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고된 하루 끝

나만의 아지트를 찾고 싶은,

아늑한 공간에서

맛있는 음식과 전통주를 즐기고 싶은 드링커 님

<상수소굴>에서 심야식당 속 주인공이 되어보세요!

오!미자씨

도수 : 7.8%

가격 : 18,000원

시원한 탁주로 입맛을 돋우기 위해 오!미자씨로 첫 잔을 시작했다. 생오미자를 사용해 만든 막걸리이기에 타임 어택이 중요한 제철 막걸리다. 지금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하니 7~8월에는 반드시 마셔보자. 오!미자씨는 경상북도 문경에 위치한 두술도가에서 양조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귀농한 부부가 쌀 소비가 줄어 마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안 뒤, 마을 쌀을 이용하여 막걸리를 빚기 시작했다.

병의 라벨은 ‘초록강’ 작가의 ‘주말에 뭐 할 거예요?’라는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말에 오미자씨 마실거예요”라고 소심하게 마음 속으로 답하며 한 모금 마셔보았다. 두술도가는 오!미자씨의 첫 잔은 맑은 부분을 마셔보고 그 다음 잔부터는 흔들어 마시길 권하고 있다. 부드럽고 뽀얀 분홍빛이 마치 달콤한 딸기 우유를 닮았으나, 실제 맛은 그리 달지 않다. 첫 잔의 맑은 술은 깔끔하고 드라이한 느낌이 강하여 칠링*된 화이트 와인이 떠올랐다. 잘 흔들어 두 번째 잔을 얼른 마셔보니 탄산도 강하지 않고, 요거트같이 부드럽게 목으로 넘어간다. 일반적인 탁주와는 달리 입 안에 잔여감도 없고 적당히 상큼한 것이 식전주로 제격이다.

*칠링 : 술의 맛을 최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온도를 만들어주는 것. 보통 바디감이 낮아질 수록 더 차갑게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두 번째로 주문한 술은 약주인 솔송주다. 생명력이 가장 강한 늦은 봄에 채취한 송순으로 술을 빚는다 하여, 솔송주라 이름지었다고 한다. “바위 틈의 샘물을 길어다가 솔송주를 빚으니 맑은 향기 가슴 속에 넘치고 좋은 맛 산뜻하구나.” 우리 조상들도 솔송주를 익히 즐겼고 그 맛이 좋아 시조도 남기셨다.

음료 ‘솔의 눈’과 같이 강하고 시원한 소나무 향은 아니다. 은은한 소나무 향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다른 약주와 달리 단 맛도 강하지 않고, 꾸덕하기보다는 오히려 목 넘김이 부드럽다. 오!미자씨와 달리 술 자체의 맛보다는 무침류의 새콤한 음식이나 향신료 향이 강한 음식과 함께 했을 때 그 매력이 더 배가 된다. 상수소굴에서는 닭무침이다.

선비진

도수 : 48.0%

가격 : 11,000원(한 잔)

‘토끼소주’로 유명한 브랜 힐 대표의 작품이다. 2012년 한국에 방문해서 소주와 한국 전통주에 관심을 갖게 된 후 뉴욕에서 2016년에 토끼소주를 런칭했다. 2020년부터는 뉴욕이 아니라 한국 충주로 옮겨와 술을 빚고 있다. 부와 명예를 탐하지 않고 학문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올곧은 정신과 함께 정직함을 상징하는 선비 정신을 듣고 네이밍을 했다고 한다. 실제 술을 빚을 때에도 선비의 정신으로, 더 높은 비용이 들지라도 더 나은 품질을 위해 좋은 재료를 주저않고 사용했다고 하니 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는 감사할 뿐이다.

보타니컬한 향이 매력적이다. 딱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날 좋은 때 한강에 자리 펴고 앉아 꽃 내음을 맡는 그림이 그려진다. 민트의 향보다는 레몬그라스의 상큼함에 더 가깝다. 혀로 느끼는 첫 맛은 달콤하다. 이후 적당한 스파이스와 꽃 맛이 길게 이어지고 목으로 넘기면 입 안이 깔끔해진다. 진의 경우, 사장님께 말씀드리면 하이볼로도 만들어주신다고 하지만 선비진의 매력인 향을 더 즐기고 싶다면 온더락으로 마실 것을 추천한다.

소금 시가롤

가격 : 2pcs 10,000원

(피스 추가 시 5,000원 추가)

닭무침, 영양부추, 적양파

가격 : 13,000원

오향간장 치킨까스, 마라 아리올리

가격 : 14,000원

두 가지 메뉴만 시키려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하나를 더 시켰다. 취재비를 다 써버려서 사비로 주문해야 했지만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오향간장 소스에 버무린 치킨을 튀겨냈다. 치킨만 따로 먹어도 맛있지만 함께 제공된 당근 라페를 올려 마라 소스를 곁들여먹으면 매운 맛, 짠 맛, 단 맛이 모두 느껴진다. 약간의 기름짐이 입 안에 남아있을 때, 향긋한 선비진을 한 모금 넘기면 깔끔해진다.

다만, 주문한 세 가지 음식 가운데에는 상대적으로 주류와의 조화가 좋지는 않았다. 선비 진의 깔끔함은 살려주지만 그 향을 온전히 즐기기에는 음식의 맛이 강했다. 맥주와 같이 탄산감이 강한 주류를 시킨다면 추천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전이나 국물류를 먹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다양한 술과 맛있는 음식이 있는 나만의 작고 소중한 아지트를 찾고 싶다면 주저없이 이곳을 추천한다. 테이블이 많지 않으니 가고 싶은 날은 미리 예약해두자. (Tel. 070-8844-0812) 이곳을 아지트로 삼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져서 큰일이다. 에디터도 이 뉴스레터가 발행되기 전에 한 번 더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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