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쇼와 동물복지쇼

지난달 고보협 소식지를 통해 기다리던 소식을 전했습니다. 서울시 산하 서울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서울어린이대공원 내의 상설 동물공연, 일명 고양이쇼에 대해 많은 회원들이 민원을 제기하였고, 그 결과 해당기관에서 고양이쇼를 중단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소식지가 발행되고 며칠이 지난 후, 다른 내용의 민원 답변을 받았다는 제보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동물쇼가 당장 중단되는 것이 아니라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2021년 9월까지 공연된 후에 폐지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쪽이 정확한 답변인지 확인하기 위해 협회에서 다시 민원 질의를 했습니다. 

서울시와 관련기관의 주요 답변들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동물학대 사례가 발견되지 않아 공연을 중단시킬 수 없다
한국사회에서 동물공연이 더 이상 관람객의 오락을 위한 볼거리가 아님을 인식하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인 고양이는 동물공연에 보편적으로 등장하는 개체가 아니라서 동물학대 논란이 있지만, 관련기관과 현장을 방문·확인한 결과 동물보호법 등 관계법령상 위법한 학대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해당 동물공연장을 운영하고 있는 민간 위탁업체에 일방적으로 공연중단을 요구할 수 없다. 위탁업체와 계약이 만료되는 2021년 9월 이후 동물공연을 중단할 예정이며, 추후 동물들의 인위적인 행동보다는 생태설명회로 전환하는 등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이다.

2. 공연에 출연하는 동물들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동물공연장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에서는 고양이를 포함하여 공연에 출연하는 동물들의 복지를 위해 본래의 서식지와 습성을 고려한 적정한 사육환경 제공, 동물의 정상 행동 및 생태를 거스르지 않는 수준에서의 공연 실시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어린이대공원은 서울시 관련부서, 업체, 관련단체 등과 심도 있는 회의 및 논의를 바탕으로 공연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여생을 책임지는 등의 여러 가지 해법을 논의 중에 있다.
답변들을 보면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우선 생각나는 질문 몇 가지를 적어보았습니다.

무대에 서는 동물들에게 평소 학대행위가 있었는지를 외부인들이 알기는 매우 힘든데, 어느 정도의 치밀한 조사를 거쳐서 관계법령상 ‘동물학대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냈는지 궁금합니다. 

Q 
답변에 적혀 있는 "동물의 정상행동 및 생태를 거스르지 않는 수준”의 공연은 어떤 공연일까요? 제가 아는 한 고양이들은 현관 벨소리만 들려도 기겁을 해서 숨을 곳을 찾기 바쁘고, 다친 길고양이를 구조하려면 몇 일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한데, 이런 습성을 가진 고양이들을 어떤 전문가가 어떤 과정을 통해 조련해서 청중의 소음 속에서도 공연할 수 있는 고양이로 훈련시켰는지, 그 구체적인 과정이 궁금합니다.

Q 
훈련을 시켜도 무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고양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동물들의 복지를 위해 본래의 서식지와 습성을 고려한 적정한 사육환경 제공하고 있다고 했는데, 고양이에게는 어떤 환경과 일상적인 돌봄을 제공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Q 
해당 업체가 고용하는 조련사는 얼마나 숙련된 전문가들인가요? 홈페이지에서 올라온 조련사 채용공고를 봤는데, 동물 조련에 관한 지식이나 경험을 요구하는 내용은 없고, 2가지 자격요건 - 출퇴근 가능한 분, 만 25세미만-만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채용 후 어떤 교육을 받고 조련에 투입되는지 궁금합니다. 

Q 
엄연히 서울시가 관리 운영하는 공원 안에서 열리고 있는 동물공연, 고양이쇼에 대해서 서울시는 민간위탁업체임을 강조하며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작년 미투운동으로 직장 내 성희롱이 이슈가 되자, 서울시는 발 빠르게 “서울시 사무나 시설 등을 수탁 받아 운영하는 민간위탁기관에서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 시가 해당기관과 협약을 해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시민 관점에서 보면 서울시 사업을 수행하는 모든 기관과 업체가 서울시인 만큼 관련 기관의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조치가 철저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 범위를 확대·강화하고자 한다"는 담당자의 말도 기사화되었습니다. 민간위탁업체에 대한 서울시의 관점이 지금은 달라진 것입니까? 아니면 사안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까? 궁금합니다.

Q
민원에 대한 답변들을 보면 서울시와 관련기관은 동물공연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문제점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동물공연업체편에 서서 계약종료시까지 고양이쇼가 계속될 수 있도록 방어하는 역할을 자처하였습니다. 2016년 10월에 <관람·체험·공연 동물 복지 기준>을 선포하고, 2019년 3월에 <동물공존도시, 서울> 기본계획까지 발표한 서울시와 2021년까지 고양이쇼를 열 수 있도록 위탁업체를 보호하겠다는 서울시. 둘 중에 어떤 모습이 진짜인가요?

Q 
2021년 9월에 해당업체와의 계약이 끝나면 동물 공연이 중단될 수 있을까요? 계약 연장의 가능성이나 해당 동물공연전문 업체가 다른 방식으로 계약을 맺고 공연을 계속할 가능성은 전혀 없나요? 2021년에 서울시의 입장이 달라질 가능성은 없나요? 
그동안 동물복지쇼를 했던 것이 아니라면, 서울시는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안일한 답변을 철회하고, 공연에 출연하는 동물들과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수많은 시민들의 고통을 고려해 공연을 중단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적극적인 대책을 고민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공연을 보면서 고통을 느끼지 않는 사람, 즐거워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요? 더 많은 시민이 동물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동물공존도시, 서울>, 동물복지행정의 기본 방향 아닌가요? 동물복지쇼가 아니었다면.

글: 김현경(한국고양이보호협회 정책팀)
협회는 고양이쇼의 중단을 지속적으로 요청하면서, 공문을 통한 질의, 민원 질의, 정보공개청구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위 질문들을 비롯한 여러 문제점에 대한 서울시의 답변 및 입장을 확인해 나갈 예정입니다.  회원님들의 질문과 의견도 반영하고자 하오니,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참여방법은 고보협 홈페이지 공지사항 게시판을 통해 알려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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