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4 vol. 43
안녕하세요. 반디님,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활동가 조아라입니다.

곰 사육장 옆 목련이 지고 오디 열매가 열리는 모습을 보며 여름이 왔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요즘은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온몸을 적시고 몸이 무거워지는 날씨의 연속입니다. 더운 날씨에 고무대야 안에서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물놀이를 하거나 나뭇가지 하나를 가지고 먹고 놀며 즐겁다는 듯 입을 벌리고 웃는 곰들의 표정을 보면 더워 움직이기 싫다는 생각을 금세 잊고 다시 몸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을 얻는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고 화천 곰들의 몸과 행동에도 변화가 있었는데요. 하나 둘 빽빽하게 나있던 겨울털을 벗고 여름털로 털갈이를 시작해 사육장 바닥이나 고무대야에 털이 잔뜩 빠져 있기도 하고요. 편하게 누워 옆 칸에 있는 곰과 서로 앞발로 툭툭 건들고 놀자는 듯 머리나 몸을 가까이 대며 비비는 행동들도 보였습니다. 합사 훈련을 거쳐 철장이 없는 상태로 만나게 되었을 땐 마치 둘만의 세상인 듯 서로를 쫓아가거나 밀고 누르며 헐떡거릴 정도로 노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터집니다. 

그런 곰들을 가만히 보고 있을 때면 문득 전국에 남은 사육곰들은 어찌 될지 걱정과 고민을 하게 됩니다. 올해도 눈 깜짝할 사이 반이나 지나갔는데 2025년 말까지 국가에서 만들고 있는 시설에 들어가지 못하는 곰들은 어떻게 될 것인지, 남은 사육곰들이 다른 곰을 만나 노는 법을 배우고 흙과 풀을 밟으며 여유로운 일상을 보낼 수 있을지 하는 걱정에 마음 한편이 무겁습니다. 

화천에서 곰을 돌보며 지내보니 시간이 쌓일수록 곰도, 사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느낍니다. 이 변화의 모든 것은 반디님들의 관심과 후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활동을 응원해 주시고 함께해 주셔서 항상 고맙습니다.

* p.s
   반디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한 애칭으로 반달가슴곰 + 버디(Buddy)를 합친 단어
🐻NEWS
✔ 6월 1일 오늘의 곰 유일이!

화천 농장의 U라인 1번, U1칸에 살고 있던 암컷 곰을 만나 우리는 유일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매일 유일이라는 이름을 부르며, 너는 무명의 수 백 마리 사육곰 중 하나가 아닌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라 말해주곤 합니다.

우리가 일년에 한 번 맞는 생일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안부를 주고받고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것처럼, 화천의 곰들에게도 일년에 한 번씩은 그런 날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오늘의 곰 첫번째 주자 유일이를 찬찬히 눈에 그리고 마음 속에 담아보세요.

- 유일이 담아보기👆

✔ 곰 탈출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지난 6월 2일 우리는 처음으로 곰 탈출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했습니다. 곰과 사람이 함께 있는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을 가정하고, 고작 두세 명이지만 화천의 돌봄 활동가들은 각자의 역할과 동선을 직접 달렸습니다.

갑자기 다가온 여름 더위로 땀에 흠뻑 젖은 채 훈련을 하며, 우리는 ‘잘 가두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했습니다. 곰을 위험하고 적대적인 동물로 만들지 않는 것, 그래서 만일의 실수로 울타리 밖 세상에 놓이더라도 곰이 누구도 해하지 않고 안전하게 제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것도 ‘잘 가두고 싶은’ 우리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 곰 탈출 대비 훈련 자세히 보기👆

✔ 영화 <생츄어리> 개봉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야생동물과 그들을 위한 보호 시설 ‘생츄어리’를 만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 <생츄어리>가 6/12일 개봉하였습니다. 생츄어리를 준비하며 서로를 돌보는 사육곰과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활동가들의 모습도 영화 속에서 만나보세요!

- <생츄어리> 개봉관 확인하기👆

💌 주영이의 첫 나들이 💚

곰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난 후로 화천에서는 줄곧 주영이와 우투리의 합사 훈련을 이어왔습니다. 늘 다른 곰에게 무던하게 반응하는 우투리와 함께라면 올 봄에는 주영이도 처음으로 곰숲 나들이에 나설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촉촉한 공기가 기분 좋은 어느 봄날, 우리는 주영이를 곰숲에 내보내기로 했습니다. 물론 우투리와 함께요!


활동가들은 마지막까지 꼼꼼히 동선을 논의하고 파이팅! 커다란 기합도 넣었습니다. 주영이를 내보내기 전 우투리가 먼저 곰숲에서 잠시 혼자 시간을 보냈습니다. 곧이어 주영이를 복도에 내보내고, 처음으로 복도와 곰숲 사이의 격문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러자 우투리가 반가운 듯 바로 마중을 나왔습니다.


곰숲이 처음인 주영이에게 우투리는 시작부터 아주 듬직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동안 콘크리트 바닥에서만 지내왔던 주영이가 흙바닥 밟기를 주저하자 우투리는 격문 앞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주었습니다. 주영이가 긴장을 풀 수 있도록 활동가들이 중간중간 간식을 던져 주기도 하였고요. 문득 복도로 들어가는 우투리를 주영이도 따라가고 둘은 평소처럼 복도에서 또 한참을 재미있게 놀다가 활동가들의 유도로 한번 더 곰숲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렇게 복도와 곰숲 앞을 왔다갔다 하기를 몇 차례, 주영이가 무언가 결심을 한 듯 곰숲으로의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낯선 환경에 경계심을 보이긴 하지만 든든한 친구 우투리의 옆에서 용기 내어 곰숲의 흙을 밟고 냄새를 맡아보는 주영이. 다행히 주영이는 금세 적응해 활동가들이 숨겨둔 먹이를 찾아 먹고 싱그러운 풀내음과 촉촉한 흙내음을 한껏 맡으며 짝꿍 우투리와 함께 곰숲 이곳저곳을 한참동안 둘러보았습니다.


곰숲을 거니는 주영이에게 이곳 곰숲은 안전하니 더 멀리까지 안심하고 걸어가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밟아본 흙의 촉감은 어떤지 물어도 보고 싶었습니다. 주영이의 다음 번 나들이는 더욱 넓고 즐거워지도록 오늘도 우리는 주영이에게 말을 건넬 방법을 그리고 주영이가 들려줄 대답을 고민하고 상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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