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OpenAI)사가 개발한 챗GPT(ChatGPT)의 등장은 본격적인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시작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챗GPT의 상용화를 기점으로 디지털 지능 혁명의 단계에 진입했다. AI는 인간의 질문에 즉시 만족할만한 수준의 답을 제시하고 버전이 거듭될수록 더 정교하게 발전하고 있다. 인류는 이제 제한된 지식을 두뇌에 저장하는 단계를 넘어, 세상의 모든 지식에 실시간으로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에 살게 되었다. 인간에게 매우 유용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시작 단계에 불과한 AI는 이미 인류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엔데믹 이후 금융, 경영, 법률, 의료, 학습, 농업, 물류, 인재관리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서 AI 도입은 더욱 가속화됐다. 아무도 그 발전 속도 예측할 수 없고, 영향력의 범위도 가늠하기 힘들다. 문제는 인류가 AI의 발전 방향에 대해 선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AI는 위험한 창조물일 수 있다는 데 있다. 수확을 앞둔 밭에 야생마를 풀어놓는 것과 같이 말이다.
오랜 역사를 통해 과학과 기술은 인문학적 토대 위에서 발전해왔으며 고유의 언어와 도구로써 인간에게 어떠한 도움을 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산업혁명 이후 과학기술의 발전은 점차 인문학의 범위를 넘어서서 ‘발전’이라는 맹목적인 목표를 향해 속도를 높여왔다. 인류와 지구의 평화로운 공존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이 결여된 발전은 지금까지 인류가 겪지 못한 재난을 만들고 이는 부메랑이 되어 인간에게 돌아오고 있다. 사실상 점점 가속도가 붙고 있어 멈출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AI가 위험한 창조가 되지 않으려면 ‘AI와 협력하는 인간(Homo Cooperatio; 호모 코퍼라티오)’에 대한 인문학적 해석과 연구가 필요하다.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경계하는 것을 넘어 도구로써 AI를 협력적으로 사용하는 인간의 가치와 행복, 존엄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인문학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더 발전된 도구를 갖게 된 인간이 직면하게 될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 인문학이 적극적으로 답을 제시할 때 인문학은 역시 발전할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인문학의 간극이 벌어질 때 인류는 주체성을 잃었다. AI가 인간의 두뇌를 대신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할 때 인류를 무엇을 추구해야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대학은 과학기술과 인문학·사회과학을 통합적으로 사고하고 AI와 협력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대학은 인문학을 통해 도덕성이나 판단력, 가치 체계가 없는 과학기술에 인간을 위한 기술 발전의 방향을 제시해주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인공지능과 경쟁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넘어 인공지능과 협력하여 더 인간다움을 추구하고, 인류와 자연, 기술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한다. 램프의 요정 지니는 주인의 명령을 들을 때 주인의 소원을 이뤄주지만, 주인이 지니를 자신 위에 군림하도록 허용한다면 주인은 지니에게 길들여질 것이다. 대다수는 AI가 낯설다. 일면 인류는 AI와 협력하는 방향으로 반강제적 혁신을 강요당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인문학은 기술의 발전을 추구하는 인류를 더 포용적으로 수용하면서 새로운 시대에 혼란스러워하는 인류에 중심을 잡아주는 학문이 돼야 한다.
AI는 기존에 인류가 개발한 도구와는 차원이 다르다. 인간의 지능과 노동력을 뛰어넘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창의적으로 학습한다. AI가 불완전하고 위험을 내포하더라도 인류는 여타 다른 혁신적인 기술의 발전과 마찬가지로 인간에 유리한 방향으로 보완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인류와 함께 하는 인문학도 이러한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며 발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