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난 24일로 3년을 맞았습니다. 기나긴 전쟁도 이제 끝이 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이 러시아와의 종전협상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종전 협상 역시 '트럼프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전쟁을 끝내는 대가로 거액을 내라고 압박하고 있어요. CNN이 "이상한(strange) 제안"이라고 평가할 정도입니다. 김희진 기자의 기사를 읽고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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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24일(현지시간) 3년을 맞는다. 우크라이나는 3년이란 시간을 버텨온 것이 무색할 정도로 '트럼프식' 종전 협상에서 위태로운 처지에 몰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청구서를 내밀 듯 강경한 태도로 우크라이나에 광물 협정을 압박하는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신의 '카드'가 헛되이 끝나지 않게 막판까지 협상에 애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 메릴랜드주 내셔널하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정에 대해 "우리는 합의에 매우 가까이 와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에 "가장 중요한 건 협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세부사항을 바로잡는 것이다. 나는 정의로운 결과를 기대한다"고 온도 차를 드러냈다.

광물협정 논의 과정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CNN에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선 받아들일 만한 협정이 아니다"라며 "전쟁 피해국으로부터 방위비보다 더 많은 것을 받아내려는 이상한 제안"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4일 미국 측이 처음 제안한 협정 초안에 대해 "나라를 팔아먹을 순 없다"고 반발했으나, 수정된 초안 역시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인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한 21일자 광물 협정 수정안을 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광물·가스·석유 등 천연자원과 항만 및 기반시설에서 발생한 수익의 50%를 미국이 통제하는 기금에 내는 조건을 제시했다. 우크라이나는 해당 기금이 5000억달러(약 719조원)가 될 때까지 기여해야 한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돌려줄 경우 해당 지역 자원 수익의 66%를 기금에 내야 한다는 조건도 포함됐다. 러시아는 현재 천연자원이 풍부한 돈바스 지역 등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영토 약 5분의 1을 점령하고 있다. NYT는 "(기금 5000억달러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천연자원 수익(11억달러)을 크게 웃돌며, 현재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할당한 지원금(1190억달러)의 약 4배 이상 규모"라고 평가했다.

지난 3년, 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우크라이나 언론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사망자는 4만6000명 이상, 부상자는 38만명에 달합니다. 러시아군 사상자는 86만명, 이 중 사망자는 9만5000명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통계를 보면, 우크라이나의 민간인은 4만명 넘게 죽었고, 이 중 600여명은 어린이입니다. 피란민 1000만명, 주택의 10% 이상 파손 등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삶은 송두리째 무너졌습니다.

전쟁의 결과는 러시아의 일방적인 승리에 가까워 보입니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5분의 1(루한스크·도네츠크·자포리자·헤르손 등 4개주)을 장악한 상태인데요, 그 면적(13만1000㎢)은 남한 면적(약 10만㎢)보다도 넓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인명 피해 규모가 컸던 이 전쟁의 끝이 보이는 건 참 다행입니다. 문제는 기사에서 보듯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요구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여야만 전쟁이 끝날 분위기라는 점입니다. 러시아에 영토의 20%를 내준 상태에서 말이죠.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전쟁도 거래의 대상일 뿐이라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응은 어땠을까요. 그는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이 10세대에 걸쳐 갚아야 할 무언가에 서명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면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자신들의 뜻이 관철될 수밖에 없다고 믿는 듯합니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 중동특사는 "(우크라이나가) 이번 주에 합의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처지는 국제사회의 잔혹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민주주의' 같은 가치에 기반한 협력은 온데 간데 없고, 강대국의 이해관계 앞에 약소국은 언제든 위협당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왔던 미국이 트럼프 당선 이후 러시아와 손잡으며 돌변한 것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당장 한반도 외교에서 한국이 '패싱'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빠진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처럼 '한국이 빠진 한반도 평화 협상'의 장이 열릴 수 있다는 겁니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 동맹을 외교·안보의 핵심축으로 삼은 반면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는 소홀히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이제 한국의 외교 기조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석열 정부의 바람과 달리 민주주의·자유 등 가치를 더는 내세우지 않는 미국에 '올인'할 것이 아니라,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과도 협력하는 외교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이제는 새겨야 하지 않을까요.

•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탄핵 심판 최후 진술에서 25번에 걸쳐 '간첩'을 언급하며 12·3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했습니다. 사과를 하긴 했는데, 그가 구속되던 날 서부지법에서 난동을 부린 폭도들에게만 했습니다.

• 윤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쓴 A4용지 77장에 달하는 최후진술서를 67분에 걸쳐 읽었습니다. 최후진술 전문입니다. 
•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탄핵청구인 측 최후 진술에서 "윤 대통령이 피를 잉크삼아 찍어 쓴 헌법을 파괴하려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임명되면 변론이 추가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합니다. 헌재는 오는 27일 마 후보자 불임명 위헌 여부를 결정합니다.
• 25일 헌재 앞에서는 온종일 소란이 이어졌습니다. 국민변호인단 등 윤 대통령 지지 단체들이 헌재 앞을 찾아 "탄핵 무효"를 외쳤습니다. 
• 계엄 당일 군 간부들이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받은 증거도 추가로 나왔습니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윤 대통령이 그날 '소리를 엄청 크게 지르고 악을 쓰며 국회 문을 부수라'고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뭘 노린 거죠, 지금? 대통령이?" "몰라. 우리는 뭐 군인이니까." 계엄일 혼란에 빠진 군인들의 대화 녹취록을 유선희·이창준 기자가 입수해 정리했습니다.

📝 지난 점선면Lite <👌 빚은 갚고 가세요>를 읽고 독자님들이 남겨주신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