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구홈 성수 탐방기 2.에이블리 광고 사업
01 29CM가 이구홈 '성수'로 노리는 것들
02 에이블리, 이제 경쟁자도 광고주로 모십니다
03 뉴스 TOP5 - '쿠팡·다이소·올리브영의 공통점'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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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RS, 기억하시나요?
2023년 10월 성수동에 문을 열었던 29CM의 오프라인 리빙 편집샵 ‘TTRS’를 혹시 기억하시나요? 감도 높은 가구와 조명 등 하이엔드 리빙 제품을 선보였던 이곳은 오픈 한 달 만에 2만 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으며 큰 화제를 모았는데요. 하지만 지난해 11월, 다음을 기약하며 아쉽게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약 반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이구홈 성수’라는 이름을 달고서 말이죠.
직접 방문해 보니 바뀐 건 이름만이 아니었습니다. 공간의 성격부터 상품 구성까지 완전히 달라졌는데요. TTRS가 브랜드 체험을 위한 쇼룸 형태였다면, 이구홈 성수는 본격적으로 매출을 만들어내는 매장으로 변신했습니다. 때문에 약 85평의 그리 넓지 않은 공간임에도 무려 147개 브랜드, 6천 개 이상의 상품을 알차게 구성하여 면적당 효율을 극대화한 모습이었죠.
더욱이 29CM는 지난해 1월부터 패션 외의 카테고리를 ‘이구홈’이라는 이름으로 별도 브랜딩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이구홈 성수 매장은 고객들이 오프라인에서 이구홈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역할을 맡은 셈인데요. 이를 위해 매장 내 모든 상품에 QR코드를 부착해, 고객이 현장에서 상품을 살펴본 뒤 온라인 리뷰를 즉시 확인하고 자연스럽게 구매로 연결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또한 상품 구성 역시 크게 달라졌습니다. 기존 TTRS가 수천만 원대 고급 가구 중심이었다면, 이구홈 성수는 소품과 문구류 위주로 상품군을 대폭 넓혔습니다. 덕분에 평균 가격대가 낮아져 소비자의 진입 장벽도 훨씬 낮아졌는데요. 고급 가구 쇼룸에서 가볍게 방문해 부담 없이 몇만 원대의 문구류나 인테리어 소품을 고르는 공간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셈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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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품 편집샵? 딱히 없는데요?
이렇게 상품군을 크게 바꾼 데는 몇 가지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여전히 온라인 기반인 29CM 입장에선, 프리미엄 리빙, 특히 가구 중심으로는 단기간 내에 뚜렷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있었을 겁니다. 더불어 문구류와 생활소품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올해 진행했던 문구 페어 ‘인벤타리오’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크게 흥행하면서, 이런 확신을 더욱 굳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더욱이 이구홈 성수의 뚜렷한 경쟁자가 없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겁니다. 생활소품 시장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다이소나 아트박스는 자체 생산 제품 위주로 구성돼 가격 경쟁력은 뛰어나지만, 디자인적 감도나 개성 있는 브랜드 큐레이션에서는 부족한 면이 있죠. 반대로 소규모 디자인 편집샵들은 상품 구성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매장 규모나 운영 측면에서 한계가 명확합니다. 이구홈 성수는 바로 이 두 영역 사이에서, 적당한 규모와 적절한 감도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포지셔닝을 노린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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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이름에 굳이 ‘성수’라는 지역명을 넣은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는 단순히 매장 위치를 설명하는 것을 넘어, 향후 다른 지역으로의 확장까지 겨냥한 전략적 명칭으로 볼 수 있는데요. 실제로 무신사는 최근 오프라인 매장이 실질적인 매출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이구홈 성수 바로 근처에 위치한 무신사 성수@대림창고입니다. 지난 5월 한 달 거래액이 무려 30억 원을 돌파했다고 하는데요.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하나의 오프라인 매장이 수백억 원대 매출을 올린다는 뜻입니다. 연간 총거래액이 이미 1조 원을 돌파한 29CM 입장에서도 충분히 탐낼 만한 시장이죠. 결국 29CM는 이번 이구홈 성수를 통해 오프라인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고, 장기적으로 다른 지역까지 확장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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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구홈 성수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마침 우연히 29CM를 운영하는 무신사가 준비 중인 초대형 매장 공사 현장을 지나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번 이구홈 성수 오픈 소식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무신사가 올해 하반기에 성수동에 약 2,500평 규모의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앞두고 있음에도 별도의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는 것이었는데요. 이는 그만큼 온라인에 축적된 콘텐츠 역량에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일반적인 유통업체라면 매장 크기를 늘릴 때마다 ‘이 공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일 겁니다. 하지만 무신사와 29CM는 온라인에서 쌓아온 막대한 고객 데이터와 판매 콘텐츠를 바탕으로 오프라인 공간을 기획하고 구성합니다. 온라인에서 이미 검증된 콘텐츠를 선별하고 이를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라, 얼마나 큰 매장이라도 충분히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이죠.
따라서 앞으로도 무신사와 29CM의 오프라인 진출과 확장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이번 이구홈 성수 매장은 이러한 전략이 무신사뿐 아니라 29CM에게도 유효한지, 나아가 패션뿐 아니라 리빙 카테고리에서도 같은 공식이 성공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중요한 기준점이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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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링크, 우리는 가능합니다
에이블리가 지난 6월 10일, 자사 플랫폼에서 곧바로 외부 사이트로 이동하는 ‘아웃링크 광고’ 상품을 출시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습니다. 특히 이번에 선보인 ‘에이블리 디스플레이 광고’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에이블리에 입점하지 않은 외부 광고주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인데요. 기존 리테일 미디어 광고들이 대부분 플랫폼 내부에서만 구매 전환을 유도하는 폐쇄적 형태였다면, 에이블리는 오히려 외부 페이지로의 직접 연결을 허용하고 나선 겁니다. 심지어 에이블리와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다른 쇼핑몰의 광고까지 제한 없이 받을 수 있도록 한 건 더욱 놀랍죠. 물론 무신사, 올리브영 같은 일부 경쟁자를 제외하긴 했지만, 자사몰 등의 랜딩이 가능하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파격적입니다.
실제로 지금 에이블리에 들어가 보면 외부 랜딩이 가능한 광고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는 에이블리에서 판매 중인 의류나 화장품 브랜드의 광고도 포함되어 있고요. 심지어 광고를 클릭하면 경쟁 관계인 네이버 브랜드 스토어로 이동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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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최근 커머스 업계에서 자사 플랫폼 내 광고 상품을 운영하는 ‘리테일 미디어’가 대세가 된 건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커머스 플랫폼은 입점 업체들만 대상으로 광고 상품을 제공하며 경쟁사를 배제하고, 고객이 플랫폼 내에서 곧바로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죠. 언뜻 보면 제약이 많아 보이지만요. 사실 이는 광고주에게는 높은 전환 효율을, 플랫폼에겐 거래액과 광고 매출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에 서로에게 만족스러운 구조였습니다.
그에 비해 아웃링크 방식은 어렵게 유입한 고객이 외부 사이트로 이동하면서 구매 없이 이탈할 위험이 큽니다. 특히 경쟁사로 이탈시키는 아웃링크 광고는 아예 매출 기회를 빼앗길 수 있기에 일반적으로 금기시되어 왔었죠. 그렇다면 에이블리는 왜 기존의 상식을 깨고 아웃링크 광고를 도입하며 적극적으로 홍보까지 하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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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공식의 한계 때문입니다
에이블리는 대표적인 ‘발견형 쇼핑’ 지향 플랫폼입니다. 사용자가 특정 상품을 검색하기보다 앱에서 시간을 보내며 우연히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죠. 그래서 개인화된 추천 기능이 핵심 경쟁력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초기 에이블리의 성장을 이끈 건 ‘파트너스’라는 셀러 서비스였습니다. 셀러가 상품을 사입해 등록만 하면, 이후 물류와 CS 등 운영 전반을 에이블리가 대신 처리해 주는 구조였죠. 하지만 이후 스타일 커머스를 지향하며, 더 다양한 상품과 브랜드, 카테고리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바뀌었습니다. 이에 따라 일반 입점 형태의 셀러와 브랜드가 늘어났고, 수수료 기반 매출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죠.
이러한 전략 전환의 배경에는 ‘비용 효율성’이 있습니다. 직접 상품을 운영하는 구조는 거래액이 커질수록 물류와 운영 비용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를 받아도 적자 리스크에서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반면 입점형 플랫폼은 상품을 직접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거래액이 늘어나도 추가 비용이 적고, 일정 규모를 넘기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델도 마냥 안정적인 건 아닙니다. 셀러와 소비자가 꾸준히 유입되고, 이들이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선 지속적인 마케팅 투자가 필요하죠. 실제로 에이블리는 이를 위해 상당한 광고비를 감수해 왔고,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커머스 플랫폼으로는 드물게 웹툰과 웹소설 콘텐츠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수수료 수익만으로 이런 구조를 모두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판매 중개에 기반한 수수료 모델은 마진 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요. 경쟁 플랫폼과의 가격 경쟁을 의식하면 수수료율을 과도하게 높이기도 어렵습니다. 더욱이 에이블리는 아직 압도적인 1위 플랫폼이 아니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 여전히 제약이 많은 상황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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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이 아닌 광고를 팝니다
그래서 결국 에이블리는 광고 사업을 키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욱이 실제로 아마존이나 쿠팡조차 상품 자체로 이익을 남기기보다는, 마진을 최소화한 채 물류 서비스와 광고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기도 한데요. 이제 커머스 기업이 광고를 주력 사업으로 삼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전략이 아닌 거죠.
따라서 에이블리 역시 상품 판매를 단순한 트래픽 유입 수단으로 보고, 이렇게 모은 고객을 기반으로 광고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더 안정적인 수익 모델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커머스 플랫폼이라면 쉽게 허용하기 어려운 아웃링크까지 과감하게 개방한 게 아닐까 싶은데요?
다만 이 전략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기반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트래픽만 많다고 되는 게 아니라, 고객이 플랫폼 안에 오래 머물게 만들 수 있는 근본적인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하죠. 지금까지는 셀러 전용 서비스인 ‘에이블리 파트너스’가 그 역할을 해왔는데요. 앞으로도 이 서비스를 강화해 나가거나,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만 광고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 역시 지속 가능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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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으로 앞서 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30억 매출이 2조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고요
예기치 못한 성공이 오히려 독이 되었습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유료 구독에서 광고로 중심축이 옮겨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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