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우 밍이, 혹시 활동하고 있는 ‘커뮤’가 있나요?
밍이 저는 커뮤 활동이라고 할 만한 건 딱히 안 하고, 비슷하다면 트위터를 많이 사용하는 정도예요. 산우는요?
산우 트위터리안이군요! 커뮤니티는 트위터 같은 SNS랑은 조금 달라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유저들끼리 모인 게시판 중심의 웹사이트를 온라인 커뮤니티, 줄여서 커뮤라고 부르더라고요. 저는 눈팅하는 커뮤가 몇 군데 있는데 용도별로 달라요. 챙겨보는 스포츠 종목 때문에 들르는 곳이 있고, 좋아하는 해외 배우나 시리즈의 반응을 보려고 들르는 곳이 따로 있는 식이죠.
밍이 트위터는 커뮤니티에 비하면 관심사의 경계가 흐릿한 것 같아요. 저는 주로 덕질할 때 트위터에 들어가는데, 트위터는 리트윗이나 좋아요를 누르면 팔로워한테도 뜨거든요. 그래서 내가 누구를 팔로우하고 있냐에 따라 직접적으로 관심을 갖는 분야가 아닌데도 타임라인에 떠서 접하는 경우가 많아요. 정치 이슈나 연예계 이슈 등 다양한 소식이 흘러 들어오죠. ‘요즘 뜨는 트렌드’라고 그때 그때 이슈가 된 키워드에 대한 트윗을 모아볼 수도 있고요.
산우 밍이가 알려주는 트위터 생태가 흥미롭네요. 커뮤도 비슷해요. 커뮤 유저들의 추천을 많이 받은 게시글만 모아 볼 수 있는 카테고리가 또 있거든요. 그 카테고리에서 내가 굳이 관심이 없어도 핫한 이슈, 밍이가 말한 것과 같은 정치계나 연예계 이슈, 감동글, 유머글, 귀여운 고양이짤 같은 것들을 보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예요. 그렇게 온라인에 떠돌아다니는 다양한 정보들을 흡수하며 사회화되는 거죠.
밍이 요즘은 밈 확산과 응용이 워낙 빠르다 보니 채널을 막론하고 비슷한 정보나 컨텐츠를 접하게 될 거 같아요. 한편 밈이 너무 범람하다 보니 그것 때문에 피곤해서 화면을 끈 적도 많아요.
산우 그래도 한국에서 트위터는 고유한 정체성이랄까, 생명력이 되게 길다고 느껴져요. (X로 이름이 바뀌긴 했지만요.) 커뮤의 경우에는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들이 흥망성쇠를 겪었거든요. 하지만 여성들의 속풀이 대상이 되어주고 ‘개강 여신’이나 ‘훈녀’가 되라고 ‘코르셋’을 조였던 동시에, 앞장서서 ‘빨간 약’을 먹이며 페미니즘을 확산시키기도 했던 여초 커뮤들의 존재감은 사라져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밍이 커뮤니티는 내부 유저들의 직접적인 활동에 따라서 존속이 결정되는 반면에 트위터를 비롯한 SNS는 아무래도 플랫폼이라는 기반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산우가 말한 여초 커뮤니티의 특성은 트위터에서도 계속 보이거든요. 저는 고등학생 때 트위터를 통해서 페미니즘에 대해 처음 보고 배웠어요.
산우 실제로 제 친구들도 중고등학생 때부터 다음 카페에서 시작된 여초 커뮤니티를 드나들면서 많은 정보를 얻곤 했어요. 커뮤에는 무수히 많은 카테고리가 있어서 일상생활의 크고 작은 고민은 물론이고 다양한 취미생활을 나누고 더욱 풍성하게 누릴 수 있게 해주죠. 과거에는 남자친구나 화장품 등 미용과 관계에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건강이나 재테크, 이민 관련된 ‘갓생’ 정보 공유가 많아진 것 같아요. 여성들에게 커뮤는 학교나 사회가 수행할 수 없는 종류의 배움을 제공하는 공간 같은 거죠.
밍이 동시에 커뮤니티를 이용하다 보면 그 안에서 보고 듣는 이야기를 다소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울 것 같아요. 트위터의 경우도 소위 ‘네임드’라고 불리는, 팔로워가 많거나 어떤 트윗이 리트윗을 많이 받아 퍼진 유저들, 혹은 애초에 정보성 계정을 표방한 유저들이 올리는 트윗은 곧이곧대로 믿어버리기 쉽거든요.
산우 ‘커뮤사세’라고 하죠. 커뮤에 몰입하여 현실 세상과 동떨어진 감각대로 사고한다는 뜻인데, 실제로 커뮤에서 얻어간 정보 위주로 학습하고 그 커뮤의 논리대로 사고하는 걸 말해요. 여초 커뮤의 경우는 남성 회원이 들어와 염탐할 가능성 때문에 굉장히 폐쇄적이고 보안이 철저한 편이거든요.
밍이 트위터는 상대적으로 경계 없이 정보가 흐르다 보니까 성비를 느끼기 어려운 것 같아요. 사람들이 당연히 여성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남성 유저였던 경우도 있고요. 흔히 여초 SNS라고 하지만 성비는 생각보다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고 느껴요.
산우 그에 비하면 커뮤는 성별 대비가 확실해요! 극단적인 예시로는 일베와 메갈이 있죠. 어떤 커뮤의 이름을 딱 대면 그 커뮤가 남초 커뮤인지 여초 커뮤인지가 바로 나오죠. 하지만 어디에나 섞여드는 다른 성별의 유저들은 있게 마련이에요. 남성 유저들이 여성 커뮤니티에 여성인 척 몰래 들어오는 비율이 훨씬 높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어요. 주로 축구나 게임처럼 남성에게 초점이 맞춰진 취미생활을 즐기는 여성들이 그런 경우가 많더라고요.
밍이 사실 커뮤니티를 포함해서 인터넷이라는 공간 자체가 초기에는 남성 위주였잖아요. 그런 면에서 여초 커뮤니티가 앞서 말했던 것처럼 각자의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여성들의 공간이 되어 주었다는 점에서 중요했을 것 같아요.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대면한 채로도 속시원히 털어놓을 수 없었던 고민과 욕망을 나눌 수 있는 여성 전용 사랑채같은 느낌이랄까요. 온라인 커뮤니티였던 ‘메갈리아’는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의 진원이 되기도 했고요.
산우 한편으로는 앞서 밍이가 말했던 것처럼 하나의 커뮤 안에서 고여 있는 원칙과 논리가 타인을 향한 배척과 고립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없지 않아요. 여성혐오적인 발언과 공모를 서슴지 않았던 무수히 많은 남초 커뮤니티, 그리고 트랜스여성을 혐오하는 걸로 악명이 높았던 워마드의 경우를 봐요. 후자는 사실 떠올릴 때마다 조금 서글프기도 해요.
밍이 맞아요. 소위 TERF라고 불리는,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페미니스트들의 입장은 지금까지도 많은 충돌을 빚고 있죠. 그렇지만 워마드가 ‘여성의 말하기’라는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악마화되었고, 아직까지도 일방적으로만 회자되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메갈리아의 경우도 폐쇄된 지 몇 년이나 흘렀지만 여전히 ‘메갈’이라는 이름을 손쉽게 붙이며 온라인 안팎의 페미니스트와 여성들을 라벨링하는 구분법이 유효하잖아요.
산우 맞아요. 사실 “페미니스트=메갈”을 주장하며 여러 여성을 ‘캔슬’하려는 시도는 여성혐오에 기반을 두고 있지, 트랜스여성을 지켜주려는 입장은 아니잖아요. 동시에 그런 종류의 라벨링과 정죄에 커뮤의 이름이 적극 이용되고 있다는 건 흥미로운 현상이에요. ‘일베남’과 ‘메갈녀’가 마치 동일선상에 존재하는 것 같은 환상을 심어주니까요.
밍이 여성혐오자들의 ‘메갈’ 낙인찍기가 통하는 사회에서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분노스러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부를 테면 불러라” 하는 마음도 있어요. 세상이 우리에게 어떤 이름표를 붙이든, 우리는 페미니스트 동지들과 토론하며 마침내 이뤄낼 변화를 구상하고 있을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