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스플레이스드 26호) 시리아송환, 난민재신청, 이분법적묘사, 난민영화제

Displaced Newsletter Vol. 26 (7월 3주차)

디스플레이스드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오랜 공백 기간을 가진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 독자님들께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고 또다시 뉴스레터 발송이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하겠습니다. 공백기 동안 디스플레이스드 팀은 보다 안정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컨텐츠를 펴낼 수 있도록 자원을 마련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그 결과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LUSH)에서 ‘채러티 팟(Charity Pot)’ 프로그램으로 디스플레이스드의 진행과 제작을 후원해주기로 하였습니다💌. 올해 특별 호와 영상을 포함해 더욱 풍부한 컨텐츠로 독자님들을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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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시리아_난민_송환 #경제위기

🌎 국제이슈 톺아보기

지난 7월 6일, 이삼 샤라페딘 레바논 난민부 장관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매달 약 1만 5천 명의 시리아 난민을 돌려보내는 계획을 진지하게 추진중이라고 밝혔어요.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 이후 레바논으로 도피한 난민은 100만 명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레바논은 전세계에서 인구 대비 난민 수가 가장 많은 국가(인구 4명당 1명꼴)로 레바논 정부는 난민의 유입으로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하고 재정이 붕괴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일단 레바논이 시리아 정부, 유엔난민기구(UNHCR)와 삼자 위원회를 구성해 난민 송환 정책에 대해 논의를 했어요. 그러나 유엔난민기구는 성명서를 내고 귀환난민을 다시 위험에 빠뜨릴 비자발적인 송환에 반대하며 UNHCR이 위원회에서 레바논, 시리아 정부와 협상할 일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어요. 자발적이며 안전하고 존엄한 귀환에 대한 난민의 기본권은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샤라페딘 장관은 UNHCR의 입장과 관계없이 시리아 난민을 고국으로 돌려보내는 초기 계획을 강행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레바논에서 시리아 난민 송환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요, 2016년 1월에 국제 앰네스티에 따르면 레바논 정부는 시리아 난민 100명 이상을 본국으로 강제 송환했어요. 2019년 7월에는 자국 노동자 보호 조처를 이유로 행정명령을 통해 시리아 출신 ‘불법 노동자’들의 신속 해고🙅‍♂️ 를 강행하기도 했어요.

송환 계획에 대한 시리아 난민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그들은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지만, 당장 귀국할 시에 겪을 주거와 기본적인 공공서비스의 부재, 생계불안과 체포, 고문 등 안전상의 위협을 걱정하고 있어요. 시리아는 돌아가기에 안전할까요? 2021년 6월 시리아가 레바논 정부에 난민을 귀국시키는 일에 협력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한 이후 국제 엠네스티가 9월 발간한 보고서 “당신은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는 2017년 중반부터 2021년 봄 사이에 귀국한 어린이 13명을 포함한 66명의 난민들에게 행해진 인권유린 사례를 담고 있어요. 이 보고서는 시리아 어느 곳도 난민에게 아직 안전한 장소가 되지 못한다고 쓰고 있어요. 최근 여러 인권 단체 보고서도 자의적 구금, 강제 실종, 귀환 난민에 대한 다수의 인권침해 사례를 기록하고 있어요. 레바논의 샤라페진 장관은 이런 보고서는 “공포 캠페인”에 불과하고 시리아 정부가 과거 반정부 투사들과 반대 정치 세력에 대해 보복하지 않겠다고 동의했다고 주장했는데요. 이런 주장이 시리아 난민의 공포를 잠재우지는 못할 것 같아요.

레바논의 시리아 난민 송환 시도는 레바논의 경제위기가 원인이에요. 레바논은 국민 1인당 가장 많은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며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았으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원조자금이 정체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특히 식량 안보 문제🍴가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더욱 심각해져 4월에는 유엔의 세계식량계획(WFP)이 레바논에 식량배급을 늘리는 결정을 했어요.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레바논이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지키며 난민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의 재정적 지원과 꾸준한 관심👀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난민재신청자 #기본적_권리_보장 #체류_제한_정책

📁 우리나라 이슈 톺아보기

우리나라에서 ‘난민으로 인정받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 들어보셨죠? 지난해의 경우만 보아도, 우리나라에 들어와 난민 지위 심사를 신청한 사람 중 인정 받은 사람은 약 1%에 불과했다고 하는데요. 그렇다 보니, 겨우 떠나온 본국으로 다시 돌아갈 순 없는 절박한 이들 대부분이 어쩔 수 없이 난민인정 신청을 다시 하고😢 결과를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어요.

그런데 ‘난민재신청자’들은 대한민국에서 “있어도 있는 존재가 아닌” 채로 살아가고 있다고 토로합니다. 이달 8일 ‘난민재신청자의 권리 회복’을 요구하며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란 출신 난민 김민혁씨가 직접 한 이야기인데요.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우리 법무부는 난민신청 제도의 남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난민재신청자의 체류를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요. 즉 난민재신청자에게 체류 자격을 부여하지 않고, 단지 출국하는 기한을 몇 달마다 유예해가면서 난민심사가 진행되는 긴 시간을 기다리도록 하는 것이죠. 이것이 문제라고 지적되는 이유는, 이 시간 동안 난민재신청자들은 외국인등록증을 회수당한 채, 아무런 권리가 없는 상태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난민신청자는 「난민법」 제2조 등에 따라 일정한 법적 지위와 이를 위한 체류자격 등을 부여 받게 되어 있어 제한적으로나마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 데 반해, 난민재신청자에게는 이마저도 주어지지 않는 것이죠. 체류자격이 없어 취업💼을 할 길이 없고, 건강보험 적용도 받을 수 없게 되어 병원🏥에 가기도 쉽지 않아요. 신분을 증명할 서류가 없으니 휴대폰 개설이나 은행 업무💵 같은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많지요. 이렇게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방치되어 살아가야 하는 처지가 ‘없는 사람들로 존재하고 있다’는 이들의 토로🗣 속에 담겨 있는 것입니다.

지난달 20일 ‘세계 난민의 날’에는 국가인권위원회도 난민재신청자와 관련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면서, 난민신청이나 재신청을 ‘체류자격 연장을 위한 방편’으로 바라보는 법무부의 인식을 지적했어요.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 이들을 우리가 또 한번 생존의 위협 속에 밀어 넣고 있는 것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난민재현 #위협_혹은_희생자 #이분법적묘사

📖 연구 톺아보기

전 세계적으로 난민의 숫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일상 속에서 난민과 만나기는 쉽지 않죠. 대신에 우리는 주로 언론 매체📺를 통해 재현된 난민의 모습을 보게 되는데요. 많은 연구자들은 난민을 묘사하는 언론 보도가 난민을 위협(threat) 또는 희생자(victim)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합니다. 🧐

아테네 대학교에서 법 역사와 이론을 연구하는 아리아드니 폴리크로나우(Ariadni Polychroniou)는 이렇게 헤게모니적인 위협-희생자 이분법을 뛰어넘어 난민의 담론적 구성의 재개념화를 시도합니다. 그는 난민이 묘사된 사건이나 각 언론의 정치적 방향에 따라 난민이 위협이나 희생자의 형태로 인지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난민 묘사 및 재현의 이중적인 성격은 사회적으로 재생산되고, 정치적으로 재활용되며, 제도적으로 확립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

간단히 요약하자면, 위협😈 담론의 구성에서 난민들은 일반적으로 젊은 나이의 무슬림 출신에, 육체적으로 힘이 있고, 유색인이며, 남성적인 존재로 묘사되는데요. 이들은 유럽 국가들의 국가적 동질성, 기독교로 대표되는 종교성, 민주적이고 자유로우며 합리적이고 문화적으로 우월한 서구의 문명이라는 방벽을 뚫고 들어오는 위협적이고 초남성적인💪 침입자들의 무리로 표현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에, 희생자🤕 담론의 구성에서 난민은 어린이, 여성, 부모 및 노인 등으로 대표되며, 이들의 취약성과 수동적인💦 측면이 강조됩니다. 이러한 희생자적인 모습은 박애주의 이니셔티브, 인도주의적 기부 및 자원봉사 활동의 증대에 기여하기 때문에 공감, 도덕적 분노 그리고 인식 제고 등에 대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적절합니다. 심지어 이러한 경향은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으로 사용된다고 해요.

이러한 분석을 통해서, 아리아드니 폴리크로나우는 난민에 대한 표현이 균질적이지 않고 오히려 헤게모니적으로 구조화된 담론적 결과로 간주해야 함을 주장합니다. 연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러한 양극성을 극복하기 위해 조르조 아감벤과 주디스 버틀러의 철학적 접근법을 제시하는데요. 저자의 비판적 접근이 궁금하시다면❔ 이 논문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난민영화제 #다양성영화 #나의_집은_어디인가

👀 보다: 문화 톺아보기

지난 6월 18일, 독립영화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NEVER·THE·LESS, TOGETHER 그럼에도, 함께》라는 이름으로 제7회 난민영화제가 열렸어요! 🙌🏼🙌🏽🙌🏻🙌🏿

난민인권네트워크와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가 공동주최하는 난민영화제는 UN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매년 6월 20일)을 기념하여 열리는 비영리 인권 영화제예요. 뉴스의 형태가 아닌 영화🎬라는 친근한 매체를 통해 난민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시작되었고, 2015년 첫 개막 이후로 올해로 무려 7회를 맞았어요!🎉🎉 (사진 출처: 난민영화제 홈페이지)

올해의 공식 상영작으로는 ☘️파리의 별빛 아래(Under The Stars Of Paris, 2020), ☘️나의 집은 어디인가(Flee, 2021), ☘️기록(Writing to Reach You, 2021), ☘️소속(Belonging, 2021)의 네 편이 선정되었어요. 영화에 관심 좀 있다~ 하는 분은 입소문으로 꽤나 들어보셨을 법한 라인업이죠? 드라마,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적 다양성, 그리고 프랑스, 덴마크,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적 다양성 등 다양한 상영작 구성에 주안점을 두었는데요. 모든 상영 후에는 관객과의 대화(GV)가 이어져, 영화를 곱씹어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답니다. 👍🏿👍🏼👍🏾

코로나19의 여파로 2019년 이후로 3년 만에 오프라인에서 개최되어 더욱 즐거웠던 이번 난민영화제는 우리 모두의 안전할 권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올해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도 왓챠🎞에서 ‘나의 집은 어디인가(Flee, 2021)’를 볼 수 있으니 꼭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

🎥 나의 집은 어디인가(Flee, 2021)

가장 보편적이고 안전한 공간인 '집', 나에게서 집이 없어진다면 어떨까요? 영화는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해맑은 소년이 덴마크 코펜하겐의 성공한 학자가 되기까지 25년의 시간을 보여줍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아민’은 집을 잃고 가족과 떨어지면서 자신의 세상을 무채색으로 한정하고, 스스로 정해둔 경계 속에서 우정과 사랑과 이별을 겪으며 살아가요. 다소 무거운 현실의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 하루하루의 곳곳에는 위트가 묻어나 ‘그저 한 사람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구나.’라는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짜여진 플롯을 쭉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아민’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고, 영화의 말미에는 이야기가 끝나는 게 아쉬워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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