 되었어요.

<힐링트리 꿈다락 수업 사진>

충현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실제로 본인들이 소수이고 소외되고 차별받고 있다고 느끼나요? 그런 위축들이... 아직 아이들인데요.

 

동규

그건 아이들마다 다른 것 같고, 저희가 처음에 언어소통이 잘 될지 걱정을 했는데 다른 아이들이랑 똑같더라고요.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니까요. 여기 안에서는 다행히도 자존감이 크게 떨어지는 아이들은 안 보였어요. 근데 그 안에서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각자의 어려움이 있을 거예요. 그런 것들을 조금 더 이렇게 쓰다듬어준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죠.

 

충현

그러면 아이들과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시나요?

 

동규

일단 온라인을 통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고요. 10회차로 두 기수를 만나요. 1기는 저학년 아이들. 2기는 고학년 아이들로 모집을 해서 진행을 하고 있죠. 센터에서 잘 모집을 해주셔서 수월하게 됐어요.

 

지혜

초기에는 예술 놀이나 재미있는 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게 되고요. 중기에는 나의 이야기를 꺼내 보는, 어리더라도 아이들 각자의 삶들이 있잖아요. 부모님이나 가족과 있었던 이야기, 친구랑 있었던 이야기 등등 각자의 주제를 꺼내고, 마지막에는 그 꺼낸 이야기들을 가지고 작품화시키는 활동을 해요. 요즘에 아이들이 핸드폰을 너무 잘 쓰잖아요. 핸드폰으로 직접 만든 이야기로 스톱모션으로 만들어서 유튜브에 업로드까지 하고 있어요. 마지막에는 그동안 했던 수업들 회고하면서 이야기 나누는 식으로 진행합니다.

 
😈 어느덧 코로나가 시작된 지 3년 차입니다. 올해는 대부분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교육을 선호하는 추세인데요. 올해도 온라인 교육을 진행하시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동규

아직까지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진행함에 있어서 오히려 대면을 하다가 끊기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갑자기 누가 걸리면 다음 주에 프로그램 어떡해? 그런 걱정도 있었고, 저희 단체 입장에서는 조금 더 앞으로 삶에 있어서, 요새 회사들도 비대면 회사들 진짜 많거든요. 앞으로의 예술 교육 방향성을 생각했을 때 이런 쪽을 조금 강화시켜 놓으면 언젠가 우리한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도 있었고요.

 

충현

근데 아무래도 온라인으로 하다 보면 현장감, 아니면 실제로 만나서 만났기 때문에 생겨나는 에너지들을 어떻게 줘야 할지 고민하게 되잖아요. 그런 노하우들도 생기셨나요?

 

지혜

직접 만나든 온라인이든 가장 중요한 건 유대감 형성이잖아요. 그걸 위해서 항상 초반에 같이 함께할 수 있는 예술놀이들을 많이 해요. 그래서 저희가 비대면 예술 활동 놀이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오고있어요. 온라인 수업이 또 재미가 있는건 저희가 딱 한 번 만나거든요. 항상 화면으로 보다가 직접 만났을 때 오래 헤어져 있던 친구를 만난 만나는 듯한, (웃음) “야 네가 누구구나!”

 

동규

얼마 전에 얘기를 했는데 그런 것도 가능해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방학 때 어쩔 수 없이 해외에 나가야 되는 거예요. 저희 프로그램 중에 어떤 아이는 베트남에 갔어요. 원래 같으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인데 온라인이다 보니 거기에서 참여를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또 자연스럽게 “베트남은 어떤 곳이야? 거기 어때?” 그럼 거기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소개도 할 수 있고 그런 장점도 또 있는 거 같아요.

 

지혜

맞아요. 그런 재미가 있어. 베트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랑 인사하고 또 어떤 가족들은 매일 토요일마다 캠핑을 갔어요. 그 캠핑장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우리가 같이 볼 수 있고 새 소리도 듣고 그런 재미 요소들이 있더라고요.

 
🐶 일상을 잘 유지하기 위한 나만의 루틴이 있나요? 혹은 여러분만의 스트레스 관리법이 있나요?

동규

모르겠어요. 저 같은 경우는 스트레스를 워낙 안 받는 스타일이라서 옆에서 누가 야! 이렇게 시비를 걸면 저는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가는, 스트레스를 진짜 잘 안 받아요.

 

충현

어떻게 스트레스를 안 받으세요? 그게 되게 궁금해요.

 

동규

어렸을 때부터 화가 없었어요. 그런 생각도 해봤어요. 어딘가에 화가 쌓여 있지 않을까. 근데 아닌 것 같아요. 태생적으로 좀 화가 없어요. 풀긴 풀어요. 푸는 게 화로 푸는 게 아니라 사람들 만나서 얘기하고, 술 한 잔 먹고, 노래방 가서 노래하고. (웃음)

 

지혜

전 루틴하면 요즘에는 강아지 산책시키는 거. 목줄을 잡고 나가서 걷는 시간이 저한테 여유를 주고 생각할 시간을 주고 행복감을 주는 시간이에요. 잠깐이라도 나가는 그 루틴이 어떻게 보면 내 삶이 돌아가는 데 있어서 중심을 잡아주는 느낌도 주는 것 같아요.

<자세히 보아야 보인다. 오래 보아야 보인다. 지혜네 강아지도 그렇다. 힐링트리 필카 中>

동규

전 결혼하기 전에는 그런 것도 있었어요. 오늘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집에서 하기 싫은 거예요. 그래서 어디 펜션 잡고 혼자 가가지고.

 

소똥

카페가 아니라 펜션으로 (웃음)

 

동규

펜션도 그렇고, 이쁜 카페에 가서 일을 하면 그나마 '난 놀러 와 있구나.' 다 끝내놓고 혼자 맛있게 맥주도 한 잔 먹고, 밤하늘도 보고.


충현

소똥은 루틴 같은 거 있으세요?

 

소똥

만들려고 하는 루틴이 드럼을 배우는데, 초반에 되게 재밌게 치다가 지금 난간에 봉착해서 연습을 하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는 진도인 거예요.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스틱으로 패드 연습을 하는 루틴을 만들려고 하는데 아직 매일 되지는 않죠. 한 30분 정도 치면 좋을 것 같은데 아직 거기까지는 안 가서 조금씩 늘려가고 있어요.

 

동규

모든 예술 장르들이 딱 걸리는 부분들이 있어. 그걸 뛰어넘으면 이제 확 늘죠.

 

충현

배우로서 활동하면서 그런 때가 있으셨어요?

 

동규

배우로서의 벽은 저는 그런 게 있었던 것 같아요. 배우가 다양한 역할들을 표현을 하지만, 결국 다 내가 하는 거잖아요.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특징을 가진 인물들을 만날 때가 있어요. 근데 그거를 지금은 할 수 있거든요.

 

충현

벽들을 어떻게 깨셨어요?

 

동규

계속하다 보니까 ‘그것 또한 내 스스로 가진 나에 대한 편견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애초에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표현이 안 됐던 거죠. TV나 영화를 봐도 저 역할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자기만의 스타일로 푸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그런 사람들이 잘 되고요. 화가 많다고 해서 전형적인 화만 낸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풀면 되는데, 그때는 그런 것까지 생각을 못 했죠.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아... 저렇게 화를 내는 사람도 있구나.’ (웃음)

 

지혜

저도 비슷한데 동규쌤은 그 시기를 지나오신 것 같아서 난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지점인 것 같아요. 제가 배우로서도 활동하고 있지만 작년부터 연출로서도 조금씩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배우일 때는 '왜 나 캐스팅 안 됐지.' 이런 거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고 자존감이 낮아질 때도 있고 이랬는데 연출이 돼서 배우를 캐스팅해야 되는 입장이 되니까,

 

동규

다르지.

 

지혜

이미 이 극에 나오는 저 인물로 있는 사람이 있어요. 역할을 원하는 다른 배우가 있는데 그 배우는 너무 어울리지 않아. 어떻게 할 수는 있겠지만, 가공의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미 그 역할로 만들어져 있는 배우를 데리고 오는 거예요. 그런 거에 대한 딜레마랄까.

 

동규

첫 출발점이 잘못된 거야. 역할에 안 어울리더라도 이 역할을 이 사람이 하면 이렇게 그려내야 되겠다는 걸 미리 정하고 가면 좋지. 그 사람을 역할에 맞추기보다도 역할의 새로운 모습들을 그 사람을 통해서 찾아내는 거.

 

지혜

내 잘못이었어. (웃음) 내가 잘못했구나. 다시 잘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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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자신다운 복장을 설명해주세요.

동규

저는 복장이라고 하면 매일 일어나서 일단 날씨를 보고, 오늘 할 일에 맞는 복장을 입고 가거든요. 예를 들어 연습이면 편하게 그냥 트레이닝복 느낌으로 가는 거고, 학교 수업을 가면 학교 수업 가는 복장으로 가게 되고, 오늘 공연이다 그러면 공연 끝나고 누가 오냐에 따라서,

 

지혜

그렇지, 맞아.

 

동규

진짜 친한 친구들이 올 때가 있고, 갑자기 영화감독님이 온다고 할 수도 있고, 항상 다르잖아요. 거기에 맞는 복장을 선택하죠. 그리고 가장 재밌는 거는 비대면으로 하니까 줌으로 할 때 위에는 갖춰 입고 밑에는 편하게 입고. (웃음) 오늘 같은 경우는 테이블을 두고 인터뷰하니까 약간 차려입되 발은 편하게.

 

지혜

저는 떠오른 게 잠옷이요. 집에서 아무렇게 티나 바지 이런 거 말고 내가 좋아하는 잠옷 입는 거를 좋아하거든요. 진짜 편안하게, 사회에서 입던 옷을 잠깐 벗어 놓고요. 잠옷을 입으면 너무 행복해져서 저희 집에는 잠옷이 꽤 많은데 항상 원피스 잠옷을 입어요. 레이스가 달려 있거나 체크가 들어가 있고, 그런 ‘빨간 머리 앤’에 나올 것 같은 잠옷들 입는데, 그거 입을 때가 가장 편안하고 안식처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요.

 

충현

왜 꼭 원피스인가요?

 

지혜

일단은 한 번에 입을 수 있으니까, (웃음) 집에 가서 그냥 한 번에, 씻고 바로 입을 수 있어요. 집에 있을 때는 제가 추천 드리겠습니다.

 

충현

이름도 원피스야. 저는 어디 행사 가서 받은 옷들을 잠옷으로 입는데, 로망은 있는 것 같아요. 나를 위해서 잠옷을 잘 입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미 스태프 옷도 너무 많아요.

 

동규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귀찮기도 하고,

 

지혜

원피스를 사세요. 그럼 입게 돼요 (웃음)

 

소똥

스태프티 싹 버려야 돼. (웃음)

<지혜가 직접 찍은 사진. 원피스 잠옷을 입고 찍었을 것만 같다.>
 
👥 여러분의 본캐는 무엇인가요? 자신의 본캐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캐들이 있나요?

동규

저는 본캐라고 하니까 제가 여기저기 많이 다니고 불리는 별명도 많은데 이게 다 부캐 같은 거예요. 본질적인 내가 본캐라고 생각했을 때 긍정. 본캐가 긍정이고 누구를 만나냐에 따라 다르게 불리고 있는 이게 부캐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충현

어떻게 그렇게 긍정적이세요. 본캐를 긍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긍정적이라니.

 

동규

제가 모르는 척을 잘해요. 그래서 그런 거예요. 저 혼자 살 때는 옆을 딱 봤는데 갑자기 바퀴벌레가 쓱 지나가요. 그러면 고개를 딱 돌리고 본 걸 까먹어. (웃음) 그러면 마음 편하게 잘 수 있어. 근데 이걸 신경 쓰는 순간 잠 못 자는 거야. 그런 거지 않을까. 저는 예를 들어 누가 군 생활이 어땠냐 그러면 그냥 다 재미있었다고 해요.

 

충현

진짜로 재미있으셨어요?

 

지혜

되게 의심하시는데.

 

충현

너무 의심스러워요. 모든 순간에 긍정적일 수 있나 싶어요.

 

동규

그러니까 힘들 때도 있었는데 마음으로 넘기고 밤에 같이 근처 동기들 선임들 후임들이랑 밤에 몰래 술 먹고 그런 거죠.

 

지혜

저는 그런 긍정의 에너지에 굉장히 공감을 하는 게 제가 20살 때까지는 비슷했거든요. 이제는 좀 흑화가 된 긍정인데, 옛날부터 ‘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말을 하지, 왜 힘들다는 말을 하지.’ 우리가 넷이 일을 하고 있는데 저 일을 다들 꺼리는 것 같으면 “내가 할게.” 이런 스타일이었거든요. 좋은 게 좋은 거지. 그게 그냥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근데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전이가 되는 것 같아요. “왜 네가 이런 일까지 해? 왜 손해를 보면서 일해?” 이런 얘기들이 들려오고 스며든 부분들이 있죠. 예전에는 전혀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거든요. 암튼 그래서 동규쌤 이야기도 이해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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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왕 동규. 표정부터가 남다르다.>

동규

저도 약간 흑화됐을 때가 있거든요. 한 1, 2년 그랬는데 다시 나로 돌아오더라고요. 한참 내 삶이 힘들 때.

 

지혜

내 삶이 힘든가. 힘들어서 흑화된 건가. (웃음)

 

충현

흑화된 긍정이가 지혜님의 본캐인가요?

 

지혜

맞아요. 긍정적인 건 여전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줄 아는. 스트레스가 나쁘다고 생각은 안 하지만요. 부캐는 헷갈리는 것 같아요. 내가 가지고 있는 게 다 부캐인 건지, 본캐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자아 정체감이 있어서 고민을 오래도록 했는데 그냥 계속 옮겨 다니는 거지, 진짜 본캐라는 게 있을까요? 계속 변화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 여러분의 식사는 안녕하신가요? 먹는 행위가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예술을 통해 먹고 살만 하던가요?

동규

일단 이쪽 일의 장점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새로운 일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불안정한 수입이죠. 일이라는 게 사업을 올해 땄다고 계속 자동적으로 따지는 것도 아니고, 학교 수업도 언제까지고 계속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거기에 대한 고민들이 있긴 하죠. 배우도 계속하긴 하지만 예술 교육을 하다 보니까 올인을 할 수가 없어요. 그나마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겨내려고 하는데 제가 좋아하는 글귀가 있거든요. 군 생활할 때도 딱 붙여놨었어요. '항상 웃어라, 그것이야말로 돈 안 드는 보약이다' (웃음) 매일 이 보약을 먹으면서 견뎌요. 먹는 식보다도 그 웃음에 대한 식이 저한테는 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더 큰 식이 되지 않았나. 나의 식은 웃음이다. 웃음이 보약이다.

 

지혜

우리 인간의 삶에 예술이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추석 때 가족들을 만나서 최근에 인형극제에서 공연을 했던 영상을 보여줬어요. 제가 철창에 갇힌 공주 역할로 나왔거든요. 근데 거기에 나오는 동심 가득한 무대 영상을 보면서 나이 지긋하게 드신 이모부가 눈시울이 막 붉어지면서 예술의 힘은 대단한 것 같다. 자기를 이렇게 동심으로 확 끌어들인다고. 저 현장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예술이 되게 하찮거나 중요하지 않은 요소로 여겨지는 현상을 사회적으로 목격하곤하는데요. 그럼에도 인간과 뗄 수 없는 것이 예술이고, 이 삶에서 너무나 필요한 것이 예술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어요.

 

동규

이걸 듣다 보니까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내가 예술이랑 예술 교육을 하지만, 나의 가족은 여기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라는 취지에서 제안서를 내는 거지. “예술인 여러분, 여러분들의 가족은 안녕하신가요?”

 

충현

재밌을 것 같아요.

 

동규

저는 예술 장르를 택하면서 집에 손을 한 번도 안 벌렸거든요. 어떻게든 살았는데 딱 한 번 손을 벌렸던 게 30대 초반에, 진짜 통장에 돈이 딱 만 원인가 있는데 돈은 2주일 뒤에 들어와. 이제 어떻게 살지? 일단 마트를 갔어. 가장 싼 게 뭘까. 그러니까 무 큰 게 900원 하는 거야. 이 무를 조금 조금씩 잘라가지고 계속 뭇국에다가, 쌀은 있었으니까 밥에 먹으면서 먹는데 가스가 끊긴 거예요. 무를 씻어야 되잖아. 전기는 안 끊겼으니까 전기밥솥에 물을 넣고 차가운 물이랑 섞어서 씻고 막 이랬다. 일주일 그렇게 견디다가 안 되겠는 거지. 이제 집에 전화를 했지.

 

지혜

눈물 나.

<라잎스페이퍼 충현과 소똥을 위해 샌드위치를 사온 동규와 지혜>
 
🕜 힐링트리가 지금까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왔다고 생각하시나요? 또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나요?

동규

그냥 많은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움이 되고, 작더라도 생각의 변화만 일어났다고 하면 그게 저희가 써온 이야기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성장해 가는 걸 발판 삼아 힐링트리도 같이 성장해 왔다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도 어려움에 처해 있는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고 싶고, 나아가서는 이런 것들이 콘텐츠화돼서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그런 게 생긴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소똥

특별히 더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나요?

 

동규

아까 얘기했지만, 예술인 가족 여러분 안녕하신가요? (웃음)

 

충현

두 분의 가족은 어떠신가요?

 

동규

저희 가족은 처음에는 당연히 반대가 컸죠. 나름 공부도 조금 했었고 갑자기 연기하겠다고 하니까 처음엔 반대를 했는데, 제가 인생 살면서 큰 소리를 집에 내본 적이 없는데 그때 처음으로 얘기를 한 거예요. 거기서 조금 놀라 하시면서 시켜주셨고, 그러니까 “나는 집에 손 안 벌리겠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 나를 믿어달라.”고 했던 거죠. 처음에는 싫어 하셨지만 막상 제가 공연하고 주변 사람들 다 데려오셔서 좋아하세요. 부모님이 부산에 계시는데, 제가 부산 공연을 간다 이러면 표가 다 매진될 정도로 아버지랑 친척들이 다 예약을 해서 가족 대잔치가 되고 이런 경우도 꽤 있었어요. 그렇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지혜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아직도 저희 엄마는 '지혜야, 공무원 준비할래?' 이렇게 얘기하는데, 근데 가족이니까 당연히 걱정이 될 것 같아요. 만약 동생이 예술한다 하면 저도 말릴 것 같아요.

 

동규

뜯어말릴 것 같아. (웃음)

 
😀 마지막으로, 만약 당신이 라잎스페이퍼의 진행자가 된다면 다음 팀에게 어떤 질문을 해보고 싶나요?
<인터뷰가 중인 힐링트리. 샌드위치가 절반쯤 사라져있다.>
힐링트리 인터뷰: 긍정의 힘을 믿나요? 끝.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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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소재용, 힐링트리
  • 녹취록 작성 : 조웅희
  • 장소: 은평상상허브 3층 울림방
  • 인터뷰 발행일: 2022.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